자주 접하지 못하는 삶과 풍경같지만, 의외로 아주 흔한 21세기 한국의 워킹 푸어 이야기. 저자가 말그대로 살면서 쓴 이야기들이다. 픽션이 섞여 있다고 하나 극사실주의로 세상의 모습을 그린다.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곳의 인간을 그렸는데, 읽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회가 붕괴되지 않는 건 바로 그 사람들 때문 혹은 덕분이다. 미문은 아닌데, 굉장히 흡인력이 크다.
박근혜 정권 최악의 범죄라 할만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쓰인 책. 국가(박근혜 하나만 문제가 아니다)의 적극적인 은폐로 인해, 의외로 우리는 이 사건의 심각한 실상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특히 참사 당시 해경 및 국가의 구조 방기(정말로 구조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누구도 퇴선을 이야기하지 않은 건 무능이 아니라 ‘의도‘를 의심토록 한다), 언론의 연속 오보, 국정원 개입의 내용과 수준이 그러한데 이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2기 특조위가 밝혀야 할 진상 규명 내용과 방향을 정리했다.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는 책답게 군더더기없이 거의 모든 쟁점이 잘 정리되어 있어 쉽게 읽힌다.
한국과 닮기도 다르기도 한 일본의 서점 장인들 이야기. 말그대로의 분투기들인데, 서점과 책의 미래에 대한 직업적 고뇌라기보다는 이 세상에서 어떤 삶을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 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이라는 상품의 본질적 특징과도 연결되는 것인듯. 응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사실상 납치된 평양시민 김련희 씨의 수기. 당연히 사과를 받고 북으로 돌려보내져야 할 그녀가 감옥에 가고 남쪽의 시민들과 함께 투쟁을 해야하는 현실 자체가 분단의 비극이다. 그럼에도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낙천적인 모습이 인상적. 북 체제에 대한 대담도 재미있다. 특히 가치관의 차이뿐 아니라, 남한의 상황을 대입해서 북한을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오해와 억측을 부르는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나 주요 자원의 1/4을 소비하는 미국식 체제는 모범도 대안도 아니다(168쪽). 세계 제국/자본주의 체제의 재앙적 한계,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스스로를 질식시킬 수준의 과도한 군사력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생산 방식에 맞서 새로운 체제를 꿈꿔야 할 인류의 의무과 도전을 패기있게 말한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이는 자본을 넘어선 새로운 세기의 사회주의다. 2006년에 쓰였는데, 이후 자본주의가 세계적 차원에서 한계를 보이고 급기야 기존 질서가 소위 제1세계에서 부인되는 지금의 전환기적 양상을 저자가 어찌 생각할 지 궁금하다. 대안으로 제시된 이야기들의 막연함, 모든 행동의 주체가 개인으로 설정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번역자의 지적처럼 이 책을 정답이 아니라 고민과 제언으로 본다면 흠은 아니다. 제목이 특히 마음에 든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묵직한 내용인데 말끔하게 정리된 번역 도서로 다 읽고나니 번역자, 편집자의 노력과 수고가 자연스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