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을 몇 권읽고는 일본 소설은 너무 음적이고 사람의 감정을 파헤쳐놓아 피폐하게 만든다 라고 말했더니 일본책이 다 그런 건 아니라며 꿈동산이 추천해준 책이다.일본에서는 전통을 이어나가면서 나름대로 가풍을 지켜나가는 대가족이 많은듯하다. 그리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아주 존중하는 것 같고.
그러나 그런 일본에서 조차도 핵가족화가 당연시 되어 4대는 커녕 시어른들과도 함께 살지 않으려는 요즘 사회에서 이렇게 4대가 복닥거리면서 살고 있는 내용은 드라마에서나 보여지는 것이리라.
작가역시도 이 책은 '많은 눈물과 웃음을 가져다준 텔레비젼 드라마'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했다.
만약 이 내용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면 어떠했을까?
일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할아버지. 엄격하고 고지식한 아버지. 자기 멋대로에 어른들의 말은 귓전으로 흘려버리기 일쑤인 아들. 말썽쟁이 손자... 거기에 서로의 감정과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에 시누이까지 결합된다면...휴...분명 이런 상황이었으리라.
그러니 이 책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로망일 수 밖에.
이 집 가족 구성이 재미있다. 아직까지 일선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며 깐깐하고 늘 큰 소리치지만 현명하신 증조 할아버지. 60의 나이에도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록커 할아버지. 묵묵히 집안의 일을 도맡아 하는 큰아들. 싱글맘인 딸. 자유롭고 여자관계도 복잡하지만 따뜻한 마음일 둘째 아들. 찻집과 부엌일을 도맡아하는 며느리. 그리고 총명하고 선량한 귀여운 아이들.
또 가훈도 재미있다.
'식사는 가족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하게 먹는다''책은 저절로 주인을 찾아간다''사람의 체면은 세워주고 문은 열어두고 만사 명랑하게'
4대가 함께 살아도 이런 가족들과 함께라면 좋겠다. 시끄럽고 다소 제멋대로라도 드러나지않게 서로 깊이 배려하고 어른들은 살아온 연륜과 경험속에서 현명하게 충고하고 그런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충분히 사랑받고.
이 가족들. 주변 사람들의 일에도 참으로 손발이 잘 맞게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주변 이웃들도 아주 오랫동안 이웃해 살아와서 한 가족같다.
엄마와 다투고 말없이 집을 나와 고양이 모임 장소인 낡은 이층집에 머물고 있는 손녀를 찾아간 할아버지는 " 가출은 젊은이의 특권이지. 나이 먹어서 하면 실종자가 돼버려. 지금 많이 많이 해둬라" 라든가 "싸움은 젊은이의 특권이야. 나이 먹어서 하면 범죄가 돼" 라고 말한다. 가출한 아이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이해하며 대화를 풀어가려는 노력이다.
결혼식을 연기 하자는 말이 있을 때 손자인 아오는 할아버지를 위해 봄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 때 가게 주인인 마나미" 자기 생각대로 하는 것도 젊은 사람의 특권이에요. 그걸 인정해주는 것은 나이드신 분들의 아량이고요" 라고 한다. 젊은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줄줄 아는 어른들의 너그러움.
참 따뜻하고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