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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7살, 4살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이다. 지도책을 보면서, 다른 이들의 여행담을 들으면서 늘 부러웠다. 언제나 손이 많이 가고 내 신경을 온통 쏟아야 하는 이 아이들의 손을 잠시 놓고(단 하루만이라도!) 혼자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고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해보지 않았지만... 그렇지만 가끔 꿈을 꾸듯 그렇게 혼자만의 여행을 그려보곤 했다. 스페인의 투우...브라질의 삼바, 그리스의 아름다운 지중해, 뉴질랜드의 멋진 자연풍광...
멀리 사시는 시어른이나 몸이 불편한 친정엄마에겐 하루도 아이들을 맡겨두기도 힘들고 바쁜 남편과의 긴 여행은 그야말로 불가능... 아이들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는 그럴 자유는 없겠구나. 언제쯤에 이 아이들에게 내 손과 신경이 덜 필요로 할 때가 올까? 5년 후? 10년 후?
그런 생각이 들면 괜시리 잠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그래도 내겐 너희들이 있구나 하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살 수 있나... 나중에 너희들이 좀 더 크면 그 때 다니면 되지...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럴 수 있구나. 이렇게 어린 아들을 데리고도 장시간 낯선 곳을 함께 여행할 수 있구나. 엄마만의 만족스러움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자연과 곤충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과의 사귐을 가지게 해줄 수 있구나.
아이란 단지 마음은 잘 맞는데 몸이 조금 안따라주는 동행일 뿐. 10분이면 도착할 해변에 아이와 함께 느린 걸음으로 몇 시간을 간다해도 또 그 느림으로 인해 빠르게 갔더라면 보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함께 볼 수도 있겠구나...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라 육아서이다. 그것이 이 책이 많은 여행서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작가는 혼자 길 떠나서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의 느낌과 감상만을 적은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아이가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도 지켜보고 아이와 함께 성숙해 가고 있었다.
끊임없이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그녀의 노력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그녀의 열정이 정말 부러웠다.
대학졸업과 함께 손을 뗀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내 아이들과의 여행을 꿈꾸면서...
이 책이 나에게 그런 용기를 주었다. 육아로 지쳐있는 내게 꿈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