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오쿠다 히데오.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통해서 가식적인 현대인들에게 가면을 벗고 아이처럼 순수하게 화내고 아이처럼 기뻐하고 아이처럼 꾸밈없이 행동하라고... 그래서 자기 안의 본능(억압과 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것을 얘기했다면 이 책 마돈나는 서로 다른 남과 화해하기에 관한 내용이다.(이라부시리즈에서의 면장선거와 맥이 통하는 듯 하다)

댄서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 아들과 그 아들을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댄스) 세계를 무대로 영업실적을 올리며 잘 나가던 영업직 상사가 총무부로 발령을 받은 후 할 일 없어 보이는 총무부의 관례화된 뒷돈챙기기에 반기를 든다(총무는 마누라). 두 아이의 엄마인 여성이 자신의 직장상사가 되면서 여러가지 개혁적인 업무지시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보스). 공원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으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노인과 그를 조심스레 지켜보는 공원의 관리직 사원(파티오)

이렇듯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세대로 인해, 여성과 남성이라는 차이로 인해,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부딪친다. 이미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정립된 이 책의 주인공들인 40대의 중년남성들에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그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것이다.

그러나 화해한다. 여전히 서로 이해할 순 없지만 서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찾아간다.

" 본능이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다. 총무와 마누라는 이겨서는 안된다고(p217)"

" 도무지 여자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이 있다니 좋겠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요코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p293)"

" 어떤 느낌을 가져야 할지 노부히사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은 괜히 푸근해졌다. 분명 사람의 진심을 들었기 때문이겠지. 어깨에서 힘이 쭉 빠져 가벼워졌다(p358)

역시 멋지다. 쉽게 읽히면서 다 읽고 난 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화해와 공존에 관해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아주 어려운 일이고 또 어쩌면 아주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주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저 조금 진실해지기만 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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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동산 2007-11-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파티오"가 가장 좋았어요.요즘은 노인들이 나오는 책들을 많이 본거 같아요.미유키 여사님의 책에는 항상 노인들이 나옵니다.검소하지만 강한 노인들이요.<친절한 복희씨>도 그렇고, 얼마전에 읽은 <대유괴>에서는 여든이 다 되어가는 쬐그만 할머니가 어찌 그리 총명하고 대담한지..그리고 그 많은 돈을 얼마나 멋지게 쓰시는지 감탄했답니다..그 연장선상에서 였을까..히데오의 이번책에서 전 <파티오>의 책 읽는 할아버지가 참 좋았어요.그 분이 하시던 말씀도요.히데오는 회사생활에 관한 글도 참 잘 쓰지 않아요? 남쪽으로 튀어와는 참 다른 분위기인데 그래서 마돈나 읽으면서 히데오의 약력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았답니다.역시 많은 경험들이 그의 내공이 되었더군요..^^
 

 

 복직을 하고 알게 된 내 앞자리의 풋풋한 젊은 국어선생님은 이 책을  매년 가을 읽는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선물한 것까지 치면 이 책을 20권쯤 샀다했다. 씩씩하고 아무하고나 잘 어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그녀가 무엇때문에 그녀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니었을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빠졌을까? 자신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마 그녀가 국어 선생님이어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김형경의 세월을 보면서 그녀의 젊은 시절을 옅보면서 마음이 아파 나도 덩달아 앓았다.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이고 올곧기만 한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신경숙의 소설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 책의  하진과 미란역시...

 이렇게 깊이 깊이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더디게 더디게 상처 치유 좀 하지 마라고... 그냥 좀 잊어버릴 것 잊어버리고 살라고. 인생은 어차피 그런 게 아니겠냐고, 완벽한 삶이, 완벽한 사랑이 어디있겠느냐고, 그냥 그렇게 시간에 몸을 맡기다보면 그저 그렇게 살아지고 또 그렇게 잊혀지는 것 아니겠냐고 그렇게 말해버리고 싶다. 제발 쿨하게 좀 살아라, 그러다보면 나름대로 삶도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녀들을 향해 소리라도 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녀들은 아무 대꾸도 없이 등을 오므려 뱃속의 태아와 같은 모습으로 몇 날 며칠을 잠만 자겠지...... 밤새 스케이트 보드만 타거나, 봉을 들고 아무 거나 사정없이 두드리거나, 책만 읽거나, 밤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새벽을 맞거나,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을 끌어 안고 허한 눈으로 산길을 헤메겠지......

 나는 이런 그녀들에게 소리치는 대신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배려를 배워야한다. 빗속을 울면서 뛰어오면 그저 빗물을 닦아낼 수건을 건네주며 따뜻한 잣죽이나 한그릇 끓여 주면서 그냥 등이나 조금 쓸어주는..... 그런 법을 나는 배워야 한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녀들에게 혹은 그들에게 그저 나도 내 긴 시간을 내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진이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그리고 내 제자들이 될수도 또 내 아이가 될 수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있다. 그러니 나는 나의 방법이 아니지만 소리치는 대신에 기다려 주는 법을 꼭 배워야 할 것 같다.

 잊으려고 하지 말아라. 생각을 많이 하렴. 아픈 일일수록 그렇게 해야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지. 무슨 일에든 바닥이 있지 않겠니.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겠지. 그때, 탁 차고 솟아오르는 거야.(p214)

그들이 자기 발로 바닥을 치고 탁 솟아오를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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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동산 2007-10-2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경숙 소설을 많이 읽으시네요.^^저도 한때는 신경숙 소설은 꼭 읽었었는데 요즘은 별로 마음이 가지 않아요.내 마음과 닿는 부분들이 지금은 없는거 같아요..요즘의 내가 잃어버린 부분이겠지요..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어요..유행도 사이클이 있듯이 책을 읽는 습관(?)도 나름대로 주기가 있는거 같아요..그러니까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도 다시 꺼내서 보는 것이겠지요.요즘은 모든게 평화롭답니다..조금은 지루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이런 일상들이 고맙다고 생각해요..잘 지내셔요..

꿈동산 2007-10-2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제목에 오타났습니당~^^
 

 최근에 읽은 소설중에서 가장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당시의 프랑스 지도를 벽에 붙여놓고 오랜 기간 자료를 모으고 수집했을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향기에 관한 집요하리만치 자세한 정보들과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그런 고급스런 느낌을 완성시킨다.

 결핍은 좌절을 낳고 좌절은 창조를 가져온다.

영화로 만들어 졌으나 결코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고급스런 감정들을 흐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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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히데오의 작품에선 캐릭터들이 내 옆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모습인듯 살아있고 생생하다 그래서 마치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는 여성의 심리묘사에도 어찌이리 탁월한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모두가 바로 내 옆의 이웃들이며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인 것 만 같다.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독신으로 살면서 아마 적당히 나 자신을 치장하고 거기에 나름 만족해하면서도 또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뚱뚱이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섹시하며 시니컬한 간호사

  이라부의 매력에 완적 푹 빠져서 인더 풀, 공중그네, 면장선거를 한달음에 읽어버렸다.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더풀, 의사, 야구선수, 서커스단원, 작가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공중그네, 언론사 사장, 여배우 등 권력자를 등장시킨 면장선거...

 다행히 차례대로 읽게 되었다. (비교적 남들보다 늦게 이라부를 알게 되었으므로) 를 보는 것 같다. 이라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하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으며 그렇기에  막무가내인 그는 처음에는 뭐 이런 사람이 있나 한심해 보이지만(주사에 집착하는 정신과 의사라니! 이건 의사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아이와 같다) 어느새 그에게 동화된다. 마치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참지 않는 발산해 버리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해서 화가 나다가도 어느새 웃음이 나오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이 나이가 많든 적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돈이 많든, 적든, 권력자이든, 아니든. 현대인들은 누구나 거짓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거짓가면을 쓰고 점잖은 척, 활발한 성격인 척, 교양있는 척, 힘이 센척... 그렇게 척척척 하며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이라부는 아이처럼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솔직하게... 자기 하고 싶은대로... 그러는 것이 인생이 더 즐겁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더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라부의 일화 중에 제일 잘 어울리는 제목은 인더풀. 그냥 옆에서 보고만 있지 말고 풀에 뛰어 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론 이라부의 여러 일화중에 면장선거가 가장 재미있고 또 감동적이었다. 서로를 미워하며 극한의 대립을 가져오지만 결국 그 갈등은 모두 자기 마을을 사랑하는 데서 오는 갈등이며 그 갈등은 오히려 하나의 축제이다. 극한까지 가는 대립을 오히려 축제다 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만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싸우고 대립하다가도 어느새 히히덕 거리며 손잡고 같이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이 어른들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유쾌하고 감동을 주었다. 거침없이 내뱉고 또 모두 너나 없이 그러하니까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모두 오쿠다 히데오의 광팬이 되는가보다. 이렇듯 명쾌하게 결론을 내어 주니깐! 뚱뚱보 이라부의 다음 번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

 

오쿠다히데오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가면 뒤에 있는 자신의 참모습을 들킨 것처럼 뜨끔한 경우가 있다. 어찌보면 심각할 수도 있을 주제를 형상화하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 주인공 의사 이라부만 보아도 작가의 독특한 구성력을 짐작케한다. 아이와도 같은 순수함과 충만한 호기심으로 살아가는 이라부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세상이니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살아가라는 충고를 하고 있는 듯하다. - 번역자의 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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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동산 2007-10-2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드셨군요.저는 마미야 형제를 보고 '아마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았을거야~'라고 생각했답니다..^^담에 기회가 되면 함 읽어보세요..혹 히데오의 신작을 사신다면 저도 좀 빌려주삼~~^^미유키여사님의 책이 보고싶으시면 제가 빌려드릴께요..제가 요즘 주말마다 미미여사님과 만나느라~~단 방학때 읽으셔요..한번 읽기 시작하면 주체하기 힘든 소설을 쓰시는 분이니까요..^^감기 조심하세요..*^^*
 
2005 올해의 추리소설 - 반가운 살인자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추리소설도 많이 나와있었지만 우리나라 추리소설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 뒤적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책 표지도 예쁘고(추리소설에 너무 적합한 표지이지 않은가? 이 표지를 보고도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대되는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작가들의 단편이 총망라되어있다는 추천글에 망설임없이 사서 읽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좀 심심하고 너무 착한 추리소설들이다.

얼마전에 읽은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이 살인장면의 잔혹함, 살인자의 이상심리 등을 너무 상세하고 자세하게 나열하여 주된 추리의 묘미보다는 잔혹함에 이끌려 인상을 쓰면서 오싹오싹 소름을 돋아가면서 읽었는데 이 책은 한 낮에 막간을 이용해서 읽어도 충분했다. 그리고 몇 편은 추리소설이라 이름붙이기에도 부끄러운 내용이라 그냥 단편소설이라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추리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국추리소설가들의 선물쯤으로 이해하여주고 한국추리문학이 발전한다면 이는 순전히 당신들의 힘이다" 라는 서문을 먼저 읽고는 추리소설에도 알량한 민족정신이 발휘되어 그래 그래도 이게 어디냐. 이제 걸음마를 떼었으니 우리 추리소설계도 눈부신 발전이 있을꺼야라고 생각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즐겁게 읽었다.(하나도 무섭지도 않고 ㅎㅎㅎ)

'반가운 살인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에 미스테리를 좀 더 가미했으면 더 좋았을테이지만 실직가장의 절망적이고 아픈 마음에 공감하면서 마음이 좀 아팠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는 사랑' 은 흥미있게 읽었다.

이 참에 올해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몇 권 더 구입했다.

우리나라 추리소설계의 눈부신 발전을 기대하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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