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아가사 크리스티를 좀 읽었고 어릴 때 셜록홈즈 무지 좋아했고(어릴 때 셜록홈즈 안 좋아한 사람도 있을까?ㅋㅋㅋ) 뭐. 이정도...
그다지 추리소설 매니아는 아니지만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미스테리 극장 에지'가 끝나자 안따까움을 금치 못했으며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와 '21C 소년단'에 빠졌으며 명탐정 코난의 광팬이니 추리영역을 싫어하진 않는 듯 하다.
그리고 몇 달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와 놀라운 반전이라고 소개된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읽게 되었다. 나는 지갑이다는 뻔한(처음부터 살인자가 누구인지 다 드러난 상태라 추리의 즐거움은 없음)내용을 여러 인물들의 지갑이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이끌어가는 내용이라는 좀 새로운 시각의 신선함이 있었다.
그리고 살육에 이르는 병은 놀라운 반전(반전이 정말 놀랍기는 하다. 아니 놀랍기만 하다 )보다는 살인장면의 잔혹함에 더 놀라며 한동안 정신이 피폐해짐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묘하게 추리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나보다 ㅎㅎㅎ)
일본 추리소설도 많이 나와있었지만 우리나라 추리소설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 뒤적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책 표지도 예쁘고(추리소설에 너무 적합한 표지이지 않은가? 이 표지를 보고도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대되는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작가들의 단편이 총망라되어있다는 추천글에 망설임없이 사서 읽었다.
음... 사설이 너무 길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좀 심심하고 너무 착한 추리소설들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이 살인장면의 잔혹함, 살인자의 이상심리 등을 너무 상세하고 자세하게 나열하여 주된 추리의 묘미보다는 잔혹함에 이끌려 인상을 쓰면서 오싹오싹 소름을 돋아가면서 읽었는데 이 책은 한 낮에 막간을 이용해서 읽어도 충분했다. 그리고 몇 편은 추리소설이라 이름붙이기에도 부끄러운 그냥 단편소설이라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추리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국추리소설가들의 선물쯤으로 이해하여주고 한국추리문학이 발전한다면 이는 순전히 당신들의 힘이다" 라는 서문을 먼저 읽고는 추리소설에도 알량한 민족정신이 발휘되어 그래 그래도 이게 어디냐. 이제 걸음마를 떼었으니 우리 추리소설계도 눈부신 발전이 있을꺼야라고 생각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즐겁게 읽었다.(하나도 무섭지도 않고 ㅎㅎㅎ)
'반가운 살인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에 미스테리를 좀 더 가미했으면 더 좋았을테이지만 실직가장의 절망적이고 아픈 마음에 공감하면서 마음이 좀 아팠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는 사랑' 은 흥미있게 읽었다.
이 참에 올해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몇 권 더 구입했다.
우리나라 추리소설계의 눈부신 발전을 기대하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