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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7살 큰 딸 아이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그저 건강하게만 크면 좋겠다고 늘 바래왔지만 밖에 나가서 노는 거만 좋아하는 녀석을 보면서 내심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때 학교에서는 오전 독서하기 지도 열풍이 불었다. 모든 반 아이들이 반드시 10분씩 모두 시간을 내어서 책을 읽게 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그러나, 10월에 있을 시학력평가시험으로 인해 이런 독서지도는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학교성적올리기에 급급한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독서시간은 과감히 없어지고 그 대신 시험대비 방송수업을 한다. 왜 어른들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아이들도 헷갈릴 것이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할까? 추천도서를 뽑고 독서록을 만들게 하고 독서대회를 열어 상도 주면서...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 책속에 길이 있기 때문에? 교양있는 어른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
그전에 어릴 때 내가 왜 책을 읽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밥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말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책에 열중했던 적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어릴 때의 책 읽기를 아주 강조하는 어떤 이 에게 한 사람이 물었단다."아이가 책에만 빠져있어 친구들과 놀려고 하질 않아요. 혹 사교성이 떨어지진 않을까요?" 어떤 이는 이렇게 답했단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책을 통해서 사교성, 도덕성, 사회규범 등 필요한 모든 가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너무 책에만 빠져있다고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지요"라고.
그러나, 그 얘기를 들으면서 조금 의문스러웠다. 분명 책을 통해 선함과 현명함을 배우고 또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알 수 는 있겠지만 직접 부딪쳐서 알게되는 경험적 지식이란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답이 보였다.
책과 친해지면 아이들은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책 읽기가 정말 빛을 내려면 책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책과 함께 만남을, 일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조개껍데기 속에서 진주가 만들어지듯, 아이들 책 읽기는 사람들과 어울림 속에서 빛나게 영글었다. 우리가 도서관에서 희망을 찾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p50)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박영숙관장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해 단순히 도서관을 열고 그 속에 좋은 책으로 가득 채워놓기만 했다면 느티나무는 커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감명을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도서관을 운영하는 방식은 아이들과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우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나, 거리의 가출 청소년에게나, 학원도 못갈 정도의 형편이라 그저 갈 곳이 없어 놀기위해 오는 아이들에게나, 그런 사람들과의 일상과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다. 책 읽기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책 속에 길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고 엄마, 아빠와 노는 것이 재미있듯이, 그저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 생각을 들어보고 그 삶을 엿보고 하는 일이 재미있어서다. 내가 어릴 때 밥먹으러 오란 소리도 못들은 척 책에 빠졌던 시간에는 그 순간 그게 더 재미있어서다.
사람이 살면서 즐거움을 갖는 일은 아주 다양하다. 스포츠를 즐기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또 어떤이는 돈을 버는 것이, 어떤 이는 공부를 하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즐거움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교양이 부족하다고 속으로 비웃을 일도 없고 아이들에게도 책읽기를 강요할 필요도 없다. 그저 혼자서 책읽는 게 즐겁다면 그렇게 하고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게 행복하다면 그러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박영숙관장님은 그녀 자신이 그 즐거움을 알기에 그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애를 쓰신 것 같다. 그래서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그 많은 뒤치닥거리 일들은 사서 만드신 것이리라.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출 청소년에게 밥을 사주고 보호자가 없는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면서 도서관에 모이게 한 것 같다. 그녀의 노력덕에 분명 아주 많은 사람들이 즐거웠을 것이다. 그리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나는 책 읽기가 재미있고, 책 내용에 대해 같이 수다떨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즐겁다. 7살, 4살 두 딸이 나와 같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함께 얘기할 수 있다면 더 즐거울 것 같다. 내가 이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리 될 것이다. 그러자, 친구들과 밖에 나가 놀기를 즐기고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딸 아이를 좀 더 기다려 줘야겠다는 느긋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