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티의 기적 - 코카콜라가 감동한
세스 골드먼 & 배리 네일버프 지음, 이유영 옮김, 최성윤 그림 / 부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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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의 필독서

 

“장사를 밥벌이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날마다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고용주에게 뭐든 팔면서 산다.” 베스트셀러 작가 필립 델브스 브러턴이 쓴 <장사의 시대>에서 한 말이다. 인생은 세일즈와 많이 닮았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쓴 <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도 있듯 우리는 살아가며 모두 무엇인가를 팔고 사며 살고 있다.

문제는 설득하고 잘 팔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의 쉬운 말은 장사다. 삼성, 현대, LG, 두산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시작도 장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장사란 것이 누구나 차릴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국내 창업시장을 지켜보면 마치 4년 마다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미친 듯 낭떠러지로 달려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는 레밍 쥐떼의 집단적 공황을 연상케 한다. 매일 수백 개의 점포가 문을 닫고, 그만큼의 숫자가 창업을 한다. 하지만 살펴보면 망할 것이 뻔한 업종의 아이템을 갖고, 안 팔릴 것 같은 자리에 문을 연다.

 

경제활동인구의 28.8%로 800만 명이 자영업자로 이미 포화상태가 된 대한민국.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 원에 못 미치고, 창업 후 2년 내 50%가 폐업을 한다. 또한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다. 창업을 하면서 이미 전 재산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 ‘올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장사가 안 된다고 쉽게 문을 닫을 수도 없다. 더욱 우울한 것은 늘어난 수명에 비해 정년퇴임 시기는 빨라진 우리나라의 형편을 볼 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고 또 망하는 악순환이 앞으로 30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나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장사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창업 전에 창업 관련서를 충분히 읽으며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관련서 백 권을 읽어라. 그러면 저절로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는 말이 있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독서가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조언이기도 한데, 이 말은 창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읽을 책도 잘 골라야 한다. 나는 창업에 대한 경험조차 없는 책상물림들이 저마다 ‘창업전문가’입네 하고 대박집, 쪽박집 운운하며 예비창업자들을 우롱하는 창업관련서보다 기업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책, 특히 성공한 기업가의 자서전을 권한다. 창업을 시작해 부침(浮沈)을 거듭한 끝에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실적이고 생생한 목소리는 한 편의 소설보다 흥미롭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최근 출간된 <어니스트티의 기적>은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책이다. 어니스트 티는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아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스내플, 애리조나, 타조 등과 함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음료 브랜드이자, 오바마 대통령과 오프라 윈프리가 사랑하는 건강하고 정직한 음료로 유명하다. 또한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98년, 음료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베리 네일버프와 제자 세스 골드먼은 어느 날 ‘달지 않고 진짜 차 맛이 나는 좋은 음료’가 마시고 싶었지만 시장에는 그런 제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니 음료산업은 흔한 500밀리 리터짜리 아이스티에 설탕 열두 스푼이 들어갈 만큼 설탕 범벅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저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주방에서 차를 우려내 보온병 5개에 담은 시제품을 만들었다. 좋은 찻잎을 좋은 물에 직접 우려내고, 값싼 액상과당 대신 유기농 설탕과 꿀로 단맛을 냈다. 칼로리도 기존 음료의 1/6에 불과했다. ‘어니스트 티Honest Tea’라는 정직한 이름이 들어간 회사 라벨에는 “우리는 음료 진열대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창업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본적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제품은 타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낫게 하는가? 우리에게 그 답은 분명했다. 우리는 기존 시장의 틈새를 발견했다. 마실 만한 좋은 음료를 찾지 못했고, 우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단맛이 거의 없는 음료를 만들었다. 엄청난 양의 설탕을 넣어 거짓된 맛을 내려 했던 게 아니기에,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좋은 재료를 썼다.” 86쪽

 

포춘 300대 기업의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직면한 비즈니스 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 작업을 하는 기업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공동창업자인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와 미켈 B. 라스무센이 쓴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에서 저자들은 성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라는 업(業)의 본질(本質)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사람과 시장, 변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현장으로 향하게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거듭나게 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이루었다고 말한다.

어니스트 티의 공동창업자 역시 창업할 때부터 정직한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에게 어니스트 티는 단순한 사업 이상이었다. 건강한 음료를 만들어 식생활을 개선하고, 음료 생산에 쓰는 화학원재료의 총량을 줄여 생태계에 도움을 주고, 경제적 기회가 필요한 지역사회를 돕고자 했다.

 

 

 

 

1999년 최초로 유기농 차음료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유기농과 공정무역 원료를 점점 늘려, 2004년에는 업계 최초로 전 제품에 유기농 및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다. 어니스트 티는 유기농 원료 구입을 넘어 제품이 팔리고 난 뒤까지 고려했다. 어린이 음료인 어니스트 키즈를 출시할 당시엔 포장재로 쓴 파우치를 최초로 업사이클링했다. 이러한 어니스트 티의 정직한 성장은 코카콜라의 인정을 받아 2008년 어니스트 티의 지분 40%를 매입한 뒤 3년 후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 코카콜라를 좀 더 어니스트 티처럼 운영해보고 싶어서였다. 창업 첫해인 1998년, 고작 25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어니스트 티는 코카콜라에게 완전 인수된 지 2년 후인 2013년에 매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치열한 음료산업에서 설탕을 줄여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공정무역 거래로 생산자를 지원하며, 화학원재료의 총량을 줄이고 재활용에 힘써 자연 생태계까지 지키는 정직한 비즈니스를 고수해 성공한 어니스트 티의 스토리를 좇다 보면 ‘창업,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 같은 게으른 창업은 창업이 아니라 그냥 ‘개업開業’이라는 점이다), 한편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언젠가 꼭 한 번 저지르고 싶었던 창업’에 대한 열정이 새로 점화됨을 느낄 수 있다.

 

 

 

 

 

저자들이 예일대 경영대학원 사제지간이라는 이력답게 경제학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변용되는지 잘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어니스트 티가 성장하는 동안 만나는 숱한 시련과 애환들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은 창업을 간접체험하기에 충분할 만큼 유익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라는 점인데, 창업과정의 서사성이 만화형식에 잘 맞아떨어져 가독성이 배가 되었다(골프 드라이버 모양의 마우스를 제품으로 기업가의 삶에 첫도전한 워튼스쿨 두 청년의 파란만장한 어드벤쳐스토리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도 만화로 나왔더라면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리라).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8)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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