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읽는 기술 - 비즈니스맨과 트렌드세터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트렌드 입문서
헨릭 베일가드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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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트렌드를 만들고, 트렌드는 인간을 분해한다?
 
  "유행하고 트렌드의 차이가 뭐지?" 동료들과의 대화중에 튀어나온 말이다. 하루에도 골 백 번을 듣는 말이면서도 자리에 있던 사람 그 누구도 그 차이를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한글과 영어로 쓰여졌다는 것 정도? 유행이란 말이 20세기에 주로 쓰여진 단어라면, 트렌드는 21세기에 사용되는 단어가 아닐까? 한 명씩 입을 섞어 대답을 했지만 처음 질문으로 비롯된 새로운 질문이었을 뿐 확실한 정답은 찾을 수 없었다. 곧이어 다른 화제로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세상에 뿌려진 '핫 트렌드Hot treend' 일색의 광고 문구를 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였다. '트렌드가 무엇일까?' 
'트렌드가 정확하게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며, 그것이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찾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명쾌한 제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뢰가는 저자의 이력때문이었다. 저명한 트렌드 분석가이자 트렌드 분석에 '사회학'을 접목해 '트렌드 사회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헨릭 베이가드가 쓴 책, [트렌드를 읽는 기술 Anatomy Of A Trend]이다.      
 
 


 

  내가 미래서라 불리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는 개인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른 바 '밀레니엄 신드롬'이라 해서 새로운 21세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갈 때 즈음 미래를 팔아 성공하고 있는 마케팅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이 내놓은 책 [클릭, 미래속으로]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두될 17개의 트렌드를 소개한 책으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1년, 선후배와 힘을 합쳐 사업체를 시작하려고 했을 무렵 창업아이템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던 때에 이 책이 제시한 '전문성을 추구하라'는 메시지의 도움으로 '한가지 음식만 제공하는 전문식당'을 차리기로 했다. 당시에는 되도록 많은 메뉴를 포함시키는 것이 전반적인 창업경향이었는데, 위험천만했지만 과감했던 이 선택은 적중해서 전문성을 갖춘 집으로 소문나 재미를 톡톡히 봤었다. 그 후에 비슷한 점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성공창업을 하는데 큰 아이디어를 제공한 책이어서 이후에도 새로운 사업이나 마케팅을 준비할 때 다시 한 번 점검하게 하는 실용서다.
 
  물론 팝콘의 미래예측이 모두 적중했다고는 보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안전을 희망하는 시대적 요구로 코쿠닝(누에고치)족이 생기고, 동호인클럽을 위주로 한 유유상종의 집단화가 진행되고, 주머니 한도 내에서 작지만 최고의 사치를 즐기는 명품족이 탄생하고, 멋진 남성상은 유니섹스형의 부드러운 남자가 되고, 건강과 장수에 대한 바람은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산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등 저자가 제시한 미래예측의 상당부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실에서 확인하고 있을 만큼 대단한 예측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 책은 미래서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저자가 내 놓은 미래예측들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팝콘이 제시한 미래예측들이 과연 맞을까 하는 것은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판단할 문제이고, 어디까지나 제 3자적 독자로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트렌드를 직감하고, 판단할 수 있어서 그 트렌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족함을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는 흔히들 트렌드 하면 '뭔가 새롭거나 최근 유행하는 것' 또는 '가볍고 신비로운 것' 혹은 '완전히 예상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트렌드란 '신제품'을 만드는 '제품 개발'로 인해 생기는 '변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트렌드는 생겨날 때마다 특정 패턴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데 이 패턴은 일정한 틀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행동에 깊이 관계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트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근거는 트렌드는 인간의 행동을 수반하는 사회 문화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트렌드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저자의 장담은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열정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주인공에는 트렌드 창조자, 트렌드 결정자, 트렌드 추종자, 초기 주류 소비자, 주류 소비자, 후기 주류 소비자, 보수적 소비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중 트렌드의 확산에 가장 넓고 깊은 영향을 끼치는 부류는 '트렌드 결정자' 즉, 트렌드 셰터trendsetter 들로 시각적으로 민감한 집단, 젊은이, 디자이너, 예술가, 부자, 유명인사, 남성 동성애자 그리고 스타일을 의식하는 하부 문화부류 중 하나 이상이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할 경우 그것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도쿄 등의 특정적인 세계적인 도시에서 발생하는 유행일수록 트렌드로 생겨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어떤 트렌드가 트렌드 결정자로부터 주류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화장품은 1-2년, 의류는 2-3년, 액세서리 2-3년, 홈 디자인 5-7년, 스포츠 장비는 6-8년 정도 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확산 과정이 보통 저가의 제품에서 더 빠르게 일어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질문, "유행과 트렌드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또 하나는 "트렌드가 가장 유행할 때는 언제인가?"이다. 우선 유행과 트렌드의 차이는 새로운 무언가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경우 그것은 시장에서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생명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트렌드의 어느 한 정점에서도 유행을 감지할 수 있고, 일시적 유행과 트렌드 모두에 '트렌디trendy하다'고 칭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점을 놓고 그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트렌드 결정자가 전파시킨 그 무엇이 트렌드 추종자에서 그칠 경우 그것은 유행일 뿐이고, 주류 소비자를 거쳐 보수적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확산된다면 그것은 트렌드라는 것이다. 
 
  저자는 트렌드 포착에 필요한 주요 단서 열 가지를 제시한다. 주류에 대항할 때, 서로 다른 분야의 트렌드 결정자들이 받아들일 때, 많은 트렌드 결정자들이 받아들일 때, 트렌드 결정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요 도시에서 등장할 때, 트렌드의 확산 초기에는 제품과 디자인의 발전이 계속될 때, 제품이나 스타일의 모방 혹은 복사가 가능할 때, 유명인사 혹은 언론들이 주목할 때,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할 때 등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 주류로 편입될 가능성이 가장 커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스타등과 같은 유명인이 주목하고, 그들을 추종하는 팬들이 따르고, 이것을 언론이 세상에 알린다면 그것은 트렌드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된다는 것인데, 케이블 TV등에서 유명인의 의상이나 집 그리고 생활이 공개되는 방송들을 보곤 했는데, 이 모든 것이 트렌드의 전파과정이었고, 그것들을 보면서 주류 소비자인 나는 그 트렌드를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트렌드를 직감해서가 아니라 '보기 좋더라'는 느낌과 '그들도 경험하고 있는데..'하는 신뢰감 그리고, 그들과 닮으려고 하는 마음이 트렌드를 쫓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트렌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기술의 발전과 운송과 여행수단의 변화에 힘입어 트렌드의 변화는 빠르고 점차 더 짧은 모습을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모방과 위조, 인터넷과 인쇄 매체 에 의해 그 속도는 더 가속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렌드 결정자가 얼마나 변화를 많은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그리고 트렌드 추종자와 주류 소비자들이 그들을 얼마나 따를 것인가가 우선될 뿐, 가속 수단들은 차후의 이야기라며 가까운 미래에 트렌드의 패턴은 지금보다 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이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트렌드의 시작은 스타나 유명인과 같은 소수의 트렌드 결정자들에 시작되고, 언론은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돕고, 보수적 소비자에게까지 수용될 때 트렌드는 생명을 다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금도 수많은 트렌드가 생겨나는데, 이는 트렌드 결정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이미 알고 있는 유행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약간 힘이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의 경우일 뿐, 제품의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소비자들의 외형과 소비성향을 꾸준히 파악한다면 트렌드의 진행정도를 감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수동적으로 어디에서 왔는지 조차 모르고 막연히 따라가야만 하는 흐름으로만 여겨졌던 '트렌드'에 대해 이 책은 트렌드가 유행과는 어떻게 다르고 얼만큼의 생명력과 힘을 지녔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오늘을 시점으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관찰한다면 트렌드의 흐름도 알 수 있겠다하는 느낌을 심어준 책이다. 비슷한 류의 트렌드 관련서인 [마이크로 트렌드],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가 페이스 팝콘의 [클릭 미래속으로]와 같이 현존하는 트렌드와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 경향을 콕 짚어서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은 과연 트렌드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있어서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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