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와 시인들 - 사랑의 이야기
클라우스 틸레 도르만 지음, 정서웅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위인들이 입모아 사랑한 곳, 베네치아를 말하다.
 
 
"모국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은 편견에 가득 차 있다.
여행은 정신의 젊음을 되돌려주는 샘물이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사람이 방랑을 떠나고 변화를 사랑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숨쉬고 살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느끼는 것이 사는 것이다. 하루 종일을 배우고 느끼는, 즉 살아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베네치아Venezia'. 이탈리아 북부 아드리아해 북쪽 해안에 있는 항구도시로 118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곳. 수많은 운하가 있어 곤돌라와 다리를 이용해 교통하는 그곳은 7-8 세기 무렵부터 무역도시로 발전하여 중세 말에는 동지중해의 무역을 독점하기도 했던 곳이다. 산마르코 성당을 대표로 궁전, 박물관 등으로 관광업과 유리 및 섬유 제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한 '베네치아Venezia'를 책으로 여행하였다. 클라우스 틸레-도르만이 쓴 책, [베네치아와 시인들 - 사랑의 이야기] 원제목, Venedig und die Dichter (2004)가 내가 여행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저자의 여행기가 아니다. 물론 저자도 사랑하는 도시지만, 그곳을 사랑하고 찬양한 수많은 세계적인 위인들의 찬양가를 한데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는 괴테, 바이런, 스탕달, 조르주 상드, 마르셀 프루스트, 헨리 제임스, 헤밍웨이를 비롯, 총 스물아홉 명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혹은 사상가들이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체험을 했는지 그들이 남긴 작품이나 기록을 인용하여 지금과 다름없이 베네치아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였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그곳을 사랑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반은 달빛에, 반은 신비한 그림자에 휩싸인 채, 퇴락했지만, 고색창연한 공화국의 집들은 마치 같은 순간에 같은 눈으로 그러한 사건들을 바라보는 듯한 인생을 주었다. 음악 소리가 물 위를 둥심 넘어 들려왔다. 베네치아는 완벽했다." 라며 비꼬길 좋아하고 트집잡기 좋아하는 시대의 괴짜, 마크 트웨인도 그곳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다. 그뿐인가? "이곳은 기이하고도 음흉한 도시야. 이 지점에서 다른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십자말풀이를 푸는 것보다 재미있단 말이야."라며 자신의 소설 [강을 건너 숲속으로]에서 나이 든 대령의 입을 빌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베네치아의 복잡한 지형을 생각했다. 그는 전기 작가 A.E. 하츠너에게 "베네치아의 돌들은 태양빛에서는 작용을 하지 않는다네. 겨울에만 우리는 진정한 베네치아를 보는거야."라며 여러 차례 그곳을 방문했으면서도 여름은 피했다고 한다. 또한 늦은 나이에 만난 여신 뮤즈, 아드리아나 이반치크라는 미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곳도 이곳, 베네치아였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인물들은 이곳에 반해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었다. 그들의 손과 입을 거칠 때마다 베네치아는 동을 터서 해가 질 때까지 모습이 변하는 것처럼 다른 색과 질감으로 표현되었다. 책 속에 숨어 있는 멋진 베네치아의 풍경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릴케가 프로이트를 만나 꽃들이 만발하고 나비가 춤을 추는 아름다운 초원을 즐기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걸었는데, 그 이유는 "이 모든 아름다움이 소멸할 운명이라는 것. 겨울이 오면 사라진다는 것. 인간의 모든 아름다움과 인간이 창조했거나 창조할 아름다움도 그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소멸할 지 모르지만, 살아서 내가 보는 그 세상을 충분히 만끽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영원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네치아의 공기조차 햇살조차 느껴보지 못한 내가 그곳을 사랑하게 되고, 언젠가는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으로 열망하게 된 것은 이 책과 베네치아를 사랑한 위인들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인간의 영원한 노스텔지어는 물이고 바다라 하지만 살아서는 존재할 수 없는 육상생물이 되었기에 그곳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던가. 그런 물 위에 내가 거할 곳이 있다면, 그래서 일생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노스텔지어는 돌아갈 수 없는 곳만은 아닌 것 같다. 수맥水脈 을 따지는 우리가 살만 한 곳인지 확인은 아직 못했지만 말이다. 지금껏 만들어진 것과는 조금 다른 여행지에 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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