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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에 달 - 작은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발견
김은주 글.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자유롭고 소박한 기분 좋음, 그런 그림들과 새콤달콤하면서도 진지한 삶의 성찰이 담긴
진짜배기 ‘생각’들이 여백을 완성하고 있는 이 책이 왠지 쑥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몰래 ‘김은주’라는 여자의 마음속 일기를 훔쳐보고 있는 소년 같은,
혹은 청년 같은 순수함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독히 치열한 삶의 격전장에서 돌아와 모처럼의 나른한 심정으로
따뜻한 차를 옆에 두고 소파에 길게 누워 그간 예사로이 흘려버렸던 내 삶의 정경들을
하나씩 천천히 느린 동작의 장면으로 꼼꼼하게 그러나 느긋하게 살펴보는 시간이랄까?
거기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비로소 나타나
삶의 거름이 되고 방향이 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의 즐거움, 보람, 행복, 진실의 울림들을 주는
바로 긍정의 사유의 얘기가 되어주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 책의 말미인 에필로그를 채운
“ 내가 쓰는 글만큼 나는 강하지 못하다. ~
내가 쓰는 글만큼 나는 용감하지 못하다. ~
내가 쓰는 글만큼 나는 너그럽지 못하다. ~
내가 쓰는 글보다 나는 늘 뒤에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글이 나를 이끈다.”
는 작가 김은주의 고백은 간결하게 압축된 이 글들이
왜 그렇게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으로 다가왔는지,
그 발견한 삶에 내재한 진실의 이야기들에
왜 그렇게 친근감이 들고 애정이 솟구쳤는지를 알게 된다.
가끔 격렬한 삶터에서 돌아와 치열함, 분주함, 소란스러움, 두려움, 공허감, 무력감, 실망감...이런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이 책의 글들과 그림들이 기운을 돋워줄 것 같다.
일상의 소소한 진실들 - 남자와 여자, 사랑, 욕망, 드라마, 여행, 예술, 라면, 선물... -
이 아름답고 풋풋한 사색의 글들이 되어 지친 우리들의 마음에 흰 눈송이처럼 살포시 내려앉는 평온한 마음의 세계를 여기서 보았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난 이글과 그림 뒤에 자주 웅크리고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들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위해, 정말의 생각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