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영원의 상징이다.
시간의 모든 의미를 쓸어버리고
시작의 모든 기억과
끝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파괴한다.         - 마담 스탈

경주하듯 달려야만 하는 일상은 내가 속한 이 사회가 잃어버릴 것을 강요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겨를도 없게 한다. 타인을 향해 진지한 마음, 관심을 보낸다는 것은 어느덧 사치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렸고, 감성 속에서조차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무심하고 냉담한 얼굴을 하고, 경계하며, 대기의 작은 동요에도 화를 내는 성마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누군가를 위해, 모든 생명과 대자연에 사랑 가득한 그윽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태초의 숭고한 감성들을 기억내기 어려운 사람이 된 것이다. 사랑을 얘기하면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된다. 낯설고 기이한 얼굴...,다름 아닌 내 얼굴인지도...

그래서 내 손에 쥐어진 동화 같은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정말 뜻밖이라 할 수 있다. 기억의 저 뒤편으로 사라져 잊고 있던 것, 진정 소중한 것인 사랑하는 법, 삶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를 보게 된 것이다. 버려진 아이들이 수용된 고아원,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아이들만큼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한 이들도 없을 것이다. ‘미셸’의 의지이자 사랑인 소녀‘에리’, 그러나 에리는 어둠의 심연, 코마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실려 가고, 이 상황은 소년 미셸에게는 인정할 수 없는 두려움이 된다. 의술로는 치료할 수 없는 방기의 상태, 그녀의 생명, 심장의 박동은 꺼져 들어가고 있다.

실의에 잠긴 소년에게 다가온 구원의 빛은 열흘 내에 사랑을 상징하는 아홉 개의 별을 가져올 것을 주문한다. 내가 상실한 믿음과 순수성으로는 착수조차 할 수 없는 일일게다. 커다란 잿빛 외투에 작은 몸이 감추어진 소년, 사랑을 간직한 사람들의 옷에서 별을 오려내고, 전쟁 후유증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알프스의 소도시‘슬롱스빌’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이 행위로 흉흉해지기만 한다. 가위를 든 소년, 사랑의 별을 제한된 기간 내에 모으기 위해서는, 언제 멈출지 모르고 약해지기만 하는 에리의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라도 각기 다른 사랑의 별을 모아야 한다. 아홉 개 씩이나 다른 사랑이 있다니, 난 그 사랑의 유형을 상상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낭만적 사랑, 오래 지속되는 사랑,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 우정, 동물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책과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사랑, 자신에 대한 사랑’, 이들 사랑을 온화하게 발산하는 사람들을 오늘의 우리세계에서, 내가 사는 도시에서 구별하고 찾아낼 수 있을까?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생텍쥐베리’의 말은 자기 내면을 보아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백마 탄 왕자, 아름다운 공주는 우리 내면에 살고 있을 뿐인데, 우린 환영을 만들어내고 터무니없는 물질에 정신을 희생시키곤 불행해한다. 맹인과 추녀의 낭만적 사랑에서 허영과 표피에 현혹을 부추기는 몽매한 우리 사회의 온갖 소음들이 더없이 수치스러워진다. 사랑의 별을 오리기 위해 찾아가는 사랑의 형태들에서 이 처럼 사랑의 고귀한 가치들과 숭고함을 목격하게 된다. “사랑은 언제나 불속에 나무를 집어넣는 것”,  그래서 불길을 살리기 위해서 장작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남자는 그저 사랑이 변했다고 말하는 편의성과 단순성의 오늘의 우리들이 망각한 것을 깨우치게 한다. 하나의 편지지 안에도 시간, 공간, 땅, 비, 구름, 태양, 만물, 우리의 모든 정신, 온 우주가 담겨있다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의 인식, 피보다 강하게 연결되는 우정이란 관계 등의 일화들은 하나하나 모두가 깊은 감동을 뿜어낸다.

그러나 모두 모아진 아홉 개의 별, 이것들로 만들어진 심장, 이것만으로 멈추어가는 에리의 생명을 되살릴 수 있을까? 우리의 너무 인색한 사랑한다는 행동과 표현, “사랑해, 에리”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그 간절함의 순간 심장이 멈추어졌던 소녀는 새로운 삶의 생기를 되찾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별 사냥꾼이 된 소년, 미셸이 보여주는, 그리고 그가 실행하는 사랑의 여정 모두가 그렇게 안온하고 아름다운 기운에 휩싸이게 할 수가 없다. 기적 같은 일화에는 늘 사랑의 비밀이 간직되어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나와 우리들 모두가 이 사랑의 어느 한 쪽만이라도 회복하고 품으려고 노력한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어떤 심오한 사회이론과 사상적 세뇌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아홉 개의 사랑 이야기, 이 사랑 이야기를 전했던 걸출한 명인들의 경구와 싯구, 명언들이 또 하나의 장으로 수록되어 사랑 복음서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잃어버렸던 내 한 쪽의 기억들, 감성들이 되 살아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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