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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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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대사회에 대한 비평이론을 하나쯤 접해보지 않은 이들은 없을게다. 베블런의 그 유명한 『유한 계급론』이나, 발터 벤야민,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권력과 욕망을 말하는 이‘건축’이라는 책자의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친숙한 느낌을 준다. 여기저기 수없이 인용되고 각색된 이들의 사상으로 인해 어지간하면 이 책자가 아니어도 숱하게 보아온 논의이기에 그렇다. 구별짓기와 아비투스, 효율적 감시기구인 파놉티콘, 실재를 능가하는 과잉의 이미지 시뮬라시옹 등 굳이 건축전문가가 아니어도 일반 대중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을 관점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건축가의 시선과 학습이 아니면 알 수 없었던 측면들이 인간의 욕망이 투여된 모습으로서의 건축을 특화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상실시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즉,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를 반영하는 한국의 아파트 구조에 대한 사적, 공적영역의 단계별 이행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근대화에 따른 유럽사회 노동자들의 주택구조 진화과정에서 보여 지는 ‘프티 살롱’이나 ‘스몰 팔러(small parlor)'의 사례와 같은 것이다.
결국은 먹고 살만하면 과시하고 싶어 하며, 자신의 부와 권력을 상징화하려는 욕구가 어떠한 형식으로든 반영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성향들이 다채로운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내재화되고, 표현되어 있는지를 해체해 보는 관점이랄 수 있다.

특히, 이 저작의 재미있는 요소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독자들에게 친근한 문학작품을 통한 설명이 그 하나이고, 서양기반의 관점체계에 견주어 한국(동양)의 문화적 기반에 근거한 배경지식을 논의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욕망과 모방소비를 자극하는 수단으로서만 구성되어 있다고 할 만한 백화점의 유래와 공간구성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패션잡화점으로 발전한 프랑스의‘마가젱 드 누보테(magasin de nouveautes)’가 집적되어 이루어진 백화점의 건축적 특징, 그리고 식민지 조선의 남산아래(명동)에 세워진‘미츠코시 백화점’을 묘사한 이상의 시(詩)‘건축무한육면각체-마가젱 드 누보트’로 자연스럽게 근대 한국의 상업용 건축물에 대한 특성을 설명하는 것과 같이 대중 친화적 글쓰기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선녀와 나무꾼의 구전 설화나 경복궁을 비롯한 조선의 성도(城都) 한양의 도시구조를 통한 권력의 상징적 예화에서 오늘날 남향이나 동향과 같은 주택의 방향에까지 미치는 공간과 건축이 품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유연하게 전달한다.
책을 닫는 글 말미에 “건축은 미적 감흥을 주기위한 오브제가 아니라, 기능과 구조를 통해 인간에게 실용성을 주기 위한 도구”로서의 면모를 읽어내기 위해 이 책을 저술하였다는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었다 할 수 있는 재치와 지성을 수월한 언어로 담고 있는 대중용 ‘건축 사회학’저술이라는데 공감한다.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바라보는 건물들이 품고 있는 그 비밀스런 메시지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본연의 의미를 지향하는 인간의 축조물에 대한 바람직한 실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참고】 로툰다(rotonda) ;

고전 건축에서 원형 또는 타원형 평면위에 돔 지붕을 올린 건축물 혹은 내부 공간. 로툰다는 고대 그리스의 톨로스(tholos)에서 비롯되었음. 고대 로마 건축물에서는 124년경에 세운 판테온, 비첸차에 있는 빌라 로툰다, 워싱턴 D.C,소재 미 국회의사당 중앙 홀,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돔이 그 사례로 꼽힌다. [사진: 빌라 로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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