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를 리뷰해주세요.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자는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자유의지’와 ‘대안적 삶의 상식’이라는 관점을 읽어내고 있는 듯하다. 이 땅에서 오랫동안 금서(禁書)로 분류되어 읽히지 못하다가 출간되니, 대중의 호기심은 그칠 줄 모르고, 수없이 다양한 해독(解讀)을 출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청년실업자가 양산되고, 88만원 세대라는 자학적이고 절망적인 호칭이 한 세대를 부르는 명칭에 갈음되며, 현대사회가 조성해 내는 극한 경쟁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거두어버린 황폐해진 인간의 삶으로 인해 체제와 제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은 어쩜 지극히 당연한 성찰 이랄 수 있으며, 이러한 시선이 당해 소설의 읽기를 지배하는 배경이 될 수밖에 없었음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문학이란 것이 의례 그렇듯이 부분이 작품전체를 대변하지도 않으며,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총합이 전체라고만 할 수도 없다. 또한 읽는 이들의 판이한 지식구조와 감성은 무수히 다양한 읽기를 존재케 하며, 구태여 작가의 의도, 작품의 일관된 주제의식이라는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넌센스가 될 수 있다. 

꺽정이 등 칠 두령의 싸움과 친교라는, 만남의 일화들을 통해 “아예 생각 자체를 내려놓고 몸으로 소통하는 기술을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출은 볼셰비키를 연상시키며, 육체노동의 가치가 존중돼야 하나, 정신노동자가 경시되어도 무관하다는 듯 하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낡은 교조적 발상처럼 보인다. 게다가 정규직이라는 조직에 매여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온전히 자유라는 이데올로기만으로 매도하는 극한적 상대주의는 또 다른 파벌과 분리를 야기 시키고, 불필요한 대결주의를 조성하는 신중치 못함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작자는 ‘청석골’이라는 도적 집단체를 하나의 이상적 경제, 사회공동체로서의 컴뮌(Commune)으로 보고 있는듯하다. 더구나 여기서 “조선조 부락공동체의 경제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으나, 선뜻 공감하기가 수월치 않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하버마스’式 ‘부르주아 공론장’으로서의 ‘마을 공동체’, ‘생태 공동체’등 대안 모색이 시민사회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소설 속 청석골을 이러한 대안적 삶의 모델로 보기에는 많은 결여가 존재하고 있음에서이다. 특히나 우정과 의지라는 추상적 개념에 의지하여 수평적 윤리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도 낭만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작자가 주장하듯이 “이 윤리를 능동적으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어디서건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조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세포 조직을 떠 올리게 하고, 대항조직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일는지 모르겠다.

다만, 소설 속 칠 두령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공부가, 학벌이라는 입신양명의 목적 지향적 공부가 아닌 배워서 남 줄 수 있는 , 타인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기꺼워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이어야 한다는 시선은, 삶의 새로운 형식의 창안을 위한 신선한 통찰이랄 수 있다. 또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마이너로서의 새로운 관점, 즉 주류라는 낡은 습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가치를 추구하라는 자존감의 설득은 편협한 물질적 성공주의의 사고를 전환하고 안목을 확장시켜주는 귀한 조언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한편, 이야기의 힘, 우정과 의리, 길에서 터득하는 ‘대자유의 경지’등 시민으로서의 깨어남에 대한 계도적 감상에 더해, “통념을 뒤엎는 반전이 수반”되어 “익숙한 질서를 자유자재로 교란하는 반어와 역설!”, “그 속에서 웃음의 퍼레이드가 펼쳐진다.”는 작품의 소개 글이나, 소설 속 역사적 일화의 한 토막을 빌어 세상을 조롱하는 작가(홍명희)의 시선, 매혹적인 소설의 한 장면을 통한 이해 돕기는 『임꺽정』읽기의 멋진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10冊의 방대한 소설의 개괄을 흥미롭게 읽어 볼 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 소설 임꺽정을 자신의 주체적 시선으로 감상하려는 독자는 전권(全卷)을 직접 완독하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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