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저술은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전복시킨다. 우리들이 당연한 귀결이나 응당 그러해야 한다고 여겼던 도덕적 판단에 대한 본원적 사유를 요구한다. 엄청난 역설이 등장하고 우리들의 결론이 명백히 틀렸음을 입증한다. 삶에서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딜레마에 봉착했을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는 것일까? 나의 생존을 위해서 타인의 희생을 외면하는 행위는 도덕적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제시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반성적이고 사회적인 호기심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이 저술이 함께 사색하고 토론하기를 요구하는 주제들은 충분히 흥미롭다.
나와 친구, 둘이 있는 곳에 곰이 맹렬하게 다가오고 있다. 나는 친구보다 훨씬 빨리 달린다. 내가 도망가면 친구는 사나운 곰에게 잡힐 것이고 그 사이에 나는 완전히 달아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친구를 희생시키고 내가 달아나는 행위는 과연 비난 받을 행위인가? 이는 합리성의 문제로 비친다. 물론 도덕적 판단을 요구하는 합리성과 추론적 사유를 수반한다.

한편, 생태계 보호와 관련하여 멸종의 위기에 있는 ‘긴귀날쥐’라는 동물이 있다고 하자. 긴귀날쥐를 우리는 왜 보호하고 구해야 하는가? 일종의 말장난으로 비칠 수 있는 언어의 정의와 사용에 관한 모호한 우리들의 습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종(種)’을 지칭하는 것인지, 특정상황의 ‘개체’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따라 분명 판단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해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저술의 논의 대상은 어느 하나 쉽게 판단 할 수 있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항상 옳은 결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문제들이 즐비하다. 다만 다양한 사유의 창을 통해 명백한 오류나 그릇된 판단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사회적 논의의 단골 주제인 남녀평등이나 범죄자 인권문제에서, 삶의 가치, 시간, 미적 세계와 현실세계 욕망의 간극에 이르는 철학적 사유의 길을 위트 넘치는 화술로 안내한다.

여자와 남자는 과연 평등할까? “양성 평등에 대한 요구는 이미 양성 모두에게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역할에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본성적인 것, 관심사의 차별은 물론이고 불평등한 대우가 오히려 정당화될 수 있는 요인들이 존재함을 인정케 하고, 근절할 필요가 없는 불평등까지 평등케 하려 하거나, 수적인 평등이 올바르다고 가정해야 하는 이유의 불합리성 등을 예시하여 남녀평등이란 사회적 문제의 의미를 철학적 사색이나 방법을 통해 깊이 있게 성찰하는 기회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잘 알려진 베짱이와 개미의 행동양식을 통해, 겨울에 음식을 구걸하는 베짱이를 도와야 하는가 하는 개미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퍼즐 뿐 아니라 여가와 노동, 무위도식과 생산적 활동이라는 삶의 가치에 대한 사색은 또 다른 의미심장한 생각의 타래를 풀어나가게 한다. 그러나 이 저작의 표제인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의 논리로서 자발적 주체자인 인간의 존중심과 자신의 권익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이기에 그렇다는 결론은 도덕적 상대주의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흡하며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알게 모르게 충돌하는 가치들과 미덕들이 충돌을 일으키는 예는 무진장하다. 서로 다른 가치들 - 자유, 권리, 공평함, 복지, 미덕... - 을 동일한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이 우리에겐 없다. 우린 최선의 판단에 어떻게 도달해야 하는가? 툭하면 내세우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수가 다수결로 내리는 결정은 동전던지기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다. 그들의 특정 주장이 오히려 왜곡과 편향을 개입시킬 뿐이다. 그리곤 고작 도덕성이란 잣대를 들이대지만 이 역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저술은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우리들에게 추론과 논리를 통해 주체적으로 사색하는 법, 세상을 성찰하는 양식을 가르쳐준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인간과 인간사회의 딜레마들을 저자와 함께 따라가는 여정이 내내 즐겁고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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