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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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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만 승자가 되고 모두 다 평범한 패자가 되는 곳, 이 이율배반적인 부조리한 세계, 만연한 구별짓기의 디스토피아, 오늘의 이러한 사회에서 하나의 오점도 없이, 어떠한 마음의 상처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쩜 불가능 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크고 작은 심리적 상흔(傷痕)을 안고, 나름 기억의 저 뒤편으로 몰아내기도 하고, 정면에 맞서 극복하기도 하면서 삶의 권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적응능력을 압도하는 특별한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 트라우마(Trauma)에 대한 본격적이고 대중적인 이 저술은 다친 마음을 부여잡고 신음하는 우리들에게 평화와 신뢰, 안전과 사랑을 향한 지식과 지혜를 제공한다.

 

트라우마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원인과 증상, 집단 트라우마, 그리고 치유책에 이르는 내용을 친밀한 24편의 영화 속 소재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수월한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으로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심리적 도식(scheme)'과 인간의 기억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정서적, 신체감각적, 행동적 기억 등의 생후 바로 활성화되는 내재적 기억시스템과 3세 이후에 발달하는 자신의 경험과 삶에 대한 언어적 기억시스템인 외현적 기억 시스템이나, 부정적인 심리도식을 형성하는 요인들을 생각하면서 유아와 어린아이들의 성장에 부모의 영향이 얼마나 중대한지, 궁극적으로 건강한 사회,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위해서도 부모들을 위한 심리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업을 뒷바라지 하는 양육(養育)의 일반성을 넘어 아이의 내면세계에 대한 헤아림과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부모의 역할, 아이와의 따뜻한 감정교류가 한 인간의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 얼마나 절대적인지 다시금 상기케 된다.

타인에 상처를 주고, 폭력을 휘두르며, 이기적이고 특권의식에 차있는 등 사회를 불신과 갈등, 불안과 공포로 밀어 넣는 무수한 인간들의 배출이 어쩌면 그네들의 무의식속에 내면하는 유아와 아동기의 욕구좌절, 상처, 과잉보호, 무관심, 무시 등, 부모나 가까운 이들로부터의 정서적 학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떠오른다.

무시와 무관심과 방치로 꼭 있어야 할 부모와의 감정교류가 없는 상태, 이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자기위로를 위한 필사적인 에너지의 소실은 인격의 균형 있는 발달을 저해하고, 본원에는‘애착의 상처’라는 기본적 생명유지 체제를 위협할 만큼 치명적 정서손실을 가져온다는 설명은 더더욱 부모들의 아동 성장에 대한 정서적 중요성의 인식을 일깨운다.

한편, 여성들에게 있어 성폭력의 상흔, 특히나 아동기의 불가항력적인 성적 피해로 인한 고통이 평생을 두려움과 공포, 불안으로 삶을 황폐화시키는 것이나, 전쟁터에서 200일에서 240일을 지내게 되면 아무리 용맹스럽고 정신적으로 강한 군인이라도 정신과적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음을 지적하는 것은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장애가 개인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요구로 확대되어야 함으로 이해된다.

복잡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해리성 정체성 장애 등 반복적 트라우마 희생자들의 성장과정과 증상을 비롯해, 한국인의 집단적 트라우마라 할 수 있는 대일(對日)의식, 군대라는 위계조직이 만들어내는 회피하기 어려운 심리적 상처,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소홀히 취급된 부실함을 반복하는 우리의 안일한 사회가 앓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새삼 각성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트라우마에 무관심한 우리사회는 개인과 가족들,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불신과 위협을 심화시키고, 결국 자신밖에 없다는 불신감과 배타적인 생각으로 우리사회를 만연케 하고 있다.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의 위로와 상처의 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 정의의 실현 없이는 우리사회의 진정한 평화와 신뢰, 화합을 이루어내지 못하리라.

조화로운 상호소통과 상호조절의 과정, 사회구성원, 가족간, 동료간 모두 서로 이해받는 다는 느낌, 동질감과 교감, 즉 긍정적 느낌으로 충만한 사회만이 그나마 이 상처뿐인 삶의 작은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사랑은 뇌 기능을 촉진하고, 뇌가 건강하면 사랑을 주고받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능력을 촉진”한다고 한다. 인간 사회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냥 귀 기울여주는 그런 공감이 필요한 세상이다.

저자 김준기 박사의 오늘의 한국인, 한국사회를 위한 손상된 마음들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려는 진정이 느껴지는 저작이다.

“당신이 원하면 뭐든지 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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