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희망이다>를 리뷰해주세요
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공정, 극한경쟁, 소외, 억압, 그리고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는 21세기 오늘의 한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여기에는 현 정권의 비(非)민주주의적 퇴행과 신자유주의 맹신의 경제적 부조리라는 정치경제적 삶은 물론,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아의 탐색, 궁극적인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 사회문화,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환기와 자각에 대한 고뇌가 있다.

 

이 책에 수록된 12인의 담론은 사실 우리들이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성찰, 진단과 분석, 그리고 나름의 결론과 대안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보여주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생태적 상상력과 공동체의 복원, 순환구조가 살아있는 농업으로의 회귀나, 지금의 경제적 공황(恐慌)에 대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만능의 자본주의의 체제적이고 근원적인 한계, 너무도 대중화된 ‘하버마스’의 ‘부르주아 공론장’에 따른 이상적 소통집단의 축조, 이러한 현실적 대안으로서 ‘마을’이라는 우리 농촌사회에 대한 검토, 민주주의를 역진(逆進)시키는 파쇼적 원숭이들의 파렴치에 대해서도 그 이상의 식견을 가진 국민들이 우리사회에는 이미 상당히 축적되어있음에서 출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마 강연과 청자와의 질의응답이라는 구술적 대면의 내용을 문자화하다보니 그 내용의 깊이가 태생적으로 얕아져 심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기에 그런 모양이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세계화란 흐름에 휩쓸려“사회적 자본, 즉 인간관계라고 하는 인생살이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망가진”극심하게 파편화되고 원자화된 개인들의 메마른 삶, 그리고 이를 심화시키는 권력의 독선에 대한 대항적 체제로서 중간 결사체(의료생협, 교육생협)의 활성화나 공동체(Commune)로서 농촌(귀농)의 제시는 민주주의를 살리고 근원적으로 안정적인 삶의 방안이 된다.
출발논리는 이와는 다르지만 ‘우정과 환대의 공간’으로서 “거대 권력 중심의 게임”보다는 “실제 삶의 언어에 신경”을 쓰라는 조언과 함께, 경직된 ‘사냥꾼의 질서’에 익숙한 현실을 탈피하여 안정성과 “공포심 없는 상식적 언어소통이 이루어지는” 기댈 언덕으로 농촌 마을을 ‘하버마스’式  공론장, 즉 민의(民意)의 소통과 큰 여론의 발전장으로의 주장은 보다 심도 있는 대안으로서의 검토과제로 기억된다.

한편, 오늘의 한국인, 나아가 현대인들의 ‘불안’에 대한 정신의학적 성찰을 통해 자기대면이라는 자신의 에너지 방향에 대한 인지(認知)와 현실에 대한 충실성의 교훈은 돈과 학벌과 같이 왜곡된 삶의 가치에 경도된 사람들에게 자아회복의 길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미시(微示)적 검토와 아울러, 경제적 삶의 대안으로서 “공공목적을 기업 방식으로 실현”하는 ‘아름다운 재단’의 ‘아름다운 커피’, 수익전액을 기부하는‘러그마크(Rugmark)'와 같은‘사회적 기업’에 대한 제시는 21세기적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여준다.

 

끝으로 안타깝지만 독립운동의 부인(否認), 친일파의 건국유공자 둔갑, 분단현실의 불인정을 내용으로 하는 현 정부의 1945.8.15이 아닌‘1948.8.15’의‘건국절’지정과 같은 악질적인 민주주의 역진적 행위에 대한 현대사의 왜곡은 이 정부의 부도덕성과 비민주주의적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 생태분야에 이르는 12인의 오늘의 한국에 대한 진단과 해석, 그리고 보다 낳은 삶을 위한 대안의 모색은 작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때론 전면적이고 전복적인 상상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회정의와 공정성이 비어있는 이 정권의 파렴치함과 명령하는 사회, 경쟁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 그래서 비판적 사고가 상실되고 호혜(互惠)의 감각을 잃어버려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과 사회, 바로 이러한 오늘의 우리들의 미래와 희망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소박한, 그러나 귀 기울여 경청할 이야기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 깨어있기를, 그리고 새로이 깨어나기를 기대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