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간학 -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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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어떠한 형태이든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사람은 소속이 된다. 작게는 가정에서, 직장, 단체, 학교, 정부조직, 그리고 국제기구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무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또한, 동료 사이에서, 상사와 부하로서, 조직의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란 어떠한 것인가?

저자는 유가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5가지 덕목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기본 이념으로 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익히 인지하고 있는 삼강(三綱)과 오륜(五倫)을 덧대어 중국 고대사회로부터 근대 봉건국가인 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인물들을 통한 인간다움의 실체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 오대(晩唐五代)시기, 관료사회의 오뚝이라 불리는 수치를 모르는 인간의 전형인 ‘풍도(馮道)’를 통해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이야기할 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럴듯한 명분을 통해 국무총리직을 몇 차례나 맡았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이와는 달리 중국 역사에 공과 훌륭한 사상, 그리고 품덕으로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청대의 ‘증국번’은 모택동의『강당록(講堂錄)』에서 언급 하였듯이 ‘완벽한 인물’의 표상으로 소개되고 있다. “잠이 덜 깼어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으려면 항상 긴장 할 필요가 있다”는 근면성과 수많은 곤경과 위기상황의 인내, 그리고 끈기와 가장 중요한 미덕이었던 ‘분배의 실천’을 그의 인간다움의 최고 선(善)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자신의 성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줄 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청대 최고의 군사력과 재화, 학덕을 갖춘 이가 자신의 힘을 나누기란 수월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부재를 생각할 때 남의 나라의 성인이 괜스레 부러워진다.

‘일일삼과(一日三過)’라는 유명한 고사(古事)의 주인공인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황제 경공과 재상이었던 ‘안영’의 일화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겸양과 덕목, 그리고 충신이 품어야할 인의(仁義)에 대한 귀중한 예이다. “인의는 맹목적 너그러움과 의로움이 아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용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황제에게 귀에 거슬리는 직언을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시대였다. 안영의 매일 세 차례에 걸친 황제의 불의에 대한 꾸짖음은 진정 의로움만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 시종일관 청렴과 훌륭한 품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가히 군자의 자세이다.

 

의리(義理), 의협심(義俠心), 청빈(淸貧), 강직함을 큰 목소리로 부르짖으면 비웃음을 흘려대는 것이 오늘의 우리 모습이다. 상사를 모함하고, 동료를 시기하고, 부하를 억압하며, 자기가 하는 것은 작은 부정이라고, 아니 떡 값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정상적인 삶의 자세가 되어버렸을 정도이다. 올 곧은 청렴의 태도는 오히려 융통성 없는 뒤떨어진 인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렁청진(冷成金)’의 이야기는 현실 모르는 뒷방 늙은이의 부질없는 옛이야기에 불과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의 옛날 이야기는 21세기 비즈니스 세계의 최첨단을 걷는 조직전략을 품고 있기도 하다. “신하를 벗으로 대하라” 이제 기업조직은 상하의 수직적 의사소통으로서는 단속적이고 급격한 진보가 몰아치는 오늘에, 생존하기 불가능한 조직체계가 되어가고 있다. ‘파트너쉽(Partnership)’이라는 상하가 대등한 역량관계를 기초로 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이다.

또한 “CEO인간학”이라는 부제와 같이 기업,단체,국가등 조직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도량들이 사기, 삼국지등 걸출한 중국의 사료(史料)속에 감추어졌던 일화들을 발굴해 오늘의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전달해주고 있다. 부하인 인재의 마음을 살피고, 신의로 대하면 충성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는가!,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을 수하에 두기위해서는 넉넉한 도량이 우선되는 자질일 것이다.
유능한 인재에게는 그 만큼 무거운 책무를 위임하라, “커다란 배는 많은 물건을 실을 수 있다고” 수나라 시절 황제 양견이 재상 소위를 시기하는 무리에게 타이르며 한 말이다.

이 저작(著作)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권을 아우르는 유교의 뿌리에 연원을 두고 있다. 특히나 조선조를 되돌아볼 때 유교의 폐해와 구태의연함이 없지 않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우리 사회가 건전한 처세, 투명하고 청명한 삶을 추구함에는 변함이 없지 않은가? 틀에 박힌 진부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만물의 본질로부터 깊이 있는 오묘한 이치를 이끌어내는데 참 맛을 일깨워 줄 것이며, 또한 천차만별의 문제를 처리할 때 삼국지 이상의 모략과 음모, 즉 이해관계의 즉흥성 높은 탄력적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인술(仁術)의 정치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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