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 제1회 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소설 공모 당선작
우영창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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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달래려고 부딪는 세상에서 우린 항상 외롭고 고독하다. 스스로 펼쳐놓은 욕망을 향해 내닫지만 그곳 어디에서도 우린 어떤 충족의 대단원을 맞이하지 못한다.

도심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고층빌딩의 허영과 그 공간속에 살아가는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허위와 탐욕스러움이 끈적거릴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나는 그리고 싶었습니다. 자본의 두려운 유혹과 문명의 음울한 매혹, 명멸하는 숫자와 기름띠 같은 네온에 떠오르는 익명의 존재들을요.”하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 ‘맹소해’는 이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유혹에 시종 몸을 떨어댄다. 31세의 증권사 영업 대리라는 그녀의 직함은 자본을 쫓는 우리들의 다른 이름이다.

동성(同性)과의 애욕, 직장상사와의 정사(情事), 그러나 결코 쓸려가지 않는 공허함과 결핍의 그 무원한 고독, 그리곤 그 허영의 공간에서 마주한 남자, 그와 같이하는 섹스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운 쾌락, 다시 시선을 돌리면 허위와 기만으로 그득 찬 자본시장의 온갖 추물이 넘실대고 그 과실(果實)을 따먹는 인간들의 비어버린 가슴을 바라보게 된다.

진정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인물들로 가득 차있다. 모두 자기 연민에 훌쩍이고 자아실현이란 이상한 구호에 매어있는 에고이스트들뿐이다. 우리의 깨어있는 의식은 어느덧 감각적 황홀함에만 반응하는 구조로 변해있다. 발가락을 핥고, 성기를 입에 넣고, 축축이 젖어오는 아랫도리의 진저리에 순간적 만족의 소리를 질러댄다. 그리고는 다시 찾아오는 의식의 공백에 고독이라는 영혼의 흐느낌을 부둥켜안고 자신을 어루만진다.

무수하고 다양한 인간관계의 연속에서도 그리고 그 복잡다기한 화려하게 윤색된 도시의 휘황찬란한 문명에서도, 끝없이 추구하는 재화의 축적에도 우린 부족한 그 무엇으로 허기져한다. 돈으로 지탱되는 삶속에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는 도덕적 허위, 부자의 허영으로 치부된다. 이렇듯 이 작품에서 과제의 해결의식을 찾을 수는 없다. 작가가 풀어헤치고 싶은 무수한 문제의식만 무성하다. 작가의 과욕으로 작품의 구성은 산만하고 소설적 요소의 결여가 무슨 실험 작품인 냥 지루하게 펼쳐진다.

사랑도 이기적이기만 해서 궁극의 구원이 사랑이 되지도 못한다. 끓어오르는 정염(情炎)의 속성만 자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순간적이다. 자본과 욕망의 연결, 하늘다리는 그 허영  만큼이나 속되다. 작가는 이 만큼이나 진실하지 못하다. 맹소해로부터 어떠한 인간의 진정성도 읽을 수가 없다. 사람의 내면이 이렇게 조작되고 인위적이기만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쏟아내고 싶은 무수한 언어들의 과잉이 만들어낸 부조화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새로운 시도에 작은 위안을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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