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귓속말이 떨어져 새들의 식사가 되었다 걷는사람 시인선 62
편무석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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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추상화를 그린다.
“지평선을 당기던 소녀의 눈물에
떠내려온 몸이 어린 아침이었다” 51 <꿈에>
애초에 시인의 목표는 묘사가 아닐 것이다.
표현에 주안을 두었지, 전달에는 무관심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관형어가 남발되는데, 수식의 대상이 분명치 않은 문장이 너무나 잦아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난다는 것은
자신을 먼 곳으로 보내
낯설게 바라보는
가까이하기 어려워
깊이 모를 외로움을 쓰는
항로가 된 그리움“ 61 <격결비열도>

쉼표나 마침표도 거의 쓰지 않는다. 읊조려 봤을까. 얼마나 안 읽히는지. 그렇다고 머릿속에 뭔가가 그림처럼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딴 책을 보다가 전철 시간이 닥쳐 급하게 펼치고 넘긴 쪽이 딱 두 쪽인데, 거기에 낚였다.

“하얗게 가라앉는
밀물 진 울음에
또르르 구르는
눈부처” 41 <목련>

“물고기들이 파닥거리며
제 그림자를 밟고 있다” 49 <풍경風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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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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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을
끝나지 않는
지긋지긋한 겨울을
나고 있다.
오빠를 잃은 가족이 전쟁통 서울에서 생존하는 이야기인데
미군에 빌붙어 살아야하는 서술자의 역겨움과 가족의 고통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가운데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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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걷는사람 다;시 1
안현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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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하다
발랄하고.
시집에 담긴 시간이 꽤 길다.
고졸 습작생에서 낳은 아이가 시를 써 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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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 청색시선 1
송재학 지음 / 청색종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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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다른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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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식량 문학동네 시집 98
박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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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무렵 시인이 돌아가신 뒤에 나온 시집인데
시집에 유고시집이란 말이 없다.
삼삼하다 싶을 정도로 기교 없이 담백한 시어를 쓴다.
간암으로 급작스레 가셨다는데
죽음을 예고하는 시들이 꽤 있다.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고 슬그머니 가기 참 좋은 때인 것 같다”

구수한 달관도 있고.

“머 쬐끔 본 것 갖고 입 싸게 나불댈 거시 아니라 그윽허게 바라만 보는 거시 좋것드란 말이어라우•••••• 인제사 포도시 보일똥 말똥 허는 세월인디••••••”

무엇보다 봄이 오는 길목에
반동의 세력들이 준동하는 이때
조금 위로가 되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아직 그들이 계획하는 최후의 일격이 남아 있다는 정보지만 대세를 그르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로 화망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진군만 하면 된다.
가는 곳마다 불을 놓아라.
지나는 마을마다 샅샅이 꽃불을 놓아라.
주민들은 우리를 환영할 것이다.
의기양양한 우리를 맞으며 그들도 따라 양양해질 것이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 매화꽃 전쟁

아따 인자 쫌 팡기요 잘 놀았소 인자 가야 쓰겄소 붙들지들 마쇼 자꾸 붙들어싸면 구천 떠도는 구신 된당게라우 인자 대충 허고 갈랑게(어~노 어~어~노~야 어나리 엉~차 어 ~어~허) 잘 놀다 가요 참말로 고맙소 이리 허벌나게 혀줘 서 뭐라 헐 말이 없소 잘들 계시쇼 잘들 사시게라우 먼저 가요(어~노 어~어~노~야 어나리 엉~차 어~어~허이~ 어~노......)

백모란 지던 시절
그 시절 시들듯 시들어갔네
꽃 같던 모습
뚝뚝 지는 꽃처럼
빗방울 후드득 떨어지고
하늘은 다시 맑았네
뒷산 불던 바람 자연하고
흰 구름 둥둥 여여하였네

그 시절 시들듯 그도 시들어갔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
꽃잎만 한 잎
뚝! 떨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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