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식량 문학동네 시집 98
박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갑 무렵 시인이 돌아가신 뒤에 나온 시집인데
시집에 유고시집이란 말이 없다.
삼삼하다 싶을 정도로 기교 없이 담백한 시어를 쓴다.
간암으로 급작스레 가셨다는데
죽음을 예고하는 시들이 꽤 있다.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고 슬그머니 가기 참 좋은 때인 것 같다”

구수한 달관도 있고.

“머 쬐끔 본 것 갖고 입 싸게 나불댈 거시 아니라 그윽허게 바라만 보는 거시 좋것드란 말이어라우•••••• 인제사 포도시 보일똥 말똥 허는 세월인디••••••”

무엇보다 봄이 오는 길목에
반동의 세력들이 준동하는 이때
조금 위로가 되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아직 그들이 계획하는 최후의 일격이 남아 있다는 정보지만 대세를 그르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로 화망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진군만 하면 된다.
가는 곳마다 불을 놓아라.
지나는 마을마다 샅샅이 꽃불을 놓아라.
주민들은 우리를 환영할 것이다.
의기양양한 우리를 맞으며 그들도 따라 양양해질 것이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 매화꽃 전쟁

아따 인자 쫌 팡기요 잘 놀았소 인자 가야 쓰겄소 붙들지들 마쇼 자꾸 붙들어싸면 구천 떠도는 구신 된당게라우 인자 대충 허고 갈랑게(어~노 어~어~노~야 어나리 엉~차 어 ~어~허) 잘 놀다 가요 참말로 고맙소 이리 허벌나게 혀줘 서 뭐라 헐 말이 없소 잘들 계시쇼 잘들 사시게라우 먼저 가요(어~노 어~어~노~야 어나리 엉~차 어~어~허이~ 어~노......)

백모란 지던 시절
그 시절 시들듯 시들어갔네
꽃 같던 모습
뚝뚝 지는 꽃처럼
빗방울 후드득 떨어지고
하늘은 다시 맑았네
뒷산 불던 바람 자연하고
흰 구름 둥둥 여여하였네

그 시절 시들듯 그도 시들어갔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
꽃잎만 한 잎
뚝! 떨어졌을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