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옆 얼굴 문학과지성 시인선 35
이하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4년 10월
평점 :
품절


1984년에 나온 시집이다.
질식할 것만 같은, 부정하고 부도한 것들의 압제가 당연한 일상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에겐.
그러나 2026년에 그 시절을 얘기하자니 아득해진다.
국민학교 2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10년을 주공 공무원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고향이라 할 수 있을 텐데 20세기의 고향이 대개 그렇듯 이미 재개발되었고, 남은 사람도 없다. 희미한 옛 고향의 그림자라도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옆집 가부장이 안기부 직원이었다. 동네 주민들이 좋은 때 가족끼리 모여 화엄사도 가고 무등산도 가곤 했는데, 그집은 같이 가지 않았다. 왜 그런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시대에 대한 이해 같은 것이다.

이 시집에는 노골적일 수 없으니(여차하면 끌려가므로) 상징적으로 묘사적으로 알레고리로 희미하게 그려낸 굴종이 낭패가 질식이 자기검열이 가득하다. 욕구 불만과 극적 제시로 드러난다. 조금의 희망도 풀 한 포기의 싱그러움도 없다. 당연히 그렇다. 1984년이다.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다“
”고개 수그린다, 불꽃 이글거리는
눈만 차갑게 치켜뜬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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