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선숙 옮김 / 더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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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하다.

제1라운드 식물 대 식물
타감작용이란 게 있다. 서로 느낀다는 뜻인데, 주로 간섭이다. 뿌리에서 화학물질을 내뿜어 서로 싸운다. 소나무 주변에는 딴 푸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런데 들에 가을이면 활개를 치는 풀인 양미역취 얘기가 재밌다. 원산지 미국에서 양미역취는 1미터가 채 되지 않으며, 가을의 들판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기승을 부린다고 보기는커녕 양미역취가 피는 초원의 자연을 지키려고 보호 활동까지 할 정도다. 그러나 도입된 일본과 한국에서는 2-3미터에 이르기도 하는 괴물이 되었다. 양미역취가 타감작용으로 뿜어낸 화학물질에 토박이 푸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서란다. 그런데 양미역취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양미역취는 미국에서 딴 식물들과 타감작용의 균형을 이루고 살아보기만 했지, 저 혼자 독점해 본 적이 없는 터라 자기 화학물질에 자기가 당하는 ‘자가 중독‘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부의 적절한 자극이 없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과 비슷한 기제다.

제2라운드 식물 대 환경
CSR! 식물의 생존 전략을 세 개로 나눈 것이다. 경쟁, 스트레스 저항성, 교란 내성이다.
번역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간단하다.
서로 경쟁하는 데 힘을 쏟아 강자가 되는 것, 극한의 상황에 저항하는 것,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지는 식물들이 경쟁을 피해 뒷 두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물 없고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에서 사는 선인장이 딴 식물과의 경쟁하는 힘이 약해서 사막으로 갔다는 얘기다. 역시 오만가지 돌출 변수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는 잡초가 경쟁에서 약자라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 약한 것이 강한 것이 된다. 강한 놈들은 다만, 상황이 좋을 때만을 택한 것일 뿐이란다.
버티고 있으면 된다. 시들지 않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준비해야 한다.

잡초의 전략을 한마디로 말하면 ‘역경을 기회로 이용한다.’라고 할 수 있다. 잡초에게 역경은 견뎌야 하는 시련도, 극복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역경을 이용하여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잡초에 깃든 혼의 참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씨앗은 땅속에 있으므로 햇빛이 있으면 싹을 틔우지 못한다. 반대로 잡초 씨는 햇볕을 쬐면 싹이 트는 성질이 있는 것이 많다.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잡초 씨는 땅속에서 발아할 기회를 기다린다. 잡초를 뽑으면 땅이 뒤집혀 종자가 햇빛을 받게 된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인간이 잡초를 뽑아 주위 식물이 없어졌음을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잡초 씨는 이때를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앞다퉈 싹을 틔운다. 즉, 잡초를 뽑는 인간의 행동이 잡초의 발아를 유도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잡초를 뽑으면 잡초가 오히려 늘어나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선인장과 잡초에는 강하다는 인상이 있지만, 그것은 악조건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선인장과 잡초는 다른 식물과의 경쟁을 피하는 약한 식물이다.
경쟁력이 없어서 경쟁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아니다. 약한 식물이 선택한 그곳에는 강한 식물은 자랄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을 상대로 한 싸움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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