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 - 이광희가 들려주는
이광희 글.사진 / 나무와숲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풀꽃을 들여다보는 게 취미인 사람, 풀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 산속에 홀로 있어도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은 사람, 나무와 풀꽃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 도의원이 된 후에도 충북도청까지 매일 걸어서 출근했던 사람.

 

 

  동네 거리와 사람들도 매일 출근시간에 보았지만 풀꽃들도 보았고, 그렇게 2년가량 보아 왔던 풀꽃들을 SNS에 올리고 고성인터넷신문에도 연재를 하고 그렇게 시작하여 책으로까지 나오게 된 사연이 담긴 책이다.

 

 

  3월 첫째주, 봄이 오는 개암나무와 큰개불알풀부터 시작해서 11월 첫째주 겨우살이 준비를 시작하는 개량종 국화와 김장 무, 그리고 이고들빼기와 억새까지 봄부터 늦가을까지 옴팡지게 계절을 오고가며 또 계절을 보내며, 맞이하며 우리네 계절과 함께 길 가의 풀꽃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고 그 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는 시간이 소박하게 담겨 있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지나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꽃이나 푸른 잎들을 보자면, 그저 예쁘구나. 그렇게 맞이하고 그렇게 보내버렸던 수많은 풀꽃들의 이야기들은 이 책에서의 저자는 그냥 그 싱그러움들을 그냥 보내버리지 않고, 한참 동안을 살피고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풀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 이야기를 옴팡지게 담아내었다. 발빝에서 아주 작고 앙증맞게 피어오르는 봄까치꽃, 바로 바로 큰개물알풀을 반갑게 맞이하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시골 논이나 밭둑에 지천으로 피었었던 꽃인데. 이름도 몰라서 그냥 들꽃이라 부르던, 봄까치꽃, 남녘에는 이른 봄, 서울에는 아직도 겨울일 그 무렵에 지천으로 논둑, 밭둑에 깔려 있었던 보라색인듯 남색인듯한 도라지 꽃 같기도 했던 그 꽃 이름을 알아서 그냥 다행이라는 생각만을 해본다. 이른봄에 피는 광대나물은 생명력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 광대나물은 곤충들이 꽃가루를 운반해 가루받이를 하는 충매화라고 한다. 개미들이 좋아하는 씨앗을 만들어 여기저기 퍼뜨릴 수 있도록 한다는데 작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광대나물은 일년 내내 피고 지는 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만날 수 있는 보리수. '뜰보리수' 산에서 만나는 보리수나무 열매를 시골에서는 '뽀리똥'이라고 했었는데 그 작은 열매가 입안에 넣으면 참으로 달콤하면서 약간 떫은 맛도 났었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 '뽀리똥' 꽃도 무척이나 작아서 제대로 구경도 못해봤는데 이 책에서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잘 보인다.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뜰보리수'꽃을. 그러고 보니 졸참나무 꽃도 처음 보는 것 같은 것은, 풀꽃을 좋아해서 자세히 본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겠지.

 

  법정 스님은 "우리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에 꽃다운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는데, 저자인 이광희님의 마음속에는 꽃다운 요소가 참으로 많이 깃들어 있나보다.

 

 

 

 

2015.1.29.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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