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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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창조하는 첩경이라지. 채한수님의 동양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사랑으로 채워진 2000~300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어 제나라 환공을 필두로 춘추오패, 그 후 전개된 전국칠웅의 끝없는 전쟁과 혼란기를 거쳐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까지 장장 550년간의 기나긴 세월, 전쟁으로 날이 밝고 해가 저물던 피로 물든 그 하늘과 땅 그 속에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 허우적 거릴 때, 난세에는 특출한 인재가 등장하는 법이라 했던가 노자와 공자가 출현한 이래 지금의 중국 그 땅에서는 수많은 인물들이 잇달아 태어나 각양각색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익히 우리에게 더 쉽게 다가온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질감은 같은 문화권이 아니기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나 우리는 그리스신화에서 서양철학을 먼저 접하였다. 동양철학은 아직까지는 너무나도 어렵다는 인식이 먼저였기에 쉽게 다가서기에 사실 아직까지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동양고전 연구가 채한수님의 30여년의 고민속에서 건져올린 고전의 본 모습을 옆에서 수천년이 현자들과의 대화를 듣는 듯한 그런 줄거리 속에 아주 쉽게 빠져들어가게 된다.

 

 

그리스 철학에서 만났던 모습과 탈무드에서 만났던 모습과는 색다른 동양의 철학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음은 원석을 다듬는 심정으로 원전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그 내용 자체를 변형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상상력을 조금 더해 윤색해보았던 그 의도가 있었기에, 원전을 독해할 만큼 충분하지 않은 한문 역량을 실토하면서 또한 그의 의도가 고전을 살리려다가 오히려 더 빨리 죽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과 함께 전문 학자들의 질책을 달게 받음을 기꺼이 감수하였던 그 진실함이 있었기에 동양고전의 새로운 묘미를 이 책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을거라 생각해본다.

 

오왕의 벗인 안불의의 이야기를 보건데, 자신의 재주를 뽐내고 싶은 원숭이 한마리로 인해 놀림감이 된 오왕은 부아가 치밀어 시종들에게 활을 쏘아 맞히도록 했으며, 오왕을 피해 달아나지 않은 원숭이 한 마리는 그 화살들을 보란듯이 잡아 낚아채고 피했지만 동시에 수 많은 화살들이 쏟아지자 결국은 피하지 못하고 그 화살에 맞아 나무에서 떨어져 죽게 된 모습을 보면서 오왕이 했던 말 "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놈이 재주를 자랑하며 자신의 민첩함만 믿고 오만하게 굴다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자업자득이 아니겠나?" 라며 말하는 오왕을 보며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던 안불의는 그가 그러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안불의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동오라는 이름난 현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심신을 수양했으며 벼슬길에 있을 때의 오만함과 방약무인한 건방진 태도등 권력에 빌붙어서 굽실거리느 비루함 같은 것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변신하여 훌륭한 인품을 드러낸 안불의를 온 나라 사람들이 그를 칭송했다고 함은 현실의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이다. 이야기 한 토막에서는 과거의 수 천년의 세월을 단숨에 그 장소에 나를 데려놓았다가 해설로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그런 과정이 반복된다. 장석의 묘기에서도 만날 수 있듯이 장석과 함께했던 영 사람이 죽고 나자 도끼 놀리는 솜씨가 귀신같다고 했던 장석은 자신의 재주가 더 이상 묘기가 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명가(논리학파)에 속하는 현실주의자였던 혜자가 죽은 후, 장석과 마찬가지로 장자의 여유, 해학, 유유자적함도 혜자의 송곳 같은 논리를 잃고 말았으니 어디에 그 능청을 떨겠는가...라며 혼자말을 하였던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어렵게만 생각해오던 고전들이 그 고전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보다 더 쉽게 우리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고민하는 흔적들을 이렇게 만날 수 있음은 고전에 대한 갈망이 아직도 뜨겁기 때문일것이다.

 

 

2014.4.6.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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