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 시대를 품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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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보다 연한 심성을 타고나 한세상 먹구름에 가려진 밝은 해를 보려고 몸부림을 치다 까맣게 타버린 가슴을 뜨거운 눈물로 녹여내고 차가운 한(恨)으로 담금질하면서 자신의 삶에 당당히 대면한 여인들이 있다.
 
유교적인 가치관이 점차 사회에 뿌리를 내려가는 시기에 유가 가문에 태어났지만 이러한 시대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신의 재능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사임당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천인합일(天人合一)에 근거를 둔 농경 사회를 지탱해주는 사상이었기에 농사를 짓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족제와 가부장제를 선호함으로 남아를 선호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고 있을 때에 살아간 허초희는 시대의 조류에도 불구하고 허씨 가문에서 허락해준 시문 교육을 받고 자유롭게 성장함과 더불어 영민함이 남편 김성립의 질투를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일까 허초의의 어린시절은 행복했으나, 결혼 후에 김성립과의 결혼생활은 너무나 불행했으며 설상가상 유교적인 사상으로 살아온 시어머니와의 불화로 인해 더더욱 힘든 삶을 살았으며 두 아이를 잃고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을 당했을 때도 허초희에게는 마지막 위로가 되었던 것은 그의 문학적인 시세계였으니 그의 어버이같은 오빠 허봉의 죽음과 친정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더더욱 문학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결국은 스무일곱해를 넘기지 못하고 홀연히 떠나버리게 되었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조선의 여인들이 가졌던 그 한(恨)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남자의 삶에 많은 부분 속해있었던 여자의 삶이란것이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의 전부를 걸고서라도 거대한 운명의 파도를 담대히 맞섰지만 가혹한 현실 앞에 안타깝게도 생의 끈을 놓아버려야만 했던 일들이 시리도록 마음이 아파왔다. 어쩔 수 없이 시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그 모습이 이토록 아리게 다가왔던 것이 내가 여자이기때문일것이다. 그래도 힘들게 여인으로 태어난 죄(?)를 묻지 아니하고 시대에 순종하며 살았던 많은 여인들이 있었지만 시대를 품기 위해 또 다른 많은 노력들을 온 몸으로 맞이하면서 문학의 세계, 예술의 세계를 이끌어 갔던 여인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그녀들의 강인한 모습들로 인해 기록과 대우적인 차원에서도 너무나 빈약한 조선시대라는 특성을 벗어나 우리들에게 삶으로 작품으로 현대인들에게 감동과 도전의 기록을 남겨주게 된것이리라. 시대를 온 몸으로 맞서 여인들의 삶을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노력한 여인들의 큰 노력이 감동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리고 그 기록들의 작은 조각들을 모아 모아서 이렇게나마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을 엮어주신 이은식 교수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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