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 보고서 큰숲동화 9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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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개들은 참으로 순박했다. 우주 최강의 전사 뽈라의 눈이 부드럽게 개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아냐?”

“뭘? 대장?”

“인간보다도, 대장이라고 불리는 나보다도, 너희들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개들이 눈만 끔뻑거렸다.

“모르겠어, 대장.”

함장은 미소 지었다.

기억해 둬, 자기 자신이 가장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

내일이면 다시 몰 볼 지구의 개들에게 함장은 꼭 말해 두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말라고, 개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함장은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p.161)


외계 은하를 탐사하기 위해 순조롭게 워프 항해중이던 첨단 우주선 이끄르 호.

갑작스레 초신성 폭발이라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지구로 불시착을 하게 된다. 연구와 탐사를 책임지는 우리치 박사와 루까 항해사, 우주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뽈라 함장, 그리고 인공 지능 쮸비까지. 

탈출정을 타고 지구로 무사히 탈출을 하긴 했지만 이끄르 호 폭발의 여파가 계산보다 훨씬 컸던 탓에 그 충격으로 링크가 끊어져 이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착륙하게 되는데...

재활용센터의 플라스틱 더미에 혼자 착륙한 뽈라함장과 달리 야산의 숲 안쪽에 함께 착륙한 루까와 우리치 박사. 박사는 탈출정을 나오자마자 행성문명 연구자답게 새로운 생태를 접한 흥분에 들떠 쮸비로부터 전송된 자료들을 검토하여 인간이라고 부르는 생명체들이 이 문명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정보를 기반으로 종잡을 수 없는 지구에 관심을 가지며 빨리 함장님을 만나 나끄로 귀환할 계획을 세우자고 말하는 루까의 의견은 흘려듣고 인간을 근접 관찰 해야겠다고 판단한다.

일단 우주선에서 내리게 되면 탐사에 관한 모든 권한은 박사에게 넘어가고 함장도 여기에는 관여 할 수 없기에 이들은 구조되기 전까지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로 한다.

이 책의 상상력은 정말 끝이 없다. 보통 외계 생명체라고 하면 이티를 떠올리거나 로봇같은 것들을 떠올리고는 하는데 이 나끄인들은 희안하게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과 매우 똑같이 닮아있다.

지구에 불시착 해서도 우주의 모든 언어를 전부 통역해 주는 외계음성통역기로 사람이나 동물 등 그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음식물을 섭취해서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우리와 달리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태양으로부터 공급을 받아 식물처럼 햇빛,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 너무 기발한 상상력에 혀를 두를 정도.

 

지구인들보다 몇 배는 앞선 문명을 가졌다는 이들이 지구인들을 관찰하기 위해 자신과 닮은 동물을 흉내내며 연습하고, 털이 깎이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연구를 위해 꾹 참는 이들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크나큰 웃음을 선사해준다. 그와 반대로 처음엔 서로 티격태격 다투기도 했지만 점점 서로를 배려하는 뽈라 함장과 재활용센터 박사장이 나눈 진한 우정은 우리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초신성 폭발, 워프, 중력, 광합성, 세포등 아직 우리 아이가 배우지 못한 어려운 단어들이 시작부터 즐비하게 등장해서 혹시나 아이가 지루해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나의 우려는 날려버리고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다 읽어냈다. 감동과 재미가 골고루 어우려져 읽는 시간 내내 지루하기보다는 그 만큼 책 속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엄마로써 너무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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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
마티아스 드뷔로 지음, 김수영 옮김 / 필로소픽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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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단 마치고 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만드는 게 바로 여행이다.

-사샤 기트리-

​세계 여행을 하고 온 사람은

대화를 15분 더 끌려한다.

-쥘 르나르-

 

 

 

나는 사람을 여행합니다


‘​나는 풍경 속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를 여행하는 것이다’라고 선포하며 타인을 향한 갈증을 부르짖어라. 당신이 여행을 떠나는 본래 의도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건축물의 메마른 석회암보다 인간의 손길을 더 좋아해야 진정한 여행자 아니겠는가. 여행지에 흠뻑 빠진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p.43)


사진이 곧 당신의 여행이다

백문이 불여일사진. 이미지 하나가 천 마디 말보다 강하다. 여행 사진은 적어도 1만 장은 찍어 와야 하고, 1만 장이 안 된다면 그 여행은 완결되지 않았다고 봐도 좋다. 여행지마다 사진 쓰나미를 일으켜라. (p.104)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깨달았다

당신의 인생을, 그리고 당신이 일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어버린 여행에 대해 길게 떠들어라. 결코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당신의 특별한 여행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여행은 당신을 바꾼 게 아니다.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드러내주었을 뿐이다. 

(p.142)

 

 

 

​근사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란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여행 입담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루한 이야기로 짜증나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며 여행 이야기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말하기도 하고 이미 들은 이야기를 새것인것 마냥 귀에 딱지가 앉도록 쉼없이 떠들어댄다.  

여행은 돈과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마치 자기가 미지의 세계를 모험 한 것 마냥 우쭐되며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러니 여행에서 돌아온 이들과의 만남은 견딜 수 없게 따분해지기 마련이다. 허세를 부리고 유식한 체 하는 데에는 여행만큼 중요 재료를 제공하는 것도 없다.

 친구들을 괴롭히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로 따라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행담보다 지겨운 이야기는 없다. 소개된 따분한 여행 전문가 매뉴얼을 숙지한다면 지루한 모험담으로 주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기술의 달인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닌, 어떻게 여행 이야기를 해야 주위 사람들을 즐겁고 유쾌하게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것 같기도하다. 매뉴얼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한다면 충분히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여행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르라고 하는 것처럼 현지인처럼 여행을 해보고 나만의 여행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지도를 참고 하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방랑하고 내 발길이 닿는대로 골목을 돌아다니며 나만의 여행에 깊이를 더하라고 말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눈빛과 미소만으로도 통하는 법이니까. 여행에 결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정말 무슨 저런 책이 다 있는거지 하고 웃음이 나면서 책 제목 만큼이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주변사람들과 멀어지게 만드려고 그러나 왜 이런 책을 출판한거냐며.. 솔직히 출판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평소에 겪어본 일들인지라 소름이 오소소 돋기도 하고 혹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저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나 스스로를 되돌아 보기도 하며 우쭐되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엄청난 기술들을 가득 담고 있다. ​책 제목만 보고  웃어 넘기기엔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진정한 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달을 수 있는 책이기에 여행을 간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떠나기전에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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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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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이의 지위에 맞춰 호 아줌마와 나는 네개의 화덕을 부리며 어젯밤 만들어놓은 음식을 데우고 간이 적당히 스민 채소류와 푹익힌 육류와 매운 육수, 젓갈 등으로 맛을 낸 탕과 중간중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전병과 각종 양념들을 챙긴다. 이 모든 동작은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진행된다. 누가 봐도 장교식당 주방에 완벽하게 적응한 충성스러운 요리사의 모습이다. 나는 기죽지 않는다. 화덕 앞에 나의 도마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은 알까? 어제저녁, 나는 내 목숨을 걸고 요리했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 나의 요리들은 거침없이 진격할 것이다. 더는 저들의 창검 따위에 눈을 아래로 떨구는 겁쟁이가 아닌 것이다.

(p.156)

​아버지를 잃고 요리사가 되기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혁명전선으로 달려가 전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그의 젊은 혈기를 잠재운 건 바로 도마였다. 도마는 그에게 피를 흘리지 않고 싸우는 법을 알려주었다.

자신들이 쥐어준 칼이 도마라는 치열한 전장을 거쳐 도로 자신들의 심장을 겨눌 줄 그들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의 펄떡이는 생명을 끊어놓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삶 아니면 죽음, 모든 것의 시작은 작은 도마였다.

 

​2017년 혼불문학상의 본심 경연에 초대된 작품은 모두 6편이었다. 6편 모두 본심의 무대에 오를 만한 일가를 이룬 작품들이었으나 당선작을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한 작품이 홀로 빛나고 있었고 심사위원들은 그저 지목하면 되었다. 그걸로 심사는 끝이었다. 7년 만의 심사위원 만장일치를 받은 제 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칼과 혀>

두꺼운 책과는 상관없이 단숨에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책장은 소리없이 서둘러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만큼 저자의 필력에 압도되어 막힘이 없다.

칼과 혀는 특이하게 만주국 그것도 패망 직전의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다.
제 19대 관동군 사령관 야마다 오토조(모리). 그의 정식 직함과 이름이나 이런 형식으로 불려지길 원하지 않는다. 거대한 제국의 허울 좋은 주인이자 공포와 비명을 감춘 천수각의 성주, 그리고 매끼 맛깔나는 음식에 목말라하는 요리애호가이며 예술비평가다. 시멘트 냄새 풍기는 사령부를 벗어나 거리의 이름난 음식점들을 순회하길 좋아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당시만해도 꿈은 교단에서 정년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을 정도로 전쟁과 전혀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다.

천재 중국인 요리사 왕첸. 아버지를 광둥 제일의 요리사로 둔 덕에 어려서부터 이족과 광둥요리를 두루 익혔다. 만주로 온 이후에는 한때 일본인 식당에서 메밀 요리를 배웠고, 광동군 사령부 장교 식당 주방에 머물던 때는 만주 여인을 통해 만족 전통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전에 관둥에 있을 때는 조선 처녀와 인연을 맺어 조선요리를 몇 가지 배웠다. 내 아버지처럼 감히 만가지 요리를 모두 할 수 있다고 허풍을 떨진 못하겠지만, 웬만한 요리는 대부분 할 수 있다.

​조선 여인 길순. 청진에서 아픈 아버지를 돌보던 중 만주로 오라는 오빠의 전갈을 받고 청진 역으로 나가 기차를 기다리며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눈이 가려진 채 짐짝처럼 큰배의 짐칸으로 던져졌다.그녀처럼 영문도 모른 체 잡혀온 여자들과 공포에 떨며 웅크리고 있었는데 한 두 달만 참으면 따뜻한 남쪽으로 갈 수 있다는 사내들의 말에 울음을 잠재우며 그들을 믿었었다. 한 두달 후에 닿은 루손섬에서 그녀는 매일 같이 수많은 사내들의 억센 손길을 받아내며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6개월뒤 대륙으로 옮겨지며 중대장 이시하라의가 집을 얻어 그녀를 그곳으로 불려들였다. 수많은 사내들을 받아내는 삶보다는 편해졌지만 고달프고 힘든 삶에 반항이라고 할라치면 허리띠로 사정없이 등짝을 후려치고 그런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도망 나왔고 그렇게 숨어든 곳이 바로 첸의 집이었다. 첸이 죽음이 아니면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가혹한 운명을 끝장내어 준 것이다.

 

첸은 광둥을 지키기 위해 조직된 지하 자경 단원으로 일본군 소위 하나를 목 벤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만주에 온 뒤 황궁으로 들어갈 궁리만 골몰하던 중 어느 새벽 황궁 주변을 얼씬거리다 순찰을 나온 병사들에게 잡혀온다. 자신은 요리사라며 광둥요리는 무엇이든 한다고 큰소리치며 끌려와 너와 네 가족의 목숨을 걸고 너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해보라는 모리의 내기에 응하게 된다. 양념은 물론 조리기구조차 쓸 수가 없고 더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 기름을 쓸 수도 튀기거나 볶을 수도 찔수도 없다. 이런 까다로운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피흘리지 않고 싸우는 법을 알려준 도마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요리라는 무기를 앞세워 자신에게 주어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첸. 이것을 시작으로 보이지 않는 실타래로 이들을 엮어 놓은 것 마냥 얽히고 얽혀 모리와 첸은 끊임없이 부딪힌다. 전쟁의 두려움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타인 앞에서 여유로운 척 자신의 속마음을 짐짓 감춘 모리도 여인의 품안에서는 한낱 아이에 불과했다. 본인의 의지없이 흘러간 역사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묵묵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모리와 본인이 가장 잘하는 요리로 그를 처단하려는 요리사 첸,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끼인 길순.


책은 이 들 세 사람의 시점을 오가며 주인공의 속마음을 세밀히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소신껏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어 역사의 어느 한 편에 이들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만큼 어색함이나 주저함 같은 것은 찾아 볼 수가 없고 저자의 필력에 압도되어 눈앞에 펼쳐진 책을 도저히 덮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른 소설과는 틀리게 총과 칼을 앞세운 전쟁이 아닌 요리라는 소재를 도입하여 그 속에서 치열하게 서로를 탐하며 수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신선하게 보이면서도 처절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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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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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g 배낭을 멘 엄마의 배낭여행 도전기

딸의 여행을 막아선 엄마지만, 미워하기 어렵다

-작가 키만소리

프리랜서 피처 에디터. 니콘코리아, 엘르엣진, 기업은행 등 다수 매체의 기획기사를 담당했고 대학문화 매거진 씽굿에서 2년 가까이 칼럼을 연재했다. 카카오 브런치에 ‘엄마야 마음 단디 먹고 배낭 메라’라는 제목으로 여행 웹툰 에세이를 연재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코믹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녀의 그림은 에세이와 만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엄마와 둘이 한 달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세계일주 중이다.

 

 

 

 

 

바늘로 콕 찌르면 피보다 소금이 먼저 나올 것 같은 짠순이 엄마가 여행 경비로 선뜻 거금 200만원을 내놓았다. 딸이 세계를 무대 삼아 여행을 하고 싶어 배낭여행을 떠난다는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짠순이 엄마가 같이 여행을 떠나겠단다. 엄마를 포기시키려 머리를 이리 저리 굴려 엄마의 마음을 공격하기도 하고 엄마의 약점인 체력을 공략해보지만 엄마의 결심은 단단하다. 마지막 회심의 3차 공격, 김치 없인 하루도 못 사는 신토불이 입맛을 흔들자 여행이 일주일도 아닌 자그만치 한달이니 엄마의 결심이 살짝 흔들린다. 이렇게 우리 여행에서 나의 여행으로 바뀌는구나 했는데,  엄마의 해진 속옷앞에서 효심 찌르기 역공에 마음이 약해져 결국 우리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 모녀 여행기는 출발 전 여행지를 고르는 과정부터 쉽지가 않다.

 

 

 

 

 

들뜬마음으로 탑승한 저가항공에서는 tv에서 보던 기내식과 다양한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숨쉬는거? 공기빼고는 유료인 기내 서비스는 엄마 현자씨의 생각같지 않아 당황스럽다. 처음 묵어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방으로 들어오는 낯선 사람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행 시작전부터 순탄치가 않더니 수난의 연속이다. 그러나 엄마는 좌절하지 않는다. 간단한 조식이라도 엄마의 손길 한번에 맛깔난 브런치로 신분을 상승하고 엄마는 위대하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언어 장벽을 넘어 잊지 못할 추억들을 쌓아나간다. 영어울렁증이 있는 나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한국어를 가르치는 당당한 모습은 정말 멋져보여 쌍엄지를 치켜들게 된다. 우려와 달리 멋진 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엄마 현자씨.

 

 

 

 

 

해외까지 나온거 어떤 상황이든지 즐기려고 마음을 정하고 진정한 배낭여행자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쁘렌띠안 섬으로 들어가는 모터보트에서 다이빙의 다도 모르는 엄마는 배가 섬에 가까워질수록 걱정에 걱정을 보태며 근심이 가득안고 기초 훈련에 임한다. 수심이 얇은 곳에서 다이빙 기술  몇 가지를 훈련하고 다이빙 호흡법이 익숙치 않아 짠 바닷물을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기도 했지만 결국 다이빙 수료증을 받아든다.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에서는 흥정할 때 빠른 손놀림으로 계산기를 눌러 상인의 기를 꺾고 가차 없는 no 한마디로 아낌없이 물건값을 깍아내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백전백승의 기록을 남겼다. 태국의 게스트 하우스에선 늦잠자는 딸을 숙소에 두고 홀로 나가 동네를 누비며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지나가는 스님들께 공양도 드린 뒤 두 손 가득히 아침 식사거리를 챙겨 돌아왔다. 혼자서도 척척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짓 발짓으로 못해내는 일이 없다.

 

 

 

 

 

“너무 예쁘다. 우리 엄마도 이런 광경 한 번쯤은 보고 가셔야 했는데, 엄마는 못난 딸이라 이런 데 한 번도 못 모시고 왔어. 좁고 불편한 집이어도 모셔왔어야 해. 고생 안 시켜드리고 싶은 욕심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던 게 결국 후회돼. 그게 살면서 제일 후회돼···.”

 

외할머니 이야기를 마친 엄마가 울었다. 덩달아 나도 울었다. 처음부터 나의 엄마였던 엄마도 딸리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나 보다. 처음으로 내 곁의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라 엄마를 그리워하는 여린 딸이구나, 싶었다.     (p.119)

 

쉰 넘은 엄마가 딸의 배낭여행에 따라나선 좌충우돌 동남아 여행기.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서로 대해 알아가는 엄마와 딸, 알콩달콩 서로를 항한 따뜻한 말은 없지만 티격태격 싸우는 속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좌충우돌 이들의 여행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곳곳에 웃음이 빵빵하고 감동도 만만찮다. 속마음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겨 눈물이 나기도 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감정이 한 곳에서 멈추지 않고 오락가락 넘나든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엄마의 행복의 전부는 아니었을텐데 우리에게 위대해 보이는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우리가 그걸 잊고 있었을 뿐이다.

엄마로 살아가며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외면해야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면서 자연히 우리 엄마가 떠오른다. 아이마냥 기뻐하는 엄마 현자씨의 모습에서 한번도 엄마를 모시고 단둘이 여행을 떠나지 못한 미안함에 책을 보는 내내 죄책감이 들었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이 더 흐르기전에 나도 엄마를 보시고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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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 눈치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연습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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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엇을 그렇게 초조해하는지

무엇을 그렇게 모자라다고 여기는지

무엇을 그렇게 얻고자 하는지

어째서 지금 상태에서 만족하면 안 되는지

언제 행복을 맛보려고 하는지

언제 스스로에게 오케이라고 할지

언제 주어진 것에 감사할지


지나치게 서두르고 지나치게 초조해하는 것.

그것은 ‘잘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만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잘하지 못하는 나, 하지 않는 나, 도움을 받는 나, 눈치 없는 나, 잘 모르는 나를 소중히 여겨줄 때 입니다.


그렇게 잘할 수 없어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성과를 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더 천천히 걸어보세요.

잘하지 못하는 나라도 괜찮다고, 그렇게 믿어보세요.


그것을 깨닫는 순간,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훌룡한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설사 내가 잘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테니까요. (p.16-19)

                                          

                                                                                                             

 

우리는 항상 일이 일어나기 앞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그게 마치 지금 벌어진 일인냥 확대하여 해석한다. 그래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산다.

​‘오늘 운이 나쁘다.’ 라고 생각을 하면 하루종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가 운이 나빠서 그래’라고 당연히 받아들인다. 어차피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갈꺼라면 내 생각을 바꾸면 현실도 달라지지 않을까?

일본의 심리 카운슬러가 알려주는 눈치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비법.

저자는 인생의 고민이나 문제는 대부분 '나답지 않을 때' 생긴다고 말한다. 사실은 냉정한 사람인데 다정한 척 한다거나, 사실은 못하는데 할 수 있는 척 한다거나 화가 났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거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면 애써 자신을 포장하려 들때 문제가 생긴다. 어차피 안 된다. 이런 생각은 인생 전체를 쓸모없게 만든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을 것을 시작하는 용기,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만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즐길 각오가 필요하다. 노력으로 현실을 바꾸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즐겁게 해서 외부의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셀프 이미지(자기 평가)를 높여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만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계속 나아가야한다. 노력으로 현실을 바꾸기보다는 내 자신이 즐겁게 즐기며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참는 게 내 의지대로 살아갈 각오와 용기를 내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즐길 각오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계속 해나가다 보면 '이래보여도 나는 사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고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즉,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보다 어떤 셀프 이미지를 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노력으로 현실을 바꾸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즐겁게 해서 외부의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저자의 가식없는 솔직한 조언은 쉽게 지치고 마음이 약해지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초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당연시 생각해왔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나를 짖누르던 것들을 하나둘씩 내려놓게 된다. 애써 상대방에 맞추려 그에 따라 어울리는 행동과 말을 하다보면 맞지 않은 옷을 입은것 마냥 스스로 너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된다. 지금보다 앞으로 나아갈지말지는 내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마음을 정하고, 결심하고, 각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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