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20kg 배낭을 멘 엄마의 배낭여행 도전기

딸의 여행을 막아선 엄마지만, 미워하기 어렵다

-작가 키만소리

프리랜서 피처 에디터. 니콘코리아, 엘르엣진, 기업은행 등 다수 매체의 기획기사를 담당했고 대학문화 매거진 씽굿에서 2년 가까이 칼럼을 연재했다. 카카오 브런치에 ‘엄마야 마음 단디 먹고 배낭 메라’라는 제목으로 여행 웹툰 에세이를 연재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코믹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녀의 그림은 에세이와 만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엄마와 둘이 한 달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세계일주 중이다.

 

 

 

 

 

바늘로 콕 찌르면 피보다 소금이 먼저 나올 것 같은 짠순이 엄마가 여행 경비로 선뜻 거금 200만원을 내놓았다. 딸이 세계를 무대 삼아 여행을 하고 싶어 배낭여행을 떠난다는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짠순이 엄마가 같이 여행을 떠나겠단다. 엄마를 포기시키려 머리를 이리 저리 굴려 엄마의 마음을 공격하기도 하고 엄마의 약점인 체력을 공략해보지만 엄마의 결심은 단단하다. 마지막 회심의 3차 공격, 김치 없인 하루도 못 사는 신토불이 입맛을 흔들자 여행이 일주일도 아닌 자그만치 한달이니 엄마의 결심이 살짝 흔들린다. 이렇게 우리 여행에서 나의 여행으로 바뀌는구나 했는데,  엄마의 해진 속옷앞에서 효심 찌르기 역공에 마음이 약해져 결국 우리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 모녀 여행기는 출발 전 여행지를 고르는 과정부터 쉽지가 않다.

 

 

 

 

 

들뜬마음으로 탑승한 저가항공에서는 tv에서 보던 기내식과 다양한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숨쉬는거? 공기빼고는 유료인 기내 서비스는 엄마 현자씨의 생각같지 않아 당황스럽다. 처음 묵어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방으로 들어오는 낯선 사람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행 시작전부터 순탄치가 않더니 수난의 연속이다. 그러나 엄마는 좌절하지 않는다. 간단한 조식이라도 엄마의 손길 한번에 맛깔난 브런치로 신분을 상승하고 엄마는 위대하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언어 장벽을 넘어 잊지 못할 추억들을 쌓아나간다. 영어울렁증이 있는 나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한국어를 가르치는 당당한 모습은 정말 멋져보여 쌍엄지를 치켜들게 된다. 우려와 달리 멋진 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엄마 현자씨.

 

 

 

 

 

해외까지 나온거 어떤 상황이든지 즐기려고 마음을 정하고 진정한 배낭여행자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쁘렌띠안 섬으로 들어가는 모터보트에서 다이빙의 다도 모르는 엄마는 배가 섬에 가까워질수록 걱정에 걱정을 보태며 근심이 가득안고 기초 훈련에 임한다. 수심이 얇은 곳에서 다이빙 기술  몇 가지를 훈련하고 다이빙 호흡법이 익숙치 않아 짠 바닷물을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기도 했지만 결국 다이빙 수료증을 받아든다.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에서는 흥정할 때 빠른 손놀림으로 계산기를 눌러 상인의 기를 꺾고 가차 없는 no 한마디로 아낌없이 물건값을 깍아내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백전백승의 기록을 남겼다. 태국의 게스트 하우스에선 늦잠자는 딸을 숙소에 두고 홀로 나가 동네를 누비며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지나가는 스님들께 공양도 드린 뒤 두 손 가득히 아침 식사거리를 챙겨 돌아왔다. 혼자서도 척척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짓 발짓으로 못해내는 일이 없다.

 

 

 

 

 

“너무 예쁘다. 우리 엄마도 이런 광경 한 번쯤은 보고 가셔야 했는데, 엄마는 못난 딸이라 이런 데 한 번도 못 모시고 왔어. 좁고 불편한 집이어도 모셔왔어야 해. 고생 안 시켜드리고 싶은 욕심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던 게 결국 후회돼. 그게 살면서 제일 후회돼···.”

 

외할머니 이야기를 마친 엄마가 울었다. 덩달아 나도 울었다. 처음부터 나의 엄마였던 엄마도 딸리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나 보다. 처음으로 내 곁의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라 엄마를 그리워하는 여린 딸이구나, 싶었다.     (p.119)

 

쉰 넘은 엄마가 딸의 배낭여행에 따라나선 좌충우돌 동남아 여행기.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서로 대해 알아가는 엄마와 딸, 알콩달콩 서로를 항한 따뜻한 말은 없지만 티격태격 싸우는 속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좌충우돌 이들의 여행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곳곳에 웃음이 빵빵하고 감동도 만만찮다. 속마음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겨 눈물이 나기도 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감정이 한 곳에서 멈추지 않고 오락가락 넘나든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엄마의 행복의 전부는 아니었을텐데 우리에게 위대해 보이는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우리가 그걸 잊고 있었을 뿐이다.

엄마로 살아가며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외면해야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면서 자연히 우리 엄마가 떠오른다. 아이마냥 기뻐하는 엄마 현자씨의 모습에서 한번도 엄마를 모시고 단둘이 여행을 떠나지 못한 미안함에 책을 보는 내내 죄책감이 들었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이 더 흐르기전에 나도 엄마를 보시고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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