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 자기탐구 인문학 5
태지원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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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잘 지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보통 우울증세라고 말한다.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잘 지내다 어떤 작은 계기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굉장히 크게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그럴 때도 있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 지낼 때도 있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전자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외롭다는 것이고, 후자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규정 짓기도 한다. 정신의학의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독자도 대부분의 생활인이 그렇듯 후자에 속한다. 이 경우엔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쉽게 몰두할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과 불안감이 커질 경우 우울감도 커지고 마치 자기만 왜 잘 지내지 못할까 하는 심한 우울증세로 악화될 수도 있다. 전문 의료인들은 모든 사람에게 우울감은 있다며 그 증세가 심해지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극복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작은 노력으로도 쉽게 증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스스로 원하는, 편한 일을 하면 가벼운 우울감은 쉽게 극복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을 오랫동안 못함으로써 외로움과 우울감이 크게 증폭되는 현상이다. 심하면 정신장애 증세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에 모쪼록 빨리 치유할 것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앞에서 언급한 예술에 몰입함으로써 우울감을 벗어나는 일인데 이를 '예술적 승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책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의 저자 태지원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초라한 마음을 달래려 미술 관련 책을 뒤적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한 점 있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었다. 평소엔 그냥 무심하게 넘겼던 그림인데 그날은 그림 속 고흐의 표정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 화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문득, ‘외롭고 초라한 마음을 추스르며 세상을 살아가는 건 나만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속에 작은 위로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날 이후 그림은 그의 삶에 조금 다른 의미가 되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림을 들여다보던 저자는 우리와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 세계가 우리의 현실과는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예술가의 인생이나 작품은 우리의 인생 속 어떤 장면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흐의 자화상을 보며 위로받았던 기억을 되살려, 자신의 고민을 고흐에 이야기와 함께 담아 브런치에 올린 후, 그날부터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상 속 고민으로 시작해, 명화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건네는 글이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정여울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힘을 완전히 뺀 소박한 공감의 말들”로 풀어낸 이 책에는 “치유의 언어”가 숨어 있다. 저자가 털어놓는 내밀한 자기 고백과 그에 걸맞는 그림 이야기가 누구나 한 번쯤 일상에서 느끼는 고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과 너무 똑같은 고민을 담고 있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곤 한다. 예컨대 어릴 적 상상하던 빛나는 커리어우먼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고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졌던 순간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통해 자기 모습을 외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경험을 저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34세의 자화상」을 그릴 즈음에 렘브란트는 자신이 말년에 어떤 모습의 자화상을 그리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자화상은 끊임없이 변했다.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듯 그림을 그린 시절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모습을 담백하고 꾸밈없이 그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는 날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본다. 자기 모습을 외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렘브란트의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에 꿈꾸던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의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화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39세에는 빛나는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건만」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중동으로 가게 된 남편을 따라 갑작스레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인으로서의 경력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관계도 단절된 채, 낯선 환경에서 의사소통에 서툰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저자는 처음으로 새로운 환경과 관계에 부적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저자는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미술사 관련 책을 들여다보았고, 명화 속 따뜻하고 다정한 풍경과 쓸쓸한 삶을 살다 간 화가의 인생에서 때론 위로를, 때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지혜를 얻었다고 밝힌다.

누군가의 수많은 말보다 조용한 그림 한 점에서 더 크고 확실한 위로와 통찰을 통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경험은 저자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이 책도 경험을 담아 브런치에 매거진을 열고, 일상 속 고민을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글을 모아 엮은 것이 이 책이고, 이 책은 명화에 담긴 이야기와 화가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적절한 위로를 찾아 독자에게 건넨다. 살아가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민과 상처를 담아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와 화가의 삶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통찰을 나눈다. 저자가 들려주는 내밀한 고백과 명화 이야기는 독자들의 지친 마음에 위로다운 위로를 전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다.

1장. 나를 사랑하기 힘든 밤, 그림을 읽다 - 내 모습이 밉고 싫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든 날, 위로가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를 전한다.

2장. 상처가 아물지 않는 밤, 그림을 읽다 - 인간관계 또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힘든 순간,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 이야기가 담겨 있다.

3장. 관계의 답을 몰라 헤매던 밤, 그림을 읽다 - 인간관계에서 혼란스러울 때 도움이 되는 그림 이야기를 풀어준다.

4장. 위로다운 위로가 필요한 밤, 그림을 읽다 -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그림을 살펴본다.

5장.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밤, 그림을 읽다 - 스스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행복이 어떤 건지 혼란스러울 때, 답이 될 만한 그림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가 인생을 해석해온 방식을 되돌아보고 자신에게 이로운 삶의 해석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에게 보이기 싫어 숨겨왔던 감정을 하나하나 꺼내어 해소하고, 예민하고 서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처럼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림을 자신과 연결하여 살펴보고 그림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땐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에드가 드가의 그림을 통해 가족에 대한 미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법을,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를 통해 타인의 말에 상처받거나 휘둘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법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법을, 「운명의 수레바퀴」를 통해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딴짓’에 진심이었던 앙리 루소의 삶을 통해 직장 사춘기를 현명하게 극복해내는 법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삶을 통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흐름을 새로이 바꾸는 법을 들려준다.

 

모딜리아니와 잔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그러나 모딜리아니가 한 말을 되짚어보면 잔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어떤 형태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모딜리아니의 말 속에는 그녀를 함부로 단정 짓지 않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는 잔의 영혼까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우정을 쌓아갈 때, 우리는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더불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각하고 쉽게 판단하는 사고방식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으로 드러난다. 그런 말은 상대방을 숨 막히게 만든다. 때로는 상처를 준다.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상대의 전부를 판단하는 건 위험한 착각일 뿐이다.

- 「인간관계를 망치는 최악의 착각」 중에서

 


 

고흐의 「구두 한 켤레」는 작고 시시해 보이는 것들, 변변치 않은 것들에 담긴 의미를 전달한다. 변변치 않은 것에 대한 사랑은 무의미한 것일까? 평범하고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 이유도 이런 맥락에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완강히 거부했다. 작품을 보며 생각을 되짚어본다. 나는 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시시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내 자신에게는 왜 그리 하지 못했을까?

-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을 용기」 중에서

 

동서양에 공통으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며 과거(뒤)를 돌아보는 실수를 저지른다. 과거의 어떤 시점을 돌아보며 마음 아파하고, 그 시점의 나를 탓하고 후회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현재로 나아갈 힘이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과거를 자꾸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라는 금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 「그때, 나 왜 그렇게 바보 같았을까」 중에서

 


 

가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의 기준대로 타인의 행동을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며 원하지 않는 조언을 날리는 이른바 ‘오지라퍼’들이다. 그들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특정한 틀을 기준으로 타인의 행동이나 선택을 재어본 다음, 상대가 바란 적 없는 조언을 날린다. (…) 문제는 이런 오지랖이 대체로 친밀한 관계 아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정이나 관심이라는 이름 아래 조언을 날린다. 때문에 이것이 애정 어린 조언인지 오지랖인지 혼란이 올 때가 있다.

- 「당신의 애정 어린 오지랖이 불편하다」 중에서

 

인간은 의지와 노력으로 삶을 바꾸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을 품은 채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자연의 힘, 또는 운명의 힘이라 불리는 것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한없이 작은 것이 되기 쉽다.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나 자연의 힘이 느껴질 때 억지로 답을 찾기보다, 그저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조용히 기다리라는 말을 건네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 「인생이 당신에게 어퍼컷을 날릴 때」 중에서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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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 - 일과 나의 미래, 10년 후 나는 누구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홍성원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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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1차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던 단순한 기계들이 200년이 지난 오늘날 기계는 인간을 위협한다. 기계로부터의 위협을 느낀 것은 단순 일자리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말하던 시대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존재 위협으로까지 발전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근간이 되는 AI(인공지능)이 지금은 인간이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우리 주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고 실제로 일자리 위협과 직업 자체의 소멸이 예상될 정도로 인간의 삶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 책 『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저자 홍성원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산업혁명부터 5차례 벌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첫 번째 대결이 19세기 초 영궁에서 일어나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이다. 노동자들은 기계를 부수고, 자본주의적 도구로, 노동자의 노고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따. 이후 자본가에 맞서 계급투쟁을 벌이는 노동운동의 성격을 띠며 노동자가 아닌 시민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결국 자본가들은 굴복했고, 노동조건이 일부 향상되었다.2라운드는 존 헨리가 기계와의 대결해서 승리한 일이다. 존 헨리는 미국 철도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로 주 업무는 쇠망치를 이용해 터널을 뚫는 일이었다. 어느 날 사업주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계를 도입하려 했다. 노동자들은 기계보다 섬세한 인간이 더 터널을 잘 뚫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이에 존 헨리가 나서 산 하나를 두고 기계와 터널 뚫기 대결을 했다. 이 대결에서 존 헨리가 이겨 인간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유사한 경쟁에서 존 헨리가 기계보다 일을 더 잘했지만 결국 사망함으로써 전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3라운드 체스 대결, 4라운드 퀴즈 대결은 모두 기계의 승리로 끝났다. 완승이었다. 그리고 5라운드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이다. 그나마 이세돌의 1승으로 인간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완벽한 기계의 승리였다. 바둑 대결은 74전 73승 1패로 알파고의 압독적 승리이고, 유일한 1패를 안긴 주인공이 대한민국의 이세돌 프로기사라는 점에서 위안이 될 정도였다.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장악해가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은 직업을 잃을 상태라는 점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상태다. 이젠 조금만 신경 써서 주변을 둘러보면 과거에는 당연히 사람이 하던 일들을 자동화된 기계가 대신 수행하는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안전 운행하라는 인사와 함께 통행료를 받던 수납원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매달, 매주 들러야 했던 은행 업무는 이제 작은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처리가 가능하다. 그 반사 효과로 창구 은행원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화 교환원, 버스 안내원, 신문사 식자공, 거리 사진사 등은 MZ세대에게 옛날 이야기책에나 나오는 직업으로 들릴 것이다. 오는 2027년이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 한다. 이제 택시기사, 버스기사, 화물차기사 들도 모두 전화 교환원과 같은 신세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전문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미래학자들의 전망에 따르면 세무사, 변리사, 의사, 약사, 변호사, 번역가 등의 전문직도 앞으로 AI가 대체할 확률이 높은 직종들이다. 그런데도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래 기술과 인간사회의 전망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거대 담론에 머물 뿐 개개인의 대응 방안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재평가와 역량개발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이 책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에 개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직종별로 접근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미래가치와 더불어 기계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결국 그 능력은 한 가지로 귀결되는데, 바로 인간만의 영역인 ‘생각하는 힘’을 키우라는 것이다. 생각하는 기계에 밀리지 않도록 생각하는 힘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도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아직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기술 진화가 생각처럼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위협이 준비하는 자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는 '생각하는 인간'을 강조한다. 결국 인류는 기계의 발전을 이룰 것이고 부정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대체할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인간 만의 특화된 것, 본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을 더욱 발전 ·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기계를 바로 알아야 하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의 또 다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는 갈수록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의 편의를 도모할 수단이 증가할수록 더하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도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이다.



이 책에는 생각하는 기계의 등장과 인간의 고민이 담겨있다. 인류 역사의 근대는 기계가 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인간의 노동을 기계의 힘으로 대체하는 첫 출발이 된 것인데 이후 네 번의 혁명적 변화의 단초가 되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 에너지를 이용하여 마차와 선박을 만들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동차, 전화, 전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3차 산업혁명은 수치 제어 로봇과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지능과 관련된 영역을 담당하도록 진화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진보된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사고 영역'까지 잠식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과 정보혁명이 변화의 추진체다. 제1의 기계 시대가 반복적인 신체 동작이 필요한 일을 대신했다면, 제2의 기계 시대는 인간의 정신적, 인지적 능력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갖춘 기계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금 등장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알파고, 지능형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등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생각하는 기계들’이다. 앞으로 단순 반복적인 일은 지능화된 기계가 대신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인간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에서 창의성 등 인간 본연의 능력이 요구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책에 따르면 기계의 기술적 진화에 따라 일자리 판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일자리 개수가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의 성격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변할 것이다. 생각하는 기계들과 공존하는 시대에는 기계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경쟁도 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기술의 진화에 맞추어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대표적인 네 가지 직종인 영업 서비스직, 제조 현장직, 연구 개발직, 사무 관리직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 직종별로 쉽게 할 수 있는 행동개발 가이드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찾고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기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그 폭에 비례해 깊이도 상당히 깊어지고 있다. 반면에 인간은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면 할수록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이것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 외엔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을 원한다. 심지어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스마트 기기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상황을 연출한다. 이제 부모와 자식이라는 연결고리는 생물학적 근거를 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도 있지만 덧붙여 설명할 수 없는 넓이의 지혜를 포함해서 전달한다. 책을 읽으며 기계가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가도 새롭게 깨달을 수 있다. 무심코 사용했던 모든 것들, 내가 눈을 뜨고 일과를 시작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잠자는 동안에도 기계는 쉬지 않고 우리와 함께한다.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는 한층 발전된 인공지능을 탑재해 하루에 3만번의 대국을 스스로 두고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단 며칠이면 인류가 지금까지 두었던 바둑의 모든 판을 섭렵하고 익혀 더 나은 수를 순식간에 찾아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말이다. 일견 편리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점도 있으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떠올리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인간의 현재 위치가 어떠한지 극명하게 확인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이대로 가면 기계 없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는 인간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기계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도록 스스로 꾸준히 연구(생각)하고 인간만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인간의 오감은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는 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합리적 의심에 근거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직관이 해결책의 출발점이 된다. 주어진 데이터로 결과를 예단하지도 않고, 전체를 보고 가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혜는 기계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생각하는 기계와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시대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현재 모습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생각하는 기계와 일하는 시대에 필요한 생존의 조건은 기술의 진화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점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독자는 아날로그 세대여서인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스마트 시대에 아날로그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글과 「익숙함을 벗고 낯선 생각을 입어라」는 제목의 글 중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가 말했다는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을 다른 곳에 쓰거나, 사는 장소를 바꾸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한 부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결국 낯설음과 마주하기이다. 낯선 일,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변화를 인식하고 익숙함의 의존성을 방어하는 길이라는 충고이다.


저자 : 홍성원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인사조직), 명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인사조직). 기아자동차(주)에서 인재개발 업무와 경기대학교, 중원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현재 인사관리 컨설팅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다년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임직원의 역량평가 및 개발, 직무역량 스킬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과 강의 활동을 하면서 조직구성원들의 일 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문답식 교육법을 통해 학습자의 생각하는 힘을 높이고, 개인과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주된 분야는 리더십 역량평가 및 운영 체계 개발, 인사평가, 교육 훈련 체계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등의 컨설팅과. 리더십 훈련, 대인관계 개발, 문제해결력, 조직개발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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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과 21세기 - 영실평원의 독사들
김상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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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고조선과 21세기 : 영실평원의 독사들』의 내용은 거칠고 규모가 크다. 현대 한국사와 세계사, 현재 한국 상황과 국제 정세가 서로를 물어뜯으며 태풍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저자 김상태는 독자들에게 자주 경고를 한다. 그래도 이 책을 만난 독자들에게 영화를 읽듯 편하게 읽을 것을 권한다. 전쟁 이야기라도 영화라면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부제인 '영실평원의 독사를'은 고조선에 접근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비유다.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면 1500고지쯤에서 넓은 평원을 만난다. '선작지왓'으로 불리는 한라산의 완사면이다. 그 높이에 그만한 평원이 있다니 새삼 놀랍고 신비스럽다. 한편으로 아이들과 연인들이 뛰어놀 것 같은 그 평화로워 보이는 평원은 사실 결코 평화롭지 않은 곳이다. 주위의 키 작고 가시 많은 나무들이 빙 둘러쳐져 한걸음도 안쪽으로 발이 들이밀기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작은 덤불들이 '독사들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고조선을 안다. 그러나 그것은 영실평원 한가운데 저 멀리 왕관처럼 솟아 있는 백록담 정상과 같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것처럼 보이는 고조선은 그 주위에 독사들이 엎드려 위장한, 가짜 평원의 한가운데 서 있는 봉우리와 같다. 그곳은 아무나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21세기의 우리가 고조선에 닿을 수 있게 올바른 길로 이끄는 안내서이자, 세상을 거시적이고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역사 지침서이다. 현재 고조선의 모습은 독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라산의 영실평원과 같다. 고조선의 역사는 극단적인 여러 견해가 난무하며, 그 속에서 우리가 역사의 진실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조선 이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러한 이론들을 왜곡하고 망가트려 우리를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사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역사를 이념이나 권력의 이해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과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고조선의 역사와 얽혀있는 거대한 이권들을 구별해 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고조선으로 가는 길에 위장해 있는 독사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다 보면, 어느 새 굳건하게 솟아있는 고조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동북공정과 ‘위안부’ 문제, 친일 문제 등을 포함한 역사 문제를 모두 바로잡고, 대한민국이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경제, 군사력, 문화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고조선은 단지 대한민국의 힘없는 과거가 아니며, 언젠가 우리를 구해줄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대고조선론과 소고조선론, 그리고 만리장성의 동단과 낙랑군의 위치를 개괄하고, 고조선사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윤내현의 연구를 다시 소환한다. 제2장에서는 대고조선론의 선지자인 신채호의 학문을 통해 동북아시아 고대사를 재구성해 보고, 정인보, 윤내현, 복기대, 신용하로 이어지는 대고조선론 주창자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이어 주류 고대사학계와 소고조선론자들이 이들에게 가한 위력과 힐난에 대해 논한다. 제3장에서는 대고조선론의 비판에 있어, 주류 고대사학계와 알 수 없는 동맹을 맺은 진보사학계의 행보를 집어보면서, 진보사학계의 행동을 분석하고 고발한다. 제4장은 환단고기와 관련된 논쟁 및 환단고기의 쓰임새를 소개하고, 정통 대고조선론을 망치고 있는 재야사학계의 움직임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제5장과 제6장을 통해 미래의 세계정세 속에서 고조선의 폭발적 위력이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살펴본다.

제1장 고조선의 간단한 개요

제2장 고조선 연구의 역사 - 피와 눈물과 영웅들의 드라마

제3장 고조선과 진보사학

제4장 고조선과 재야사학계

제5장 고조선과 21세기 국제 정세

제6장 세계, 한국, 고조선, 그 현재와 미래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주류 고대사학계의 소고조선론에 대한 문제점을 적시하고, 신채호에 이어 정인보, 윤내현, 신용하, 복기대 등으로 이어지는 대고조선론자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으며 윤내현이 고조선 역사의 완성자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몇 권의 역사책을 읽어도 쉽게 고조선에 대한 실체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제대로 쓴 역사책이 그만큼 적다는 이유와 학자 역시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소고조선론과 대고조선론의 주장의 이면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를 이 책은 명쾌하게 밝힌다. 그동안 이병도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역사학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주류 고대사학자들(식민사학자)때문이다. 대고조선론과 소고조선론이 무엇인지 잠깐 짚어본다. '대고조선론'은 당시 만리장성의 동단은 현 산해관 부근이고 따라서 한사군의 낙랑군은 한반도 밖 만주 어딘가에 있었다는 이론이고, '소고조선론'은 당시 만리장성의 동단은 현재의 요하 이동에 있었고 한사군의 낙랑군은 한반도의 평양에 있었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정인보의 대고조선론은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신채호의 이론을 정리, 발전시킨 것이며, 자료와 서술이 상세하고 치밀하다고 말한다. 정인보의 업적 중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것은 일제가 날조한 낙랑 유물을 정밀하게 비판했다는 것이다. 이는 차후 일제와 남한 주류 고대사학계의 낙랑 유물 및 낙랑군 평양 위치설에 치명타가 된다. 이와 같은 정인보의 선구적 연구는 후학들에 의해 강화되면서 윤내현에 이르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명확해진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윤내현에 따르면 낙랑 유물이 낙랑군의 평양 위치설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사군의 낙랑군이 평양에 없었다는 증거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윤내현의 논문이 설득력이 있음을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윤내현은 1979~1981년 하버드 대학 인류학과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중국과 북한의 방대한 자료를 섭렵했고, 그는 러시아의 고조선 연구자 부찐의 특별한 저서를 번역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말은 그가 고조선 관련 모든 자료를 검토했다는 뜻이다. 「기자신고」는 이 바탕 위에 탄생한 논문이다. 윤내현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이며 차후로도 이만한 공부와 이력을 가진 학자가 나오기는 어려운 만큼, 「기자신고」는 실로 놀라운 저작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신채호, 정인보, 윤내현 외에 리지린, 이병도, 이회영, 김창숙, 김용옥, 복기대, 신용하, 이덕일, 노태돈, 이형구, 이이화(이상 무순) 등 수많은 주류 사학자와 재야 사학자들의 이름이 나오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저으기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고조선을 우리의 역사로 끌어들이고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공감하고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됨을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중국과 일본이 왜곡과 조작으로 끊임없이 우리 역사를 흔들고, 자국의 이익대로 재구성하려는 의도에 반대하기는커녕 앞장서 주장하는 것은 매국이나 다름없는 행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고, 일부 사학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역사 연구와 묻혀진 진실 발굴을 통해 증명해 나감으로써 왜곡된 역사이론이 한반도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역사의식 재무장의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동북아번영론, 중국의 동북아공정론, 일부 식민사학자들의 줏대 없는 식민지적인 발상 등에 대한 정확한 지적을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 정립에 힘을 돋운다. 중국이나 일본은 없는 역사도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오히려 숨기려하는 것은 피해의식의 발로이며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 조작에 휩쓸린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일이다. 또 경제적 이익 등에 의한 현실논리 등을 앞세운다면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훼손하고 있는 것이며 다시 그들에게 종속되는 한심한 일을 스스로 앞장서는 꼴이라는 점을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 큰 깨우침을 주는 책이다.

역시 많은 나라들의 명멸과 기록이 분명치 않은 우리의 고대사의 경우에는 미로와도 같은 점이 존재하지만 계속해서 수정되거나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저자가 왜 '고조선'과 '21세기'라는 모순된 제목으로 책을 썼는지, 무슨 내용을 다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새로운 관점의 우리 고대사를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두드러진 저서라는 생각이다.



저자 : 김상태

1964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저자는 저술 활동을 시작한 이후, 전 분야에 걸쳐 대중적 글쓰기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이는 대중이 전문가로부터 듣는 청취자나 학생으로서의 수동적 입장을 넘어 지적 활동 전체에 걸친 대중의 개입과 전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진정한 민주 사회와 복지 사회의 마지막 과제이자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로 인해 전문가들의 지적 활동도 더욱 생산적이고 올바르게 기능하리라 확신한다. 따라서 저자의 글쓰기는 특정한 주제에 고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대중적 글쓰기가 어떤 상황,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대중이 스스로 원하게 되면 그 즉시 다룰 수 있어야 하며, 또 그 주제에 대해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입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는 앞으로도 똑같은 일을 계속할 것이다. 지은 책으로는 『1990년 한국 사회 SEX라는 기호를 다루는 사람들』(새물결, 1996), 『도올 김용옥 비판』(옛오늘, 2007),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책보세, 2012), 『어린 왕자의 가면』(책보세, 2012), 『일본, 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책보세, 2014), 『고조선 논쟁과 한국 민주주의』(글로벌콘텐츠, 2017)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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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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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조금은 엉뚱한 데서 시작한다. 일부다처제 얘기다. 실제 미국에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주(州)가 있었다 한다.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유타주다. 일부 사람들이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고 실재했다고 한다. 아마 몰몬교 일부 신자들 사이에서 인정되고 실재했다고 이 소설은 주(註)를 통해 설명한다.

조금은 어이없는 상상 같지만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욱 터무니없지 않을까. 더욱이 여성의 권리가 남성과 똑같아진 세상에서 이런 일을 꿈꾼다는 것은 상상에 그칠 뿐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소설 속 상황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남자 입장에서 상대 여성을 속이고 일부다처제로 살고 있는 사람을 상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내 몰래 '두 집 살림'을 하는 남자는 일부다처주의자 아닌가. 법적으로 인정 받지 못할 뿐 실제 삶을 일부다처제나 다름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은 허무맹랑한 상상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일부다처제인 남편과 일부다처제임을 알고도 그를 받아들인 3명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 입장에선 3명의 아내를, 아내 입장에선 남편을 셋이서 나눠가진 셈이다. 이슬람교에서 일부 사람들은 일부다처제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21세기 어느 나라든 법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남자 세스는 세 집 살림을 하고 세 명의 아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만 개인 정보는 전혀 알지 못한다.

세스는 써스데이(Thursday, 목요일의 영어 표기)의 집에 매주 목요일에 방문한다. 목요일은 사랑하는 남편 세스가 방문하는 날이다. 오직 목요일 단 하루뿐인 그날 남편의 방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은근한 밀당을 즐기며 농염한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아내 써스데이. 건축업을 하며 잘생기기까지 한 남편 세스에게는 목요일 이외에 월요일과 화요일이란 아내가 두 명 더 있다. 물론 써스데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일부다처제를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일까. 남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여자 입장은? 상상해보자. 내 남편에게 두 명의 아내가 더 있다고. 난 다른 아내들을 만난 적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이 독특한 합의 때문에 남편을 일주일에 단 하루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니까. 아니, 남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나 자신을 타이른다.

하지만 어느 날, 빨래를 하다가 남편의 주머니에서 종이를 발견한다. 해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에게 발행된 청구서다. 해나가 다른 아내라는 것은 단박에 알 수 있다.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 그녀를 추적하고, 거짓으로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해나는 내가 누구인지 꿈에도 모른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러 나온 해나의 몸에는 숨길 수 없는 멍이 보인다. 그녀는 남편에게 학대받고 있다. 물론 그 남편은 내 남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폭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남편의 비밀스러운 세 번째 아내는 누구일까?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허구지만 미국 사회에서 가능한 일일까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내가 있는 남편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듯 써스데이는 세스를 이해해버린다. 대학 로스쿨 모임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아이를 원하는 세스와는 달리 일 때문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 화요일은 목요일에게는 이기적인 아내로밖에 비치지 않았으니까. 써스데이는 우연히 남편 주머니의 병원비 영수증에서 세 번째 아내 해나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SNS에서 검색도 해보고 집 앞에도 찾아가 우연히 마주친 그녀와 친구가 된다. 해나의 팔과 얼굴에 멍을 보고는 세스가 폭행했음을 알아차리고 매우 놀란다.

그리고 세스의 첫 번째 아내 레지나를 찾기 위해 SNS를 다 뒤져 결국은 그녀를 찾아낸다. 서로를 몰랐을 땐 질투를 참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써스데이가 남편의 아내들을 찾아낸 후로는 이야기 전개가 급물살을 탄다. 남편이 써스데이를 망각증 환자로 몰아 정신과 병동에 입원시키고...



이 책은 독서토론 모임의 주제로 써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소설이 끝나고 뒷 부분에는 책에 대해 토론할 만한 질문들을 남겨 놓았다. 질문들을 보며 하나씩 답해보지만 생각이 많아질 뿐 명쾌한 답변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또 독자와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일까, 독서토론에 한 번 얘기해볼 만한 내용과 질문들이다. 모두 9개의 질문이 있지만 5개만 여기에 적는다.

1. 써스데이의 결혼 생활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전형적인 중혼과도 다르다. 이런 식으로 배우자를 다른 상대 두 명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은가?

2. 비록 다른 배우자들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겠다고 약속했더라도, 알아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얼마나 강한 유혹일까? 약속을 깰 정도인가?

6. 세스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가? 이유는 무엇인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감정이 바뀌었나?

7.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써스데이와 헤나 사이처럼 아내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써스데이와 그녀의 친구 로렌과 애나의 관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써스데이에게는 왜 더 많은 여성 친구가 없을까?

9.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책에는 또 저자와의 질의 응답이 게재돼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일부러 자세한 설명을 한 내용이다. 10개의 질문 중 첫 번째 질문만 게재해본다.

작가들은 종종 어떤 영감을 얻어서 책을 쓰게 되었는지 질문받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스릴러물이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상하게 되었나?

남편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본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암으로 죽은 지 5년 만에 살아 돌아온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재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는 임신 9개월이다. 나는 이 내용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자문해보면서 내가 머릿속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었다. 그래서 몇 주 동안 남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이미 재혼한 상태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당신은 누구를 더 사랑할까? 나를 위해 재혼한 아내를 떠날까?' 남편이 뭐라고 말했는지 아는가? "난 두 아내랑 결혼한 상태로 지낼래."라고 했다. 땡! 나는 남편이 나를 선택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나? 만약 그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면? 내가 그 정도로 한 가지 아이디어에 집착할 때는, 거기에 관해 글을 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내게 필요한 건 그게 전부다. 시니리오와 밀려드는 감정. 그것만 있으면 책을 쓸 구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잠시 충격에 빠진다. 나는 이런 괴물이 아닌 내 남편 세스를 그려본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 직장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내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고, 목을 어루만져주는 남자. 나는 그에게 요리를 해주었고, 그는 내 솜씨를 칭찬해주었다. 뭔가 망가지면 그는 공구 상자를 가져와서 고쳐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서 있던 나는 그가 모든 걸 척척 해내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상처가 밀려들다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분노로 바뀐다. 어떻게 감히. 어떻게 감히 한순간에는 나를 사랑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곧바로 버릴 수가 있을까?(p. 444)

저자 : 태린 피셔(TARRYN FISHER)

뉴욕타임스와 유에스에이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9편의 소설을 집필했다. 천성적으로 해를 싫어하는 그녀는 현재 아이들과 남편, 정신없는 허스키와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고 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한다.

역자 : 서나연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작은 친절, 이유 없는 선행』, 『하지 않으면 어떨까?』, 『유리왕좌』, 『예술가로 살아남기』, 『보이는 기호학』, 『디자인, 일상의 경이』, 『디즈니 미키 마우스 90주년 기념 아트북』, 『미신 이야기: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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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 머릿속의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보는 뇌과학 이야기 나는 왜 시리즈
홋타 슈고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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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는 ‘머릿속의 스위치를 꺼라‘는 반어법적인 제목이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나 자기계발 책이 아닌 뇌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생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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