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 자기탐구 인문학 5
태지원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문득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잘 지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보통 우울증세라고 말한다.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잘 지내다 어떤 작은 계기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굉장히 크게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그럴 때도 있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 지낼 때도 있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전자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외롭다는 것이고, 후자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규정 짓기도 한다. 정신의학의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독자도 대부분의 생활인이 그렇듯 후자에 속한다. 이 경우엔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쉽게 몰두할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과 불안감이 커질 경우 우울감도 커지고 마치 자기만 왜 잘 지내지 못할까 하는 심한 우울증세로 악화될 수도 있다. 전문 의료인들은 모든 사람에게 우울감은 있다며 그 증세가 심해지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극복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작은 노력으로도 쉽게 증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스스로 원하는, 편한 일을 하면 가벼운 우울감은 쉽게 극복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을 오랫동안 못함으로써 외로움과 우울감이 크게 증폭되는 현상이다. 심하면 정신장애 증세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에 모쪼록 빨리 치유할 것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앞에서 언급한 예술에 몰입함으로써 우울감을 벗어나는 일인데 이를 '예술적 승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책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의 저자 태지원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초라한 마음을 달래려 미술 관련 책을 뒤적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한 점 있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었다. 평소엔 그냥 무심하게 넘겼던 그림인데 그날은 그림 속 고흐의 표정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 화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문득, ‘외롭고 초라한 마음을 추스르며 세상을 살아가는 건 나만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속에 작은 위로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날 이후 그림은 그의 삶에 조금 다른 의미가 되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림을 들여다보던 저자는 우리와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 세계가 우리의 현실과는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예술가의 인생이나 작품은 우리의 인생 속 어떤 장면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흐의 자화상을 보며 위로받았던 기억을 되살려, 자신의 고민을 고흐에 이야기와 함께 담아 브런치에 올린 후, 그날부터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상 속 고민으로 시작해, 명화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건네는 글이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정여울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힘을 완전히 뺀 소박한 공감의 말들”로 풀어낸 이 책에는 “치유의 언어”가 숨어 있다. 저자가 털어놓는 내밀한 자기 고백과 그에 걸맞는 그림 이야기가 누구나 한 번쯤 일상에서 느끼는 고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과 너무 똑같은 고민을 담고 있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곤 한다. 예컨대 어릴 적 상상하던 빛나는 커리어우먼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고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졌던 순간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통해 자기 모습을 외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경험을 저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34세의 자화상」을 그릴 즈음에 렘브란트는 자신이 말년에 어떤 모습의 자화상을 그리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자화상은 끊임없이 변했다.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듯 그림을 그린 시절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모습을 담백하고 꾸밈없이 그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는 날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본다. 자기 모습을 외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렘브란트의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에 꿈꾸던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의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화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39세에는 빛나는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건만」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중동으로 가게 된 남편을 따라 갑작스레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인으로서의 경력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관계도 단절된 채, 낯선 환경에서 의사소통에 서툰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저자는 처음으로 새로운 환경과 관계에 부적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저자는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미술사 관련 책을 들여다보았고, 명화 속 따뜻하고 다정한 풍경과 쓸쓸한 삶을 살다 간 화가의 인생에서 때론 위로를, 때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지혜를 얻었다고 밝힌다.

누군가의 수많은 말보다 조용한 그림 한 점에서 더 크고 확실한 위로와 통찰을 통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경험은 저자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이 책도 경험을 담아 브런치에 매거진을 열고, 일상 속 고민을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글을 모아 엮은 것이 이 책이고, 이 책은 명화에 담긴 이야기와 화가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적절한 위로를 찾아 독자에게 건넨다. 살아가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민과 상처를 담아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와 화가의 삶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통찰을 나눈다. 저자가 들려주는 내밀한 고백과 명화 이야기는 독자들의 지친 마음에 위로다운 위로를 전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다.

1장. 나를 사랑하기 힘든 밤, 그림을 읽다 - 내 모습이 밉고 싫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든 날, 위로가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를 전한다.

2장. 상처가 아물지 않는 밤, 그림을 읽다 - 인간관계 또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힘든 순간,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 이야기가 담겨 있다.

3장. 관계의 답을 몰라 헤매던 밤, 그림을 읽다 - 인간관계에서 혼란스러울 때 도움이 되는 그림 이야기를 풀어준다.

4장. 위로다운 위로가 필요한 밤, 그림을 읽다 -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그림을 살펴본다.

5장.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밤, 그림을 읽다 - 스스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행복이 어떤 건지 혼란스러울 때, 답이 될 만한 그림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가 인생을 해석해온 방식을 되돌아보고 자신에게 이로운 삶의 해석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에게 보이기 싫어 숨겨왔던 감정을 하나하나 꺼내어 해소하고, 예민하고 서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처럼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림을 자신과 연결하여 살펴보고 그림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땐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에드가 드가의 그림을 통해 가족에 대한 미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법을,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를 통해 타인의 말에 상처받거나 휘둘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법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법을, 「운명의 수레바퀴」를 통해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딴짓’에 진심이었던 앙리 루소의 삶을 통해 직장 사춘기를 현명하게 극복해내는 법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삶을 통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흐름을 새로이 바꾸는 법을 들려준다.

 

모딜리아니와 잔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그러나 모딜리아니가 한 말을 되짚어보면 잔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어떤 형태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모딜리아니의 말 속에는 그녀를 함부로 단정 짓지 않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는 잔의 영혼까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우정을 쌓아갈 때, 우리는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더불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각하고 쉽게 판단하는 사고방식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으로 드러난다. 그런 말은 상대방을 숨 막히게 만든다. 때로는 상처를 준다.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상대의 전부를 판단하는 건 위험한 착각일 뿐이다.

- 「인간관계를 망치는 최악의 착각」 중에서

 


 

고흐의 「구두 한 켤레」는 작고 시시해 보이는 것들, 변변치 않은 것들에 담긴 의미를 전달한다. 변변치 않은 것에 대한 사랑은 무의미한 것일까? 평범하고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 이유도 이런 맥락에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완강히 거부했다. 작품을 보며 생각을 되짚어본다. 나는 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시시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내 자신에게는 왜 그리 하지 못했을까?

-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을 용기」 중에서

 

동서양에 공통으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며 과거(뒤)를 돌아보는 실수를 저지른다. 과거의 어떤 시점을 돌아보며 마음 아파하고, 그 시점의 나를 탓하고 후회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현재로 나아갈 힘이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과거를 자꾸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라는 금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 「그때, 나 왜 그렇게 바보 같았을까」 중에서

 


 

가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의 기준대로 타인의 행동을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며 원하지 않는 조언을 날리는 이른바 ‘오지라퍼’들이다. 그들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특정한 틀을 기준으로 타인의 행동이나 선택을 재어본 다음, 상대가 바란 적 없는 조언을 날린다. (…) 문제는 이런 오지랖이 대체로 친밀한 관계 아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정이나 관심이라는 이름 아래 조언을 날린다. 때문에 이것이 애정 어린 조언인지 오지랖인지 혼란이 올 때가 있다.

- 「당신의 애정 어린 오지랖이 불편하다」 중에서

 

인간은 의지와 노력으로 삶을 바꾸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을 품은 채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자연의 힘, 또는 운명의 힘이라 불리는 것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한없이 작은 것이 되기 쉽다.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나 자연의 힘이 느껴질 때 억지로 답을 찾기보다, 그저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조용히 기다리라는 말을 건네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 「인생이 당신에게 어퍼컷을 날릴 때」 중에서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