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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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조금은 엉뚱한 데서 시작한다. 일부다처제 얘기다. 실제 미국에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주(州)가 있었다 한다.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유타주다. 일부 사람들이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고 실재했다고 한다. 아마 몰몬교 일부 신자들 사이에서 인정되고 실재했다고 이 소설은 주(註)를 통해 설명한다.

조금은 어이없는 상상 같지만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욱 터무니없지 않을까. 더욱이 여성의 권리가 남성과 똑같아진 세상에서 이런 일을 꿈꾼다는 것은 상상에 그칠 뿐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소설 속 상황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남자 입장에서 상대 여성을 속이고 일부다처제로 살고 있는 사람을 상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내 몰래 '두 집 살림'을 하는 남자는 일부다처주의자 아닌가. 법적으로 인정 받지 못할 뿐 실제 삶을 일부다처제나 다름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은 허무맹랑한 상상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일부다처제인 남편과 일부다처제임을 알고도 그를 받아들인 3명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 입장에선 3명의 아내를, 아내 입장에선 남편을 셋이서 나눠가진 셈이다. 이슬람교에서 일부 사람들은 일부다처제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21세기 어느 나라든 법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남자 세스는 세 집 살림을 하고 세 명의 아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만 개인 정보는 전혀 알지 못한다.

세스는 써스데이(Thursday, 목요일의 영어 표기)의 집에 매주 목요일에 방문한다. 목요일은 사랑하는 남편 세스가 방문하는 날이다. 오직 목요일 단 하루뿐인 그날 남편의 방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은근한 밀당을 즐기며 농염한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아내 써스데이. 건축업을 하며 잘생기기까지 한 남편 세스에게는 목요일 이외에 월요일과 화요일이란 아내가 두 명 더 있다. 물론 써스데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일부다처제를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일까. 남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여자 입장은? 상상해보자. 내 남편에게 두 명의 아내가 더 있다고. 난 다른 아내들을 만난 적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이 독특한 합의 때문에 남편을 일주일에 단 하루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니까. 아니, 남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나 자신을 타이른다.

하지만 어느 날, 빨래를 하다가 남편의 주머니에서 종이를 발견한다. 해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에게 발행된 청구서다. 해나가 다른 아내라는 것은 단박에 알 수 있다.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 그녀를 추적하고, 거짓으로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해나는 내가 누구인지 꿈에도 모른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러 나온 해나의 몸에는 숨길 수 없는 멍이 보인다. 그녀는 남편에게 학대받고 있다. 물론 그 남편은 내 남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폭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남편의 비밀스러운 세 번째 아내는 누구일까?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허구지만 미국 사회에서 가능한 일일까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내가 있는 남편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듯 써스데이는 세스를 이해해버린다. 대학 로스쿨 모임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아이를 원하는 세스와는 달리 일 때문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 화요일은 목요일에게는 이기적인 아내로밖에 비치지 않았으니까. 써스데이는 우연히 남편 주머니의 병원비 영수증에서 세 번째 아내 해나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SNS에서 검색도 해보고 집 앞에도 찾아가 우연히 마주친 그녀와 친구가 된다. 해나의 팔과 얼굴에 멍을 보고는 세스가 폭행했음을 알아차리고 매우 놀란다.

그리고 세스의 첫 번째 아내 레지나를 찾기 위해 SNS를 다 뒤져 결국은 그녀를 찾아낸다. 서로를 몰랐을 땐 질투를 참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써스데이가 남편의 아내들을 찾아낸 후로는 이야기 전개가 급물살을 탄다. 남편이 써스데이를 망각증 환자로 몰아 정신과 병동에 입원시키고...



이 책은 독서토론 모임의 주제로 써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소설이 끝나고 뒷 부분에는 책에 대해 토론할 만한 질문들을 남겨 놓았다. 질문들을 보며 하나씩 답해보지만 생각이 많아질 뿐 명쾌한 답변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또 독자와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일까, 독서토론에 한 번 얘기해볼 만한 내용과 질문들이다. 모두 9개의 질문이 있지만 5개만 여기에 적는다.

1. 써스데이의 결혼 생활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전형적인 중혼과도 다르다. 이런 식으로 배우자를 다른 상대 두 명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은가?

2. 비록 다른 배우자들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겠다고 약속했더라도, 알아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얼마나 강한 유혹일까? 약속을 깰 정도인가?

6. 세스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가? 이유는 무엇인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감정이 바뀌었나?

7.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써스데이와 헤나 사이처럼 아내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써스데이와 그녀의 친구 로렌과 애나의 관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써스데이에게는 왜 더 많은 여성 친구가 없을까?

9.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책에는 또 저자와의 질의 응답이 게재돼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일부러 자세한 설명을 한 내용이다. 10개의 질문 중 첫 번째 질문만 게재해본다.

작가들은 종종 어떤 영감을 얻어서 책을 쓰게 되었는지 질문받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스릴러물이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상하게 되었나?

남편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본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암으로 죽은 지 5년 만에 살아 돌아온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재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는 임신 9개월이다. 나는 이 내용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자문해보면서 내가 머릿속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었다. 그래서 몇 주 동안 남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이미 재혼한 상태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당신은 누구를 더 사랑할까? 나를 위해 재혼한 아내를 떠날까?' 남편이 뭐라고 말했는지 아는가? "난 두 아내랑 결혼한 상태로 지낼래."라고 했다. 땡! 나는 남편이 나를 선택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나? 만약 그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면? 내가 그 정도로 한 가지 아이디어에 집착할 때는, 거기에 관해 글을 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내게 필요한 건 그게 전부다. 시니리오와 밀려드는 감정. 그것만 있으면 책을 쓸 구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잠시 충격에 빠진다. 나는 이런 괴물이 아닌 내 남편 세스를 그려본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 직장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내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고, 목을 어루만져주는 남자. 나는 그에게 요리를 해주었고, 그는 내 솜씨를 칭찬해주었다. 뭔가 망가지면 그는 공구 상자를 가져와서 고쳐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서 있던 나는 그가 모든 걸 척척 해내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상처가 밀려들다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분노로 바뀐다. 어떻게 감히. 어떻게 감히 한순간에는 나를 사랑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곧바로 버릴 수가 있을까?(p. 444)

저자 : 태린 피셔(TARRYN FISHER)

뉴욕타임스와 유에스에이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9편의 소설을 집필했다. 천성적으로 해를 싫어하는 그녀는 현재 아이들과 남편, 정신없는 허스키와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고 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한다.

역자 : 서나연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작은 친절, 이유 없는 선행』, 『하지 않으면 어떨까?』, 『유리왕좌』, 『예술가로 살아남기』, 『보이는 기호학』, 『디자인, 일상의 경이』, 『디즈니 미키 마우스 90주년 기념 아트북』, 『미신 이야기: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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