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토크라시 -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 교육 미래 사회와 우리의 교육 2
이영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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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메리토크라시』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이 시대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보는 것이다. 경영학자의 시각으로 유아 및 초중등 교육부터 대학과 기업 교육 영역까지, 한국 교육만이 아닌 미국, 중국, 일본, 영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 시각에서 교육의 문제를 살폈다. 정의와 불공정 사회를 말하는 마이클 샌델, 경제적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토마 피케티, 글로벌 세계를 말하는 토머스 프리드먼이 제기한 문제들에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 교육’이라는 유효한 대안으로 답하고 있다. 가능한 일일까? 미래 세대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길과 방법론을 1권 ‘학교 교육의 새로운 미래 편’과 2권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 교육 편’을 통해 상세히 나눈다.

2권은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시대를 왔음을 밝히며, 이에 필요한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 교육’을 말한다. 기업들은 과거에 주어진 과업에 충실한 ‘표준화된 인력’으로 더 싸게, 더 낫게, 그리고 더 빠르게 비즈니스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지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조직의 운영 형태를 통해 기존 산업의 질서와 그 판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리는 ‘와해적 혁신’이 일상화되고 있다. 기업과 대학 간 교육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은 대학화되어가고, 대학은 기업화되고 있다. 기업교육과 대학교육 모두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으며, 혁신 엘리트에 의한 새로운 엘리트주의가 만들어지고 있다.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주요 키워드를 먼저 나열해 본다. '기업대학' '고등교육의 스타트업' '신엘리트주의' '메리토크라시' '실력과 매력' '21세기 실천교육' 등이다. 내용은 인재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기업 교육의 혁신방향, 대학교육과 기업교육의 경험혁신 사례,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시대, 끝으로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 교육 등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시대가 우리나라에서 하루빨리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부모찬스'를 이용해서 편법으로 남의 기회를 뺏아가는 야비한 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충분히 투영되어 있다.

저자는 2권 「프롤로그」를 통해 "한국의 미래교육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바꿀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바꾸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담대하게 행동하며,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정부와 국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수학능력시험 한 번으로 대학 입시 결과가 결정되는 단순한 접근법으로는 교육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국가가, 그리고 정부가 국민의 교육을 통한 기회 추구를 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권은 경계가 허물어지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다룬다. 책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전통적인 대학의 4년 학사 학위 교육과정을 대체할 수 있는 6개월 기간의 단기 과정을 제공하는 계획을 실행한다는 뉴스를 발표했다. 기업대학 구글 대학은 구글 내부에 필요한 인력 확보 차원의 목적에서 시선을 외부로 향하여 산업 내 구글 인재 풀의 규모와 활동 범주를 확대함으로 구글의 솔루션이나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전략 포인트로 내놓았다.

보통 기업들은 대학에서 인력을 공급 받은 후 재교육을 통해 실무에 투입시켜야 하는 방식인데 이를 기업대학 모델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구글은 자사 교육을 통한 수료증, 구글 커리어 수료증이 4년제 대학 학사 학위와 동일 시 되는 새로운 인정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듯 기업대학은 1세대부터 5세대까지 발전이 되어 왔고, 1,2세대인 기업내부의 임직원의 교육 훈련 목적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업 외부를 향하면서 전통적인 대학들의 지위를 내려가게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대학들은 영리만 목적으로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분석한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파악하고 일부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역량 평가를 통해 낮은 대학교 등은 부실 대학교 낙인, 계속해서 재적학생 기준으로 신입생의 충원율은 낮아지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 또한 학생수가 감소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지방과 수도권 대학의 양극화, 저출산 문제 등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지만, 교육 경쟁력과 인재의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조사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가 만능주의처럼 대학 교육 전반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이 되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줄 모델로 저자는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기초 학습 7단계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아의 발견과 형성 단계로 이로써 자신을 알고 이해하며 자신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설계하는 경험을 한다. 두 번째는 인문·예술 문해력의 함양 단계다. 이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예술을 즐기고 누리고, 특별히 상상력의 힘과 가치를 경험한다. 세 번째는 창조적 혁신 리더십을 개발하는 단계로, 이 과정에서 다른 생각, 다른 시도가 지닌 가치를 경험한다. 네 번째는 과학·기술 문해력을 축적하여 지식을 기반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경험을 쌓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거나 생성하는 경험도 시도한다.



다섯 번째는 엔지니어링 문해력을 축적하여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단계다. 이를 실제로 구현해봄으로써 유효성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능성, 실행 타당성, 존속 가능성이 필요함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여섯 번째는 기업가정신 문해력의 축적으로 구현한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시장에 소개하는 경험을 쌓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사회 및 경제 체계를 이해하는 가운데 창조적 혁신과 생산적 혁신의 전주기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일곱 번째는 글로벌 리더십을 개발하는 단계다. 이로써 글로벌 시민 의식을 함양하고, 자신의 삶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구축하는 과정을 경험한다.(pp. 374~377)

저자 : 이영달

기업가정신과 혁신, 글로벌 경영전략, 그리고 금융을 전공한 경영학자이자 CEO 양성 교육 전문가이다.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업가정신 MBA 과정 주임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했다. 현재는 과학기술특성화 국립대학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이사로 기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체 선정한 최고의 교수로 꼽힌 바 있고, 한국벤처창업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2회 수상했다. 한국벤처창업학회 부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 이사, 한국경영학회 이사로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 KDI 주관 중등 교사 및 초중등 교장단 대상 경제 교육 연수과정에 수년 동안 참여하여 현장 일선의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들께 기업가정신 교육을 소개했다. KDI와 초중등 학생, 중소기업청과 대학생들을 위한 기업가정신 표준 교재를 개발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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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토크라시 - 학교 교육의 새로운 미래 미래 사회와 우리의 교육 1
이영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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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메리토크라시'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이 용어는 '메리트(merit)'를 원천으로 하는 사회 보상 체제를 의미하는 말이다. 라틴어 'meritium'에서 파생된 'merit'와 고대 그리스어 'kratos'에서 파생된 '-cracy'를 조합하여 만들어진 새 표현법이다. 1958년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집필한 풍자 소설 형식의 정치 사회 에세이 『메리토크라시의 부상』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다. 이 책 『메리토크라시』 2권에 상세히 설명돼 있다. 책에 따르면 사전적 의미는 우수하고 칭찬받을 만한 자질, 보상ㆍ명예, 혹은 존중받을 만한 성향이나 행동이다. 즉 업적과 공헌, 영향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메리트로 사회적 지위나 보상이 결정되는 사회 보상 체제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메리토크라시가 주로 '능력주의'로 번역된다고 한다.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표현법이라 처음에는 이 번역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 용어를 만든 영의 책과 설명, 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담론과 논쟁을 살펴본 결과, 능력주의로 번역하면 원래의 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연구 검토한 결과 메리토크라시를 능력주의로 번역할 경우 본원적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하기 쉽고, 때로 왜곡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저자는 이에 따라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며, 꼭 한국어 표현이 필요한 경우에는 업적주의나 공로주의가 더 원어에 가까운 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정말 사람처럼, 그것도 전문가로서 일하고 대응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노동자'를 만나고 돌아와서 앞으로 이 '디지털 노동자'가 기업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개인의 직무 나아가 직업적 삶을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생각하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힌다. 1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뉴욕에서 만난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은행원', '중국에서 만난 인공지능 홀로그램 영어 교사', '하노이에서 만난 무인 은행 점포' 이야기를 읽다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4차산업혁명)시대에 IT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발전속도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에서 동남아시아의 신흥강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보다도 뒤떨어져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 은행이 국내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무인은행점포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더 실감이 났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다 보니 다른 나라는 저만큼 멀리 가 있음에도 우리는 진전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

 


 

이 책은 1, 2권 두 권으로 이뤄져 각 권마다 5개의 장을 통해 세분화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짚어보고 타국의 선진 사례, 우수 모법 사례도 살펴본다. 이는 우리 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맞춰져 저자의 주장을 담아내고 있다. 우선 1권부터 내용을 살펴본다.

 

1장 실제 세상과 우리가 만날 미래

2장 우리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

3장 K-12 교육과정: 한국-뉴욕주-캘리포니아주 비교

4장 미국의 교육, 다시 혁신의 시동을 걸다

5장 대학의 새로운 미래

 


 

'2장 우리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실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고등학교 학생과 선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학교가 제 역할을 학원에 떠 넘기고 있고, 학생들이 학습은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복습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우리의 교육 현실이 최근 30년 이상 정체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단의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미국과 비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학능력시험 하나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 전형의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인 한국의 교육현장을 압축해서 설명하면 획일화와 하향 평준화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 말은 정치권에서 교육 문제를 다를 때마다 보수 정당의 주장에 맞춰지는 느낌이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공교육 시스템에 혁신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STEM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21세기 디지털 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교육과정에 내재화하고, 나아가 '개인화된 학습'을 법률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 우리도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미래의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는 저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4장에서 별도로 다루고 있는 미국의 교육 혁신은 우리나라의 교육 혁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돼 별도의 장으로 구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에서 대학교의 학생 선발 기준 변경과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가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참고해서 우리나라에서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교와 기업에서 먼저 변화를 촉발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21세기 교육은 '개인화된 학습'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과 단계는 결코 쉽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방향으로의 변혁을 실제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5장에서 다루고 있는 대학의 새로운 미래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사립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등록금 외에 다른 부대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학은 문을 닫는 극단적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견할 정도로 우리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의 해법은 '차별화-집중화' 또는 '집중화-차별화'이다. '차별화-집중화'는 '연구 중심 모델 vs. 교육 중심 모델' 중 한 가지 방향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또 특성화 영역에 대한 포트폴리오 모델을 만드는 것이며, 한 예로 연세대학교와 동아방송예술대학교를 들고 있다. 집중화-차별화 모델은 특성화 분야를 먼저 결정하고, '연구중심 vs. 교육 중심' 모델 중 한 가지 방향을 선택하는 접근법으로 그 예로 한국항공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를 꼽는다.

 


 

이 책에는 저자의 주장에 '혁신적'이나 '개혁'이 들어가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가 수위를 낯추려고 다소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혁명적'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오랜 엘리트주의에 지나친 교육열로 이상 현상만 반복할 뿐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별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자조적 느낌이 든다. 민주주의가 각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선 지금도 '이 시대의 마지막 개혁 부문'으로 교육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얼마 전 'SKY 캐슬'이라는 TV 드라마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것도 지도층의 사회 비리와 이상 열기에 따른 상류층의 욕망이 교육에 투영된 내용을 다뤘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 나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으로 자녀들이 자라기를 바라야 정상적인데, 지도층이 아닌 상류 사회 존속의 욕망이 더 앞서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교육열이고 혁신되어야 할 교육의 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대학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주목받는다. 대학이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생이나 사회의 요구 및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자신의 고유한 역할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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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친구 1~2 - 전2권 스토리콜렉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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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도시, 신비로운 숲, 그리고 악의 기운…… 나무 집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악몽 세상으로의 여행. 이번 여름 휴가는 이곳에서 보내면 영원히 기억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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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친구 1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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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호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영화는 본 적이 있지만 소설로 읽은 적은 없다. 왠지 호러 소설에 빠지면 머리에 혼란이라도 올까봐 저으기 피했던 것이다. 추리소설로 일컬어지는 범죄소설,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스릴러 등은 많이 앍었지만 유독 호러 소설에만은 눈이 가지 않았다. 심약한 성정이 아닌데도 종교적 냄새를 풍기며 악의 세계로 접근하는 듯한 분위기가 싫어서일 터다. 이 소설 『보이지 않는 친구』는 대표적 호러 소설이다. 저자 스티븐 크로스키는 영화 각본을 쓰는 할리우드에서 꽤나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독자의 과문(寡聞) 때문인지 그의 이름도 처음 들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했지만 유명한 영화 〈미녀와 야수〉,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각본을 쓴 작가라니 유능한 그의 호러 작품 창작력은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 이것 저것 뒤적이다 그의 전작 『월플라워』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명품 호러의 전형이 되었다. 더욱이 그는 그 영화의 감독이기도 했다. 이 때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엠마 왓슨은 이 책에 대한 추천사도 멋지게 썼다. 『월플라워』는 1999년에 발표하여 '현대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만 일곱 살 아이여서 읽기 전부터 불편했다. 일곱 살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인데 사건을 어떻게 끌고 갈지 걱정됐고, 일곱 살 어린아이를 성인소설, 그것도 호러소설의 주인공으로 적절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사건에 연루될 경우 혼자 헤쳐나갈 수많은 불가항력적 사건 처리를 어떻게 할지 우려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소심하고 호러 소설을 못 읽어본 독자 자신만의 쓸데없는 기우였다. 예상 외로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헤쳐 나간다. 또 보이진 않지만 '착한 아저씨'의 도움도 있고, 단 한 명의 가족 엄마의 사랑의 힘이 더해진다. 다소 주술적이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모자지간이지만 아빠나 돌봐줄 남자가 없는 한 부모 가정의 어린아이로서 매우 용기 있고, 순수한 만큼 영적이고도 신비스러운 도움을 받아 공포 분위기로부터 끝없이 탈출한다.

이 소설은 이 때문에 오컬트 무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컬트는 '신비주의', '초자연주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악마와 성서가 자주 등장하는데 〈로즈마리베이비 : 악마의 씨〉가 원조로 〈오멘〉, 〈엑소시스트〉, 〈사탄의 인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영화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집단과 기독교 집단의 대치를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심리분석과 형이상학적 소재를 통해 사람들에게 신비함을 주고, 또 악마에 대한 믿음을 통해 공포감을 준다. 살상무기는 '염력'으로 사람을 내동댕이치거나 여러 물건을 움직여 구타한다.



이 소설 도입부 부분의 시작은 50년 전 사건과 분위기가 등장하며 을씨년스럽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독자들이 감지하게 한다. 일종의 작가가 독자들을 위해 사전 설명적인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소설의 배경이긴 하지만 어둠으로 시각을 차단시키고 목소리로 공포를 고조시키는 특이한 시작의 작품이다. 호러 소설을 많이 못 읽어본 독자로서는 여름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가급적 상상하지 않고 읽어나간다. 상상하는 순간 너무 깊이 빠져들 것 같아서다. 소설은 밀그로브라는 폐쇄적인 소도시를 무대로 '선'과 '악'이 벌이는 치열한 대리전을 묵직한 철학적, 종교적 질문과 더불어 괴담의 성격을 띤 성서적 우화로 그려낸다는 게 출판사측 설명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호러, 스릴러, 판타지, 동화, 성장, 종교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의 핵심 요소를 가득 품은 이 소설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범죄 등의 사회 문제와 제도화된 종교에의 비판, 심지어 최근의 코로나19를 연상케 하는 정체 모를 독감의 유행까지 두루 다룬다. 이른바 ‘종합 장르’를 지향하는 화려한 서술 방식과 미국은 물론 현대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 의식의 과감한 접목, 신비주의적 상징들,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형식 실험, 그리고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는 놀라운 반전 등이 돋보이는 대작이다. 소설가 스티븐 크보스키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라는 경력으로부터 얻어낸 면밀한 취향과 오랜 구상, 풍부한 아이디어 등 자신이 가진 질료 거의 전부를 쏟아내어 무시무시한 형태로 빚어내고 만 야심작이 바로 『보이지 않는 친구』다.



주인공인 일곱 살 아이 크리스토퍼는 도시 외곽의 숲에서 엿새간 실종된다 돌아온 크리스토퍼는 초자연적인 힘을 갖게 되고, 자신을 도와준 보이지 않는 친구인 ‘착한 아저씨’를 구하기 위해 상상 세계로 들어가는 문인 나무 집을 짓는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아이는 엿새 뒤에 미션스트리트 숲에서 무사히 발견된다. 실종 이전과는 매우 달라진 모습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고질이었던 난독증이 단숨에 고쳐져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사람들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 그들의 은밀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가 하면, 단지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등 놀라운 초자연적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심지어 크리스토퍼의 엄마는 아이가 쓴 시험 답안의 숫자로 산 복권이 거액에 당첨되기까지 한다. 한편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과 함께 ‘뱀 같은 여인’이 도시 곳곳에 출몰한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독감의 유행과 광기의 전염으로 밀그로브는 혼돈에 빠진다.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려 인류를 악의 세력 아래 두려는

불온한 존재들. 과연 크리스토퍼는 악한 존재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끔찍한 외모의 ‘뱀 같은 여인’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던 착한 아저씨를 마침내 구해 악마의 소굴에서 빠져나온 크리스토퍼. 뱀 같은 여인은 사라진 착한 아저씨를 추적하며 크리스토퍼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게 서서히 추악한 마수를 뻗친다.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며 크리스토퍼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뱀 같은 여인. 그와 거의 동시에 역병의 유행과 광기의 전염이라는 저주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무섭게 빨려 들어가는 밀그로브. 눈과 입을 실로 꿰맨 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소름 끼치는 인간들이 나타나 크리스토퍼와 착한 아저씨들을 노리고, 밀그로브 사람들은 사악하고 불온한 사교의 신도들처럼 광신의 염화에 휩싸여 살인과 폭력 등의 온갖 비극을 양산하기 시작한다.

신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크리스토퍼는 이제, 악한 기운으로 그득한 포자의 세례를 받고 악의 거대한 화신이자 살아 있는 무대와 같은 존재로 변태 중인 도시 밀그로브를 구해야만 한다. 소년은 각자가 가진 어두운 과거의 기억과 상처에 부려지는 이들의 분노로부터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를 가로막는 경계를 허물어뜨림으로써 상상 세계 속 악의 존재를 현실 세계에 풀어놓아 세상을 지옥의 혼돈으로 빠뜨리려는 뱀 같은 여인의 음모를 분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아이와 얽힌 과거의 사건과 함께 반복되는 운명의 끝, 이 치열하고 오랜 영적 전쟁의 끝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 : 스티븐 크보스키

10대 시절 이미 고전,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섭렵한 스티븐 크보스키는 특히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전공했으며, 1995년에 독립 영화 [어디에도 없는 네 모퉁이The Four Corners of Nowhere]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것은 물론 배우로도 출연했다.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가 되었다.

1999년 크보스키가 발표한 첫 저작이자 반자전적 소설 『월플라워』는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끌었고, 오랫동안 엠티비북스의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지켰다. 10대 청소년들의 성애와 마약 흡입 묘사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 성장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1년 이상 이름을 올렸으며, 31개 언어로 출판되어 전 세계에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의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작품집 『조각들Pieces』을 발표함으로써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영화계로 돌아간 크보스키는 200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영화 [렌트]의 각본을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와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미국 CBS 드라마 [제리코]에 각본가 및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그에게 작가의 명성을 가져다준 자신의 동명 소설을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 『월플라워』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 후로도 영화[다이버전트] 시리즈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각본을 쓰고,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은 [원더]가 평단의 극찬을 받음과 더불어 2018년 새턴어워즈 최우수 독립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텔레비전과 영화계에서 괄목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친구』는 스티븐 크보스키가 『월플라워』 이후 무려 2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로, 스티븐 킹 스타일의 오컬트 호러를 표방하여 출간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작품은 『샤이닝』과 『셰이프 오브 워터』를 합친 듯한 소설이라는 찬사는 물론, 공포 문학이라는 장르를 재정의하려는 야심이 보인다는 도발적인 평까지 이끌어내며 공포·스릴러 소설 팬덤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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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1950 - 우리가 몰랐던 해방·미군정·정부 수립·한국전쟁의 기록
김택곤 지음 / 맥스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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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전공하는 분들이나 읽어야 할 것처럼 두꺼운 책이 마치 우리의 혼란하고 어두웠던 격변기를 잘 말해주는 듯하다. 750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 미국 기밀해제 문서에서 쏟아져 나온 것들이다. 그나마 일부일 뿐이고 우리가 한국사 시간에 배우거나 책을 통해 알던 것이 많다. 독자는 우리 현대사를 공부하려는 목적보다는 조금 각도가 다른 데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현재까지 문제가 풀리지 않는 위안부 문제와 정보를 접할 수 없는 당시 북한군의 동향이나 생각, 생활 등이었다.

그토록 갈급했던 해방이 됐으나 시국을 정확하게 보고 있던 김구 선생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광복군의 작전 투입 전에 일본이 전격 항복하는 바람에 승전국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우리나라의 앞날을 우리 스스로 처리해나갈 수 없었던 점을 우려했다. 결국 김구 선생의 걱정대로 신탁통치, 남북 분단 등이 현실화됐다. 우리의 의지와 희망대로의 해방도 아니고, 독립도 아닌 어정쩡한 주인 아닌 '땅만' 주인이 된 셈이다. 어쩌면 적대적 일본에서 우호적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해야 할까. 남북이 서로 다른 이념 체제의 정부를 각각 세우고 분단된 채 76년이 흘렀다. 그동안 전쟁도 치르고, 서로 평화적 통일을 염원한다고 외쳤지만 통일은 이루어지 않은 채 늘 가슴 한 켠에 한으로 쌓아둔 채 서로 다르게 모습을 갖춰갔다.


책에 따르면 해방과 미군정, 남북분단과 정부 수립,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1945년부터 1950년까지의 5년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 가장 비밀스러운 격동기였고, 소망과 비극이 교차했던 시기였다. 문제는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시각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 시대를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자세로 마주하기 보다는 이를 정치적 논란의 도구로 삼거나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분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쟁으로 변질된 한국 현대사의 실체를 어느 때보다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규명해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은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소용돌이 가운데 새롭게 살피고 해석을 더해야 할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극비로 보관되어온 서류들과 보고들은 당시의 미군정과 하지 사령관의 시각과 판단, 백악관과 마샬 국무장관 그리고 미 정보부의 관점들이 어떠했는지, 이로 인해 한반도 역사의 물굽이가 어떻게 틀어졌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본군 위안부로 버마에 끌려 간 조선 처녀 김연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한국계 미국인 에녹 리의 수난기로 끝맺으며, 해방 이후 광복군의 험난한 귀국길과 미국의 군정통치, 좌우합작의 실패 과정, 남한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 투쟁 등 저자가 20여 년간 발로 뛰며 취재한 한국 현대사의 주요 고비와 대목들을 마주하게 한다.



독자는 우선 일본군 위안부에 초점을 맞춘다. 아직도 일본은 사과는커녕 위안부가 아니라 '자발적 매춘'이라고 허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국익이나 국가의 체면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웃하기 싫은 이웃 나라가 된 것이다. 전쟁을 일으켰음을, 민간인을 학살했음을 인정하는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본의 잡아떼기 식은 반성은커녕 더욱 군사대국, 침략국의 전철을 되밟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패전 이후 계속해서 우익 세력이 정권을 차지해온 데는 일본의 국민성마저 의심케 한다. 지금은 시일이 너무 흘러 일본의 MZ 세대는 물론 중년 세대까지도 침략은 인정하지만 위안부, 징병 등에 관한 만행은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

배상도 박정희 정권 때 맺은 한일 기본협정 및 청구권 이행으로 완결됐다고 주장합니다. 즉 개인 보상 및 배상의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죠. 그러나 패전 후 미국과 맺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영토와 주권은 물론, 배상청구 등의 권리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시된 한일 기본협정 때 청구권으로 받은 유무상 8억달러가 전부이고, 그것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모든 전후 배상을 갈음하다는 아전인수격 주장만 되풀이한다. 더 이상의 배상이나 사실 인정은 없다는 것이고, 오히려 한국의 주장이 억지라고 말하며 국가간 맺은 협정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이고, 한국과의 외교도 이런 차원이라면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국제사회에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한자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이 책은 수많은 문서를 저자가 분류해 8개의 장으로 나눴다. 1. 광복군의 희망과 절망, 2. 분단과 미군정의 남한, 3. 좌우대립과 미군정의 선택, 4. 주한미군 철수와 국군 창설, 5. 미군의 군정 통치, 6. 폭력과 테러, 미군정의 개입, 7. 북한의 남침과 한국전쟁, 8. 평양주재 소련대사관에서 노획된 편지 등 8개 장이다. 앞서 언급대로 광복 무렵의 광복군의 작전 투입 결정 후 미국 첩보기관 OSS와 함께 날짜를 받아놓고 기다리던 중 일본이 무조건 항복으로 승전국의 지위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기밀 문서가 해제돼 당시의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준다. 또 위안부 사건을 다룬 기밀문서도 개봉됐다. 버마(지금의 미얀마)의 이라와디 강가에 버려진 조선 처녀 20명이 영국군에게 발견되었다. 이들은 2년 전 17세의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김연자 등 조선 처녀들이었다. 우리가 어두운 터널의 끝자락에 왔음을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알려온 것이었다. 당시 이들 조선 처녀 20명을 조사한 미 육군 인도-버마지구사령부에 파견된 미 전시정보국 심리전팀은 1944년 10월 1일 일본인 전쟁 포로 심문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별한 포로들은 한국인 위안부 소녀들이었다.

"이 보고서는 1944년 8월 10일 버마 미치나(미얀마 북쪽의 도시) 지역 함락 후 진행된 패잔병 소탕작전에서 포로로 잡은 한국의 위안부 소녀 20명과 일본인 2명에 대한 심문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인들이 한국인 위안부 소녀들을 어떻게 끌어모았으며 위안부 소녀들이 어떤 조건에서 생활하고 일했는지, 위안부 소녀들과 일본 병사들과의 관계, 그리고 위안부 소녀들이 이곳의 전황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에 CIA로 흡수된 미전시정보국, OWI는 미국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확인하고 상부에 보고 했다. 이 보고서에는 '포로 : 한국인 위안부 소녀 20'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소녀들의 조사 내용에 따르면 일본인 대리인이 봉사(service)의 성격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고, 다만 병원에 입원한 부상병들을 방문해 붕대나 둘둘 감아주는 등 대체로 부상병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을 할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1944년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20일간의 조사에서 그들과 일본군 병사들과의 관계는 물론 일본군 병사들의 군사작전에 관한 발언과 함께 이들이 파악한 군대 정황에 대해서도 일일이 캐물었다. 그러나 후일 종군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한 듯 일본을 위한 변명이 분명한 성명을 곳곳에 달았다.

"위안부는 창녀이거나 혹은 병사들의 편의를 위해 일본군에 부속되어 부대를 졸졸 따르는 존재일 뿐 그 이상은 아닙니다. 위안부라는 단어는 일본인 특유의 것입니다. 다른 보고들에 따르면 전투에 나선 일본군들을 위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위안부들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세히 보고돼 있는 당시 미군 첩보부대의 보고서들을 보면 일본 정부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도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을 할까? 독자는 그 점이 오히려 궁금하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사회는 공산주의 경계 심리가 날로 확산되고 있었다. 이승만은 미국 사회의 우려를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고, 그 가운데 〈뉴욕타임스〉 기자들과 경영진이 들어 있었다. 이승만은 미군정과 하지 사령관을 향해 승부수를 던지는 한편 미 정계와 언론계를 설득하고 미 행정부에 압박을 가해 미군정의 좌우합작 노력을 포기했고 미군은 철수를 결정했다. 타협과 통합이 아닌 갈등과 대립의 한가운데서 신생 대한민국은 탄생하고 있었다.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 속에서 신생 대한민국은 진통을 시작했다. 중도좌파 여운형은 암살됐고 조봉암은 돈키호테 같은 정치 역정을 이어나갔다.

책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승만은 1946년 12월 14일, 워싱턴을 방문 중 신병 치료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미군정장관 아처 러치 소장에게 전보를 보냈다. 전보에서 이승만은 미 군사정부에서 하지 사령과 다음의 차상위자인 러치 소장에게 미군정의 좌우합작 시도는 공산주의자들과의 협력이라는 등 도발적 용어 구사를 서슴지 않으며 좌우합작 중단을 단호히 요구했다. 이승만 박사는 러치 소장이 하지 사령관의 좌우합작 추진에 내심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거나 이에 대한 교감을 나누었을 것이고 따라서 지나친 표현까지 했을 것이다. 위의 사실에 바탕한다면 이승만은 김구, 여운형, 조봉암과는 달리 공산주의를 배척하고 우익의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자신이 잘 아는 미국인들을 끌어들여 득세에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만의 나라, 남북 하나된 나라를 꾸리는 것을 반대한 속셈은 너무 자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정치적 욕심이 앞선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하나의 나라를 세우려던 많은 인사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대한민국이 반쪽으로 출발한 이유다.



남북분단 이후 70여 년이나 지난 오늘, 아직도 이 시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해묵은 역사적 논쟁을 이어가며 역사적 해석의 미흡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 김택곤 저널리스트는 우리 내부의 시선이 아닌, 우리와 연관된 제3의 눈으로 서술된 기록이 보다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 현대사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미군정 문서와 문서 작성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기록, 여기에 더해 한미 양국 지도자들의 입장과 견해가 담긴 서신 등 광범위한 기록과 자료를 충분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현지에서 미국의 소리(VOA) 기자와 MBC 특파원으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무려 4,000여 건의 자료들을 채집했다. 그리고 이 방대한 자료 중 한국 현대사의 민낯과 실체를 밝힐 핵심자료 300여 건을 추려내 이 책에 담아냈다. 당시 정치 지도자들의 고뇌 어린 결단과 신화에 가려있던 우리 지도자들의 야욕은 물론, 숨진 의용병의 품속에서 발견된 피 묻은 전투수첩과 평양 주재 소련대사관에서 노획된 수백 통의 편지 등 저자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해낸 희귀자료들은 하나같이 혼돈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권력욕과 두려움, 열정과 절망을 증언해 준다.

이렇게 저자가 집대성한 자료들은 그동안 가려졌던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실체와 민낯을 밝히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1945년부터 1950년까지를 다룬 미국 기밀문서가 기간 해제됨으로써 드러난 많은 사실이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분단국가이고 하나된 통일국가를 지향한다면 과거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이 기밀해제된 문서가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여기에 일일이 적시하지 못한 수많은 의문점은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 읽어 의혹을 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단한 서평을 마친다.



저자 : 김택곤

1950년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MBC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국제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신군부에 의한 강제 해직 기간 중 1985년부터 4년간 워싱턴 소재 미 정부 해외방송 미국의 소리 (VOA)에서 근무했다. 1992년 2월 MBC 법조팀장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허위감정사건 특종을 이끌어냈다. 이 기사는 어둠의 세력 논쟁의 중심이 된 강기훈 유서대필사건과 관련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그해 한국기자상, 한국방송대상 특별상을 공동수상했다.

1996년 MBC 워싱턴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정부가 신군부의 광주무력진압을 승인했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 비밀문서를 인용해 특종 보도했다. MBC 사회부장, 정치부장, 2580부장, 보도국장으로 근무했고 광주MBC사장, JTV전주방송사장으로 방송 경영을 맡았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미국의 소리 기자와 MBC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수장돼 있는 미국 정부의 해제된 비밀문서 가운데 한국 근현대에 관련된 기록에 관심을 갖고 관련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전쟁, 5.16 군사쿠데타, 한일국교 정상화를 앞둔 비밀협상, 한국전쟁 관련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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