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친구 1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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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호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영화는 본 적이 있지만 소설로 읽은 적은 없다. 왠지 호러 소설에 빠지면 머리에 혼란이라도 올까봐 저으기 피했던 것이다. 추리소설로 일컬어지는 범죄소설,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스릴러 등은 많이 앍었지만 유독 호러 소설에만은 눈이 가지 않았다. 심약한 성정이 아닌데도 종교적 냄새를 풍기며 악의 세계로 접근하는 듯한 분위기가 싫어서일 터다. 이 소설 『보이지 않는 친구』는 대표적 호러 소설이다. 저자 스티븐 크로스키는 영화 각본을 쓰는 할리우드에서 꽤나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독자의 과문(寡聞) 때문인지 그의 이름도 처음 들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했지만 유명한 영화 〈미녀와 야수〉,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각본을 쓴 작가라니 유능한 그의 호러 작품 창작력은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 이것 저것 뒤적이다 그의 전작 『월플라워』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명품 호러의 전형이 되었다. 더욱이 그는 그 영화의 감독이기도 했다. 이 때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엠마 왓슨은 이 책에 대한 추천사도 멋지게 썼다. 『월플라워』는 1999년에 발표하여 '현대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만 일곱 살 아이여서 읽기 전부터 불편했다. 일곱 살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인데 사건을 어떻게 끌고 갈지 걱정됐고, 일곱 살 어린아이를 성인소설, 그것도 호러소설의 주인공으로 적절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사건에 연루될 경우 혼자 헤쳐나갈 수많은 불가항력적 사건 처리를 어떻게 할지 우려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소심하고 호러 소설을 못 읽어본 독자 자신만의 쓸데없는 기우였다. 예상 외로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헤쳐 나간다. 또 보이진 않지만 '착한 아저씨'의 도움도 있고, 단 한 명의 가족 엄마의 사랑의 힘이 더해진다. 다소 주술적이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모자지간이지만 아빠나 돌봐줄 남자가 없는 한 부모 가정의 어린아이로서 매우 용기 있고, 순수한 만큼 영적이고도 신비스러운 도움을 받아 공포 분위기로부터 끝없이 탈출한다.

이 소설은 이 때문에 오컬트 무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컬트는 '신비주의', '초자연주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악마와 성서가 자주 등장하는데 〈로즈마리베이비 : 악마의 씨〉가 원조로 〈오멘〉, 〈엑소시스트〉, 〈사탄의 인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영화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집단과 기독교 집단의 대치를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심리분석과 형이상학적 소재를 통해 사람들에게 신비함을 주고, 또 악마에 대한 믿음을 통해 공포감을 준다. 살상무기는 '염력'으로 사람을 내동댕이치거나 여러 물건을 움직여 구타한다.



이 소설 도입부 부분의 시작은 50년 전 사건과 분위기가 등장하며 을씨년스럽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독자들이 감지하게 한다. 일종의 작가가 독자들을 위해 사전 설명적인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소설의 배경이긴 하지만 어둠으로 시각을 차단시키고 목소리로 공포를 고조시키는 특이한 시작의 작품이다. 호러 소설을 많이 못 읽어본 독자로서는 여름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가급적 상상하지 않고 읽어나간다. 상상하는 순간 너무 깊이 빠져들 것 같아서다. 소설은 밀그로브라는 폐쇄적인 소도시를 무대로 '선'과 '악'이 벌이는 치열한 대리전을 묵직한 철학적, 종교적 질문과 더불어 괴담의 성격을 띤 성서적 우화로 그려낸다는 게 출판사측 설명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호러, 스릴러, 판타지, 동화, 성장, 종교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의 핵심 요소를 가득 품은 이 소설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범죄 등의 사회 문제와 제도화된 종교에의 비판, 심지어 최근의 코로나19를 연상케 하는 정체 모를 독감의 유행까지 두루 다룬다. 이른바 ‘종합 장르’를 지향하는 화려한 서술 방식과 미국은 물론 현대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 의식의 과감한 접목, 신비주의적 상징들,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형식 실험, 그리고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는 놀라운 반전 등이 돋보이는 대작이다. 소설가 스티븐 크보스키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라는 경력으로부터 얻어낸 면밀한 취향과 오랜 구상, 풍부한 아이디어 등 자신이 가진 질료 거의 전부를 쏟아내어 무시무시한 형태로 빚어내고 만 야심작이 바로 『보이지 않는 친구』다.



주인공인 일곱 살 아이 크리스토퍼는 도시 외곽의 숲에서 엿새간 실종된다 돌아온 크리스토퍼는 초자연적인 힘을 갖게 되고, 자신을 도와준 보이지 않는 친구인 ‘착한 아저씨’를 구하기 위해 상상 세계로 들어가는 문인 나무 집을 짓는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아이는 엿새 뒤에 미션스트리트 숲에서 무사히 발견된다. 실종 이전과는 매우 달라진 모습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고질이었던 난독증이 단숨에 고쳐져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사람들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 그들의 은밀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가 하면, 단지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등 놀라운 초자연적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심지어 크리스토퍼의 엄마는 아이가 쓴 시험 답안의 숫자로 산 복권이 거액에 당첨되기까지 한다. 한편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과 함께 ‘뱀 같은 여인’이 도시 곳곳에 출몰한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독감의 유행과 광기의 전염으로 밀그로브는 혼돈에 빠진다.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려 인류를 악의 세력 아래 두려는

불온한 존재들. 과연 크리스토퍼는 악한 존재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끔찍한 외모의 ‘뱀 같은 여인’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던 착한 아저씨를 마침내 구해 악마의 소굴에서 빠져나온 크리스토퍼. 뱀 같은 여인은 사라진 착한 아저씨를 추적하며 크리스토퍼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게 서서히 추악한 마수를 뻗친다.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며 크리스토퍼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뱀 같은 여인. 그와 거의 동시에 역병의 유행과 광기의 전염이라는 저주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무섭게 빨려 들어가는 밀그로브. 눈과 입을 실로 꿰맨 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소름 끼치는 인간들이 나타나 크리스토퍼와 착한 아저씨들을 노리고, 밀그로브 사람들은 사악하고 불온한 사교의 신도들처럼 광신의 염화에 휩싸여 살인과 폭력 등의 온갖 비극을 양산하기 시작한다.

신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크리스토퍼는 이제, 악한 기운으로 그득한 포자의 세례를 받고 악의 거대한 화신이자 살아 있는 무대와 같은 존재로 변태 중인 도시 밀그로브를 구해야만 한다. 소년은 각자가 가진 어두운 과거의 기억과 상처에 부려지는 이들의 분노로부터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를 가로막는 경계를 허물어뜨림으로써 상상 세계 속 악의 존재를 현실 세계에 풀어놓아 세상을 지옥의 혼돈으로 빠뜨리려는 뱀 같은 여인의 음모를 분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아이와 얽힌 과거의 사건과 함께 반복되는 운명의 끝, 이 치열하고 오랜 영적 전쟁의 끝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 : 스티븐 크보스키

10대 시절 이미 고전,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섭렵한 스티븐 크보스키는 특히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전공했으며, 1995년에 독립 영화 [어디에도 없는 네 모퉁이The Four Corners of Nowhere]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것은 물론 배우로도 출연했다.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가 되었다.

1999년 크보스키가 발표한 첫 저작이자 반자전적 소설 『월플라워』는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끌었고, 오랫동안 엠티비북스의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지켰다. 10대 청소년들의 성애와 마약 흡입 묘사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 성장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1년 이상 이름을 올렸으며, 31개 언어로 출판되어 전 세계에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의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작품집 『조각들Pieces』을 발표함으로써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영화계로 돌아간 크보스키는 200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영화 [렌트]의 각본을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와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미국 CBS 드라마 [제리코]에 각본가 및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그에게 작가의 명성을 가져다준 자신의 동명 소설을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 『월플라워』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 후로도 영화[다이버전트] 시리즈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각본을 쓰고,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은 [원더]가 평단의 극찬을 받음과 더불어 2018년 새턴어워즈 최우수 독립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텔레비전과 영화계에서 괄목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친구』는 스티븐 크보스키가 『월플라워』 이후 무려 2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로, 스티븐 킹 스타일의 오컬트 호러를 표방하여 출간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작품은 『샤이닝』과 『셰이프 오브 워터』를 합친 듯한 소설이라는 찬사는 물론, 공포 문학이라는 장르를 재정의하려는 야심이 보인다는 도발적인 평까지 이끌어내며 공포·스릴러 소설 팬덤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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