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토크라시 - 학교 교육의 새로운 미래 미래 사회와 우리의 교육 1
이영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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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메리토크라시'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이 용어는 '메리트(merit)'를 원천으로 하는 사회 보상 체제를 의미하는 말이다. 라틴어 'meritium'에서 파생된 'merit'와 고대 그리스어 'kratos'에서 파생된 '-cracy'를 조합하여 만들어진 새 표현법이다. 1958년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집필한 풍자 소설 형식의 정치 사회 에세이 『메리토크라시의 부상』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다. 이 책 『메리토크라시』 2권에 상세히 설명돼 있다. 책에 따르면 사전적 의미는 우수하고 칭찬받을 만한 자질, 보상ㆍ명예, 혹은 존중받을 만한 성향이나 행동이다. 즉 업적과 공헌, 영향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메리트로 사회적 지위나 보상이 결정되는 사회 보상 체제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메리토크라시가 주로 '능력주의'로 번역된다고 한다.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표현법이라 처음에는 이 번역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 용어를 만든 영의 책과 설명, 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담론과 논쟁을 살펴본 결과, 능력주의로 번역하면 원래의 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연구 검토한 결과 메리토크라시를 능력주의로 번역할 경우 본원적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하기 쉽고, 때로 왜곡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저자는 이에 따라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며, 꼭 한국어 표현이 필요한 경우에는 업적주의나 공로주의가 더 원어에 가까운 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정말 사람처럼, 그것도 전문가로서 일하고 대응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노동자'를 만나고 돌아와서 앞으로 이 '디지털 노동자'가 기업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개인의 직무 나아가 직업적 삶을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생각하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힌다. 1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뉴욕에서 만난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은행원', '중국에서 만난 인공지능 홀로그램 영어 교사', '하노이에서 만난 무인 은행 점포' 이야기를 읽다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4차산업혁명)시대에 IT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발전속도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에서 동남아시아의 신흥강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보다도 뒤떨어져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 은행이 국내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무인은행점포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더 실감이 났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다 보니 다른 나라는 저만큼 멀리 가 있음에도 우리는 진전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

 


 

이 책은 1, 2권 두 권으로 이뤄져 각 권마다 5개의 장을 통해 세분화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짚어보고 타국의 선진 사례, 우수 모법 사례도 살펴본다. 이는 우리 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맞춰져 저자의 주장을 담아내고 있다. 우선 1권부터 내용을 살펴본다.

 

1장 실제 세상과 우리가 만날 미래

2장 우리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

3장 K-12 교육과정: 한국-뉴욕주-캘리포니아주 비교

4장 미국의 교육, 다시 혁신의 시동을 걸다

5장 대학의 새로운 미래

 


 

'2장 우리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실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고등학교 학생과 선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학교가 제 역할을 학원에 떠 넘기고 있고, 학생들이 학습은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복습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우리의 교육 현실이 최근 30년 이상 정체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단의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미국과 비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학능력시험 하나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 전형의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인 한국의 교육현장을 압축해서 설명하면 획일화와 하향 평준화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 말은 정치권에서 교육 문제를 다를 때마다 보수 정당의 주장에 맞춰지는 느낌이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공교육 시스템에 혁신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STEM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21세기 디지털 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교육과정에 내재화하고, 나아가 '개인화된 학습'을 법률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 우리도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미래의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는 저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4장에서 별도로 다루고 있는 미국의 교육 혁신은 우리나라의 교육 혁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돼 별도의 장으로 구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에서 대학교의 학생 선발 기준 변경과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가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참고해서 우리나라에서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교와 기업에서 먼저 변화를 촉발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21세기 교육은 '개인화된 학습'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과 단계는 결코 쉽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방향으로의 변혁을 실제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5장에서 다루고 있는 대학의 새로운 미래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사립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등록금 외에 다른 부대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학은 문을 닫는 극단적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견할 정도로 우리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의 해법은 '차별화-집중화' 또는 '집중화-차별화'이다. '차별화-집중화'는 '연구 중심 모델 vs. 교육 중심 모델' 중 한 가지 방향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또 특성화 영역에 대한 포트폴리오 모델을 만드는 것이며, 한 예로 연세대학교와 동아방송예술대학교를 들고 있다. 집중화-차별화 모델은 특성화 분야를 먼저 결정하고, '연구중심 vs. 교육 중심' 모델 중 한 가지 방향을 선택하는 접근법으로 그 예로 한국항공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를 꼽는다.

 


 

이 책에는 저자의 주장에 '혁신적'이나 '개혁'이 들어가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가 수위를 낯추려고 다소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혁명적'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오랜 엘리트주의에 지나친 교육열로 이상 현상만 반복할 뿐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별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자조적 느낌이 든다. 민주주의가 각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선 지금도 '이 시대의 마지막 개혁 부문'으로 교육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얼마 전 'SKY 캐슬'이라는 TV 드라마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것도 지도층의 사회 비리와 이상 열기에 따른 상류층의 욕망이 교육에 투영된 내용을 다뤘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 나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으로 자녀들이 자라기를 바라야 정상적인데, 지도층이 아닌 상류 사회 존속의 욕망이 더 앞서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교육열이고 혁신되어야 할 교육의 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대학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주목받는다. 대학이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생이나 사회의 요구 및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자신의 고유한 역할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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