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은 비밀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금성준 지음 / &(앤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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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교도소 얘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정치가다. "정치인(국회의원)들은 이 세상과 교도소의 담장 위 경계에 서 있다"고 한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프로그램 성격이나 그 정치인의 말뜻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법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한순간에 법을 어기고 교도소 담장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직업이고, 그런 일을 한다는 의미였으니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서 그만한 유혹을 많이 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해보면 정의로워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국회의원이 거의 돈 앞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자주 한다는 의미로도 들려 씁쓸하다. 이 소설 『N분의 1은 비밀로』의 두 주인공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둘의 임무는 영치창고에 틀어박혀 수용자 영치품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영치품 창고에서 영치품을 관리하고 있다가, 출소하는 수용자에게 내어주는 역할이다. 한마디로 정말 더럽고 구질구질하고 골치 아픈 데다 힘까지 드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드나드는 이곳에 어떤 수용자가 어떤 물건을 맡길지 모르기 때문이다.(p.11)



독자가 알기로는 영치창고는 죄수가 갖고 들어온 물건이나 돈, 재소자를 위해 외부에서 돈이나 물건 등을 맡기는 곳이다. 두 주인공이 어느 날 영치창고에 있는 임자 없는 물건에 꽂힌다. 캐리어이고 확인해본 결과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다. 둘은 원하는 게 같았다. 그러나 정답을 알 수 없었다.

캐리어 안에 든 걸 갖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그것은 본능적인 반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걸 함부로 가졌다가는 돈도 잃고 인생도 잃게 될 수 있다. 교도관들의 은어처럼 '옷을 바꿔 입을' 수도 있다. 즉 교도관복을 벗고 '죄수복으로 갈아입은' 채 수용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p.13)

재소자를 위한 영치창고는 죄수가 갖고 들어온 물건이나 돈, 재소자를 위해 외부에서 돈이나 물건 등을 맡기는 곳이다. 오랫동안 주인이 없는 채로 영치된 돈은 전에 없던 일이다. 더욱이 기록에도 없다면... 불법의 돈이거나 범죄 수익의 일부여서 찾아갈 수 없는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독자는 교도소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교도소 내부 시설에 대해서 책에서 읽거나 TV나 영화를 통해 보고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실제 경험자가 아는 이상으로 교도소 내부 시설에 정통한 것 같다. 독자로서는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어 의구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설령 허구이고, 거짓이라 할지라도 소설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만든 가상의 공간이라도 할 말이 없을 터, 굳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냥 잘 묘사했다는 생각만 지닌 채 읽으면 될 일이다.

담장 안 금지된 세계의 문이 열린다. 지금껏 구치소나 교도소 출입 경로를 이토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없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한번쯤 미리 견학을 하고 왔거나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쓰지 못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돼 실감을 더해준다.




“교도소는 수십 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문은 교도관이 지문을 찍거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곳이 딱 두 군데 있는데, 정문과 외정문이다. 외정문은 교도소 시설 전체의 문으로서 주로 차량을 통제하거나 가족 접견 오는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외정문은 대개 개방된 상태라서 휙 지나가면 그만이다. 통과할 때는 사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인 데다 만사가 귀찮은 외정문 근무자는 교도관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정문은 사정이 달랐다. 정문은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을 경계 짓는, 교도소 밖에서 아무나 못 들어오게 막고, 교도소 안에서 아무나 못 나가게 하는 삼엄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정문은 사정이 달랐다. 정문은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을 경계 짓는, 교도소 밖에서 아무나 못 들어오게 막고, 교도소 안에서 아무나 못 나가게 하는 삼엄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교도소를 성이라고 치면, 담장은 성벽이고 정문은 그 성 전체의 유일한 문이다. 무기를 휴대한 채 정문을 지키는 세 명의 교도관들은 오가는 사람과 그 소지품, 차량 들을 매섭게 쳐다본다. 함부로 사람이나 차량을 들이거나 내보냈다가 사고가 나면 중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변호인 접견을 핑계로 와서 수용자에게 규정에 어긋난 물품을 전달하려다 적발되는 곳도 정문이다.(p.36)



문제는 교도소 내부 시설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이다. 당연히 범죄자들이지만 죄를 짓지 않고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많다. 교도관이다. 그들은 교대이지만 그들과 같이 사는 것과 다름없다. 어쩌면 교도소에 대해서는 재소자들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외부와의 통로라든지, 출입 시간 등 말이다. 그들 중 2명에게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이 발견되는 순간 사건이 된다. 소설 등장인물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국가대표 종자상추 빚에 시달리는 공범, 손해배상 1억 원 소송 중인 아내, 불로소득 앞에서 사생결단인 처남, 막무가내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술 냄새 풀풀 나는 귀신, 눈치 100단 무당, 신 내린 북채잡이에 조폭까지…… 과연 9억은 누구 차지가 될 것인가?

어금니. 4방의 방장이자 제3사동 전체의 지배자. 담당인 오용수가 낮의 국무총리라면, 어금니는 밤낮으로 대통령이었다. 어금니는 자신을 가둬둔 제3사동뿐 아니라 이 교도소 어딜 가나 모든 수용자가 굽실대는, 조폭 두목이었다. 그는 자신이 교도소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아우들하고 조금 낡은 호텔에 공짜로 거주하고 있는 듯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p.44)



이 소설의 작가는 "개성 있는 인물과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금성준이다. 1981년 작고 황량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적적하게 자랐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다소 특이한 직장에서 하루하루 땀으로 범벅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화이트 레이디』, 『옥수수밭에 부는 회오리바람』, 『록커, 흡혈귀, 슈퍼맨 그리고 좀비』(공저) 등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 작품은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지질한, 그러나 현실감 넘치는 인물 설정과 인물 간의 속 터지는 콜라보가 만들어내는 위기 상황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작가 특유의 ‘무겁지 않은 풍자’와 ‘가볍지 않은 해학’을 만나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완성하고, 독자를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9억 원을 사수하기 위해 그들은 전전긍긍하지만 결국 비밀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리고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당신이라면? 결국 ……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마지막 결론에 대한 끝맺음을 하게 한다. 인간의 탐욕과 자기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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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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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고치며 살아가는 내가 바로 여기 있다. 부서지고 희미해져도 사라지지 않겠다는 화자는 끝까지 살아남는 ‘삶의 이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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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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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Hotel Splendid'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장엄호텔』은 폐허를 연상케하는 주변 분위기 때문에 더 썰렁하다. Splendid는 '훌륭한' '아주 좋은'이란 뜻으로 풀어보면 역설적 표현인가 싶다. 부서지거나 고장나도 수리하지 않아 호텔 곳곳이 허술하고 투숙객도 인근 공사장 노동자들의 숙소로 장기 투숙지로 일부 사용될 뿐 거의 폐업 직전의 바닷가 허름한 여관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상태다. 더욱이 늪지대에 세워진 호텔이라 감염병까지 돌아 인적마저 끈길 위험에 처해 있다.

이 소설은 작가 마리 르도네가 '여성의 상속적인 불행'을 주제로 쓴 3부작 중 첫 작품이다. 출판사 열림원의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 두 번째 책이기도 하다. 마리 르도네는 「작가의 말」을 통해 “백지 위에 첫 번째 중요한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시체’였다. 그것은 앞으로 내 글쓰기가 생산될 디딤돌이 될 단어였다”라고 썼다. 마리 르도네의 소설은 희망이라고는 없는 종말의 세계를 그리며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허무하고 음습한 분위기가 세기말적 모습으로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다.




『장엄호텔』은 얼굴도 이름도 없는 소설의 화자(話者)인 ‘나’가 인적이 끊긴 늪지대에서 할머니의 마지막 유산 ‘장엄호텔’을 지키며 분투하는 이야기다. 호텔을 세운 할머니가 죽고 호텔을 상속 받은 나는 장엄호텔의 주인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언니들을 데리고 불쑥 떠났고, 장엄호텔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어머니가 죽고 들이닥친 언니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호텔이 “제 안방인 양 산다.” 나는 “무엇보다도 장엄을 먼저 생각하며 호텔 운영에 힘쓰지만 현실은 처참하기만 하다. 늪은 모든 걸 썩게 만드는 습기를 내뿜고 남루한 호텔은 그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핀다. 온갖 해충이 들끓으며 쥐 떼는 병을 옮겨 호텔에 방문하는 모두를 앓거나 죽게 만든다. 지옥의 모습이 이럴까. 중세 흑사병이 유럽을 덮칠 때 이랬을까. 세기말적 풍경을 연상케 한다.





항상 배경 속에 희미하게 서 있던 어머니와 지팡이를 짚고 아주 꼿꼿이 서 있던 할머니도 죽었다. 결코 완쾌된 적이 없이 늘 병들어 있던 아다와 오지 않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배우의 꿈에 매달리던 아델도 마침내 죽었다. 폭우가 물러진 땅을 헤치고 시신을 쓸어간 덕에 할머니와 언니들은 늪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종기가 돋고 굽은 몸으로 호텔을 조금씩 정리해간다. 이렇듯 “산 사람은 계속 사는 거다.” 어려서 호텔을 떠난 언니들도 결국은 장엄에 돌아와 죽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영원히 이어지는 불행의 세계.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닳고 닳을지언정 끊어지지 않는 그 선명한 생의 의지 위로 장엄한(?) 네온사인이 비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썩은 늪, “장엄은 밤낮으로 열려 있다.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다.” 장엄호텔이 곧 지옥이다.




이 소설은 이재룡 문학평론가에 의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으며 새로 출간된 이번 개정판에는 이재룡 교수의 「묵시론 다음에는?」이란 제목의 해설이 실렸다. 해설에서 이재룡 교수는 "이미 시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마리 르도네는 1986년 『장엄호텔』로 평단의 눈길을 끌었고 연이어 발표한 3부작이 완성되자 그녀는 프랑스 여성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앞선 세대인 뒤라스, 에르노의 작품세계와 비교연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략) 『장엄호텔』이 출간된 지 35년이 지난 요즘, 늪에 빠져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주변 사람들이 시름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우두망찰 지켜보는 화자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적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기를 잃어가는 세상 모습과 장엄호텔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호텔 주변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죽음과 세기말적 풍경을 본다.



이재룡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곁들여 본 이 소설은 자질구레한 불행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지옥의 모습이다. 자잘한 불행의 연속이 지옥의 모습이라는 말이다. 작가는 오물을 토해내듯이 대화와 감정이 배제된 서술을 꾸역꾸역 뱉어낸다. 죽음마저 무심히 이야기하는 둔중하고 서늘한 문장은 끝없이 이어지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다.

겨울엔 얼어붙고 여름엔 벌레가 들끓어 계절이 바뀌어도 삶은 털끝만치도 달라지지 않는 장엄호텔이 바로 지옥, 그것이다. 썩은 늪의 악취 나는 호텔은 거역할 수 없는 불행의 무게로 소설의 객(客)들을 모조리 압도한다. 붕괴되고 침수되고 오염되고…… 마리 르도네의 세계에서 “끈질기게 되풀이되는 불행은” 말 그대로 “지옥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인 '나'는 묵묵히 삶을 살아낸다. 고통에 둔감하다기보다 차라리 고통이 생의 충동을 유지하는 연료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평론가의 해설에 고개가 절로 주억거린다. 아다와 아델은 더러운 늪과 친절하지도 말끔하지도 않은 불청객들의 행패에 죽음에 가까워가지만 나는 병든 몸으로 두 언니와 호텔을 건사하기 위해 애쓴다.

"유령 같은 두 언니”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와 다르지 않다.” 좌절되고 흔들리고 서로 증오하는 동시에 보살펴주는, “나의 동반자이자 훼방꾼인 나.” “언니들이 내 고생의 근원이”지만 나는 “그들 불행에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 “어쨌든 언니들은 장엄에서 태어났”지만 “그건 그들 탓이 아니다.” 매우 평범한 의식의 소유자인 나.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장엄호텔은 '생명' 그 자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제아무리 세계가 우리의 삶을 부서뜨리고 무너뜨려도 우리는 무른 땅 위에 단단하게 서 있다. 꼴이 어떻든 지탱하고 있고 그게 중요한 거란 생각이 든다. 장엄은 선수가 반쯤 썩어 눈 위에 좌초된 배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좌초되었으니 완전히 가라앉을 염려는 없다는 평가에도 설득력이 있다. 작품 분위기가 제대로 흡수된 평가로 보인다.

“장엄은 잘 버틴다.” “날씨가 춥고 손님이 없더라도 장엄호텔은 계속해서 밤을 밝혀야 한다.” “중요한 건 현재뿐.” 더럽고 치욕적이고 비참해도 살아만 있으면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 “죽음, 그건 삶보다 나쁘다”는 아델의 말처럼 우리 삶의 최우선 과제는 우선 죽지 않고 사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리막길에 있어도 매일 밤 장엄호텔에 네온사인을 켜고 손님을 기다린다.




저자 : 마리 르도네

1948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마르틴느 로스피탈리에(MARTINE L'HOSPITALIER). 문학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말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1985년 일본 하이쿠에 영감을 받은 시 「사망자주식회사」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1986년 소설 『장엄호텔』을 미뉴이 출판사에 투고해 출간했고, 이듬해 어머니 성을 따른 마리 르도네라는 필명으로 두 권의 소설 『영원의 계곡』 『로즈 멜리 로즈』를 출간해 삼부작으로 완결했다. 이밖에 장편소설 『이제 더 이상은』 『콜트 45 권총을 든 여인』, 단편집 『대역인물』 『실시』, 희곡집 『티르와 리르』 『모비-딕』 등이 있다.

역자 : 이재룡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 『꿀벌의 언어』 『소설, 때때로 맑음 1, 2, 3』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장 필리프 투생의 『욕조』 『사진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앙투안 콩파뇽의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벵갈의 밤』, 마리 르도네의 『장엄호텔』, 외젠 이오네스코의 『외로운 남자』, 르 클레지오의 『오니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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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붕괴, 지옥문이 열린다 - 펜타곤의 인류 멸종 시나리오
마이클 클레어 지음, 고호관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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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국방부, 정부, 민간 기관, 시민사회, 환경 정책 관련자 등 환경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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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붕괴, 지옥문이 열린다 - 펜타곤의 인류 멸종 시나리오
마이클 클레어 지음, 고호관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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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긴급함을 알리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지옥의 문이 이미 열린 상태는 아니고 열리는 것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아직 조금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기회가 있다는 뜻으로 읽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기후 이상 징후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간헐적인 폭설이나 폭우 등은 이상 기후로 치지 않더라도 호수의 사막화 현상과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 내리는 일은 지구상의 기후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평균 기온이 1도가 올라간다면 큰 문제가 없을 듯하나 온대가 아열대로 바뀔 정도의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매스컴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내세우며 앞다퉈 보도한다. 또 평균 해수온도 1도 상승도 어종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부 어종은 멸종의 위험에 빠진다고 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1도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 현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존층 파괴, 사막화에 따른 미세먼지 가중 등 실제로 지구상 생태계에 큰 혼란을 주는 것이 기후 변화다.

이상 기후는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삶뿐만 아니라 조금만 더 진행되면 생존에마저 위협을 준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 생각해보면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나이를 분류할 때 빙하기가 중간에 끼어 있는 것을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다. 이 빙하기엔 생물의 멸종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 지구 재앙에선 인류가 예외일 수 없다. 어쩌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그리 강한 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방지 노력을 약속하는 것이 기후변화 협약이다. 인류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인식한 지 사실상 꽤 오래됐다. 140년 전인 1880년대부터 지구의 온도를 기록한 이후 기후변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1970년대에 환경운동이 시작되었고, 1980년대 들어 이를 반영한 '그린 정책'들이 생겨났다. 가장 먼저 생겨난 협약이 바로 기후변화 협약이다. 1992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증가함에 따라 범 지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UN이 주관하여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환경회의에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 협약(UNFCCC)이 채택돼 1994년 3월 발효되었다.

그러나 리우 환경회담을 앞두고 경제 발전이 우선주의였던 미국은 미국인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경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제지할 생각이 없음을 밝혀 제대로 된 환경운동이 세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리 모두 지구에 빚을 졌고 망가진 것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먼저 지려고 시작하는 나라는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는 순간 빈껍데기 협약에 불과하게 되어버렸다.

 


 

기후변화 협약상 모든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온실가스 통계량,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선진국들은 협약 발표 후 6개월 이내에 제 1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었으며 개발도상국들은 협약 발표 후 3년 이내 또는 선진국의 재정ㆍ기술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협약 발효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제 1차, 제 2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으며 2002년 6월 23일까지 19개 국가와 EU가 제3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1993년 12월 세계에서 47번째로 가입하였고, 2002년 기준으로 NON-ANNEX 1(개발도상국) 국가로 분류되어 국가보고서 제출 등 공통의 무사 항만 수행하면 되었다. 다만 국가보고서 작성 시 선진국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고려하기로 OECD 가입 당시에 약속했었다.

회의 참가국 178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54개국이 서명했으며, 기후변화 협약에는 모든 당사국이 부담하는 공통의 의무사항과 일부 회원국만이 부담하는 특정 의무사항으로 구분하는 의무 부담 체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책임을 함부로 논할 수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공통 의무 사항은 같은 협약의 모든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자체적으로 수립ㆍ시행하고 이를 공개해야 함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 및 흡수량에 대한 국가 통계와 정책 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당사국 총회(COP)에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을 말한다.

 


 

이런 각국의 노력에도 미국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임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2019년 11월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절차에 돌입함으로써 국내외 반발을 샀다. 다행히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정책을 번복, 다시 세계 각국과 함께하기로 선언함으로써 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탈퇴 후 재가입까지 2년 5개월여의 허송 세월은 하루 하루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 빙하의 해빙, 기후 이상, 생태계 파괴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백에 따른 퇴보가 불가피할 것이다. 더욱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한 미국의 재가입은 기후변화 협약의 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미 행정부의 탈퇴 선언에 따라 미 국방부의 기후변화 대처가 크게 후퇴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정확한 자료와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어느 정도의 후퇴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사실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 협약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세계 국가의 정부 중 가장 먼저 기후변화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제기한 조직이다. 『기후 붕괴, 지옥문이 열린다』는 기후변화가 군의 활동뿐 아니라 자연재해, 팬데믹, 식량과 물 고갈, 국제 분쟁 등 전 세계에 끼칠 파급력과 대처법을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책이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펜타곤 보고서, 정부 문서, 전문가 인터뷰 등 각종 근거자료를 통해 기후변화가 군과 사회에 끼칠 영향, 이로 인한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과 국제관계 변화 양상을 제시한다. 나아가 자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법, 우호국 군대와의 협력을 통한 온난화 대처법 등 미 국방부가 실제로 시행한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된 하루. 지구온난화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인류가 멸종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이 시기에 남은 선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세계의 주요 기관 중에서 미 국방부만큼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없다. 특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펜타곤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관련 정책을 폐지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기후변화 정책을 밀고 나갔다는 점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를 국가안보에 대한 최고의 위협 중 하나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춰,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취약 계층, 약소국뿐 아니라 강대국에 끼칠 영향력과 그에 따른 분쟁 가능성을 분석한다. 저명한 안보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관련 전문가와 군 보고서, 정부 문서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측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미군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준다.

 


 

책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단순히 전염병,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극은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주변 국가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은 많은 도시와 군사 기지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은 인종적으로 분열된 국가에 갈등을 부추기고, ‘기후 난민’은 전 세계적인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을 원천으로 하는 브라마푸트라강과 인더스강을 사이에 둔 인도와 중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등 공유하는 수자원을 놓고 국가 간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기업이나 군, 국가 같은 커다란 조직의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박쥐를 매개로 번지자, 국제 위기로 번질 것을 우려한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는 응급 병원과 진료소를 세우고 다른 나라에서 온 의사와 의료진을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에볼라와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을 막고 백신을 확보하는 데 미국과 주변국의 협력과 연대가 중요함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군이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뺀 것은 세계에서의 역할을 일부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단독 소비자로서 대체연료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해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자급력을 높였다는 사실은 미국이 세게 경찰을 수행하기 위해 지나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사용해 임무 수행에 나선 첫 번째 미국 군함 스톡데일, 혼합연료를 사용한 ‘대녹색함대’ 스테니스 타격단뿐 아니라 군사 기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비전투용 수송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해외 외교 정책과 관계 없는 범위 내에서 미군 자체의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 대처 능력 향상은 관심을 모을 만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 육군은 병사들이 걷기만 해도 무전기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웨어러블 에너지 수확 시스템, 등에 메는 태양광 패널, 걸을 때마다 운동 에너지를 수집하는 무릎 수확기 등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탄소 기반 연료에서 기후 친화적인 대체연료로 전환을 시도하는 강력한 조직의 의미 있는 노력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와 세계화가 결합해 팬데믹과 국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시대에, 이 책은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국방부, 정부, 민간 기관, 시민사회, 환경 정책 관련자 등 환경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마이클 클레어(MICHAEL T. KLARE)

 

파이브 칼리지 평화 및 세계안보학과 교수로 햄프셔 칼리지, 애머스크 칼리지, 마운트 홀이오크 칼리지, 스미스 칼리지,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워싱턴 DC의 군축협회에서 선임방문연구원으로 일했다.

『자원 전쟁과 남은 것을 위한 경쟁(RESOURCE WARS AND THE RACE FOR WHAT’S LEFT)』을 비롯한 15권의 저서를 냈으며, 〈커런트 히스토리〉, 〈포린 어페어즈〉, 〈네이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현재 매사추세츠주 노샘프턴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고호관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로 석사를 마치고 동아사이언스에서 과학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SF와 과학 분야의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SF 앤솔러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공저)와 『우주로 가는 문, 달』, 『술술 읽는 물리 소설책 1~2』, 『우주선 안에서는 방귀 조심!』 등이 있으며, 『하늘은 무섭지 않아』로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과학지식 101』,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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