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은 비밀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금성준 지음 / &(앤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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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교도소 얘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정치가다. "정치인(국회의원)들은 이 세상과 교도소의 담장 위 경계에 서 있다"고 한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프로그램 성격이나 그 정치인의 말뜻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법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한순간에 법을 어기고 교도소 담장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직업이고, 그런 일을 한다는 의미였으니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서 그만한 유혹을 많이 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해보면 정의로워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국회의원이 거의 돈 앞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자주 한다는 의미로도 들려 씁쓸하다. 이 소설 『N분의 1은 비밀로』의 두 주인공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둘의 임무는 영치창고에 틀어박혀 수용자 영치품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영치품 창고에서 영치품을 관리하고 있다가, 출소하는 수용자에게 내어주는 역할이다. 한마디로 정말 더럽고 구질구질하고 골치 아픈 데다 힘까지 드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드나드는 이곳에 어떤 수용자가 어떤 물건을 맡길지 모르기 때문이다.(p.11)



독자가 알기로는 영치창고는 죄수가 갖고 들어온 물건이나 돈, 재소자를 위해 외부에서 돈이나 물건 등을 맡기는 곳이다. 두 주인공이 어느 날 영치창고에 있는 임자 없는 물건에 꽂힌다. 캐리어이고 확인해본 결과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다. 둘은 원하는 게 같았다. 그러나 정답을 알 수 없었다.

캐리어 안에 든 걸 갖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그것은 본능적인 반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걸 함부로 가졌다가는 돈도 잃고 인생도 잃게 될 수 있다. 교도관들의 은어처럼 '옷을 바꿔 입을' 수도 있다. 즉 교도관복을 벗고 '죄수복으로 갈아입은' 채 수용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p.13)

재소자를 위한 영치창고는 죄수가 갖고 들어온 물건이나 돈, 재소자를 위해 외부에서 돈이나 물건 등을 맡기는 곳이다. 오랫동안 주인이 없는 채로 영치된 돈은 전에 없던 일이다. 더욱이 기록에도 없다면... 불법의 돈이거나 범죄 수익의 일부여서 찾아갈 수 없는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독자는 교도소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교도소 내부 시설에 대해서 책에서 읽거나 TV나 영화를 통해 보고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실제 경험자가 아는 이상으로 교도소 내부 시설에 정통한 것 같다. 독자로서는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어 의구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설령 허구이고, 거짓이라 할지라도 소설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만든 가상의 공간이라도 할 말이 없을 터, 굳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냥 잘 묘사했다는 생각만 지닌 채 읽으면 될 일이다.

담장 안 금지된 세계의 문이 열린다. 지금껏 구치소나 교도소 출입 경로를 이토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없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한번쯤 미리 견학을 하고 왔거나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쓰지 못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돼 실감을 더해준다.




“교도소는 수십 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문은 교도관이 지문을 찍거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곳이 딱 두 군데 있는데, 정문과 외정문이다. 외정문은 교도소 시설 전체의 문으로서 주로 차량을 통제하거나 가족 접견 오는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외정문은 대개 개방된 상태라서 휙 지나가면 그만이다. 통과할 때는 사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인 데다 만사가 귀찮은 외정문 근무자는 교도관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정문은 사정이 달랐다. 정문은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을 경계 짓는, 교도소 밖에서 아무나 못 들어오게 막고, 교도소 안에서 아무나 못 나가게 하는 삼엄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정문은 사정이 달랐다. 정문은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을 경계 짓는, 교도소 밖에서 아무나 못 들어오게 막고, 교도소 안에서 아무나 못 나가게 하는 삼엄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교도소를 성이라고 치면, 담장은 성벽이고 정문은 그 성 전체의 유일한 문이다. 무기를 휴대한 채 정문을 지키는 세 명의 교도관들은 오가는 사람과 그 소지품, 차량 들을 매섭게 쳐다본다. 함부로 사람이나 차량을 들이거나 내보냈다가 사고가 나면 중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변호인 접견을 핑계로 와서 수용자에게 규정에 어긋난 물품을 전달하려다 적발되는 곳도 정문이다.(p.36)



문제는 교도소 내부 시설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이다. 당연히 범죄자들이지만 죄를 짓지 않고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많다. 교도관이다. 그들은 교대이지만 그들과 같이 사는 것과 다름없다. 어쩌면 교도소에 대해서는 재소자들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외부와의 통로라든지, 출입 시간 등 말이다. 그들 중 2명에게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이 발견되는 순간 사건이 된다. 소설 등장인물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국가대표 종자상추 빚에 시달리는 공범, 손해배상 1억 원 소송 중인 아내, 불로소득 앞에서 사생결단인 처남, 막무가내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술 냄새 풀풀 나는 귀신, 눈치 100단 무당, 신 내린 북채잡이에 조폭까지…… 과연 9억은 누구 차지가 될 것인가?

어금니. 4방의 방장이자 제3사동 전체의 지배자. 담당인 오용수가 낮의 국무총리라면, 어금니는 밤낮으로 대통령이었다. 어금니는 자신을 가둬둔 제3사동뿐 아니라 이 교도소 어딜 가나 모든 수용자가 굽실대는, 조폭 두목이었다. 그는 자신이 교도소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아우들하고 조금 낡은 호텔에 공짜로 거주하고 있는 듯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p.44)



이 소설의 작가는 "개성 있는 인물과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금성준이다. 1981년 작고 황량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적적하게 자랐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다소 특이한 직장에서 하루하루 땀으로 범벅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화이트 레이디』, 『옥수수밭에 부는 회오리바람』, 『록커, 흡혈귀, 슈퍼맨 그리고 좀비』(공저) 등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 작품은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지질한, 그러나 현실감 넘치는 인물 설정과 인물 간의 속 터지는 콜라보가 만들어내는 위기 상황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작가 특유의 ‘무겁지 않은 풍자’와 ‘가볍지 않은 해학’을 만나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완성하고, 독자를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9억 원을 사수하기 위해 그들은 전전긍긍하지만 결국 비밀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리고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당신이라면? 결국 ……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마지막 결론에 대한 끝맺음을 하게 한다. 인간의 탐욕과 자기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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