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붕괴, 지옥문이 열린다 - 펜타곤의 인류 멸종 시나리오
마이클 클레어 지음, 고호관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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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긴급함을 알리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지옥의 문이 이미 열린 상태는 아니고 열리는 것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아직 조금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기회가 있다는 뜻으로 읽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기후 이상 징후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간헐적인 폭설이나 폭우 등은 이상 기후로 치지 않더라도 호수의 사막화 현상과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 내리는 일은 지구상의 기후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평균 기온이 1도가 올라간다면 큰 문제가 없을 듯하나 온대가 아열대로 바뀔 정도의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매스컴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내세우며 앞다퉈 보도한다. 또 평균 해수온도 1도 상승도 어종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부 어종은 멸종의 위험에 빠진다고 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1도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 현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존층 파괴, 사막화에 따른 미세먼지 가중 등 실제로 지구상 생태계에 큰 혼란을 주는 것이 기후 변화다.

이상 기후는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삶뿐만 아니라 조금만 더 진행되면 생존에마저 위협을 준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 생각해보면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나이를 분류할 때 빙하기가 중간에 끼어 있는 것을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다. 이 빙하기엔 생물의 멸종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 지구 재앙에선 인류가 예외일 수 없다. 어쩌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그리 강한 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방지 노력을 약속하는 것이 기후변화 협약이다. 인류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인식한 지 사실상 꽤 오래됐다. 140년 전인 1880년대부터 지구의 온도를 기록한 이후 기후변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1970년대에 환경운동이 시작되었고, 1980년대 들어 이를 반영한 '그린 정책'들이 생겨났다. 가장 먼저 생겨난 협약이 바로 기후변화 협약이다. 1992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증가함에 따라 범 지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UN이 주관하여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환경회의에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 협약(UNFCCC)이 채택돼 1994년 3월 발효되었다.

그러나 리우 환경회담을 앞두고 경제 발전이 우선주의였던 미국은 미국인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경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제지할 생각이 없음을 밝혀 제대로 된 환경운동이 세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리 모두 지구에 빚을 졌고 망가진 것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먼저 지려고 시작하는 나라는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는 순간 빈껍데기 협약에 불과하게 되어버렸다.

 


 

기후변화 협약상 모든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온실가스 통계량,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선진국들은 협약 발표 후 6개월 이내에 제 1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었으며 개발도상국들은 협약 발표 후 3년 이내 또는 선진국의 재정ㆍ기술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협약 발효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제 1차, 제 2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으며 2002년 6월 23일까지 19개 국가와 EU가 제3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1993년 12월 세계에서 47번째로 가입하였고, 2002년 기준으로 NON-ANNEX 1(개발도상국) 국가로 분류되어 국가보고서 제출 등 공통의 무사 항만 수행하면 되었다. 다만 국가보고서 작성 시 선진국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고려하기로 OECD 가입 당시에 약속했었다.

회의 참가국 178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54개국이 서명했으며, 기후변화 협약에는 모든 당사국이 부담하는 공통의 의무사항과 일부 회원국만이 부담하는 특정 의무사항으로 구분하는 의무 부담 체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책임을 함부로 논할 수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공통 의무 사항은 같은 협약의 모든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자체적으로 수립ㆍ시행하고 이를 공개해야 함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 및 흡수량에 대한 국가 통계와 정책 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당사국 총회(COP)에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을 말한다.

 


 

이런 각국의 노력에도 미국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임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2019년 11월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절차에 돌입함으로써 국내외 반발을 샀다. 다행히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정책을 번복, 다시 세계 각국과 함께하기로 선언함으로써 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탈퇴 후 재가입까지 2년 5개월여의 허송 세월은 하루 하루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 빙하의 해빙, 기후 이상, 생태계 파괴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백에 따른 퇴보가 불가피할 것이다. 더욱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한 미국의 재가입은 기후변화 협약의 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미 행정부의 탈퇴 선언에 따라 미 국방부의 기후변화 대처가 크게 후퇴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정확한 자료와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어느 정도의 후퇴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사실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 협약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세계 국가의 정부 중 가장 먼저 기후변화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제기한 조직이다. 『기후 붕괴, 지옥문이 열린다』는 기후변화가 군의 활동뿐 아니라 자연재해, 팬데믹, 식량과 물 고갈, 국제 분쟁 등 전 세계에 끼칠 파급력과 대처법을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책이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펜타곤 보고서, 정부 문서, 전문가 인터뷰 등 각종 근거자료를 통해 기후변화가 군과 사회에 끼칠 영향, 이로 인한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과 국제관계 변화 양상을 제시한다. 나아가 자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법, 우호국 군대와의 협력을 통한 온난화 대처법 등 미 국방부가 실제로 시행한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된 하루. 지구온난화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인류가 멸종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이 시기에 남은 선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세계의 주요 기관 중에서 미 국방부만큼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없다. 특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펜타곤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관련 정책을 폐지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기후변화 정책을 밀고 나갔다는 점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를 국가안보에 대한 최고의 위협 중 하나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춰,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취약 계층, 약소국뿐 아니라 강대국에 끼칠 영향력과 그에 따른 분쟁 가능성을 분석한다. 저명한 안보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관련 전문가와 군 보고서, 정부 문서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측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미군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준다.

 


 

책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단순히 전염병,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극은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주변 국가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은 많은 도시와 군사 기지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은 인종적으로 분열된 국가에 갈등을 부추기고, ‘기후 난민’은 전 세계적인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을 원천으로 하는 브라마푸트라강과 인더스강을 사이에 둔 인도와 중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등 공유하는 수자원을 놓고 국가 간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기업이나 군, 국가 같은 커다란 조직의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박쥐를 매개로 번지자, 국제 위기로 번질 것을 우려한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는 응급 병원과 진료소를 세우고 다른 나라에서 온 의사와 의료진을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에볼라와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을 막고 백신을 확보하는 데 미국과 주변국의 협력과 연대가 중요함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군이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뺀 것은 세계에서의 역할을 일부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단독 소비자로서 대체연료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해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자급력을 높였다는 사실은 미국이 세게 경찰을 수행하기 위해 지나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사용해 임무 수행에 나선 첫 번째 미국 군함 스톡데일, 혼합연료를 사용한 ‘대녹색함대’ 스테니스 타격단뿐 아니라 군사 기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비전투용 수송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해외 외교 정책과 관계 없는 범위 내에서 미군 자체의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 대처 능력 향상은 관심을 모을 만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 육군은 병사들이 걷기만 해도 무전기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웨어러블 에너지 수확 시스템, 등에 메는 태양광 패널, 걸을 때마다 운동 에너지를 수집하는 무릎 수확기 등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탄소 기반 연료에서 기후 친화적인 대체연료로 전환을 시도하는 강력한 조직의 의미 있는 노력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와 세계화가 결합해 팬데믹과 국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시대에, 이 책은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국방부, 정부, 민간 기관, 시민사회, 환경 정책 관련자 등 환경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마이클 클레어(MICHAEL T. KLARE)

 

파이브 칼리지 평화 및 세계안보학과 교수로 햄프셔 칼리지, 애머스크 칼리지, 마운트 홀이오크 칼리지, 스미스 칼리지,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워싱턴 DC의 군축협회에서 선임방문연구원으로 일했다.

『자원 전쟁과 남은 것을 위한 경쟁(RESOURCE WARS AND THE RACE FOR WHAT’S LEFT)』을 비롯한 15권의 저서를 냈으며, 〈커런트 히스토리〉, 〈포린 어페어즈〉, 〈네이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현재 매사추세츠주 노샘프턴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고호관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로 석사를 마치고 동아사이언스에서 과학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SF와 과학 분야의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SF 앤솔러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공저)와 『우주로 가는 문, 달』, 『술술 읽는 물리 소설책 1~2』, 『우주선 안에서는 방귀 조심!』 등이 있으며, 『하늘은 무섭지 않아』로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과학지식 101』,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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