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음악지식사전
가나북스 편집부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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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다가 문득 독자의 어렸을 때 음악 교과서가 생각난다. 지질, 인쇄, 제본, 선명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레이아웃 등 편집 부분도 그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독자 초등하교 시절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상태로 1인당 GNP(지금은 GDP로 계산하지만 그땐 GNP로 계산 방식이 약간 달랐다)가 수천 달러에 불과하던 시절이라 이해할 만하다. 초등학교도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음악 교과서마저 컬러에서 흑백 인쇄로 바뀌었다. 그때는 사진과 악보, 글자로만 이루어졌는데 이 책을 보니 그림, 그것도 최고의 솜씨를 보여준 그림 동물이 설명해준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도록 말이다. 더욱이 세계 최고의 음악가인 조수미, 신델라의 추천사까지 곁들이니 어린이들에겐 교육 효과도 높을 것 같다. 롤 모델로 삼거나 우리나라 음악 수준에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교과서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음악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잘 배열하고 최선의 노력으로 제작한 것이 금세 느껴진다. 이 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독자처럼 음악(특히 클래식)에 관심이 크지만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성인에게도 필요한 정보와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매력적인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음악상식은 개인에 따라 지식수준이 달라 음표와 박자 등 음악에 대한 기초 지식에서부터 음악사, 음악가, 각종 음악 장르를 쉽고 재미있게 구성했다.음악의 분야는 방대하여 모든 영역을 포함시켜 다루기에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을 다뤄주므로 대중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또한, 궁금하고 간단한 상식의 내용들을 정겨운 퀴즈로 엮어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게 한 것도 돋보인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음악 지식도 쌓아 교회 찬양대, 각양의 합창단 등에서 단원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기를 출판사 측은 기대하며 음악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음악 지식사전'의 충분한 자격을 갖춘 책이다.



책을 펼치면 음표, 악보 기호, 박자 등 음악의 기초를 설명하는 초반부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면 장음계와 단음계를 설명할 때 나오는 고양이는 "장음계는 3~4음과 7~8음 사이가 반음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즐거운 표정이다. 반면, "단음계는 2~3음과 5~6음 사이가 반음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우는 표정을 짓고 있다. 장조 곡이 밝고, 단조 곡은 어두운 느낌이라는 것을 고양이 표정만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등 세심한 관심이 눈에 띈다. 빠르기말이나 셈여림표를 나타낼 때 동물들로 그 특징을 구분해주는 그림도 무척 흥미롭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개괄적인 음악지식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기악곡의 연주 형태'를 펼치면 여러 악장으로 된 곡, 하나의 악장으로 된 곡, 춤곡 등 세 분류 아래 교향곡, 협주곡, 랩소디, 녹턴, 유머레스크, 아라베스크, 푸가, 미뉴에트, 사라반드 등의 개념이 실제 악보나 그림자료와 함께 서술된다.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악기를, 특히 배치 부분은 펼친 양면 그림으로 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한번에 파악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가보기 전에도 알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어떻게 구성해 어떤 자리에 어떤 악기가 자리잡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굳이 설명이 많이 필요없어 딱 필요한 부분만 약간의 설명을 곁들일 뿐 그림으로만 파악 가능하게 편집했다.



서양 악기뿐 아니라 국악기의 종류도 자세히 나와 있다. 독자가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서로 비슷한 비중을 갖고 편집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국악의 장단과 음계, 성악곡(시조와 가곡, 판소리와 창극, 민요 등)을 서술한 대목에서는 각 공연 장면이 사진자료로 실려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편집 기획이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 부분이다.

이 책으로 어린이들은 악기에 대한 정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고 성인들은 확인하고 더 깊은 지식을 얻기 위한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딩동댕 원숭이'와 함께 건반악기 박물관에 가보면 그랜드 피아노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파이프오르간, 첼레스타, 신시사이저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성인들도 음악 교육을 별도로 받지 않는 사람은 잘 모르는 부분적인 특별한 지식도 제공한다. '삘릴리 고양이'의 목관악기 가게에서는 플루트, 오보에(더 낮은 코르앙글레), 클라리넷(기본형보다 낮은 베이스 클라리넷), 리코더, 팬파이프를 만날 수 있다. '둥둥 딱따구리'의 타악기 연주단은 큰북부터 핸드벨까지 여러 동물들이 연주하고 있고, 실로폰과 마림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딩가딩가 생쥐'의 현악기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린의 구조를 비롯해 여러 현악기의 차이와 특징을 배울 수 있다. '빰빠라 곰'의 금관악기 축제에서는 트럼펫과 트롬본, 호른, 그리고 튜바의 특징을 배울 수도 있다. '덩더꿍 거북'의 국악기 나들이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비발디부터 윤이상에 이르는 세계적인 음악가, 플라멩코와 탱고 등 세계 곳곳의 음악 지도, 100여 편의 추천 음악 리스트가 알차게 실려 있다. 특히 부록으로 음악 동화, 판소리, 음악가, 서양 음악과 음악 이론 등의 퀴즈를 풀어볼 수 있다. 쉬운 문제 위주이지만 음악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성인에게는 조금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도 있다.

「세고개 퀴즈」와 「음악지식퀴즈」가 그것이다. 세고개 퀴즈는 '스무고개 퀴즈'처럼 3개의 힌트만으로 답을 맞추는 게임 같아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음악퀴즈의 경우 3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라서 하나를 고르면 되는 건데 문제의 수준이 꽤 높지만 책만 잘 읽고 기억한다면 맞출 수 있네요. 이 책을 한 번 읽는다면 음악적 지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고, 두 번, 세 번, 여러 번 읽으면서 기억한다면 음악 지식이 엄청 풍부해질 것 같아요. 소프라노 조수미, 신델라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 음악에 관심 있는 모두를 위한 필독서이다. 클래식에 빠진 지 2년도 안 된 독자도 이 책을 곁에 두고 한 번씩 쳐다보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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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 이석연의 이집트 터키 인문 탐사 기행기
이석연 지음 / 새빛컴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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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이 선진국인 서구의 기독교 문명과 개발도상국인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의 충돌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어쩌면 이슬람교가 태동한 7세기부터 대립하고 전쟁도 불사하는 충돌을 빚어왔다. 특히 양측의 세(勢)가 비슷했던 중세에는 십자군전쟁으로 세게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큼 격렬하고도 오랜 기간 충돌했다. 8차까지 200년에 걸친 극도의 소모전이고 문명의 충돌이고, 종교 전쟁이었다.

로마 제국은 예수 탄생을 전후해 대제국을 건설했다. 이후 서로마 제국 멸망(AD 476)을 거쳐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함락(AD 1453)되기까지 1500년 동안 유럽 지역을 지배했다. 그러나 서로마 제국 멸망부터 동로마 제국으로 명맥만 이어온 채 아시아 문명과 섞인 독특한 비잔티움 문명을 일으켜 발전했으나 동로마의 멸망으로 로마란 명칭은 이탈리아 도시 로마 이외에서는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이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영토를 넓혔던 이슬람 문명인 오스만 제국의 시대가 열린다. 이 책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와 오스만 제국으로 로마 제국 세력 못지 않은 지역에 세를 뻗쳤던 터키 지역의 탐사 기록이다. 현대의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염두에 두고 두 문명의 화합의 단초를 발견할 목적으로 이 지역을 여행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이집트와 터키 유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전문가들과 만나 견해를 구하는 등 적극 탐사 활동을 통해 이해를 높였다. 이후 현장에서의 사색과 이집트 문명과 터키의 이슬람 문명이 인류에 끼친 영향에 대한 사유를 더해 글로 남긴 것이다. 이집트 고대 문명의 놀라운 업적과 오스만 제국의 정신 문명과 유적들이 후손에 남긴 인류에의 선한 영향에 대한 많은 지식과 지혜를 더했다. 저자는 이집트로 출발하기 전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의 현장을 보러온 것이지 현재의 이집트를 보러온 것이 아니다.’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첨단과 역사를 모두 품고 있는 두바이에서, 5,000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면서도 역사는 반드시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카이로에서, 느낌표이기보다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한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에서, 세계 최대이자 최고(最古)의 고고학 유적지인 룩소르에서, 이집트 왕국 3,000년 역사상 가장 번영의 시대를 이끌었던 람세스 2세의 숨결이 깃든 아부심벨에서 살아있는 역사인 이집트가 가진 문명의 속자락을 하나씩 나열한다. 때로는 풍광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그대로를 읊기도 하고, 때로는 고대문명의 위대함 앞에 한동안 자리에 서서 빠져들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마치 독자 자신이 여행 간 것처럼 생생하게 현장이 전개됨을 느꼈다. 저자의 현장 전달감과 글솜씨가 마치 독자가 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면 대단한 글솜씨라 아니할 수 없다.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에서의 느낌과 사진, 여행 탐사지에서의 해당 문명 전문가들과의 만남, 기본적인 저자의 사전 지식과 문명 연구에서 얻은 지혜가 모두 동원돼 깊은 사유를 담은 이집트ㆍ이슬람 문명에 대한 탐구가 이어졌다.

5,000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이집트와 오스만 제국의 터키를 여행하며 그곳에 깃든 신화, 인물, 그리고 문화의 소산들이 차례로 독자에게 전해져 온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교수는 이 책을 여행기라 하지 않고 '여행 명상록'이라 말한다. 왜 그랬을까? 저자인 이석연 변호사는 이미 잘 알려진 독서광이자 여행광이다. 이미 경지에 이른 그의 인문학적 소양은 여행기의 격을 높이고 글쓰기는 독자에게 쉽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얼마나 알고 어떻게 시대의 흐름을 느끼는지에 따라 독자들에게 미치는 여행의 맛과 의미가 전달되는 양은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는 법이다.



저자의 여행 일정에 따라 시선을 옮겨본다. 내몽골 고비사막의 모습은 여전히 황량하고 광활하다. 비행기 조그만 창문 밖으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황토빛 사막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비행 고도도 높지 않아 그곳을 지날 때면 아래로 펼쳐지는 동네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산맥과 사막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터키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이즈미르(실제로 미인이 정말 많고 성경에는 '서머나'로 알려졌다)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에페스(Efes)란 곳으로 간다.

고대 이오니아와 그리스 로마 세계의 예술과 과학, 학문이 꽃을 피웠던 곳이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이곳은 그가 생전에 남긴 말들이 파피루스에 남겨진 채 발견되기도 한 곳으로 '태양은 매일 아침 새로우며 언제나 움직인다'와 '삶이란 장난치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철학적 명언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베르가몬 도서관과 더불어 고대 3대 도서관에 속하는 켈수스 도서관이 폐허가 된 채 남아 있다. 로마 아시아 집정관인 켈수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도서관 정면에는 지혜, 운명,, 학문, 미덕을 상징하는 여성 동상이 조각되어 있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거대한 건축물 안을 가득 채운 파피루스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되게 하는 광경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철학적 향유를 즐기던 그때의 학자들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로마 문명, 기독교 문명의 터키의 한 단면이다.



잠시 터키 이곳저곳을 읽던 저자는 어느새 오스만 제국으로 눈을 돌린다. 15세기 중엽부터 16세기 후반까지 약 120여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오스만 제국의 문명의 찬란함에 잠시 취한다. 저자는 지금껏 배웠던 서양의 시각이 아닌 제 3자의 객관성을 가지고 접근해본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의 지식과 사뭇 다르다. 우리의 세계사관은 서양 중심이었다. 아마 미국의 사관이 우리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껏 우리는 서양이 공격하면 정복이나 위대한 승리이지만 동양(훈족, 몽골족, 오스만 등)이 공격하면 찬탈이나 파괴가 되는 세계사 교과서를 통해 세계의 역사를 바라봤다. 우리가 오스만 튀르크라고 부르는 오스만 제국을 정작 터키인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오스만 제국은 튀르크인들만의 나라가 아니라 다양성과 공존, 관용의 정신이 살아 있는 국제성을 띤 제국이었다는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한 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오스만 제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에서 칼이 폭력적 포교 도구가 아닌 신의 말씀을 생명처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사실은 독자의 지식의 얄팍함에 놀란다. 특별히 다른 민족이나 종교인 가운데 우수한 인재를 뽑는 청년 징병제인 '데브시르메(Devshirme)는 오스만 제국의 관용성과 국제성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로 보인다.



오스만 제국은 점령지 내지 통치지역의 주민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기아와 빈곤을 다독여 주었다. 거의 대부분의 통치 기간 동안 보여준 관용적인 통치는 다민족, 다종교 정치 제제의 모범적인 통치 스타일로 꼽힌다. 최근 아프간 전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미국에서도 이슬람의 관용의 통치에 대한 연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어 저자의 안내는 계속된다. 우리와 같은 알타이 문화권인 터키는 형제 국가로 진한 민족적 동류의식을 느끼는 곳이다. 인류문명의 살아있는 희망이자 인류 문명의 박물관이라 일컬어지는 이스탄불은 터키 여행의 백미이며 누구든 이스탄불을 한번 방문하기만 하면 그녀(이스탄불)가 끌어들이는 매력에 빠져 심하게 열병을 앓는다고 한다. 저자 역시 열병을 앓다가 6년 만에 해후했다고 하니 그곳을 가본 사람에게 이스탄불은 다시 해외여행이 풀리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될 곳이 아닐까 싶다.

트로이와 카파도키아, 그리고 ‘일리어드’와 ‘오딧세이’의 저자인 호머의 고향 이즈미르에 이르기까지 터키 여행은 역사 회고와 사색으로 가득 차, 독자들에게 입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데 한몫을 차지한다. 이 책을 읽는 보람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 : 이석연

195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중학 졸업 6개월 만에 고졸학력검정고시 전 과목에 합격한 후 곧 금산사(심원암)에 들어가 2년간 5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2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그 사이 육군 정훈장교로 3년간 전방 철책부대 등에서 군 복무를 했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변호사로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그는 30년 넘게 헌법연구와 헌법소송에 전념하면서 30여건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 한국사회를 바꾸었다. 대표적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제4대) 시절 시민단체의 권력화, 초법화(超法化), 관료화 등을 경계한 바 있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헌법포럼’ 대표, ‘책 권하는 사회운동본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광(chain-reader)인 그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저서를 냈다. 저서로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 《사마천 사기 산책》, 《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함께 길을 가다 (공저)》, 《헌법 등대지기》, 《침묵하는 보수로는 나라 못 지킨다》, 《헌법과 반헌법》, 《헌법은 상식이다》, 《헌법소송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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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 알고 보면 가깝고, 가까울수록 즐거운 그림 속 철학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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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위대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야 겨우 가치를 깨닫는다. 독자도 그렇다. 나름대로 전시장이나 미술관을 자주 가는 편이었지만 솔직히 '좋은 그림'과 '평범한 그림'의 구분을 아직도 잘 하지 못한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도,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열정적으로 그림이 좋아서 전시회에 갔다기보다 교양의 일부라고 생각해 마지못해 함께 참여하는 수준에서 가다보니 감상법도 제대로 모른 채 '전시회에서 좋은 시간 보냈다'는 자기 만족감에 불과했음을 고백한다.

코로나 이후 전시회가 크게 줄었지만 핑계대고 대부분 빠지다가 어느덧 전시회 간 지도 1년 반이 넘어간다. 다만 코로나 이후 미술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져나온 것은 잘 알고 있다. 전시회에 안 가는 대신 책으로 보는 것은 훨씬 늘었다. 직접 본 적이 있는 작품들이 책에 자주 실리기도 해서 익숙하다보니 슬슬 읽기만 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에피소드 위주의 책이 많았다. 또 독자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주제와 소재가 자주 채택돼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아서 흥미거리가 되고 미술 상식도 조금씩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또 어떤 책은 서양미술사를 통째로 표방하고 많은 상식을 독자에게 전달해주고 감상법도 싣고, 그림의 감상 포인트도 짚어주는 등 매우 열성적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늘려간 데 크게 기여하는 것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소개하는 책을 낸 모든 분들께 이 기회에 감사드린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 책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미술 속의 철학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다. 설명도 독자처럼 초보 수준이어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미술과 더 어렵다는 철학이 만났는데도 어렵게 엉키지 않고 두 분야를 더 쉽게 대할 수 있도록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한 부분은 보통의 글솜씨가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빠지게 하는 매력적인 글쓰기가 미술과 철학 두 가지를 함께 잡고 내친 김에 글쓰기 실력도 늘릴 수 있는 문장이 많다. 한 번 더 읽게 되면 필사도 해볼 생각이다.

저자 이진민의 이력을 보면 미술과 철학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일을 했다. 다만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정치철학'을 공부한 게 미술과 철학 공부의 전부인 것 같다. 그래도 그에게는 박사학위까지 받고 아이 엄마까지 해내는 '수퍼 우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글공부는 언제 했는지, 박사 학위는 무슨 학문인지, 그림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저자 자신이 밝히지 않는 한 알 수도 없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책에 더 집중하면 될 일이다. 출판사는 저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술관에 ‘놀러 가는’ 철학자가 있다. 십 대에 떡볶이집 드나들 듯, 이십 대에 술집 드나들 듯, 미술을 전혀 모른 채 미술관에서 놀던 그는 그림이야말로 철학의 가장 좋은 ‘스위치’임을 깨달았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미술이라는 스위치를 통해 철학이라는 집에 불을 밝혀주는 책이다. 저자가 그 집에서 하려는 것은 ‘놀이’다. 어떤 그림에 철학적 해석을 정답처럼 붙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도구 삼아 이런저런 생각을 실컷 펼쳐볼 수 있는 놀이. 하나의 작품을 눈에 담는 순간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우주가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른바 '철학적 사고방식'이다. '정답 사회'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답을 찾겠다는 강박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일은 그 자체로 즐거울 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바라보며 ‘신은 죽었다’고 폭탄선언을 했던 니체를 떠올리는 일 같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없이 변주돼온 ‘정의의 여신’을 다룬 작품들을 보면서 왜 정의는 여신이 담당하며 그 여신은 어째서 안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엉뚱해도 좋고 발칙해도 좋고 틀려도 좋은 이러한 생각의 꼬리들이 이어지는 것 자체가 철학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다 철학자라고, 그럴듯한 교양이나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철알못’ ‘미알못’들에게 다정히 손 내민다.

“정해진 답을 기를 쓰고 찾기보다는 스스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로, 또 답이 될 수 있는 선택지를 획기적으로 늘려내는 철학자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저도 노는 겁니다. 같이 놀아요.”(서문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철학이 어렵고 지루한 이유는 논의가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철학을 “모호하게 느껴지는 개념들을 벽돌 삼아 쌓아가는 논리의 성”이라고 정의한다. 벽돌 자체도 쥐기 어려운데 그걸로 엄청난 성을 쌓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그 성에 들어가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철학의 이러한 장벽은 소통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철학은 학문이기 전에, 한 인간이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므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존재로 태어난 이상 철학과 무관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얘기가 아닌데 우리가 학창 시절 괜히 어렵게 외웠던 철학의 인물과 개념들이 ‘그림’이라는 매개를 만나 완전히 새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하나의 작품을 미술사적 논의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자유롭게 해석한 다음 그로부터 연상되는 철학적 개념을 특유의 위트와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다가 문득 아담의 ‘건방진’ 자세에 주목한 다음, 신이나 종교와 필연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철학의 역사를 짚고, 그 가운데서도 ‘신에게 도전하기’ 종목이 있다면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할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를 소개한다. 모두 이 책에서 연이어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글을 끌어가는 솜씨가 얽히고설키기 십상인 이 문제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능력에 감탄까지 더한다.

 


 

또 쌓여 있는 책을 그리는 전통이 있었던 조선시대의 ‘책거리’ 작품들을 소개하며 서양 원근법에선 느낄 수 없는 기묘한 구도와 아찔한 긴장감,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균형과 조화에 집중한다. 이 균형과 조화는 다양한 사상이 폭발적으로 만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서로의 사상을 발전시키며 함께 성장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철학의 역사 역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의 역사”임을 다시 강조하며, 샤갈(Marc Chagall)의 그림 〈나와 마을〉에서 ‘시선의 마주침’을 강조하기 위에 눈과 눈 사이에 그려 넣은 흐릿한 선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리가 그렇게 상대의 눈을 보며 그리는 투명한 선들이 그물처럼 세상을 덮으면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포근한 곳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그렇게 우리 시선의 방향과 높낮이가 다양해서 더 아름답다고 믿는다.”(p.70) 저자의 표현이나 사용한 단어를 보면 쉽고, 전문용어도 없이 일반적인 생활용어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동서고금 종횡무진하며 적절한 비유와 함께 설명을 잘한다. 감탄을 넘어 감동될 정도다. 생각이 자유롭기 때문일까, 해박한 지식 때문일까. 독자로서는 저자의 설명에 큰 매력과 함께 그림, 철학 하는 기본 정신부터 글쓰기 실력까지 엿보고 따라 배우고 싶다. '쉽게 글쓰기'의 모범으로 필사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집필과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정치철학자 이진민은 오래 전부터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삶보다는 일상의 다수를 연결하는 삶을 선택한 그의 ‘다정함’은 이 책의 곳곳에서 돋보인다. 청량한 여름 빛을 담은 유리병 그림을 앞에 두고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 :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에 의문을 표하며 “내 안에 담고 있는 것이 썩어가지는 않는지, 그 안에서 잘못된 것은 없는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했으면 잘한 대로 세상에 투명하게 드러내는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간(특히 권력자)의 중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7세기 유럽 왕족과 귀족의 사치품이었던 거대한 태피스트리(벽이나 가구를 장식하기 위해 색실을 짜 넣어 모양이나 그림을 표현한 직물 공예)를 만드는 데 10~12세의 ‘가늘고 말랑말랑한 여린 손끝’이 동원되었다는 사실로부터, 나이키 공장에서 시간당 200원을 받으며 착취당하는 제 3세계 어린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때로는 우리가 미술관에 ‘감탄할 준비를 하고 간다’는 점이 우리의 눈을 가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정한' 철학자라더니 '따뜻한' 마음이 생각나는 엄마 품속 같은 느낌이다. 독자는 엄마 품속에서 다정한 목소리로 잠들 때까지 조용 조용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엄마의 자장가' 같은 느낌의 그림 설명과 감상에 관한 책을 꼭 간직할 마음이 더욱 커질 것이다.

 


 

"니체는 모든 사람에게 위버멘쉬가 되라고, 아이가 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허물고 부수고 또다시 쌓는 행위를 무한히 반복하며 즐거워한다. (…) 아이들에게는 아직 내세의 개념도 초월자의 개념도 희박하다. 아이들을 위한 예쁜 그림책을 만드는 한 작가님과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슴에 들어와 박힌 그분의 말이 있다. 아이들은 “지금을 사는 존재”라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금을 사는 존재, 그들이 바로 위버멘쉬다."(p.283)

 

저자 : 이진민

 

사 남매, 딸 딸 딸 아들 중 눈치 없이 셋째 딸로 태어나 책 탐 많은 아이로 자랐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맥주를 콸콸 마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만, 가끔은 이 산이 아닌가 보다 싶은 나폴레옹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다 정치철학을 만났고 이거다 싶었다. 정치사상에 깊이 발을 담그며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멜론 장학금을 받으며, 그리하여 또 맥주를 마시며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논문보다는 일상의 다수를 만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와 엄마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움켜쥐고 살았다. 젖을 물리며 안에서 깜빡이는 아이디어들을 황급히 메모했고, 아이를 재우며 둥둥 떠오르는 문장들을 더듬더듬 적어 나갔다. 그렇게 해서, 쓰고 싶었던 첫 책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현재 독일 뮌헨 근교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아직도 가슴속에 쓰고 싶은 책이 다섯 권쯤 들어 있어 행복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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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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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에서 묘사되는 제지 고삐의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영국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국에서는 동물의 학대를 방지하는 법안의 제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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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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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동물이 화자(話者)인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이 없었나 생각해본다. 대문호가 쓴 것 중에는 독자의 기억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소설 중에는 없었던 것 같다. 독자로서는 독서가 짧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쉽게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머리를 짜내고 생각하다 동화로 가본다. 생각해보니 동화나 우화에는 무척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이솝 우화에도 동물이 화자는 아니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전래동화에도 동물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곰과 호랑이는 단골 손님이기도 할 정도다. 특히 한국 호랑이는 한반도에 매우 많아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로 88올림픽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또 동물의 지능이 머리를 써서 꾀를 부리는 것을 못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기 때문에 동화나 우화에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소설에서는 동물이 주인공이자 소설을 끌어가는 화자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블랙 뷰티》(영어: Black Beauty)란 영화가 지난해 미국에서 공개됐다.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 영화이다. 애슐리 에이비스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야생마 '블랙 뷰티'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이 소설은 1887년에 출간됐다. 발간된 지 134년이 지난 셈이다. 이 소설도 사실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명작'으로 보통 소개된다. 요즘말로 '어른 동화', '어린이 소설'이다. 말(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말이 주인공이다. 말의 이름은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블랙 뷰티'는 어머니와 함께 영국 농장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 주인집 가족과 헤어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 런던에서 승합마차를 끄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는 등 온갖 고생 끝에 그토록 원하던 삶으로 되돌아온다.

많은 고난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잔인함과 더불어 동료의 허망한 죽음 등을 목격하며 블랙 뷰티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되었으며 각각의 짧은 장(49개)은 저자 애나 슈얼의 세심한 관찰과 말의 행동에 관한 광범위한 묘사를 통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말이 느끼는 감정과 이해, 치료와 관련된 교훈이나 도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형태로 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묘사했다. '블랙 뷰티'의 자서전이자 회고록인 셈이다. 저자 애나 슈얼은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작품은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최초의 영미 소설로 문학사적 위치도 자리매김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블랙 뷰티』는 어린이 소설로 보이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성인들을 위하여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쓴 목적이 “친절과 동정심, 말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듯이, 말을 못 하는 동물의 곤경에 대한 그녀의 동정심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 특히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동물 학대에 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현실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이 책의 출간과 맞물려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또 '제지 고삐'([주] 제지 고삐 : checkrein(말이 머리를 숙이지 못하게 하는) 등 말에게 고통을 주는 마구(馬具)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높은 면허 비용과 법적으로 낮게 고정된 요금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런던의 승합마차 운전수들의 이야기도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실제 이 책이 출판된 후 당시 마차 운전수들의 불합리한 면허 방식과 요금 체계 등이 대폭 개편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 애나 슈얼은 『블랙 뷰티』에서 의인화라는 서술 형태를 사용한다. 이로 인해 '블랙 뷰티'의 관점에서 서술된 에피소드를 읽는 독자들은 말의 꼬리를 자르거나, 외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불필요하게 남용되는 고삐와 재갈 등을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이러한 끔찍한 도구를 인간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말이 느낄 수 있는 고통에 관한 통찰력을 얻은 것이다.

책 안에서도 블랙 뷰티의 친구인 '진저'는 블랙 뷰티에게 “나도 여느 말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높이 치켜드는 것을 좋아해. 하지만 상상해봐. 머리를 높이 치켜들면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어.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목이 아파. 게다가 물어야 하는 재갈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야. 재갈이 날카로워서 나는 혀와 턱에 상처를 입었어. 재갈과 고삐에 쓸리고 긁히면 혀에서 난 피로 붉게 물든 거품이 계속 입에서 튀어나왔지.”라며 제지 고삐의 물리적인 고통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고충을 토로한다. 말의 입장에서 고통을 이토록 상세하게 설명된다는 것은 말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작가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탈고하는 데 6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마치 자신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쓰는 것처럼 말의 일생을 상세하고 세밀하게 관찰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실제로 독자들은 희생된 말들의 고통과 관련하여 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입법 등의 개혁을 촉구하였다고 한다. 또한, 동물 권익 운동가들은 말 운전수와 마구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소설의 사본을 배포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 이와 함께 블랙 뷰티에서 묘사되는 제지 고삐의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영국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국에서는 동물의 학대를 방지하는 법안의 제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블랙 뷰티에서 말의 이용에 관한 해로운 사회적 관행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를 비난하는 다양한 주제에 영감을 주었고, 소설의 영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미국 휴먼 소사이어티 회장인 버나드 운티는 ‘동물의 권리와 동물 복지의 백과사전’에 기고한 글을 통해 『블랙 뷰티』를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한 지 5개월 만에 사망하였으나, 출간 이후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50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이후 승마 관련 산업이 대중화된 서양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읽히는 필독서가 되었다. 2003년 영국 BBC가 실시한 설문조사인 〈빅 리드(Big Read : 영국 대중으로부터 모든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소설 200선)〉에서 58위에 랭크되었다.

 


 

저자 : 애나 슈얼

 

잉글랜드 노퍽주에서 태어난 애나 슈얼은 14살 때 발을 심하게 다쳐서 평생 목발 없이는 서거나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하였기에 주로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녔다. 노년기에 접어든 애나 슈얼은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아끼는 말이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본성을 지닌 동물인지 알리기 위하여 《블랙 뷰티》를 집필한다. 애나 슈얼이 쇠약해져 펜을 잡을 수 없게 되자 어머니의 도움으로 집필을 계속했다. 무려 6년에 걸쳐 소설을 완성하였지만, 출간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블랙 뷰티》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최초의 영어 소설 중 하나이다. 출판되었을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동물 애호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역자 : 이미영

 

성신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 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데미안》《설득》《작은 불씨는 어디에나》《작은 시작의 힘》《일터의 대화법》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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