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동물이 화자(話者)인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이 없었나 생각해본다. 대문호가 쓴 것 중에는 독자의 기억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소설 중에는 없었던 것 같다. 독자로서는 독서가 짧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쉽게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머리를 짜내고 생각하다 동화로 가본다. 생각해보니 동화나 우화에는 무척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이솝 우화에도 동물이 화자는 아니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전래동화에도 동물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곰과 호랑이는 단골 손님이기도 할 정도다. 특히 한국 호랑이는 한반도에 매우 많아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로 88올림픽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또 동물의 지능이 머리를 써서 꾀를 부리는 것을 못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기 때문에 동화나 우화에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소설에서는 동물이 주인공이자 소설을 끌어가는 화자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블랙 뷰티》(영어: Black Beauty)란 영화가 지난해 미국에서 공개됐다.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 영화이다. 애슐리 에이비스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야생마 '블랙 뷰티'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이 소설은 1887년에 출간됐다. 발간된 지 134년이 지난 셈이다. 이 소설도 사실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명작'으로 보통 소개된다. 요즘말로 '어른 동화', '어린이 소설'이다. 말(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말이 주인공이다. 말의 이름은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블랙 뷰티'는 어머니와 함께 영국 농장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 주인집 가족과 헤어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 런던에서 승합마차를 끄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는 등 온갖 고생 끝에 그토록 원하던 삶으로 되돌아온다.

많은 고난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잔인함과 더불어 동료의 허망한 죽음 등을 목격하며 블랙 뷰티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되었으며 각각의 짧은 장(49개)은 저자 애나 슈얼의 세심한 관찰과 말의 행동에 관한 광범위한 묘사를 통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말이 느끼는 감정과 이해, 치료와 관련된 교훈이나 도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형태로 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묘사했다. '블랙 뷰티'의 자서전이자 회고록인 셈이다. 저자 애나 슈얼은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작품은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최초의 영미 소설로 문학사적 위치도 자리매김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블랙 뷰티』는 어린이 소설로 보이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성인들을 위하여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쓴 목적이 “친절과 동정심, 말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듯이, 말을 못 하는 동물의 곤경에 대한 그녀의 동정심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 특히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동물 학대에 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현실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이 책의 출간과 맞물려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또 '제지 고삐'([주] 제지 고삐 : checkrein(말이 머리를 숙이지 못하게 하는) 등 말에게 고통을 주는 마구(馬具)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높은 면허 비용과 법적으로 낮게 고정된 요금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런던의 승합마차 운전수들의 이야기도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실제 이 책이 출판된 후 당시 마차 운전수들의 불합리한 면허 방식과 요금 체계 등이 대폭 개편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 애나 슈얼은 『블랙 뷰티』에서 의인화라는 서술 형태를 사용한다. 이로 인해 '블랙 뷰티'의 관점에서 서술된 에피소드를 읽는 독자들은 말의 꼬리를 자르거나, 외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불필요하게 남용되는 고삐와 재갈 등을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이러한 끔찍한 도구를 인간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말이 느낄 수 있는 고통에 관한 통찰력을 얻은 것이다.

책 안에서도 블랙 뷰티의 친구인 '진저'는 블랙 뷰티에게 “나도 여느 말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높이 치켜드는 것을 좋아해. 하지만 상상해봐. 머리를 높이 치켜들면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어.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목이 아파. 게다가 물어야 하는 재갈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야. 재갈이 날카로워서 나는 혀와 턱에 상처를 입었어. 재갈과 고삐에 쓸리고 긁히면 혀에서 난 피로 붉게 물든 거품이 계속 입에서 튀어나왔지.”라며 제지 고삐의 물리적인 고통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고충을 토로한다. 말의 입장에서 고통을 이토록 상세하게 설명된다는 것은 말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작가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탈고하는 데 6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마치 자신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쓰는 것처럼 말의 일생을 상세하고 세밀하게 관찰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실제로 독자들은 희생된 말들의 고통과 관련하여 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입법 등의 개혁을 촉구하였다고 한다. 또한, 동물 권익 운동가들은 말 운전수와 마구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소설의 사본을 배포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 이와 함께 블랙 뷰티에서 묘사되는 제지 고삐의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영국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국에서는 동물의 학대를 방지하는 법안의 제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블랙 뷰티에서 말의 이용에 관한 해로운 사회적 관행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를 비난하는 다양한 주제에 영감을 주었고, 소설의 영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미국 휴먼 소사이어티 회장인 버나드 운티는 ‘동물의 권리와 동물 복지의 백과사전’에 기고한 글을 통해 『블랙 뷰티』를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한 지 5개월 만에 사망하였으나, 출간 이후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50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이후 승마 관련 산업이 대중화된 서양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읽히는 필독서가 되었다. 2003년 영국 BBC가 실시한 설문조사인 〈빅 리드(Big Read : 영국 대중으로부터 모든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소설 200선)〉에서 58위에 랭크되었다.

 


 

저자 : 애나 슈얼

 

잉글랜드 노퍽주에서 태어난 애나 슈얼은 14살 때 발을 심하게 다쳐서 평생 목발 없이는 서거나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하였기에 주로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녔다. 노년기에 접어든 애나 슈얼은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아끼는 말이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본성을 지닌 동물인지 알리기 위하여 《블랙 뷰티》를 집필한다. 애나 슈얼이 쇠약해져 펜을 잡을 수 없게 되자 어머니의 도움으로 집필을 계속했다. 무려 6년에 걸쳐 소설을 완성하였지만, 출간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블랙 뷰티》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최초의 영어 소설 중 하나이다. 출판되었을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동물 애호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역자 : 이미영

 

성신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 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데미안》《설득》《작은 불씨는 어디에나》《작은 시작의 힘》《일터의 대화법》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