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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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이 정해져 있고 모두 정해진 길로만 간다면 그것은 삶이 아니다. 기계일 뿐이다. 그런 기계 같은 삶을 바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의 삶은 사는 동안 길을 가는 것으로 비유할 뿐 한 길로 똑같이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으로서 의무고, 도덕이고, 윤리를 벗어나는 삶(길을 벗어난 삶)을 살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사는 동안 수없이 선택을 강요받고, 선택한 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 가고 취업하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다가 죽는다는 것으로 보면 분명 길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태어나면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모두 다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진다 해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것이 삶이다.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길이 잘못된 길이고, 자신의 길이 옳은 선택이라는 말도 모순되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살아야 할까.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욕심'이다. 그래서 종교에서는 '탐욕'을 죄악시하는 것 같다. 탐욕이 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 책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의 저자 이해범도 지나친 경쟁의 시대가 싫은 것 같다. 저자의 탈(脫)경쟁 의식은 이 책의 제목뿐만 아니라 3개의 장(章)의 제목에서도 나타난다. 「모로 가도 아마추어만 되면 되지」, 「모로 가도 가족의 자랑만 되면 되지」, 「모로 가도 짧은 인생 즐겁기만 하면 되지」 등 모두 요즘 유행하는 유대인 주문인 '아브라 카다브라' 외우듯이 '모로 가도 ~ 되지'를 입버릇처럼 사용한다.

그는 백수다. 일정한 직업이 없다. 운동 이외에는 별 욕심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 취미인 수영강사가 직업이어서 통장 잔고도 늘 바닥이란다. 잔돈처럼 소박한 순간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돼지 저금통을 채워가는 중이라는 '만사태평'의 한량 같은 삶을 잘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라고 주장할 만하다. 분명 또래의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텐데(보일 텐데) 책 한 권이 다 끝날 때까지 언급이 없다. 욕심이 없는 정도를 넘어서 관심이 없는 수준이다. 삶의 보람을 인생 돼지 저금통 채우기라니 나름 인생관과 가치관은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립(而立) 5년차라니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이다. 그의 무욕의 삶이 부럽다.



그가 책에서 보여주는 삶의 모습은 보통 사람과는 분명 다르다. 학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능력을 보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된다고 하면서 아르바이트나 계약직보다는 ‘그래도’ 정규직, 대기업을 선망한다. 비혼? 온라인상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는 비혼주의자. 현실에서는 보기가 힘들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혼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들 한다. 결혼을 했더니 자연스레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지 않겠냐며 걱정에 걱정들을 하신다. 우리는 이렇게 오늘도 진심 어린 걱정인지 오지랖인지 헷갈리는 관심에 치이며 살아간다. ‘~해도 괜찮다’는 말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정말 내가 괜찮아야 괜찮은 것 아닌가? 저자의 세계관은 독자 같은 보통 사람으로는 범접하지 못할 곳에 이른 것 같다. 독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결혼도 미루다 30대 중반 들어서야 결혼이란 걸 했다. 어찌 어찌 결혼했으니 아이도 생기고... 처자식이 있다는 건 호구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처럼 별반 다를 게 없이 살게 된다. 그러나 저자의 의식은 좀 다른 것 같다.



그런 저자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있어 보인다. 탄탄대로를 따라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것도 참 좋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엉뚱한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들과 풍경들에서 소중함을 찾았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저마다 소중한 것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헤매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는 각자의 삶에서, 그 누구도 마주하지 못한 더 근사한 풍경을 독자들 역시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은 덕담으로 들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험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오른쪽으로도 가보고, 왼쪽으로도 가보면서, 때로는 길을 잃고 비틀거리더라도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확신인 것 같다.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도 훨씬 적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나 마냥 슬픔에 젖어 있거나 죽음을 생각하며 회의에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어서 더 즐겁고, 더 유쾌하게 살아보기로 결심한단다. 시간이 있을 때 해봐야지, 하는 대신 시간을 내어 해보는 삶을 선택했다고 언급한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저자의 삶의 해답으로서는 적절해 보인다. 조금 늦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여유가 또 독자의 부러움을 산다.



저자의 '운동' 사랑은 대단한 것 같다.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게 운동인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골치가 아플 때에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각인돼 있는 것 같다. 방구석에 들어앉아 고민만 한다고 무언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운동하며 머리를 비우면 비로소 몸에 힘이 쫙 빠진다. 보통은 운동할 때 힘을 많이 쓴다고들 생각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운동이든 초반에는 힘이 많이 들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힘을 빼야 더 자유롭게 몸이 움직인다고 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처럼 인생과 운동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운동에 익숙지 않는 독자로서는 선뜻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저자는 편하게 산다. 그렇다고 쉽게 산다고 독자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애쓴다고 해서 안 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흐르는 물을 거스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쉽게 산다는 뜻이다. 도리어 물살에 몸을 맡길 때 힘은 덜 들이고 수영도 잘할 수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인생도 생각보다 물살에 맡기듯 몸을 맡기면 유연하게 잘 풀린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힘을 조금 빼고 흐느적거리며 살 필요가 있다는 것. 묘한 논리이지만 설득력은 있다.




저자는 책을 낸 심정에 조금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자신이 조금 ‘대단한’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이야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이런 사람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는 것. 그것이면 독자로서는 족하다. 이 책을 읽고서 위로와 격려, 용기까지 얻는다면 독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게 뭐 있겠는가. 저자의 생각대로 특별한 사람들만 돋보이는 것 같은 세상에서, 독자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열심히 살 수 있으면 만족할 일이지 다른 불만이 없을 터다.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인가 싶은 우울한 생각이 몰려올 때면, 저자를 떠올리라고 조언한다. 그 사람도 작가로서, 백수로서, 운동 이외엔 관심 없는 사람으로서 잘 사는데 "내가 그보다 못 살 이유가 없지."라고 위로하라는 말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 그러나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독자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라도 위로 받길 바란다고 겸손하게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겸손한 사람의 위로가 진정성이 느껴져 용기가 솟는다. 저자의 이 책은 하루하루 긴장을 풀 수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고 피식 웃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 세상이 살 만큼 재미가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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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판을 위한 36계 병법 - 생각을 꿰뚫어 승자가 되는 방법
임유진 지음 / 미래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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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勝者獨食)'이란 말이 자본주의 아래서 경쟁의 원칙이 된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경쟁하면 승자와 패자는 갈리게 마련이다. 경쟁의 결과에 따른 배분의 원칙은 따로 정해 그대로 경쟁 대상물을 적절하게 가르면 될 일이다. 그게 패자의 불만을 누그려뜨리고 패배를 쉽게 인정하기에도 좋은 제도라는 것을 모두 다 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흐르면 경쟁에서 이긴 자는 더 많은 것을 취하기를 원한다. 이미 패자에게 자비를 베풀 마음은 없다. 분배되는 '돈' 때문이다.

돈은 속성상 더 많은 돈을 부른다. 더 많은 돈을 취해서 더 큰 판에 투자해 더 큰 이익을 취하기를 바란다. 인간의 본능인 '소유욕' 때문이다. 이런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에서 이기면 승자는 상대의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다. 심지어는 목숨까지 승자의 뜻대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동원된다. 지는 날이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승리 앞에는 자비는 물론 도덕이나 윤리, 인간성마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는 누구나 평등하고 신분에 관계 없이 법적 권리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제도다. 이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다. 선거의 원칙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정치 시스템 중 가장 발전되고 우수한 정치제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선거는 경쟁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택한 선거에서는 불가피하게 승자독식이다. 예를 들어 최다 득표자가 제 1권력, 다음 득표자가 제 2권력을 차지할 수 없게 돼 있다. 여기에서 과열 선거의 양상을 띠게 되며 전쟁처럼 각종 전략이 구사된다. 예부터 전쟁은 나라의 존속을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이다. 전쟁에 지면 권력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 살아남은 사람도 노예로 전락하는 게 예사다.

반면 이긴 자는 상대의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을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이유다. 전략도 필요하지만 더 쉽게 도박판에서나 등장하는 각종 속임수도 전술로 이용되기도 한다. 또 상대의 혼란을 야기하는 미인계(美人計)도 사용될 때도 있다. 이 책 『이기는 판을 위한 36계 병법』은 말 그대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각종 전략전술을 모아놓은 책이다. 특히 '36계'는 저자가 밝혀지지 않은 병법의 정석에도 없는 전략전술도 포함돼 있다. 민간에 구전돼 오던 것을 책으로 묶었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이 책의 전략전술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거나 실제 사용되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전해올 리 없다.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계책을 6개씩 묶어 36가지로 총망라한 것으로, 목숨을 건 싸움터에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고자 했던 병법가들의 경험과 지혜가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또한 36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적절한 예화를 넣어 누구나 경영, 정치, 처세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능수능란하게 계책을 적용하고 쓸 수 있게끔 하는 데 주력하였다고 편저자 임유진은 밝히고 있다.

모든 병법은 상대방을 속이고 싸워서 이기려는 수작들로 꾸며져 있다. 이기는 것이 최상의 목표이면서도 계책 중에 최고의 계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한다.지금 이 시대에도 《36계 병법》은 훌륭한 기업 경영서요, 인간 관리의 지침서이며, 최고의 처세술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편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는 36계에 훨씬 현실적인 전술전략이 많다는 것이 정설이기도 하다. 독자들도 잘 아는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없는 전술전략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이기는 자의 이기는 전략, 승리의 판을 만드는 36가지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는가?”에 편저자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우리가 아는 정통 병법서인 《손자병법》은 고대 중국의 병법서(兵法書)이다. 원본은 춘추 시대 오나라왕 합려를 섬기던 손무(孫武)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손자병법은 조조가 원본을 요약하고 해석을 붙인 위무주손자(魏武註孫子) 13편이다. 예를 들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 부분의 원문은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으나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승과 패를 각각 주고받을 것이며 적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조차도 모르면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롭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손자병법》은 오늘날, 사회생활이나 회사 경영 지침서로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

13편은 시계편(始計篇) 작전편(作戰篇) 모공편(謀攻篇) 군형편(軍形篇) 병세편(兵勢篇) 허실편(虛實篇) 군쟁편(軍爭篇) 행군편(行軍篇) 지형편(地形篇) 구지편(九地篇) 화공편(火攻篇) 용간편(用間篇)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통의 병법에 해당되는 병법서다.



편저자에 따르면 병법하면 많은 사람들이 《손자병법》을 떠올리지만 《36계 병법》도 전국시대 때부터 활용되어 온 유명한 병법서다. 병법서이기 때문에 《손자병법》 속의 핵심이 《36계 병법》 속에 녹아 있어 누구에게나 승리를 안겨다주는 인생 교과서다. 《36계 병법》은 결코 새로운 묘법이 아니다. 병법 중의 병법이라는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 불리하면 도망가고 움츠려 있다가 재도전하는 〈주위상책(走爲上策)〉이 최고의 계책이다. 전쟁에서 패배는 곧 죽음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나 버린다. 힘을 키워 재도전할 기회마저 놓쳐버리고 만다.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계책이 《36계 병법》이고 이 계책의 맨 마지막 계가 '달아나고 도망간다'는 〈주위상(走爲上)〉책이다.

편저자는 《36계 병법》을 오늘날 현대적 경쟁에서는 훨씬 더 어울리는 계책서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그래서 비겁하지만 도망가 훗날을 기약하는 게 상책임을 《36계 병법》이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36계 병법》은 2,500년 전에 군사적 정치적 요소들을 집합한 지식을 보편적 원칙에 따라서 정리한 전략적 학문서"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36계 병법》은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웠던 때에 민초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대중들을 위한 병법서였다. 혹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고도 했지만 은연중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었고, 어느 상황에서든 한 개씩 뽑아 대입시킬 수 있는 형식이라 인기가 높았다"고 편저자는 주장한다.



《36계 병법》은 승전계(勝戰計) 적전계(敵戰計) 공전계(攻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竝戰計) 패전계(敗戰計) 등 6계에 각 6계씩 모두 36계로 이루어져 있다. 각 6계 중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 상황의 실례를 하나씩 뽑아 여기에 열거한다.(숫자는 책 본문 페이지)

제1계~제6계 : 승전계로 아군이 유리해 승리 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졌을 때 쓰는 작전.

* 빌 게이츠의 독과점금지법·32

제7계~제12계 : 적전계로 나와 적이 비슷할 때 기묘한 계략으로 적을 어지럽게 하는 작전.

*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125

제13계~제18계 : 공전계로 자신을 알고 적을 안 다음 꾀를 모아 공격하는 작전.

* 기업 경영자, 영혼 없는 몸뚱이에 영혼을 불어넣다·212

제19계~제24계 : 혼전계로 적이 혼란한 틈을 타 승기를 잡는 작전.

* 독일군, [혼수모어]로 미 지휘계통을 혼란에 빠뜨리다·298

제25계~제30계 : 병전계로 상황에 따라 적일 수 있는 다른 편을 이용하는 작전.

* 이유있는 IT 생태계, 실리콘 벨리·396

제31계~제36계 : 패전계로 상황이 불리해 패배할 수 있을 때 쓰는 작전. 맨 마지막이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 백화점 바겐세일도 [고육계]의 하나·545



이 책 『이기는 판을 위한 36계 병법』은 각 계에 대한 자구 해석뿐만 아니라 역사서에 나오는 실례를 들고 필요할 경우 현대적 적용 예도 책에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편저자는 「맺음말」을 통해 삶이란 보기에 따라 정과 사랑에 의해서 사는 것 같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로 이기고 올라서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살얼음판과 같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서 머리를 짜내다 보니 계략과 책략이 난무하여, 서로 속고 속이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난투극이 극심하게 나타난 때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였다. 《36계 병법》은 이런 판세의 춘추전국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책략과 상대를 이기기 위한 계략 등을 집대성해 놓은 검증된 전략전술임을 밝히고 있다.

《36계 병법》이 현대 첨단과학과 정보화 시대에 옛 병법이 맞을까하고 의구심도 가졌지만 교묘하게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러니까 《36계 병법》은 범용 프로그램과 같아서 조건이 까다로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쉽고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그래서 크게는 국가 운영, 작게는 개인의 처세 방법을 짚어 보고 새롭게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저자는 기해한다. 《36계 병법》은 한마디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펼치는 전략전술이다. 따라서 내가 살아남기 귀애서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면 비록 떳떳치 못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찾아내 과감하게 실행했다. 살아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저자의 『이기는 판을 위한 36계 병법』 발간 이유이기도 하다.

편저자 : 임유진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으며, 동양의 역사와 고전에 담긴 지혜를 꾸준히 책으로 엮어냈다. 저서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가려 뽑은 《한국 고사성어》, 고전에 담긴 옛사람들의 해학을 담은 《한국인의 유머 ①, ②, ③》와 《중국 역사 이야기 유머》, 《36계 병법》 등이 있다. 인도 라즈니쉬의 명상서 《과녁》, C. M. 프랑체로의 역사 소설 《클레오파트라》 등을 번역했으며, 현재는 인도와 중국의 선(禪)사상에 대하여 집필 중이다.

한국청소년도서출판협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청소년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및 감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를 역임했으며 국가원로회의 지도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중앙노동경제연구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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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시작은 자서전 쓰기에서 - 인생을 담은 자서전 쓰기를 통해 배우는 글쓰기의 기초와 정석
이정미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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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쓰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자신도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애독자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희망일 터다. 독자 역시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뿐만 아니라 읽었든, 읽지 않았든 독자 손에 들어온 책은 절대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집에 보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도 관심을 갖고 도전해본 적이 있다. 몇 번의 시도를 했고,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70여 페이지 정도는 쓴 적도 있다. 물론 어디 발표하거나 응모해 입선이나 추천을 받은 적은 없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지금은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책 쓰는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고 독자의 머릿속에는 각인돼 있다. 물론 글의 장르엔 구별이 없다. 독자가 한참 글을 쓰려고 노력을 기울일 때 조금 알려진 작가와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의 말씀이 뭘 쓸지 생각해본 적이 없으면(당연히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먼저 밝혔기에) '자서전'을 한 번 써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서전을 쓸 생각이 있다면 시중에도 자서전 쓰는 과정을 설명해 놓은 책이 여러 권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를 거의 포기한 단계라서 머릿속에만 집어넣고 말았다.




최근 '1인 1책'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쓰인다고 한다. 책 내기도 쉬워졌고 책 한 권 정도는 웬만큼 글쓰기를 한 사람이라면 쉽게 낼 수 있다고 한다. 판매 목적의 책(많은 독자들이 읽어줄 것을 기대하는)이 아니라면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내용이 문제지 예전처럼 출판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 예전에는 책 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수작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거의 디지털로 돼 있어 인건비도, 종잇값도, 제작비도 훨씬 적게 든다고 한다. 그러니 마음만 먹고 글쓰기에 집중한다면 책을 쉽게 낼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다만 내용이 문제라는 것이다. 작가 수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사람이 책을 낸다고 갑자기 글을 잘 쓸 수는 없을 터, 그냥 마음만 먹을 뿐 실제 행동에 옮기기에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쉽게 표현하면 자신이 없다.

이 책 『글쓰기의 시작은 자서전 쓰기에서』는 망설이는 독자의 글쓰기를 더욱 강하게 끌어들인다. 초보 즉, 기성작가를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글쓰기 초보를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내용도 무척 쉽게 이해하도록 쓰여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조금만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책 속의 내용이 읽는 족족 머릿속에 박히도록 어려운 용어도 없이 쓰였다.



이 책의 저자는 글쓰기 강사와 글쓰기 책을 직접 펴낸 작가로서 〈까뮈 문학상〉 첫 번째 수상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문학작품의 창작은 과거 체험과 그 기억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지나온 자신의 인생사에는 많은 글감과 좋은 주제가 담긴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그것을 어떻게 찾아내서 구성할지, 그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자서전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거 기억의 방법,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보는 방법, 그 안에서 독자에게 공감을 주며 좋은 가르침을 줄 만한 이야기를 찾아내서 구성하는 방법을 저자가 알려준다.

또한, 글쓰기의 시작에서 왜 자서전 쓰기가 효과가 있는지, 자서전이란 글의 특징을 다른 종류의 글과 비교하면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자신을 보다 더 잘 성찰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 기억을 통해서 고통이나 절망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자서전을 쓰면서 그것을 극복할 것을 저자는 권한다. 자서전 쓰기는 과거에만 마냥 머물지 않고 현재를 알고 미래를 개척하는 자세를 심어준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자서전은 자신의 인생 체험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글로, 전문 문인이 아니어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쓸 수 있다. 누구나 인생담에는 보물 같은 주제는 담겨 있다. 자잘한 일상의 흔적에도 글감은 많이 있기 때문에 자서전은 평범한 인생이나 실패한 인생도 모두 환영한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 쓰기 방법을 설명하기에 앞서, 글쓰기의 기초를 알려준다. 수많은 자신의 과거 체험담 중에서 독자에게 공감을 줄 만한 주제나 소재거리를 중심으로 이야깃거리를 어떻게 찾아볼지, 그것을 어떤 식으로 내용을 선별할 것인지 구체적 예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과거 기억이 안겨주는 자기 성찰, 자기 정체성 확립, 자아실현, 과거를 현재 시점에서 재창조하는 방법, 교훈성 있는 주제 찾기, 문장 바로 쓰기, 자서전의 특성상 삼갈 내용, 내용을 완성하기 위한 실천 방법 등을 설명한다.

또한, 글쓰기의 기초가 안 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서전부터 쓰길 권하고자 해서, 동시에 자서전을 쓰면서 글쓰기를 익힐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서전이란 글의 위대함을 알게 되고, 동시에 쓰고자 하는 의지를 다질 수 있다. 자서전 쓰기의 'A부터 Z까지' 소상하게 적시돼 있다.



이 책은 자서전 쓰기 첫걸음부터 마지막 책이 되어 나오는 때까지 초보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점, 놓치기 쉬운 점을 자세히 알려준다. 타 장르와의 다른 점, 장점, 피해야 할 점 등 말 그대로 '자서전 ABC 책'이라고 보면 된다. 모두 5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글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고,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자서전 쓰기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말들이 가득하다. 책대로 하면 금세 한 권의 자서전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1장부터 자서전의 성격과 특징, 자신의 과거를 현재 관점에서 어떻게 써낼 것인지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다. 자서전을 쓰기 위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점을 인식시키는 것으로 읽힌다.

독자는 자서전을 쓰는 이유 가운데 '자아 실현'과 '자신의 발견'을 위한 목적이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이 점은 독자가 자서전을 써볼 의지를 더욱 굳게 해준다. 즉, 지나온 삶의 과정에서 어떤 통찰을 얻었는지를 깨닫는 것이 자서전을 쓰는 중요한 이유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것이 앞으로의 삶에도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2장은 준비단계다. 저자는 인생주기표를 만들어볼 것을 주문한다. 자서전인 만큼 자신의 삶에서 글을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바탕과 안에 있는 글의 소재들을 알아봐야 한다. 성공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실패, 불행했던 이야기,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 등을 모두 꺼내보라고 한다. 3장에서는 앞서 꺼내 살펴본 수많은 사건, 경험, 체험담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선택해 담을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그리고 자서전을 쓰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단순히 내가 뭘 했고 이런 결과 위주가 아니라, 과거의 에피소드를 꺼내면서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자서전 쓰기의 핵심으로 넘어간다.

유년 시절, 학창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선생님, 사랑을 준 가족들, 직장, 여행에서의 에피소드 등도 소재가 될 수 있다. 즉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돌아보자'고 강조한다. 개별적인 이야기에서 '일반성'과 '보편성'을 만들어보라는 언급이 이 장의 핵심이 될 듯하다. 일반성과 보편성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만의 일이고, 자신의 일기에 그칠 수 있을 것을 염려한다. 4장은 저자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자서전 쓸 때 삼가야 할 점을 시작으로 어떤 마인드로,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 자서전 쓰기의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서전은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을 지향하는 글이라고 한다. 나의 고생, 실패 경험을 고백하되 결론에서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마무리해야 책의 가치를 올리는 비법이다는 점은 꼭 기억해둬야 할 사항이다.



다른 사람이 쓴 자서전도 읽어보고, 마감을 정하고 때론 글쓰는 장소를 옮겨보라는 등 실질적인 조언도 준다.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정성 높은 조언들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 자서전' 한 권이 내 옆에 있는 듯하다. 이젠 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마음을 뿌뜻하게 감싼다. 용기가 솟는다. 이처럼 자세한 가이드와 뒷마무리까지 돌봐줄 응원군까지 내 손안에 넣은 느낌이다. 이 책은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불을 지피기에 매우 잘 쓰여진 가이드북으로서 훌륭한 안내자이다. 함께 등반하는 셀파이며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글쓰기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 이정미

1957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교 대학원 졸업. 문학석사. 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하였다. 2007년 월간문학 신인상에서 평론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강남논픽션 수상. 착각문학회의 창작문학상 수상, 제1회 알베르 까뮈 문학상 수상했었다. 주요저서로는 『학원이 학생을 망친다』, 『기억의 편린』(2인 공저), 『여자라서 행복합니다』 등이 있으며 현재중앙대학교, 유원대학교, 부산디지털대학교, 한국복지대학교 강사 역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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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새겨진 장면들
이음 지음 / SISO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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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먼 타지에서 내가 깨닫게 되는 건 삶은 수렴의 과정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조금은 무모하더라도 한 번쯤 기지개를 켜듯 삶의 선택지를 늘려보아도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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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새겨진 장면들
이음 지음 / SISO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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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는 특별한 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직접 경험인든, 간접 경험이든 작가의 의식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들이 바탕이 된다. 경험의 기억은 상처가 깊으면 '트라우마'로 존재하고 좋은 경험일 경우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시점이 과거라고 내용이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 기록이라도 남기는 이유는 그 사실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사용될 터, 당연히 내일을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이 책 『내게 새겨진 장면들』 역시 저자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의 시점으로 과거를 바라보고, 내일을 위한 기록으로 되새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 매일 경험하는 일상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두 번째 책이니만큼 꽤 안정적 마음의 상태를 엿볼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있지만 과거지향적이 아니다. 과거의 향수에 머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과거의 장면을 꺼내들지만 거기에 빠져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정리하고 성찰하는 재료로 기억한다. 물론 보다 나은 내일, 한걸음 성장을 위한 기록으로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몇몇 과거의 시간이 다가와 어렴풋한 기척을 남긴다. 긴 시차를 두고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아직 할 말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듣고 싶은 말이, 남은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고 쓰고 있다. 이어 저자는 "나는 장소건, 시간이건 하나의 상태를 벗어나며 갖게 되는 특유의 시각이 있다고 믿는다. 시점이라고 해도 좋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한 사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도 시간과 장소마다 다르다. 그래서 내게 글을 쓰는 일이란, 이미 지나간 시간을 재감각하는 일에 가깝다."고 말한다.

어제를 기억하게 하고 내일을 바라보게 하는 중간 매개자는 누구일까. 저자 자신일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일까. 저자는 슬며시 독자에게 원인과 결과를 돌린다. 독자가 있어 저자 자신은 글을 짓고 있으면, 그 지은 글은 독자들이 당연히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다. 자신이 지나간 개인의 기억을 살려 독자들의 보다 나은 삶에 일부라도 힘이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잔잔한 일상을 살면서도 하루도 자신의 책에 대해서 조바심을 감추지 못한다. 많이 읽힐 수 있을까, 읽히지 않는다면 쓸 필요없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숙명이다. 그래서 초조한 감정을 하루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불안감이 유독 큰 날이면, 서점에서 읽고 있던 '내 책'을 사 집으로 돌아온다. 출판사에서 넉넉하게 보내준 책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만큼,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도 커져갔다. 매우 솔직한 고백이다. 아마 첫 책을 낸 이후의 경험을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안 되겠다 싶어 원고를 집필했던 장소와 첫 계약을 하던 카페, 내가 사랑하는 시인이 자주 들른다는 서점과 그 밖의 몇몇 곳들을 돌아다니며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초조한 마음에 불안한 기억, 자신의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는 느낌으로 책이 읽히는 속도가 붙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당분간 그렇게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며 정말 '열심히' 뿌린 다닌 것일 게다.



글이란 게 쓰고 싶다고, 써야겠다고 쉽게 쓰여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작가라도 3년 걸려 한 줄 더한 분도 있다고 하니 작가의 글쓰기는 독자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엄청난 고통과 노력, 그야말로 사명감이 없인 해내지 못할 직업일 것이다. 독자도 아는 작가가 있지만 내색을 안 해 제대로 알 순 없지만 그의 표정으로만 살펴본다면 그의 의식은 늘 글에 가 있고, 지인들을 만날 땐 '또다른 자아'를 대신 내보낸 듯한 느낌일 때가 많다. 어떤 일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제안도 거절하지 않는다. 마치 영혼은 글 쓰는 데 가 있고 육신만 우리 앞에 있는 사람 같을 때가 부지기수다.

이 책 저자 역시 그런 고통과 노력이 있었기에 잘 읽히는 작가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선배는 회사를 떠나며 내게 작은 노트 한 권을 선물했다. 그녀는 그 노트엔 절대 다른 글은 쓰지 말라고, 네가 쓰고 싶은 말들만 적으라고 강요하듯 말했다. 노트는 여전히 밀봉된 채 덩그러니 놓여있다. 벌써 두 달이나 지난 일이다."고 쓴다. 벌써 두 달 동안이나 글 한 줄 못 썼다는 말을 우회해 적었다.



"피로하고 긴 밤, 나는 녹취록을 5분 남짓 들어놓곤 온종일 유서만 썼다. 죽고 싶다는 말이 죽겠다는 말이 아니듯, 죽음을 염두하고 쓴 말은 실제 죽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말일텐지만. 삶의 범위 안에서 말하는 죽음은 결국 삶으로 되돌아 가고는 경유지가 되고야 만다. 나는 여태껏 관계의 밖을 떠돌며 외롭게 살아왔다고 믿어왔건만, 실은 편애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디로든 떠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덧없고 쓸쓸할 거란 생각을 한다."(p.32)

「새해에는 유서를 썼어요」란 글에 나타난 저자의 의식은 죽음을 만날 만큼 어디론가의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더 이상 글이 안 나온다면 이곳이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의 여행도 계획해볼 참이다. 꼭 죽음이 아니란 것은 '유서'란 표현을 쓴 만큼 죽음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저자의 사유의 깊이를 쉽게 짐작하지 못하는 독자로는 저자의 여행을 공감한다. 그가 더 좋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곳이라면 세상 어디엔들 못 갈 리 없다. 그는 작가니까.



저자 역시 평범한 생활인이기도 하다. 익숙지 않은 타지에서, 쉽게 충동적ㅇ니 상태로 변하기도 한다. 마음의 기울기는 좀처럼 수평을 찾지 못하고 매번 한쪽으로 기운다.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조금은 과감해진다. 평소 먹지 않던 음식 앞에서 망설임 없이 한 끼를 때운다거나, 면식 없는 인근 주민에게 살갑게 말을 붙여보기도 하는 식이다. 독자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 저자의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독자들 대부분은 혼자 여행 가서 이와 같은 일을 경험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기억은 다시 생각해 낼 때 새로운 느낌을 가져다 준다.

"결국, 먼 타지에서 내가 깨닫게 되는 건 삶은 수렴의 과정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조금은 무모하더라도 한 번쯤 기지개를 켜듯 삶의 선택지를 늘려보아도 좋다는 것이다. 보통 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겪고 난 후, 도리어 삶이 더욱 견고해지기도 한다. 까닭에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공간으로 향한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삶의 가짓수를 넓히는 일이며, 어쩌면 이 인분의 삶을 사는 일인지로 모른다. 여지껏 인생이란 하나의 목적지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여겨왔건만, 실은 임의의 장소로 끊임없이 불시착하고야 마는 것이 인생의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p.35) 챕터가 바뀌고, 제목이 바뀌어도 저자의 의식의 흐름은 일관적이다. 진정성이 느껴지고 저자의 글쓰기는 인상적이다.

저자 : 이음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걸 잘하지는 못하지만, 귀 기울여 듣는 것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고 생각한다. 카레를 좋아하고, 한 노래에 꽂히면 반복해 듣는 버릇이 있다. 계절은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수많은 마음의 계이름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였던 이야기를 글 속에 담아낸 ‘당신의 계이름’으로 제3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에세이 《당신의 계이름》을 출간했다. 함부로 연민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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