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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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이 정해져 있고 모두 정해진 길로만 간다면 그것은 삶이 아니다. 기계일 뿐이다. 그런 기계 같은 삶을 바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의 삶은 사는 동안 길을 가는 것으로 비유할 뿐 한 길로 똑같이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으로서 의무고, 도덕이고, 윤리를 벗어나는 삶(길을 벗어난 삶)을 살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사는 동안 수없이 선택을 강요받고, 선택한 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 가고 취업하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다가 죽는다는 것으로 보면 분명 길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태어나면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모두 다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진다 해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것이 삶이다.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길이 잘못된 길이고, 자신의 길이 옳은 선택이라는 말도 모순되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살아야 할까.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욕심'이다. 그래서 종교에서는 '탐욕'을 죄악시하는 것 같다. 탐욕이 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 책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의 저자 이해범도 지나친 경쟁의 시대가 싫은 것 같다. 저자의 탈(脫)경쟁 의식은 이 책의 제목뿐만 아니라 3개의 장(章)의 제목에서도 나타난다. 「모로 가도 아마추어만 되면 되지」, 「모로 가도 가족의 자랑만 되면 되지」, 「모로 가도 짧은 인생 즐겁기만 하면 되지」 등 모두 요즘 유행하는 유대인 주문인 '아브라 카다브라' 외우듯이 '모로 가도 ~ 되지'를 입버릇처럼 사용한다.

그는 백수다. 일정한 직업이 없다. 운동 이외에는 별 욕심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 취미인 수영강사가 직업이어서 통장 잔고도 늘 바닥이란다. 잔돈처럼 소박한 순간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돼지 저금통을 채워가는 중이라는 '만사태평'의 한량 같은 삶을 잘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라고 주장할 만하다. 분명 또래의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텐데(보일 텐데) 책 한 권이 다 끝날 때까지 언급이 없다. 욕심이 없는 정도를 넘어서 관심이 없는 수준이다. 삶의 보람을 인생 돼지 저금통 채우기라니 나름 인생관과 가치관은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립(而立) 5년차라니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이다. 그의 무욕의 삶이 부럽다.



그가 책에서 보여주는 삶의 모습은 보통 사람과는 분명 다르다. 학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능력을 보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된다고 하면서 아르바이트나 계약직보다는 ‘그래도’ 정규직, 대기업을 선망한다. 비혼? 온라인상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는 비혼주의자. 현실에서는 보기가 힘들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혼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들 한다. 결혼을 했더니 자연스레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지 않겠냐며 걱정에 걱정들을 하신다. 우리는 이렇게 오늘도 진심 어린 걱정인지 오지랖인지 헷갈리는 관심에 치이며 살아간다. ‘~해도 괜찮다’는 말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정말 내가 괜찮아야 괜찮은 것 아닌가? 저자의 세계관은 독자 같은 보통 사람으로는 범접하지 못할 곳에 이른 것 같다. 독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결혼도 미루다 30대 중반 들어서야 결혼이란 걸 했다. 어찌 어찌 결혼했으니 아이도 생기고... 처자식이 있다는 건 호구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처럼 별반 다를 게 없이 살게 된다. 그러나 저자의 의식은 좀 다른 것 같다.



그런 저자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있어 보인다. 탄탄대로를 따라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것도 참 좋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엉뚱한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들과 풍경들에서 소중함을 찾았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저마다 소중한 것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헤매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는 각자의 삶에서, 그 누구도 마주하지 못한 더 근사한 풍경을 독자들 역시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은 덕담으로 들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험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오른쪽으로도 가보고, 왼쪽으로도 가보면서, 때로는 길을 잃고 비틀거리더라도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확신인 것 같다.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도 훨씬 적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나 마냥 슬픔에 젖어 있거나 죽음을 생각하며 회의에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어서 더 즐겁고, 더 유쾌하게 살아보기로 결심한단다. 시간이 있을 때 해봐야지, 하는 대신 시간을 내어 해보는 삶을 선택했다고 언급한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저자의 삶의 해답으로서는 적절해 보인다. 조금 늦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여유가 또 독자의 부러움을 산다.



저자의 '운동' 사랑은 대단한 것 같다.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게 운동인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골치가 아플 때에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각인돼 있는 것 같다. 방구석에 들어앉아 고민만 한다고 무언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운동하며 머리를 비우면 비로소 몸에 힘이 쫙 빠진다. 보통은 운동할 때 힘을 많이 쓴다고들 생각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운동이든 초반에는 힘이 많이 들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힘을 빼야 더 자유롭게 몸이 움직인다고 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처럼 인생과 운동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운동에 익숙지 않는 독자로서는 선뜻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저자는 편하게 산다. 그렇다고 쉽게 산다고 독자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애쓴다고 해서 안 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흐르는 물을 거스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쉽게 산다는 뜻이다. 도리어 물살에 몸을 맡길 때 힘은 덜 들이고 수영도 잘할 수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인생도 생각보다 물살에 맡기듯 몸을 맡기면 유연하게 잘 풀린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힘을 조금 빼고 흐느적거리며 살 필요가 있다는 것. 묘한 논리이지만 설득력은 있다.




저자는 책을 낸 심정에 조금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자신이 조금 ‘대단한’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이야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이런 사람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는 것. 그것이면 독자로서는 족하다. 이 책을 읽고서 위로와 격려, 용기까지 얻는다면 독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게 뭐 있겠는가. 저자의 생각대로 특별한 사람들만 돋보이는 것 같은 세상에서, 독자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열심히 살 수 있으면 만족할 일이지 다른 불만이 없을 터다.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인가 싶은 우울한 생각이 몰려올 때면, 저자를 떠올리라고 조언한다. 그 사람도 작가로서, 백수로서, 운동 이외엔 관심 없는 사람으로서 잘 사는데 "내가 그보다 못 살 이유가 없지."라고 위로하라는 말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 그러나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독자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라도 위로 받길 바란다고 겸손하게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겸손한 사람의 위로가 진정성이 느껴져 용기가 솟는다. 저자의 이 책은 하루하루 긴장을 풀 수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고 피식 웃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 세상이 살 만큼 재미가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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