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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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아르헨티나의 여류 소설가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쓴 단편소설집이다. 모두 12편의 단편이 실렸다. 독자는 마리아나 엔리케스란 작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 공포 소설을 실은 단편집이라고 해서 에드거 엘런 포를 상상하며 관심을 갖고 선택한 책이다. 저자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2021년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21세기 에드거 엘런 포, 셜리 잭슨ㆍ보르헤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국내에 알려졌다. 이미 우리 독자들에게는 지난해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번역 출간되며 선보였다고 한다. 악몽보다 섬뜩한 현실의 초상, 남미 전통 미신과 주술 의식, 부조리한 세계가 공존하는 호러 소설집으로 엔리케스의 이름을 세계 문학계에 각인시킨 대표작이다.

대체불가능한 독보적 스타일의 소유자인 엔리케스는 『침대에서~』를 통해 정치적, 역사적, 실존적 차원이 뒤섞인 공포와 두려움을 독특한 메타포로 구성하고 평온해 보이는 우리의 삶을 불확실성이라는 극단으로 끌고 가는 작품을 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고통과 두려움, 교착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불러와 '고딕' 스릴러 특유의 차갑고 끈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국적이면서도 섬뜩한 거리 묘사와 그곳을 배회하는 유령들을 덤덤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활자 위에 살려내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공포’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엔리케스는 책 뒷부분 「한국어판 저자 후기」를 통해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내가 처음 쓴 공포 소설"이라며 "그 전에도 두 편의 장편소설을 출판했는데, 그 작품들 또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만, 예전부터 가장 쓰고 싶었던 것은 공포 소설이었다"고 이 단편집에 특별한 애정을 표하고 있다. 공포 소설에 대해 저자는 넓은 범주라서 호러와 환상, 다크 픽션과 네오고딕 등 많은 명칭을 갖고 있지만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감수성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 같았다고 출판 소감을 밝혔다.

이 소설들에 대해 2017년 셜리잭슨상을 수상한 소설가 편혜영은 “타는 냄새도 없고 불에 덴 자국과 잿더미도 남지 않는 아름다운 불길, 세계를 그은 자리에 출몰하는 기이한 존재들, 그들이 저지른 방화는 실로 고독하고 환상적”이라고 평했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이소호는 “이 책은 독자를 ‘읽는’ 자가 아닌 ‘몰래 듣는’ 자로 만든다”며 “이보다 더 생활과 판타지 사이에 불행을 밀착시켜 놓은 글은 본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엔리케스의 작품 세계는 주로 공포와 두려움, 집착과 광기, 폭력과 죽음, 그리고 주술과 저주 등 어둠의 그림자로 뒤덮여 있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과거 고딕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것처럼 을씨년스럽고 기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텍스트의 속살을 파고들다 보면 그와는 다른, 조금 더 깊은 세계가 열린다.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는 유명 관광 도시를 배경으로 국가 권력에 짓눌려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민자, 육체노동자, 성노동자, 소매치기의 영혼들이 등장하고 「죽은 자와 이야기하던 때」에서는 10대 소녀들이 위저보드를 통해 과거 활동가, 정치가들의 행적을 좇는다. 우리의 4.19, 광주의 실종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는 작가 본인이 어린 시절 직접 겪은 독재정권 시절의 불안감, 철저하게 가려져 있던 공포를 직접 끌어내 녹였다고 한다. 공포 소설을 통해 독재 정치와 국민에 대한 탄업, 부정부패로 몰락해가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비판적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건 마치……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종의 망상이라는 거야. 아무튼 가끔 그 미치광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도시의 광기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 것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도시의 안전판과 같은 존재인 셈이지.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서로 물어뜯어 죽이거나 스트레스로 죽었을 거야."

-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 중에서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쓴 단편은 「우물」이라고 밝힌 저자는 저주를 받아 심각한 정신 질환에 걸린 어느 젊은 여성의 이야기이며 전통적인 고딕 소설의 두 가지 주제(저주와 정신병)를 모두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의 무대는 아르헨티나 북부 지방인데다 그곳 특유의 전설과 민간 신앙 성인들, 그리고 "여자 주술사들"-꼭 마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보인다-도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병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황 발작 증세, 즉 광장 공포증이다. 저자가 쓰고 싶은 다크 픽션은 이 작품에 드러나 있듯이 지역 특유의 분위기와 삶의 요소들, 그리고 전통적인 무대와 지형 등을 작품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맨 앞에 나오는 「땅에서 파낸 앙헬리아」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아직도 내륙 지방의 마을에서 간간이 찾아볼 수 있는 전통적인 풍습, 특히 아기가 죽으면 천국의 일원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수의' 대신 등에 날개를 붙여서 장례를 치르는 관습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이 작품은 블랙 유머가 약간(혹은 아주 많이) 가미된 유령 이야기다. 반면 「쇼핑 카트」에서는 스티븐 킹에게서 빌린 아이디어를 기초로 다시 저주의 모티프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단편에서 사람들에게 닥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가난이다. 라틴아메리카처럼 불평등한 사회에서 가난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두려움은 언제나 우리를 괴룰로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와 다른 이들(타자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사회-정치적인 것은 라틴아메리카의 공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저자가 쓰고자 하는 다크 픽션의 주요한 구성 요소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말이 이 사실을 확인해 준다. "그 두가 요소는 서로 공존할 수 있고, 또 공존해야 한다."



다른 작품들은 젊은 여성들과 그들의 트라우마-그리고 그들의 적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숫가의 성모상」은 자전적인 이야기에 가까운데, 성에 대한 관심과 억제할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상처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10대 여자아이들을 다룬 작품이다. 「전망대」는 자해를 하면서 여자 유령과 함께 지내는 어느 여성의 고통을 그리기 위해 실제 장소, 즉 대서양에 면해 있는 아르헨티나 해안의 낡은 호텔을 무대로 삼았다. (여기서 인물들의 역할은 수시로 바뀐다.이 단편은 20세기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 홀리오 코르타샤르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의 이야기는 바르셀로나에서 전개된다. 위기에 빠진 여성들과 도시 건설에 1990년대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로 인해 바르셀로나로 이민을 떠난 이들의 서글픈 이야기가 더해지고 있다. 「생일, 영세식 사절」은 악마나 유령에 홀린 현상과 정신병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음험하고 도착적인 것에 이끌리는 퇴폐적인 성향과 관음증을 다룬 작품이다. 「카르네」는 10대의 팬덤 현상과 카니발리즘에 관한 이야기이고 「심장이여, 그대는 어디 있는가」는 페티시즘과 인터넷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두 작품에서는 다크 픽션에서 흔히 '바디 호러'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잘 드러나 있지만 지역 특유의 풍습과 분위기는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저자의 삶과 아르헨티나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가 죽은 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때」에서 다시 등장한다. 10대 여자아이들ㄷ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위저 보드게임을 하면서 1976~1983년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정치 운동가/활동가(와 무고한 민간인들)의 영혼을 불러내 이야기글 ㄹ나누려고 한다. 당시 유년기였던 저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이 사건은 저자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비밀리에 자행되던 폭력 때문이라기보다, 저자의 어린 시절을 공포와 불안감으로 몰아놓은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던 공포, 집 안 구석구석에 감돌던 불안감, 하지만 철저하게 가려져 있던 공포, 군사 독재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권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행위들이 만천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에 출간된 모든 서적과 간행물, 그리고 앞다투어 모든 범죄를 상세하게 밝혀낸 대중 매체 모두 저자가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지금도 그때 읽은 책들이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접한 공포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어떠한 제약도, 연민도 없는 권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공포 소설은 저주받은 집과 같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이상, 발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문턱을 넘어가야 한다."


저자 : 마리아나 엔리케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언론인. 1973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라플라타국립대학에서 언론학과 사회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 일간지 [파히나/12]의 문화 및 예술 섹션 부편집장으로 일하며, 미국 [뉴요커] 등에 단편소설을 기고하고 있다. 어릴 적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라누스에서 할머니에게 전설과 주술, 그리고 북부 지방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유년시절을 보낸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가족과 함께 라플라타시로 이주한 이후 문학과 펑크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되었다. 고전문학과 대중문화라는 대립적인 두 요소는 후일 엔리케스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하는 밑거름이 된다. 엔리케스는 스물한 살 나이에 첫 장편소설 『내려가는 것이 최악이다』(1995)를 발표하며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젊은 작가’로 문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완벽하게 사라지는 방법』(2004)에서 그동안 아르헨티나 문학이 외면해온 가정 내 성폭력, 아동 및 여성 학대 등의 문제를 다루었고, 『우리 몫의 밤』(2019)으로 그해 에랄데상을 수상했다.

세계 문단에서 엔리케스에게 주목한 것은 첫 소설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면 위험한 것들』(2009)이 소개되면서부터이다. 이 책은 고전 공포소설의 규범을 충실히 따르되 현대적인 목소리로 재창조된 이야기로 꼽히는데, 이어 소개된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2016)은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 아르헨티나 사회 이면에 도사린 어둠이자, 세계인이 공감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공포로 풍자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밖의 논픽션으로 독특한 무덤 여행기 『누군가 네 무덤 위를 걷고 있다』(2013), 실비나 오캄포 전기 『여동생』(2014) 등이 있다. 엔리케스는 공포와 환상이야말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일상의 미스터리를 반영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메타포라고 말하면서, 이 장르를 자신의 언어로 삼아 불가사의한 세계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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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강사 윤지원과 함께 하는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
윤지원 지음 / 성안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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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이다. 예술 장르에 가장 늦게 자리잡았지만 필름만 있으면 어디서든 상영 가능하고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대중예술이고, 종합예술이다. 이미 산업화된 지 오래됐고 지금은 관람객이 하루에도 수백만~수천만 명이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 관람 방식도 영화관만 이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관객들은 다양한 윈도(TV, 인터넷, SNS, 스마트폰, DVD, VOD, 기타 저장장치 등)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관람하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는 더 이상 취미나 예술이라기보다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관객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는 인간에게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선물한다. 영화는 꿈과 희망, 기쁨과 슬픔, 낭만과 사랑, 그리움과 기다림, 시련과 아픔 혹은 악몽과 불안감 등을 반영하여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나와 인간의 삶과 조우한다. 영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과 함께 영화가 추구하는 최고의 궁극적 목적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즐기고, 분석하고 내 삶속으로 끌어들여 많은 삶의 교훈을 얻어낼 수도 있다. 영화 인문학이 그것이다. 이 책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의 저자 윤지원은 영화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 속 같은 장면을 보아도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각자 다양하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그동안의 경험, 나를 둘러싼 환경 등이 다르고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영화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출해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모두 17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특히 극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영화를 중심으로 소개돼 있다. 17개 영화 17개 챕터로 나뉘어 있다.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영화를 담은 것은 어떤 영화든 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자 입장으로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안나 카레니나」를 가장 인상 깊게 보았다. 우선 이 영화 두 편에 대한 저자의 글을 먼저 읽어본다. 사실 어떻게 읽든 각 챕터는 독립적이어서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영화가 어떻게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제목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프롤로그」 첫 머리에 자문자답한다. "이 책의 본문에서는 주로 영화 속 인물의 마음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그 인물들이 어떻게 다가오고 어떤 생각거리를 주는지 분석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2장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1920년대의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길과의 에피소드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 어니스트 헤밍웨이, 거트루드 스타인,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해, 잠깐이지만 강렬하게 등장하는 콜 포터, 조세핀 베이커, 주나 반스 등이 그렇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저자는 책 앞부문에서 줄거리와 함께 적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이 늘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아니다. 현재가 서럽고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과거의 어느 때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때로는 오지 않은 미래를 꿈꾼다. 심리적 고통을 피하는 방법인 것이다. 과거의 따뜻하고 행복했던 추억은 현재를 잘 살아갈 힘을 주며,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도 현명한 자세다. 하지만 현재를 떠나 다른 시간대에 머물러도 시간은 흘러가고, 현재는 끊임없이 과거가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이 각자의 시간대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나의 지금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금, 여기에 오넌히 머무는 각자의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영화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알려주다 마지막에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독자들 앞에 내놓는다. "1920년대 파리를 사랑했던 피카소, 헤밍웨이 등 거장들은 1920년대에는 거장이 아니라, 우리처럼 때로 불안하고 과거의 어느 때를 그리워하기도 하는 한 사람이었다. 영화는 그들의 대사를 통해 길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응원의 말을 전한다."(p.39)



12장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본다. 역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이 장(章)의 머리에서 중심을 잡아준다. 이 작품의 소재는 단지 제정 러시아 귀부인의 사랑과 불륜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함깨 위선, 질투, 신념, 사랑, 욕망 등 인간의 여러 감정, 그리고 계급, 종교, 가치관, 결혼제도 등 사회 문제까지도 다루고 있다. 원작 소설에는 귀족 계급의 남성인 톨스토이가 어떻게 여성들의 세밀한 감정들을 알았을지 궁금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가멍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영화에는 원작을 최대한 잘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안나는 브로스키, 키티와 레빈 등의 등장인물을 통해 사랑과 인생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감정에 책임져야 하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 장처럼 형식은 같다. 영화 장면(줄거리) 등을 소개하며 설명을 곁들인다.

안나는 그곳에서 백작가의 청년 장료 브론스키와 처음 만난다. (중략) 시간이 멈춘 듯 서로만 보이고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탐한다. 훗날 브론스키의 집에서 처음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되는 순간보다 더 격렬하다. (······) 저자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렇게 썼다.

"무대와 무대장치, 프레임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이 있다. 영화를 보는데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하다. 관객은 등장인물의 감정에 동화되고 이입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이 된다. 화면의 전환을 무대장치의 연결로 보여주니 글로 풀어가는 것을 읽어 내려가는 듯하다. 영화는 우리에게 대화를 나누자고 손을 내민다. 감독과 나란히 앉아서 내내 이야기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는 어떤 감정이 드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듯하다."(p.185)



저자는 영화와 영화 인문학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으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지적한 대목에 유의하면 각 영화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4가지를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첫째, 영화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비슷한 패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렇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단다. 영화를 볼 때 새로운 시선을 추가하면 좀 더 풍성하고 촘촘하게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영화를 통해 위로받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영화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우리를 위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영화에서 무엇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에 위안이 되는 어떤 포인트, 내가 원하고 있었던 감성,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 그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그런 힘이 우리에게 있다. 이 책이 우리의 마음을 잘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촉매가 되기를 저자는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셋째, 나를 응원하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우리는 시시각각 힘들고 좋고 실망하고 기대한다. 수많은 감정과 생각의 파도를 겪으며 지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고 느낄 때 책장을 넘기며 영화 속 장면과 나의 경험들이 연결되는 순간들을 통해 위로하고 매 순간 응원할 수 있다.

넷째, 스스로 다독이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자신 안에 이미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내 안에 좋은 자원이 많다는 것도. 그동안 이뤄 놓은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낙심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걸어온 시간이 결단코 헛된 게 아니라는 것도 물론 깨달을 수 있다.

저자 : 윤지원

한국인문학교육연구소 소장. 윤지원코칭아카데미 대표. 코칭 기반으로 질문하며 영화와 삶을 연결하는 영화인문학 강사. 기업과 기관에서 다양한 주제로 영화인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의 최종 목표는 참가자들이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에게 감동하고,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좋은 답을 찾는 것. 한 영화를 여러 번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때 기쁨을 느낀다. 감독이 숨겨놓은 손편지 같은 장면을 찾는다. 작은 성찰의 순간을 탐색하는 소소한 인문학을 추구한다. 매일 영화에서 질문을 건져 올리며 온라인 글쓰기 모임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을 모아 영화질문카드 〈윤지원코치의 영화 talk 마음 talk talk〉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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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 가지 사랑을 한다
케이트 로즈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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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다섯 가지 요소는 당신을 ‘영원한 사람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 디섯 가지 요소는 1100만 명의 열렬한 호응을 불러온 칼럼의 주제로 ‘커뮤니케이션, 정직, 책임감, 존중, 용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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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 가지 사랑을 한다
케이트 로즈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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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을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또 누구나 살면서 사랑을 하는 존재들이다. 이 책 『누구나 세 가지 사랑을 한다』는 사랑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방법론이다. 저자 케이트 로즈는 이 책에서 사랑을 '세 가지'로 풀이한다. 칼럼리스트이자 여성 상담 전문가인 저자는 케이트 로즈는 누구나 인생에서 세 가지 사랑을 한다고 전제한다. 소울메이트, 카르마, 트윈플렘이 바로 그것이다.

소울메이트는 가장 편안한 관계의 사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안락한 역할에 머무른 나머지 더 이상 성장해나갈 길을 열지 못하는 관계이다. 이에 비해 카르마는 초반에는 정말 정열적인 사랑으로 느껴지지만 끊지 못하는 관계와 가스라이팅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관계다. 마지막으로 트윈플레임은 너무 수월하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깨닫지 못하지만 자신을 받아들이고 서로 성장시키는 관계이다.

저자는 이같이 세 가지 사랑을 정의하면서 우리가 사랑을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성장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동화 같은 사랑은 없지만 온전히 자신을 알게 해주는 사랑이 있다고 말하며 서로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현명한 사랑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 앞서 「당차고 사랑스러운 우리 여성에게」라는 '독자에게' 드리는 글을 따로 썼다. 저자는 이를 통해 "당신은 어딘가에 자신의 반쪽이 존재하리라는 걸 잊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 순간, 그가 그 누구에게도 없던 용기를 지닌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어쩌면 당신이 찾던 용사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간의 여정에서 흘린 눈물 때문에 여기저기 얼룩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의 강렬한 시선에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줄 겁니다."며 여성 독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어 저자는 "마음이 아프고, 이성과 논리가 반대하더라도 다시 한 번 마음을 열고 영원한 사랑을 믿을 준비가 되었나요? 주변에서 강요하는 여성상, 주변에서 기대하는 삶의 모습을 내팽개칠 준비가 되었나요? 이제 우리는 과거의 우리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화해하고, 과거에 사랑했던 이들과 화해하고, 미지의 길을 떠나야 합니다. 그 길 위에 열정, 정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우리가 꿈꾸던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라는 함께 갈 것을 권유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우리의 애정을 끊임없이, 계속해서 표현하는 소소한 순간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모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독자들에게 사랑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명사이면서 동시에 동사다. 사랑은 우리가 혼란스러운 삶에 지쳐 무너졌을 때 연인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보드라운 플란넬 셔츠를 촉촉이 적시는 눈물이며, 온 세상이 잠든 어둑한 새벽 2시 배꼽이 빠질 듯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우리의 깊은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감정이면서 동시에 행동이다.

사랑은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을 때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를 찾아온다. 사랑은 우리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거나 우리 욕망을 달래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은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이 정도로 부족하다. 이어 저자는 사랑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며 독자들을 사랑하는 길로 이끈다.

"사랑은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해받고 싶은 욕구, 보살핌 받고 싶은 욕구 등 우리의 모든 욕구를 충분히 채워준다. 사랑에서 중요한 건 그 안에 들어 있는 알맹이다. 사랑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성장하게 하며, 우리를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사랑 즉, 소울 메이트를 편안한 사랑으로, 카르마를 중독된 사랑으로, 트윈플레임을 성장하는 사랑으로 각각 규정하고 이에 대해 3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1장 꿈, 2장 현실, 3장 교훈 등의 형식으로 세밀하고 깊은 사유를 차근차근 제시하고 설명하며 독자들을 사랑의 길로 이끈다. 그의 바람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스스로 바라봤을 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삶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사랑이 그저 번식의 수단이라거나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 살기 위한 도구이기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첫 번째 ; 소울메이트, 편안한 사랑

두 번째 ; 카르마, 중독된 사랑

세 번째 ; 트윈플레임, 성장하는 사랑



책에 따르면 소울메이트는 가장 편안한 관계의 사랑을 의미한다. 그래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환상을 주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해서 결실을 맺지 못한다. 이 사랑이 주는 교훈은 나 자신이 먼저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소울메이트 사랑이다.

카르마는 처음에는 정열적이지만 바뀌지 않는 패턴을 반복하며 빠져나오지 못하는 관계를 말한다. 강렬하고 압도적이지만 중독적이고 상처뿐인 이 사랑은 동반 의존, 통제, 학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카르마 사랑의 교훈은 영원하지 않은 사랑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다음에 다가올 사랑을 위해 중독적인 관계를 멈추고 나 자신을 탐구할 기회로 삼는 게 이 사랑의 목적이다.

트윈플레임은 너무나 수월한 관계인 나머지 처음에는 사랑인지 모른다. 하지만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며 서서히 타오르는 사랑이다. 이 사랑의 목적은 성장이다. 서로를 깊이 일깨워주는 관계이다.



케이트 로즈는 세 가지 사랑 중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의 사랑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우리가 사랑에 대해 꿈꾸고 현실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우리가 사랑을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을 일러준다. 우리는 사랑을 해나가며 지금의 관계에 대해 무수한 의심을 한다. 또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 속에서 절망하고 다신 사랑을 하지 않을 거야 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어느새 다시 사랑에 빠진다. 가스라이팅이나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이슈들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사랑이라는 관계와 추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만든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동화 속 결말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책은 영원한 사랑은 있을까?에 대한 해답이며, 과연 내 옆에 있는 사랑이 결혼으로 골인할 끝사랑이 맞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이다. 사랑이야말로 관계의 최전선에 있다. 이 책은 자아와 사랑의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세종대학교 ‘성과 문화’ 교수 배정원은 이 책을 사랑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자신이 없어서 자신을 포장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불편했던 사람, 계속되는 실연의 상처 때문에 다시 사랑에 빠진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사람, 슬픔에 젖어 다시 일어날 힘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며 『누구나 세 가지 사랑을 한다』를 건강한 사랑에 대한 지침서이자 응원서라고 표현했다.



저자 : 케이트 로즈

여성, 결혼, 관계 전문가 700만 명을 사로잡은 칼럼니스트.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하고, 마침내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인 트윈플레임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관계 전문가이다. 로즈는 사랑이란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며, 우리가 자신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 그리고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관한 가르침을 준다고 말한다.

마운트메리대학교에서 시각예술 교육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스프링필드대학교에서 상치료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할렘가의 청소년 프로그래밍 담당자로 봉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게 바꾸는 데 조력했다. 또한 10여 년간 사회적, 정서적 장애를 지닌 아이들과 어른들을 돌보는 미술치료사이자 상담가로 일하며 인간의 본성과 관계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왔다. 틈틈이 페이스북에서 연재한 ‘세상의 모든 연애’는 지금까지 700만 명이 읽고, 1100만 명이 공유했다. 다양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랑과 관계 코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매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수련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랑, 연애, 가족, 양육, 이혼, 섹스, 트윈플레임 등을 주제로 「엘리펀트 저널Ele-phant Journal」 및 「유어탱고YourTango」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 1000편 이상의 글을 썼으며, 사랑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건강한 사랑을 하게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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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개의 바다 : 바리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뜰boo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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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열세 개의 바다 : 바리』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다. 스토리 우수상답게 뚜렷한 주제, 흥미진진한 극의 전개, 구성이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바다에서 딸과 남편을 잃은 해녀 공덕은 어느 날 바다에서 실려 온 아기를 발견하고, 그 아이에게 '바리'라는 이름을 붙여 애지중지 키운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공덕은 바리가 바다의 왕, 용왕의 친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항상 친부모를 궁금해 했던 바리는 친엄마 용왕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용왕을 살릴 약을 구하기 위해 12층의 저승바다로 가출한다. 바리가 저승바다에서 위험에 처하자, 바리를 구하기 위해 키워준 엄마인 공덕이 나선다.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혼령이 된 공덕은 3일 안에 바리를 찾아 돌아와야 한다. 공덕의 혼은 소녀 모습으로 돌아가 귀신 사당패를 만나서 함께 바리를 찾으러 떠난다. 공덕은 바리를 찾아 3일 안에 돌아올 수 있을까?

이 동화는 바다와 바닷속 세계가 이야기의 주무대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 흥미롭다. 거기에 저자 정은경의 이야기 구성이 잘 짜여져 어린이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성인 독자들에게는 순수한 어린 시절에의 동경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본 설화에서는 굉장한 의지와 효심을 가졌지만 다소 수동적이었던 바리공주의 행적을 재해석하여 바리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바리만을 재해석한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에선 바리를 키워준 엄마 공덕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키운 정, 낳은 정에 대한 독자들의 선택을 자극시키는 듯하다. 이 책 「열세 개의 바다 : 바리」는 ‘공덕’과 ‘바리’의 이야기이며, 더 나아가 엄마와 딸의 성장 모험극이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아이들이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읽었을 땐 순수에의 동경을 자극하는 성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또 이런 뭉클한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받쳐주는 뛰어난일러스트까지 그림책과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겨울에 앞서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훈훈한 가족애를 다룬 이야기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만 설화에서도 어느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이후 '그때 이랬다면'이라는 후회와 미련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되돌아갈 수 없기에 다시 고쳐 살기는 불가능하다. 그때 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발목을 잡힐 이유도 없다. 다가오는 삶은 늘 새로운 것이니까. 우리의 삶을 그대로, 때론 모방하고 상상력을 추가해 조합해놓은 이야기책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이미 만들어진, 전해져오는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따른 결말이 독자들의 바라지 않은 때로 매듭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삶이니까.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생명이라면 설정의 문제이지 삶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부모와 자식의 연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의 삶 속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동화를 읽는 이유다.

 


 

멋진 기사나 거대한 드래곤은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 볼 수 있는 도깨비들과 엉뚱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벼리'였으나 '바리'로 살아야 했던 아이의 이야기. 왜 이 책이 '딸들을 위한'이란 타이틀과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동화'라는 수식어가 생겼는지 읽어가면서 수없이 느낄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 모두 애니메이션 분야에 몸담고 있어서인지 표지부터 등장인물 소개, 그리고 삽입된 그림도 여름방학 특선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듯 순수하고 감동적이며 생생한 느낌이다.

힘겹게 출산을 했지만 곧 숨을 쉬지 않는다는 말에 아이를 바다에 띄워보낸 이승의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 그리고 물에 떠밀려온 아이를 먼저 떠난 남편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공덕이 벼리이자 바리인 아이의 어멍"이다는 작가의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둘 다 그들이 지탱해야 하는 삶이 있기에 선택한 것이지만 얽힌 운명의 매듭은 풀기가 쉽지 않다.

 


 

우연찮게 죽은 줄 알았던 벼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용궁에서는 용왕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벼리에게 있음을 알려준다. 모두 예상하는 것처럼 바리가 과감하게 구하러 간다.(바다가 이승의 바다와 저승의 바다로 나눠져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낳아준 엄마를 구하기 위해 떠난 바리의 선택이 섭섭하고 속상하면서도 또 그럴 수밖에 없는 바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덕은 위험에 처한 바리를 돕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저승의 바다로 떠나는 대목은 '낳은 정 키운 정'을 생각나게 하고 눈물마저 짓게 하는 강력한 모성애가 됫받침한다.

설화는 말로 전해져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들과 비슷한 부분도 많고 겹치는 요소도 있지만 또 그런 이유로 또다른 재미가 있다. 설화만의 힘이다.공덕이라는 이름은 제주의 상인이었던 '만덕'을 떠오르게 한다. 책의 절반 이상을 읽을 때까지는 바리데기 설화를 환타지 요소를 가미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푹 빠질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를 위로해 줄 만한 감동은 어디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리를 도와주러 떠난 공덕의 모습이 소녀의 모습인 것, 저승 바다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변화하고 있는 바리의 성장이 예고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저승의 바다 제일 밑바닥을 지키고 있던 동수자의 비밀, 바리가 해골초(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꽃)를 구하러 간 진짜 이유, 바리의 마음과 행동을 걱정보다는 진심으로 믿어주고 응원하는 공덕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것도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 : 정은경

디자인 전공 후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시크릿 쥬쥬 1기」, 「샤이닝스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웹툰 「2호선 세입자」, 「고고고! : 해골물의 비밀」, 동화책 「질투 애벌레」 등을 썼습니다.

REDFORD 작가님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멋진 책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림 : REDFORD

사랑하는 바다가 펼쳐진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이에게 빛이 되어 용기를 줍니다. 때론 친구가 되어 함께하며…. 정은경 작가님의 팬으로서,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함께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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