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개의 바다 : 바리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뜰boo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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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열세 개의 바다 : 바리』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다. 스토리 우수상답게 뚜렷한 주제, 흥미진진한 극의 전개, 구성이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바다에서 딸과 남편을 잃은 해녀 공덕은 어느 날 바다에서 실려 온 아기를 발견하고, 그 아이에게 '바리'라는 이름을 붙여 애지중지 키운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공덕은 바리가 바다의 왕, 용왕의 친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항상 친부모를 궁금해 했던 바리는 친엄마 용왕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용왕을 살릴 약을 구하기 위해 12층의 저승바다로 가출한다. 바리가 저승바다에서 위험에 처하자, 바리를 구하기 위해 키워준 엄마인 공덕이 나선다.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혼령이 된 공덕은 3일 안에 바리를 찾아 돌아와야 한다. 공덕의 혼은 소녀 모습으로 돌아가 귀신 사당패를 만나서 함께 바리를 찾으러 떠난다. 공덕은 바리를 찾아 3일 안에 돌아올 수 있을까?

이 동화는 바다와 바닷속 세계가 이야기의 주무대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 흥미롭다. 거기에 저자 정은경의 이야기 구성이 잘 짜여져 어린이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성인 독자들에게는 순수한 어린 시절에의 동경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본 설화에서는 굉장한 의지와 효심을 가졌지만 다소 수동적이었던 바리공주의 행적을 재해석하여 바리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바리만을 재해석한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에선 바리를 키워준 엄마 공덕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키운 정, 낳은 정에 대한 독자들의 선택을 자극시키는 듯하다. 이 책 「열세 개의 바다 : 바리」는 ‘공덕’과 ‘바리’의 이야기이며, 더 나아가 엄마와 딸의 성장 모험극이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아이들이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읽었을 땐 순수에의 동경을 자극하는 성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또 이런 뭉클한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받쳐주는 뛰어난일러스트까지 그림책과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겨울에 앞서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훈훈한 가족애를 다룬 이야기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만 설화에서도 어느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이후 '그때 이랬다면'이라는 후회와 미련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되돌아갈 수 없기에 다시 고쳐 살기는 불가능하다. 그때 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발목을 잡힐 이유도 없다. 다가오는 삶은 늘 새로운 것이니까. 우리의 삶을 그대로, 때론 모방하고 상상력을 추가해 조합해놓은 이야기책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이미 만들어진, 전해져오는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따른 결말이 독자들의 바라지 않은 때로 매듭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삶이니까.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생명이라면 설정의 문제이지 삶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부모와 자식의 연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의 삶 속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동화를 읽는 이유다.

 


 

멋진 기사나 거대한 드래곤은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 볼 수 있는 도깨비들과 엉뚱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벼리'였으나 '바리'로 살아야 했던 아이의 이야기. 왜 이 책이 '딸들을 위한'이란 타이틀과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동화'라는 수식어가 생겼는지 읽어가면서 수없이 느낄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 모두 애니메이션 분야에 몸담고 있어서인지 표지부터 등장인물 소개, 그리고 삽입된 그림도 여름방학 특선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듯 순수하고 감동적이며 생생한 느낌이다.

힘겹게 출산을 했지만 곧 숨을 쉬지 않는다는 말에 아이를 바다에 띄워보낸 이승의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 그리고 물에 떠밀려온 아이를 먼저 떠난 남편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공덕이 벼리이자 바리인 아이의 어멍"이다는 작가의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둘 다 그들이 지탱해야 하는 삶이 있기에 선택한 것이지만 얽힌 운명의 매듭은 풀기가 쉽지 않다.

 


 

우연찮게 죽은 줄 알았던 벼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용궁에서는 용왕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벼리에게 있음을 알려준다. 모두 예상하는 것처럼 바리가 과감하게 구하러 간다.(바다가 이승의 바다와 저승의 바다로 나눠져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낳아준 엄마를 구하기 위해 떠난 바리의 선택이 섭섭하고 속상하면서도 또 그럴 수밖에 없는 바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덕은 위험에 처한 바리를 돕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저승의 바다로 떠나는 대목은 '낳은 정 키운 정'을 생각나게 하고 눈물마저 짓게 하는 강력한 모성애가 됫받침한다.

설화는 말로 전해져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들과 비슷한 부분도 많고 겹치는 요소도 있지만 또 그런 이유로 또다른 재미가 있다. 설화만의 힘이다.공덕이라는 이름은 제주의 상인이었던 '만덕'을 떠오르게 한다. 책의 절반 이상을 읽을 때까지는 바리데기 설화를 환타지 요소를 가미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푹 빠질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를 위로해 줄 만한 감동은 어디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리를 도와주러 떠난 공덕의 모습이 소녀의 모습인 것, 저승 바다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변화하고 있는 바리의 성장이 예고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저승의 바다 제일 밑바닥을 지키고 있던 동수자의 비밀, 바리가 해골초(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꽃)를 구하러 간 진짜 이유, 바리의 마음과 행동을 걱정보다는 진심으로 믿어주고 응원하는 공덕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것도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 : 정은경

디자인 전공 후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시크릿 쥬쥬 1기」, 「샤이닝스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웹툰 「2호선 세입자」, 「고고고! : 해골물의 비밀」, 동화책 「질투 애벌레」 등을 썼습니다.

REDFORD 작가님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멋진 책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림 : REDFORD

사랑하는 바다가 펼쳐진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이에게 빛이 되어 용기를 줍니다. 때론 친구가 되어 함께하며…. 정은경 작가님의 팬으로서,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함께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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