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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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여울은 우리에게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을 조금 읽는 사람은 정여울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글을 잘 쓰기도 하지만 출간한 책도 엄청 많다. 그의 '치유 에세이'는 찍어내기 바쁘게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분석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상처 치유에 대해 꽤 깊은 공부와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그의 책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또 출간한 책 머리말을 통해 자신의 글이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코로나로 닫힌 우리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도 그의 책은 상당히 기여했으리란 독자의 짐작이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쓰는 것이 그의 글쓰기 비법이랄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국내 독자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 『마지막 왈츠』는 그의 특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쓰였다. 2021년 9월 29일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향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었다. 황광수의 오랜 친구인 정여울 작가는 충격과 슬픔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의 마지막 원고를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단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 정도로 마무리작업에 열중이었다. 글을 다듬고 편집을 마무리하던 와중에 부고를 접했다.

문학평론가 황광수는 끝내 정여울 작가와 함께 쓴 『마지막 왈츠』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애도의 시간을 추스를 새도 없이,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남긴 미완의 글과 메모를 수습하여 『마지막 왈츠』를 새롭게 구성했다고 한다. 생전에 이 책을 마무리해 절친 황광수에게 힘이 되고자 했던 정여울 작가는 그간 모은 원고에 〈황광수 선생님을 떠나보내며〉라는 글을 새로 더 써서 책을 마무리했다. 이 책 『마지막 왈츠』는 황광수와 정여울의 ‘우정의 향연’이자 세상을 떠난 절친 황광수에게 정여울이 보내는 이별과 애도의 추도사이기도 하다.

 


 

정여울 작가는 우정에 관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는 셈이다. 나이가 서른 두 살이나 위인 문학평론가 황광수와 오랜 친구가 된 것은 작가와 만난 첫 날의 느낌부터 친구가 될 것이라 예감했다고 토로한다. 친구로 오랜 친분을 쌓아오면서 정여울 작가의 문학적 재능과 글쓰기를 시기해서인지 SNS에서 악성 댓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 친구이자 문학평론가 황광수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면 "여울아, 나는 악성 댓글조차 받아본 적이 없어. 사람들이 날 모르거든, 칠십 평생을 글을 써왔는데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며 너스레를 떨며 위로해주던 사람이 황광수다.

정여울 작가는 친구 사귀기에 대해 조금 미숙했나 보다. "우정이 재능이 결핍된 것 같아서 연락이 끊어진 친구도 많고, 마음까지 끊어진 친구도 많은 것은, 걸핏하면 타인의 말에 상처 입는 자신의 소심함 탓인 것 같다고 「프롤로그」를 통해 고백한다. 황광수 선생을 처음 만난 이후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은 이런 소심함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용기와 대화의 기술이 없었다는 점도 털어놓는다. 그러나 황광수 선생이 잘 끌어주고 격려도 해주었기 때문에 전후 세대의 트라우마도 이해할 수 있었고, 선생은 정여울 작가의 말과 글을 통해 여성의 시각과 세대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기도 했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황광수 선생 생전에 기획되고 준비하던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에게 문학평론가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문학청년 황광수는 평론이라는 것이 결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글쓰기와 강연을 평생 해왔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황광수와 작가 정여울이 나눈 편지, 인터뷰, 그리고 황광수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황광수의 편지 4통과 정여울의 편지 5통, 인터뷰는 계간 『민주』 2013년 가을호에 실린 글을 수정하고 다듬었으며, 그간 틈틈이 메모해둔 황광수의 에세이를 추려 40편으로 엮었다. 특히 에세이는 시적인 울림이 있는 아름다운 아포리즘으로 가득해, 평소 시의 형식으로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고인의 뜻을 존중해 원문 그대로 실었다.

 

정여울 작가의 황광수 문학평론가에 대한 에피소드 한 도막. 그는 꽃과 나무와 별과 강물과 산책을 사랑하듯이 문학을 사랑했다. 술과 커피와 차를 사랑하지만 그런 것들에 구속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와 제자들을 사랑했지만 그들에게 집착하지 않았다. “선생님, 꽃 사진을 왜 그렇게 열심히 찍으세요?” 이렇게 물으면 그는 대답했다. “응, 꽃들은 참 이뻐.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선생님, 후회되는 건 없으세요?” “삶이 때로는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는 없어. 하지만 우리 아들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 그런 안타까움은 있지. 둘 다 날 닮아서 안쓰럽고, 둘 다 나보다 훨씬 나아서 다행이기도 해.” “선생님, 이름 모를 들꽃들 이름을 어떻게 그렇게 하나하나 다 알고 계세요?” “이름 없는 꽃들 같지만, 모두 다 이름이 있어. 의미 없는 존재는 없거든. 우리가 모를 뿐이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래.”

 


 

친구라고 해서 배울 것이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고, 스승이라고 해서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광수와 정여울은 진정한 사우(師友)의 관계였다. 사우란, 스승이자 벗이며 벗이자 스승을 일컫는 아름다운 말이다. 두 사람은 플라톤의 ‘향연’처럼 밤새도록 지속되는 아름다운 우정의 대화를 꿈꿨다. 사랑하는 스승 소크라테스와 함께 밤새도록 수다 떨듯 철학과 인생, 사랑을 이야기하던 당대의 그리스 사람들처럼.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황광수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고 여러 차례에 걸친 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두 사람만으로도 ‘향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한 사람이 병원에 누워있으니 향연은 자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황광수와 정여울은 새로운 형태의 향연을 고안해냈다. 편지의 형식을 빌려 향연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지만 따로 또 같이,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향연을 이끌어갔다. 그리고 향연의 중심에는 언제나 문학이 있었다. 두 사람은 여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끊어진 향연을 간절히 이어나가고자 했으나, 황광수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또 한 번 끊어진 향연을 다시 이어보고자 정여울 작가는 황광수의 미완성 원고와 미발표 메모를 토대로 새로운 향연을 시작했다. ‘문학’으로 친구가 된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한 우정과 지성의 왈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마지막 왈츠』다.

 


 

황광수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가르쳐 준 우정의 향연은 정여울 작가의 가슴 속에서 또 한 번 새롭게 시작되었다. 단지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와 함께 나눈 문학의 향기와 여행의 추억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이 책이 꿈꾸는 또 다른 향연이다. 이 책은 결코 슬프지만은 않다. 두 사람의 우정은 단지 둘만의 인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미래의 우정, 더욱 새로운 미래의 인연들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여울 작가는 황광수와 나눈 수많은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 이 책을 기획했다. 더 많은 독자와 또 다른 우정의 왈츠를 시작하고 싶기에, 이 책의 제목은 『마지막 왈츠』이지만 사실은 독자들과 시작하는 첫 번째 왈츠를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뜻밖의 유머로 가득 찬 유럽 여행기도 등장한다. 바로 정여울 작가와 황광수 문학평론가, 이승원 작가가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 대한 아름다운 에피소드다. 이승원 작가의 유머 넘치는 ‘우정출연’이 두 사람의 왈츠를 더욱 따스한 미소로 빛나게 한다. 두 사람의 우정의 왈츠가 세 사람의 우정으로 확장되었듯이, 이 책을 읽은 독자들과 정여울 작가의 만남이 또 다른 수많은 왈츠의 ‘군무’로 축제처럼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저자 : 정여울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저자 : 황광수

1944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민중서관, 을유문화사, 지식산업사, 한길사 등의 출판사에서 20년 가까이 편집 일에 몸담았고,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월간 『사회와사상』, 계간 『민족지평』, 『내일을 여는 작가』, 『실천문학』, 『자음과모음』의 주간 및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1981년 〈현실과 관념의 변증법─김광섭론金光燮論〉을 발표하며 비평에 입문, 30년 남짓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평론집으로 『삶과 역사적 진실』, 『길 찾기, 길 만들기』, 『끝없이 열리는 문들』 등이 있고, 저서로 『셰익스피어』, 『소설과 진실』, 편저로 『땅과 사람의 역사』가 있으며, 역서로 『왜곡되는 미래』 등이 있다. 2004년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 왈츠』 집필을 위해 애쓰다가 2021년 9월 29일 오전 9시 10분에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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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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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독서계를 휩쓴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개미』였다.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소설 맞아?"였다. 스토리는 소설처럼 전개되는데 상상력이 무한한 데서 느껴지는 것이고, 과학 서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이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됐는지의 여부는 독자로서 분석이 불가능한 내용이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재미 있게는 생각됐지,만 과학과는 거리가 먼 '과학 문외한'인 독자는 그 책을 끝내 마저 읽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다. 사용되는 언어 역시 일상 용어보다 전문 과학 용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니 읽을수록 재미가 떨어진 것이다. 독자의 지식 수준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책이 몇 개월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정도로 '열풍'이어서 슬그머니 다시 손에 들었다. 이번엔 꼭 완독하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임했다.



『개미』 속에서 조나탕 웰즈는 곤충학자였던 삼촌 에드몽 웰즈의 집을 상속받고 가족들과 함께 그 집에서 살고 있다. 죽은 삼촌이 남긴 편지에 적힌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나탕 웰즈는 그 집 지하실을 들어감으로써 삼촌이 개미에 관해 남긴 혁명적인 업적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조나탕이 사라지고, 그를 찾으려던 사람들 또한 사라진다.

동종 도시들의 연합을 연방이라 하는데 불개미 연방은 대략 6만 평방미터에 걸친 90개의 개미 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이중 자국길 7.5킬로미터와 냄새길 40킬로미터를 갖추고 있는 불개미 연방의 중심 도시인 벨로캉에 살고 있는 한 개미 집단이 있다. 사람들과 개미들 각각을 다루는 이야기가 서로 존재를 모른 채 지내다 그 두 지성을 갖춘 집단이 접촉하고 의사소통을 이룰 때까지 병렬적으로 펼쳐진다. 독자들도 아다시피 베르베르는 『개미』를 우리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작업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는 개미와 같은 작은 생명체가 갖는 지극히 ‘낮은’ 곳으로부터 인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소설뿐만 아니라 독자가 모두 읽기에 벅찰 정도로 많은 책을 쓰고 국내에도 번역 발간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소설을 읽어본 독자들은 모두 느꼈겠지만 독자 역시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그의 지식의 한계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고 할 정도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베르베르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라고 한다.

일곱 살때부터 소설을 쓸 정도면 천재급이다. 그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 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했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약력과 경험으로 그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독자는 그 궁금증과 의문을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접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베르베르는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베르베르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과연 베르베르의 혼자 모은 자료를 기록해 둔 내용에서 발췌해 쓴 책인가 조금은 두려움마저 느낀다. 독자로서는 한 작가의 능력,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다. 그의 자료 수집에 관한 열정은 어렸을 때부터 습관 들인 것이라 해도 이렇게 일목요연하고 작품과 관계된 내용만 추려서 '백과사전'을 만들었다면 과연 그가 모은 자료의 총량은 얼마나 되나? 하는 다른 상상을 하게 한다.

이번 출간된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새로운 표지와 함께 기존 383항목에서 내용을 대폭 추가해 542항목으로 새롭게 출간된 증보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작의 원천이자 수십 년을 써온 빛나는 영감이 담긴 에세이이다.

"이 특이한 이야기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지식 습득 경로(학교 공부나 신문, TV, 일상 대화) 밖에서 누구한테 들은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이야기가 있다면서 들려주면 다시 누구한테 물어보거나 자료를 읽어 확인한 뒤 하나씩 기록해 두었죠. 저한테는 일종의 〈병행 지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수집하다 보니 잊어버릴지 모른다는 강박증이 생겼습니다. 저는 절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철저히 수집가의 자세로 임하기로 마음먹었죠. 기발한 농담이나 마술을 외워 두었다 나중에 써먹듯이 이 이야기들도 제대로 수집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사진과 만화를 오려 넣고,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충격적인 이미지를 붙여넣기도 하는 사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이야기들은 점점 늘어 갔습니다." 「프롤로그」를 통해 밝힌 저자의 말이다.



과학, 역사, 문학, 신화, 연금술, 처세와 게임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때로는 독자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가 하면 때로는 본질을 꼬집는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순수하게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어려지는 신기한 해파리(「작은보호탑해파리」), 인간은 왜 자신을 도와준 사람보다 자신이 도와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지(「페리숑 씨의 콤플렉스」), 죽은 후에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미라가 된 강도」), 검투사들은 왜 날렵하기보다는 대개 뚱보였는지(「검투사」), 돌고래가 어떻게 물속에서 잠자고 꿈을 꾸는지(「돌고래의 꿈」)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항목들이 가득하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북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폴리네시아 부족들의 놀라운 풍습과 오래된 지혜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주기도 한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사건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베르베르는 신화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해 원전과는 미세하게 다른, 하지만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되살려 놓는다.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식과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지대넓얕〉이나 〈알쓸신잡〉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여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상절지백〉이 있다. 이제 독자들은 그저 사전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어느 페이지를 보더라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베르베르의 몇 개 작품 설명을 여기에 추가한다. 아직 베르베르를 읽지 않은 독자일수록, 몇 권만 읽어본 독자들에게 좋은 추천이 될 것들이다. 『여행의 책』은 타고난 이야기꾼 베르베르가 선보인 철학적 잠언의 성격을 띤 책으로, 도교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던 그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뇌』에서는 연인의 품 안에서 황홀경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은 신경정신 의학자 '핀처' 박사의 사인을 추적하던 아름다운 여기자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이지도르'는 마약이나 섹스를 넘어서는 인간 쾌락의 절정, 그 비밀의 문을 향해 한발한발 접근해 들어간다.

『인간』은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30만 부 이상 팔린 작품으로,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 스타일의 소설이다. 우주의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경이와 서스펜스에 가득 찬 2인극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나 관습들을 유머러스하게 성찰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와 같은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제시하며 인간의 삶과 사회, 체계 등에 관한 포괄적인 인간 탐구를 시도한다.



이 책의 각 장마다 등장하는 에드몽 웰즈도 무척 흥미로운 인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설 속 인물로 생각했으나 이 책을 보면서 실제 인물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다. 에드몽 웰즈(프랑스어: Edmond Wells)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개미의 날』, 『개미 혁명』, 『뇌』, 『죽음』에 간접적으로, 『천사들의 제국』, 『신』, 『제3인류』 등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저자로 설정돼 있다. 에드몽 웰즈라는 창조된 인물의 어린 시절에 관한 정보가 『개미』 1부에 나타난다. 다음은 어린시절의 그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자료들이다.

『개미』 3부작에서 죽은 인물로 등장하는 에드몽 웰즈가 다음 소설 『천사들의 제국』에서 지도천사로 등장한다. 인간 영매 율리시스 파파도풀로스를 이용하여 살아있을 때 집필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다음 권(4권)을 천국에서 계속해서 집필해 나간다. 소설의 주인공인 수호천사 미카엘 팽송과 마더 테레사(실존 인물을 본따 만들어짐)의 지도천사로 설정되어 있으며, 라울 라조르박의 지도천사는 아니다. 수호천사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미카엘 팽송을 아에덴으로 대려다 주기위해 이동한다. 이 때, 다른 기들과는 달리 이번 18기 신후보생들을 많이 뽑아야 해서(총 144명) 지도천사인 에드몽 웰즈 역시 신 후보생이 된다. 천사시절에 잃었던 육신을 다시 가지게 됨으로써 아에덴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5권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4일 정도 신이 하는 일에 관한 기초적인 수업을 받은 후 18호 지구를 다스리는 신들의 게임인 Y게임을 시작하는데, 인간 시절 개미를 연구한 곤충학자였던 에드몽은 개미를 토템으로 한 민족 개미족의 신이 된다. 미카엘 팽송의 돌고래족이 내민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번성해나가는데, 이는 실제 지구 역사에서 페니키아인들과 히브리인들을 본따서 만들어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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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이 식초 음식을 싫어했지만 독자만 유독 식초 음식을 좋아했고 잘 먹었다. 개인적으로 이유를 밝히기에는 조금 망설여지지만 아마 독자의 어머니의 음식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독자의 어머니는 장류를 유난히 맛있게 담갔다. 동네에서도 간장 된장 등 장맛이 좋다고 칭찬이 자자했을 정도다. 특히 어머니가 해주신 냉채를 좋아해 떼를 써서 만들어진 냉채를 맛있게 잘 먹었다. 어머니는 늘 "사내가 되어서 식초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고"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도 하셨다.

그때 식초 들어간 음식은 여성들에게 좋아 주로 여자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말도 해주신 적이 있다. 아무튼 식초 음식을 좋아하는 식성은 냉채에 그치지 않고 냉면이나 가끔(아주 가끔이지만) 초계국수도 얻어 먹은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삼색초절임과 비슷한 삼색 나물도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자주 올라 맛본 적이 많았다. 그때 삼색 나물은 색깔은 똑같지만 아마 식초가 들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젯상에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은 올리지 않는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렸지만 그 맛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이 책도 사실 그런 향수 때문에 읽게 됐다. 요리에 크게 관심이 없는 독자로서는 요즘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양식이나 일식, 중식 요리책들이 많은데 '식초 음식 이야기' 책을 읽은 이유다. 이 책 『조선셰프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는 저자 곽미경이 조선후기 대표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의 대표 저작 『임원경제지』의 여덟 번째 지(志)인 「정조지」에 소개된 식초 음식을 필두로, 우리 나라의 다양한 고조리서에 소개된 음식과 옛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식초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발간은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가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라는 큰 주제로 「정조지」 및 『임원경제지』의 각 지에 수록되어 있는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1장에는 「정조지」 권2 구면지류, 권4 교여지류, 권5 할팽지류, 권6 미료지류에 소개된 식초 음식을 뽑아 22종을 연구, 복원했다. 2장에서는 『산가요록(山家要錄)』,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음식디미방』, 『규합총서(閨閤叢書)』, 『수운잡방(需雲雜方),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과 같은 8종의 우리 나라의 고조리서에 소개된 식초 음식을 골라 21종을 연구해 복원했다.

특히 2장에서는 식초 음식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창국을 다뤄 이제는 많이 잊혀져 가고 있는 대표적인 우리 여름 음식 창국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서는 할머니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까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다양한 식초 음식을 소개했다. 지난 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서 한 번쯤은 맛보았던 익숙하지만 그리운 다양한 식초 음식을 만나볼 수 있어 독자로서는 매우 만족할 만한 책읽기였다.

 


 

3장에 나오는 음식 중에서 독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을 사진으로라도 볼 수 있어 좋았고, 지금은 만들어주실 어머니가 없음에 안타깝고 아쉬움 마음이 든다. 대신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머니를 되살려 생각하는 독자로서는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가지닭고기냉채, 전복냉채, 콩나물잡채, 메밀묵냉채 등은 맛본 기억이 있어 더욱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냉면과 표고버섯국, 굴냉국, 쑥갓채, 삼색나물채 등은 맛이 지금도 입가에 감도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했던 기억도 되살아난다. 책을 잘 보관해 나중에 직접 만들어볼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저자 곽미경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므로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좋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삼시 세끼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 방법을 권유한다. 이 책도 그런 이유로 출간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식초 음식은 맛보다는 변질을 방지하는 데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신맛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식초 음식은 식초가 다른 식재료와 조화를 이루면서 식초 맛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은 음식이다. 식초의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건강을 위해 이 책에 쓰인 요리법을 통해 맛을 보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책에 따르면 서유구(1764~1845)는 자는 준평(準平), 호는 풍석(楓石)이며 본관은 대구이다. 대제학 보만재 서명응의 손자이며, 이조판서 서호수의 아들이다. 영조14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규장각 초계문신으로 발탁된 후 좌부승지, 성균관 대사성, 홍문관 부제학을 거쳐 사헌부대사헌, 예문관대제학, 형조판서, 호조판서, 병조판서에 제수되었다가 늦은 나이에 전라도관찰사, 수원부 유수를 역임했다. 대표적인 경화세족 가문에서 태어나 다양한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했으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학을 이어 특히 농학(農學)에 큰 업적을 남겼다.

가문의 개방적인 학문 기풍과 방대한 장서의 열람, 뛰어난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방면에 식견과 경험을 쌓았다. 젊은 시절 정조의 치세 때에는 규장각에서 많은 편찬 사업에 참여했고, 방폐기간 동안의 여러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로 성장했다. 서유구가 지은 16개의 주제를 지(志)로 하여, 113권으로 구성된 『임원경제지』는 농업, 목축, 어업, 양잠, 상업 등의 생산 전반과 의학, 음식, 주거, 선비가 알아야 할 일상 실용지식 등의 생활 전반을 담은 방대한 양의 생활 백과전서이다. 그 밖의 저술로는 정조의 명으로 조선에서 출판한 도서의 목판을 조사한『누판고』와, 전라도관찰사로 재직할 때는 기민을 구제하기 위해 고구마 재배법을 기록한 『종저보』를 간행하였다. 이 밖에도 개인 문집으로 『풍석고협집』, 『금화지비집』, 『번계시고』, 『금화경독기』와 전라도관찰사와 수원유수시절의 업무일지인 『완영일록』과 『화영일록』이 전한다. 학문적 목적으로 요리백과를 편찬했던 서유구의 노력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저자와 연구소의 열정이 돋보인다.

 


 

저자 : 곽미경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소장. 풍요와 생산의 땅 김제에서 태어났다. 요리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어머니가 해주신 카스텔라, 토마토잼, 복숭아 떡의 특별한 사랑을 듬뿍 먹으며 성장하는 가운데, 초등학교 시절에 ‘꺼벙이 연구소’를 만들어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여고 시절에 만든 계란크로켓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기도 했고, 대학 시절에는 무인도와 별과 비를 꿈꿨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미국 일리노이주 샴페인, 네바다주 베틀마운튼 등지에 살며 희망과 좌절을 맛보면서, 마음속에 늘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나눔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 못다 이룬 풍석 서유구 선생의 꿈을 잉태하여, 우리 전통음식을 함께 복원하고 공유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한편, 풍석문화재단은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우석대학교와 제휴하여 풍석문화재단의 부설 기관으로 음식연구소를 설립하여 『임원경제지』를 중심으로 우리 고조리서의 전통음식 레시피를 복원 및 현대화하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국민과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 한식의 장점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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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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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발전과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된다”는 마키아벨리즘 〈오징어게임〉의 이야기를 접목하였다. 저자는 정치 권력 쟁탈전과 오징어게임의 승자독식의 경쟁을 비교함으로써 서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독자들에게 재인식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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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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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인의 폭발적 인기를 끌어모은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섬뜩한 생각을 했다. 우선은 개인적으로 저런 상황에 몰리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상대가 죽어야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게임은 전쟁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일상이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자유와 행복은 물론 풍요로운 삶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승자독식'의 게임 방식에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인기 때문에 무조건 시청하고 실제 해보기도 하는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들이나 미성년 학생들이 시청하고 따라하는 등 부작용이 언론에 심심찭게 보도되고 있다. 이제 인기 속에서 한걸음 떨어져 게임 방식에 문제가 내포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우 불공정한 게임 방식에 스스로 뛰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인류의 본성이나 사회상을 비판하는 풍자가 숨겨져 있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승자 독식의 경쟁 체계를 도입한 현 사회의 불공정 게임과 악행을 초래하는 불법성 게임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당연히 사회에서 배제해야 할 게임 방식이라는 인식이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 드라마 역시 세태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지금은 폭력성과 잔혹성을 고발하지만 결국은 게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런 게임이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점에도 공통의 인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 저서 군주론에서 유래되었으며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일체의 도덕ㆍ종교에서 독립된 존재이므로 일정한 정치목적을 위한 수단이 도덕ㆍ종교에 반(反)하더라도 목적달성이라는 결과에 따라서 수단의 반(反)도덕성ㆍ반(反)종교성은 정당화된다는 정치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 말이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책도 허용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그러한 사고방식에 의하여 행동하는 사람을 모두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가 반드시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군주론』에서 군주는 권력을 유지ㆍ강화하기 위하여 여우와 같은 간사한 지혜(책략)와 사자와 같은 힘(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신의가 두텁고 종교심도 많으며 인격도 고결한 사람처럼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로마사론』에서 국가 창건이라는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비상수단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주장한 것은 고대 로마인이 가진 역량과 사려를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소생시키고, 이탈리아에 새로운 정치ㆍ사회질서를 수립하려는 그의 이상을 실현함에 있어서, 먼저 낡은 전통적인 도덕이나 종교를 타파하고 그에 구속되지 않는 강력한 지배자를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참뜻이 이해되지 않고, 도덕ㆍ종교의 부정이라는 일면만이 강조되어 그의 사상 전체가 비난을 받았다.



“항상 착하려고 하는 사람은 착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파멸할 수밖에 없다. 사람 위에 서는 자는 인간적인 성질과 야수적인 성질을 다같이 배울 필요가 있다.” 『군주론』을 편찬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강자 생존의 처세론을 밝히며 어떻게든 승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 체계에서는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되며, 빈(貧)자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진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까닭도 이와 맞닿아 있다. 비열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자가 박수갈채를 받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 『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은 ‘양보하고 배려하며 내 것을 나누라’는 등의 선한 세상의 잣대를 부정하고, 반도덕적 처세론을 추구해야 강한 자가 되고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 진실을 공개한다. 위험하지만 욕망에 충실한 방법을 제시한다. 누군가를 속이고 빼앗는 것은 우리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다.

그러나 ‘도덕’과 ‘양심’이라는 것으로 포장하며 원하는 것이 있어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한다. 빼앗기고 울지 말고 빼앗고 웃으라고 강조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싸우고 쟁취하여 승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강자 생존의 시대, 오른쪽 뺨을 맞으면 양쪽 뺨을 때려라, 성적 강함의 매력, 화려하게 훔쳐라, 마키아벨리즘의 실천, 마음껏 비판하고 혹평하라, 완전한 권모술수, 불효 예찬론, 분노의 미학, 만인의 라이벌 시대, 미식에의 권유 등 강자가 되기 위한 처세론을 밝히며 삶은 낭만이 아니라 투쟁이므로 싸워서 이겨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악과 부도덕은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강해지고자 하는 우리 내면에 잠자고 있는 본성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에서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에서 드러나는 ‘악의 처세론’, ‘강자생존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내면의 악한 본성을 삶의 무기로 발전시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현대인에게 양보와 배려가 미덕이라는 권유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살아남아 부를 차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강자들의 기만은 항상 효과를 거두었다. 결국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힘뿐이다.” 권모술수의 대가로 알려진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승자가 될 수 있는 열쇠는 막강하고 무자비한 힘이라고 말한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어주는 것은 약자만이 하는 선택이며, 민중을 쉽게 다스리고 억압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억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쪽 뺨을 맞으면 양쪽 뺨을 때려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도덕과 윤리로 더 나은 삶을 지향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마키아벨리즘을 인식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집필할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의 정치 상황이나 권력 다툼의 상황을 감안하고, 후세 정치가나 많은 평화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마키아벨리즘은 비판받았다. 로마 교황청은 1559년 마키아벨리의 저서 전부를 금서목록에 넣었고, 프랑스의 신교도는 생바르텔미의 학살이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을 실행한 것이라 하여 그를 규탄했다. 프로이센의 대왕 프리드리히(2세)는 자기 자신이 실제로는 반도덕적 정치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반(反)마키아벨리론』(1740)을 썼는데,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가에게 악덕을 권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치가는 도덕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비난을 통하여 마키아벨리는 정치가는 그의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처럼 일반인에게 인식됐고, 그러한 생각이 마키아벨리즘을 낳게 됐다. 그리하여 역사상의 모든 음흉하고 비열한 행위는 모두가 마키아벨리즘의 실천이라고 간주됐으며, 마키아벨리 자신이 마치 무슨 음모가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이는 어떤 인간의 사상이 그 인간의 참다운 의도를 떠나서 세상 사람들에게 단편적으로만 이해되고 비난받는 것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그의 사후에 이와 같은 운명에 처해진 것을 빗대어서 “마키아벨리의 인생은 그의 사후에 새로 시작되었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젠 우리가 〈오징어게임〉과 마키아벨리즘을 견주어 보면서 냉철한 이성으로 우리의 삶으로 연결시켜야 할 시점이다.




이미 세계는 확실히 힘의 정치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 긴장 상태를 보고 있으면, 이미 예비 전쟁의 단계에 돌입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힘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무기력함이라든가 고분고분함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펀치의 힘인 것이며, 상대에게 호통칠 만한 기력, 교묘하게 속여 뒤집어엎어 놓는 술수, 상대방의 잘못을 소리 높여 지적할 수 있는 변설(辯舌), 상대방을 겁에 질려 떨게하는 사나운 불꽃과 같은 분노다.

- 「제8장 분노의 미학」 중에서

저자 : 빅토 비안코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승리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것을 양보하고 억제하고 포기함으로 인해 승자의 길을 놓치고 있다. 혹자는 이 책이 제시하는 반도덕적 처세론을 악마의 권유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반어적, 역설적인 의미를 미처 해독하지 못한 탓이다.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내 것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남의 것을 쟁취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될 것이다. 싸워서 이겨라. 최후의 1인이 돼라. 삶은 낭만이 아니라 투쟁이다. 먼저 물어뜯지 않으면 물어뜯기는 비정의 시대다. 빼앗기고 울지 말고 빼앗고 웃는 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영악하고 야무지게 쟁취하여 승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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