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8
서유구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외 옮김 / 자연경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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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이 식초 음식을 싫어했지만 독자만 유독 식초 음식을 좋아했고 잘 먹었다. 개인적으로 이유를 밝히기에는 조금 망설여지지만 아마 독자의 어머니의 음식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독자의 어머니는 장류를 유난히 맛있게 담갔다. 동네에서도 간장 된장 등 장맛이 좋다고 칭찬이 자자했을 정도다. 특히 어머니가 해주신 냉채를 좋아해 떼를 써서 만들어진 냉채를 맛있게 잘 먹었다. 어머니는 늘 "사내가 되어서 식초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고"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도 하셨다.

그때 식초 들어간 음식은 여성들에게 좋아 주로 여자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말도 해주신 적이 있다. 아무튼 식초 음식을 좋아하는 식성은 냉채에 그치지 않고 냉면이나 가끔(아주 가끔이지만) 초계국수도 얻어 먹은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삼색초절임과 비슷한 삼색 나물도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자주 올라 맛본 적이 많았다. 그때 삼색 나물은 색깔은 똑같지만 아마 식초가 들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젯상에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은 올리지 않는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렸지만 그 맛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이 책도 사실 그런 향수 때문에 읽게 됐다. 요리에 크게 관심이 없는 독자로서는 요즘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양식이나 일식, 중식 요리책들이 많은데 '식초 음식 이야기' 책을 읽은 이유다. 이 책 『조선셰프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는 저자 곽미경이 조선후기 대표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의 대표 저작 『임원경제지』의 여덟 번째 지(志)인 「정조지」에 소개된 식초 음식을 필두로, 우리 나라의 다양한 고조리서에 소개된 음식과 옛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식초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발간은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가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라는 큰 주제로 「정조지」 및 『임원경제지』의 각 지에 수록되어 있는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1장에는 「정조지」 권2 구면지류, 권4 교여지류, 권5 할팽지류, 권6 미료지류에 소개된 식초 음식을 뽑아 22종을 연구, 복원했다. 2장에서는 『산가요록(山家要錄)』,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음식디미방』, 『규합총서(閨閤叢書)』, 『수운잡방(需雲雜方),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과 같은 8종의 우리 나라의 고조리서에 소개된 식초 음식을 골라 21종을 연구해 복원했다.

특히 2장에서는 식초 음식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창국을 다뤄 이제는 많이 잊혀져 가고 있는 대표적인 우리 여름 음식 창국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서는 할머니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까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다양한 식초 음식을 소개했다. 지난 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서 한 번쯤은 맛보았던 익숙하지만 그리운 다양한 식초 음식을 만나볼 수 있어 독자로서는 매우 만족할 만한 책읽기였다.

 


 

3장에 나오는 음식 중에서 독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을 사진으로라도 볼 수 있어 좋았고, 지금은 만들어주실 어머니가 없음에 안타깝고 아쉬움 마음이 든다. 대신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머니를 되살려 생각하는 독자로서는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가지닭고기냉채, 전복냉채, 콩나물잡채, 메밀묵냉채 등은 맛본 기억이 있어 더욱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냉면과 표고버섯국, 굴냉국, 쑥갓채, 삼색나물채 등은 맛이 지금도 입가에 감도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했던 기억도 되살아난다. 책을 잘 보관해 나중에 직접 만들어볼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저자 곽미경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므로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좋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삼시 세끼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 방법을 권유한다. 이 책도 그런 이유로 출간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식초 음식은 맛보다는 변질을 방지하는 데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신맛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식초 음식은 식초가 다른 식재료와 조화를 이루면서 식초 맛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은 음식이다. 식초의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건강을 위해 이 책에 쓰인 요리법을 통해 맛을 보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책에 따르면 서유구(1764~1845)는 자는 준평(準平), 호는 풍석(楓石)이며 본관은 대구이다. 대제학 보만재 서명응의 손자이며, 이조판서 서호수의 아들이다. 영조14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규장각 초계문신으로 발탁된 후 좌부승지, 성균관 대사성, 홍문관 부제학을 거쳐 사헌부대사헌, 예문관대제학, 형조판서, 호조판서, 병조판서에 제수되었다가 늦은 나이에 전라도관찰사, 수원부 유수를 역임했다. 대표적인 경화세족 가문에서 태어나 다양한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했으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학을 이어 특히 농학(農學)에 큰 업적을 남겼다.

가문의 개방적인 학문 기풍과 방대한 장서의 열람, 뛰어난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방면에 식견과 경험을 쌓았다. 젊은 시절 정조의 치세 때에는 규장각에서 많은 편찬 사업에 참여했고, 방폐기간 동안의 여러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로 성장했다. 서유구가 지은 16개의 주제를 지(志)로 하여, 113권으로 구성된 『임원경제지』는 농업, 목축, 어업, 양잠, 상업 등의 생산 전반과 의학, 음식, 주거, 선비가 알아야 할 일상 실용지식 등의 생활 전반을 담은 방대한 양의 생활 백과전서이다. 그 밖의 저술로는 정조의 명으로 조선에서 출판한 도서의 목판을 조사한『누판고』와, 전라도관찰사로 재직할 때는 기민을 구제하기 위해 고구마 재배법을 기록한 『종저보』를 간행하였다. 이 밖에도 개인 문집으로 『풍석고협집』, 『금화지비집』, 『번계시고』, 『금화경독기』와 전라도관찰사와 수원유수시절의 업무일지인 『완영일록』과 『화영일록』이 전한다. 학문적 목적으로 요리백과를 편찬했던 서유구의 노력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저자와 연구소의 열정이 돋보인다.

 


 

저자 : 곽미경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소장. 풍요와 생산의 땅 김제에서 태어났다. 요리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어머니가 해주신 카스텔라, 토마토잼, 복숭아 떡의 특별한 사랑을 듬뿍 먹으며 성장하는 가운데, 초등학교 시절에 ‘꺼벙이 연구소’를 만들어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여고 시절에 만든 계란크로켓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기도 했고, 대학 시절에는 무인도와 별과 비를 꿈꿨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미국 일리노이주 샴페인, 네바다주 베틀마운튼 등지에 살며 희망과 좌절을 맛보면서, 마음속에 늘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나눔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 못다 이룬 풍석 서유구 선생의 꿈을 잉태하여, 우리 전통음식을 함께 복원하고 공유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한편, 풍석문화재단은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우석대학교와 제휴하여 풍석문화재단의 부설 기관으로 음식연구소를 설립하여 『임원경제지』를 중심으로 우리 고조리서의 전통음식 레시피를 복원 및 현대화하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국민과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 한식의 장점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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