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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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여울은 우리에게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을 조금 읽는 사람은 정여울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글을 잘 쓰기도 하지만 출간한 책도 엄청 많다. 그의 '치유 에세이'는 찍어내기 바쁘게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분석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상처 치유에 대해 꽤 깊은 공부와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그의 책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또 출간한 책 머리말을 통해 자신의 글이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코로나로 닫힌 우리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도 그의 책은 상당히 기여했으리란 독자의 짐작이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쓰는 것이 그의 글쓰기 비법이랄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국내 독자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 『마지막 왈츠』는 그의 특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쓰였다. 2021년 9월 29일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향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었다. 황광수의 오랜 친구인 정여울 작가는 충격과 슬픔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의 마지막 원고를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단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 정도로 마무리작업에 열중이었다. 글을 다듬고 편집을 마무리하던 와중에 부고를 접했다.

문학평론가 황광수는 끝내 정여울 작가와 함께 쓴 『마지막 왈츠』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애도의 시간을 추스를 새도 없이,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남긴 미완의 글과 메모를 수습하여 『마지막 왈츠』를 새롭게 구성했다고 한다. 생전에 이 책을 마무리해 절친 황광수에게 힘이 되고자 했던 정여울 작가는 그간 모은 원고에 〈황광수 선생님을 떠나보내며〉라는 글을 새로 더 써서 책을 마무리했다. 이 책 『마지막 왈츠』는 황광수와 정여울의 ‘우정의 향연’이자 세상을 떠난 절친 황광수에게 정여울이 보내는 이별과 애도의 추도사이기도 하다.

 


 

정여울 작가는 우정에 관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는 셈이다. 나이가 서른 두 살이나 위인 문학평론가 황광수와 오랜 친구가 된 것은 작가와 만난 첫 날의 느낌부터 친구가 될 것이라 예감했다고 토로한다. 친구로 오랜 친분을 쌓아오면서 정여울 작가의 문학적 재능과 글쓰기를 시기해서인지 SNS에서 악성 댓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 친구이자 문학평론가 황광수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면 "여울아, 나는 악성 댓글조차 받아본 적이 없어. 사람들이 날 모르거든, 칠십 평생을 글을 써왔는데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며 너스레를 떨며 위로해주던 사람이 황광수다.

정여울 작가는 친구 사귀기에 대해 조금 미숙했나 보다. "우정이 재능이 결핍된 것 같아서 연락이 끊어진 친구도 많고, 마음까지 끊어진 친구도 많은 것은, 걸핏하면 타인의 말에 상처 입는 자신의 소심함 탓인 것 같다고 「프롤로그」를 통해 고백한다. 황광수 선생을 처음 만난 이후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은 이런 소심함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용기와 대화의 기술이 없었다는 점도 털어놓는다. 그러나 황광수 선생이 잘 끌어주고 격려도 해주었기 때문에 전후 세대의 트라우마도 이해할 수 있었고, 선생은 정여울 작가의 말과 글을 통해 여성의 시각과 세대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기도 했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황광수 선생 생전에 기획되고 준비하던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에게 문학평론가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문학청년 황광수는 평론이라는 것이 결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글쓰기와 강연을 평생 해왔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황광수와 작가 정여울이 나눈 편지, 인터뷰, 그리고 황광수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황광수의 편지 4통과 정여울의 편지 5통, 인터뷰는 계간 『민주』 2013년 가을호에 실린 글을 수정하고 다듬었으며, 그간 틈틈이 메모해둔 황광수의 에세이를 추려 40편으로 엮었다. 특히 에세이는 시적인 울림이 있는 아름다운 아포리즘으로 가득해, 평소 시의 형식으로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고인의 뜻을 존중해 원문 그대로 실었다.

 

정여울 작가의 황광수 문학평론가에 대한 에피소드 한 도막. 그는 꽃과 나무와 별과 강물과 산책을 사랑하듯이 문학을 사랑했다. 술과 커피와 차를 사랑하지만 그런 것들에 구속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와 제자들을 사랑했지만 그들에게 집착하지 않았다. “선생님, 꽃 사진을 왜 그렇게 열심히 찍으세요?” 이렇게 물으면 그는 대답했다. “응, 꽃들은 참 이뻐.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선생님, 후회되는 건 없으세요?” “삶이 때로는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는 없어. 하지만 우리 아들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 그런 안타까움은 있지. 둘 다 날 닮아서 안쓰럽고, 둘 다 나보다 훨씬 나아서 다행이기도 해.” “선생님, 이름 모를 들꽃들 이름을 어떻게 그렇게 하나하나 다 알고 계세요?” “이름 없는 꽃들 같지만, 모두 다 이름이 있어. 의미 없는 존재는 없거든. 우리가 모를 뿐이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래.”

 


 

친구라고 해서 배울 것이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고, 스승이라고 해서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광수와 정여울은 진정한 사우(師友)의 관계였다. 사우란, 스승이자 벗이며 벗이자 스승을 일컫는 아름다운 말이다. 두 사람은 플라톤의 ‘향연’처럼 밤새도록 지속되는 아름다운 우정의 대화를 꿈꿨다. 사랑하는 스승 소크라테스와 함께 밤새도록 수다 떨듯 철학과 인생, 사랑을 이야기하던 당대의 그리스 사람들처럼.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황광수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고 여러 차례에 걸친 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두 사람만으로도 ‘향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한 사람이 병원에 누워있으니 향연은 자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황광수와 정여울은 새로운 형태의 향연을 고안해냈다. 편지의 형식을 빌려 향연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지만 따로 또 같이,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향연을 이끌어갔다. 그리고 향연의 중심에는 언제나 문학이 있었다. 두 사람은 여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끊어진 향연을 간절히 이어나가고자 했으나, 황광수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또 한 번 끊어진 향연을 다시 이어보고자 정여울 작가는 황광수의 미완성 원고와 미발표 메모를 토대로 새로운 향연을 시작했다. ‘문학’으로 친구가 된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한 우정과 지성의 왈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마지막 왈츠』다.

 


 

황광수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가르쳐 준 우정의 향연은 정여울 작가의 가슴 속에서 또 한 번 새롭게 시작되었다. 단지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와 함께 나눈 문학의 향기와 여행의 추억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이 책이 꿈꾸는 또 다른 향연이다. 이 책은 결코 슬프지만은 않다. 두 사람의 우정은 단지 둘만의 인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미래의 우정, 더욱 새로운 미래의 인연들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여울 작가는 황광수와 나눈 수많은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 이 책을 기획했다. 더 많은 독자와 또 다른 우정의 왈츠를 시작하고 싶기에, 이 책의 제목은 『마지막 왈츠』이지만 사실은 독자들과 시작하는 첫 번째 왈츠를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뜻밖의 유머로 가득 찬 유럽 여행기도 등장한다. 바로 정여울 작가와 황광수 문학평론가, 이승원 작가가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 대한 아름다운 에피소드다. 이승원 작가의 유머 넘치는 ‘우정출연’이 두 사람의 왈츠를 더욱 따스한 미소로 빛나게 한다. 두 사람의 우정의 왈츠가 세 사람의 우정으로 확장되었듯이, 이 책을 읽은 독자들과 정여울 작가의 만남이 또 다른 수많은 왈츠의 ‘군무’로 축제처럼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저자 : 정여울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저자 : 황광수

1944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민중서관, 을유문화사, 지식산업사, 한길사 등의 출판사에서 20년 가까이 편집 일에 몸담았고,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월간 『사회와사상』, 계간 『민족지평』, 『내일을 여는 작가』, 『실천문학』, 『자음과모음』의 주간 및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1981년 〈현실과 관념의 변증법─김광섭론金光燮論〉을 발표하며 비평에 입문, 30년 남짓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평론집으로 『삶과 역사적 진실』, 『길 찾기, 길 만들기』, 『끝없이 열리는 문들』 등이 있고, 저서로 『셰익스피어』, 『소설과 진실』, 편저로 『땅과 사람의 역사』가 있으며, 역서로 『왜곡되는 미래』 등이 있다. 2004년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 왈츠』 집필을 위해 애쓰다가 2021년 9월 29일 오전 9시 10분에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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