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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최근 전 세계인의 폭발적 인기를 끌어모은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섬뜩한 생각을 했다. 우선은 개인적으로 저런 상황에 몰리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상대가 죽어야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게임은 전쟁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일상이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자유와 행복은 물론 풍요로운 삶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승자독식'의 게임 방식에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인기 때문에 무조건 시청하고 실제 해보기도 하는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들이나 미성년 학생들이 시청하고 따라하는 등 부작용이 언론에 심심찭게 보도되고 있다. 이제 인기 속에서 한걸음 떨어져 게임 방식에 문제가 내포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우 불공정한 게임 방식에 스스로 뛰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인류의 본성이나 사회상을 비판하는 풍자가 숨겨져 있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승자 독식의 경쟁 체계를 도입한 현 사회의 불공정 게임과 악행을 초래하는 불법성 게임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당연히 사회에서 배제해야 할 게임 방식이라는 인식이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 드라마 역시 세태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지금은 폭력성과 잔혹성을 고발하지만 결국은 게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런 게임이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점에도 공통의 인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 저서 군주론에서 유래되었으며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일체의 도덕ㆍ종교에서 독립된 존재이므로 일정한 정치목적을 위한 수단이 도덕ㆍ종교에 반(反)하더라도 목적달성이라는 결과에 따라서 수단의 반(反)도덕성ㆍ반(反)종교성은 정당화된다는 정치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 말이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책도 허용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그러한 사고방식에 의하여 행동하는 사람을 모두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가 반드시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군주론』에서 군주는 권력을 유지ㆍ강화하기 위하여 여우와 같은 간사한 지혜(책략)와 사자와 같은 힘(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신의가 두텁고 종교심도 많으며 인격도 고결한 사람처럼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로마사론』에서 국가 창건이라는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비상수단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주장한 것은 고대 로마인이 가진 역량과 사려를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소생시키고, 이탈리아에 새로운 정치ㆍ사회질서를 수립하려는 그의 이상을 실현함에 있어서, 먼저 낡은 전통적인 도덕이나 종교를 타파하고 그에 구속되지 않는 강력한 지배자를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참뜻이 이해되지 않고, 도덕ㆍ종교의 부정이라는 일면만이 강조되어 그의 사상 전체가 비난을 받았다.
“항상 착하려고 하는 사람은 착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파멸할 수밖에 없다. 사람 위에 서는 자는 인간적인 성질과 야수적인 성질을 다같이 배울 필요가 있다.” 『군주론』을 편찬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강자 생존의 처세론을 밝히며 어떻게든 승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 체계에서는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되며, 빈(貧)자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진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까닭도 이와 맞닿아 있다. 비열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자가 박수갈채를 받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 『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은 ‘양보하고 배려하며 내 것을 나누라’는 등의 선한 세상의 잣대를 부정하고, 반도덕적 처세론을 추구해야 강한 자가 되고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 진실을 공개한다. 위험하지만 욕망에 충실한 방법을 제시한다. 누군가를 속이고 빼앗는 것은 우리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다.
그러나 ‘도덕’과 ‘양심’이라는 것으로 포장하며 원하는 것이 있어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한다. 빼앗기고 울지 말고 빼앗고 웃으라고 강조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싸우고 쟁취하여 승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강자 생존의 시대, 오른쪽 뺨을 맞으면 양쪽 뺨을 때려라, 성적 강함의 매력, 화려하게 훔쳐라, 마키아벨리즘의 실천, 마음껏 비판하고 혹평하라, 완전한 권모술수, 불효 예찬론, 분노의 미학, 만인의 라이벌 시대, 미식에의 권유 등 강자가 되기 위한 처세론을 밝히며 삶은 낭만이 아니라 투쟁이므로 싸워서 이겨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악과 부도덕은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강해지고자 하는 우리 내면에 잠자고 있는 본성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에서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에서 드러나는 ‘악의 처세론’, ‘강자생존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내면의 악한 본성을 삶의 무기로 발전시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현대인에게 양보와 배려가 미덕이라는 권유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살아남아 부를 차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강자들의 기만은 항상 효과를 거두었다. 결국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힘뿐이다.” 권모술수의 대가로 알려진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승자가 될 수 있는 열쇠는 막강하고 무자비한 힘이라고 말한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어주는 것은 약자만이 하는 선택이며, 민중을 쉽게 다스리고 억압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억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쪽 뺨을 맞으면 양쪽 뺨을 때려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도덕과 윤리로 더 나은 삶을 지향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마키아벨리즘을 인식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집필할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의 정치 상황이나 권력 다툼의 상황을 감안하고, 후세 정치가나 많은 평화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마키아벨리즘은 비판받았다. 로마 교황청은 1559년 마키아벨리의 저서 전부를 금서목록에 넣었고, 프랑스의 신교도는 생바르텔미의 학살이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을 실행한 것이라 하여 그를 규탄했다. 프로이센의 대왕 프리드리히(2세)는 자기 자신이 실제로는 반도덕적 정치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반(反)마키아벨리론』(1740)을 썼는데,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가에게 악덕을 권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치가는 도덕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비난을 통하여 마키아벨리는 정치가는 그의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처럼 일반인에게 인식됐고, 그러한 생각이 마키아벨리즘을 낳게 됐다. 그리하여 역사상의 모든 음흉하고 비열한 행위는 모두가 마키아벨리즘의 실천이라고 간주됐으며, 마키아벨리 자신이 마치 무슨 음모가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이는 어떤 인간의 사상이 그 인간의 참다운 의도를 떠나서 세상 사람들에게 단편적으로만 이해되고 비난받는 것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그의 사후에 이와 같은 운명에 처해진 것을 빗대어서 “마키아벨리의 인생은 그의 사후에 새로 시작되었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젠 우리가 〈오징어게임〉과 마키아벨리즘을 견주어 보면서 냉철한 이성으로 우리의 삶으로 연결시켜야 할 시점이다.
이미 세계는 확실히 힘의 정치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 긴장 상태를 보고 있으면, 이미 예비 전쟁의 단계에 돌입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힘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무기력함이라든가 고분고분함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펀치의 힘인 것이며, 상대에게 호통칠 만한 기력, 교묘하게 속여 뒤집어엎어 놓는 술수, 상대방의 잘못을 소리 높여 지적할 수 있는 변설(辯舌), 상대방을 겁에 질려 떨게하는 사나운 불꽃과 같은 분노다.
- 「제8장 분노의 미학」 중에서
저자 : 빅토 비안코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승리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것을 양보하고 억제하고 포기함으로 인해 승자의 길을 놓치고 있다. 혹자는 이 책이 제시하는 반도덕적 처세론을 악마의 권유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반어적, 역설적인 의미를 미처 해독하지 못한 탓이다.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내 것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남의 것을 쟁취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될 것이다. 싸워서 이겨라. 최후의 1인이 돼라. 삶은 낭만이 아니라 투쟁이다. 먼저 물어뜯지 않으면 물어뜯기는 비정의 시대다. 빼앗기고 울지 말고 빼앗고 웃는 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영악하고 야무지게 쟁취하여 승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