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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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독서계를 휩쓴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개미』였다.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소설 맞아?"였다. 스토리는 소설처럼 전개되는데 상상력이 무한한 데서 느껴지는 것이고, 과학 서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이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됐는지의 여부는 독자로서 분석이 불가능한 내용이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재미 있게는 생각됐지,만 과학과는 거리가 먼 '과학 문외한'인 독자는 그 책을 끝내 마저 읽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다. 사용되는 언어 역시 일상 용어보다 전문 과학 용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니 읽을수록 재미가 떨어진 것이다. 독자의 지식 수준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책이 몇 개월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정도로 '열풍'이어서 슬그머니 다시 손에 들었다. 이번엔 꼭 완독하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임했다.



『개미』 속에서 조나탕 웰즈는 곤충학자였던 삼촌 에드몽 웰즈의 집을 상속받고 가족들과 함께 그 집에서 살고 있다. 죽은 삼촌이 남긴 편지에 적힌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나탕 웰즈는 그 집 지하실을 들어감으로써 삼촌이 개미에 관해 남긴 혁명적인 업적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조나탕이 사라지고, 그를 찾으려던 사람들 또한 사라진다.

동종 도시들의 연합을 연방이라 하는데 불개미 연방은 대략 6만 평방미터에 걸친 90개의 개미 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이중 자국길 7.5킬로미터와 냄새길 40킬로미터를 갖추고 있는 불개미 연방의 중심 도시인 벨로캉에 살고 있는 한 개미 집단이 있다. 사람들과 개미들 각각을 다루는 이야기가 서로 존재를 모른 채 지내다 그 두 지성을 갖춘 집단이 접촉하고 의사소통을 이룰 때까지 병렬적으로 펼쳐진다. 독자들도 아다시피 베르베르는 『개미』를 우리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작업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는 개미와 같은 작은 생명체가 갖는 지극히 ‘낮은’ 곳으로부터 인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소설뿐만 아니라 독자가 모두 읽기에 벅찰 정도로 많은 책을 쓰고 국내에도 번역 발간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소설을 읽어본 독자들은 모두 느꼈겠지만 독자 역시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그의 지식의 한계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고 할 정도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베르베르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라고 한다.

일곱 살때부터 소설을 쓸 정도면 천재급이다. 그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 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했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약력과 경험으로 그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독자는 그 궁금증과 의문을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접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베르베르는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베르베르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과연 베르베르의 혼자 모은 자료를 기록해 둔 내용에서 발췌해 쓴 책인가 조금은 두려움마저 느낀다. 독자로서는 한 작가의 능력,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다. 그의 자료 수집에 관한 열정은 어렸을 때부터 습관 들인 것이라 해도 이렇게 일목요연하고 작품과 관계된 내용만 추려서 '백과사전'을 만들었다면 과연 그가 모은 자료의 총량은 얼마나 되나? 하는 다른 상상을 하게 한다.

이번 출간된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새로운 표지와 함께 기존 383항목에서 내용을 대폭 추가해 542항목으로 새롭게 출간된 증보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작의 원천이자 수십 년을 써온 빛나는 영감이 담긴 에세이이다.

"이 특이한 이야기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지식 습득 경로(학교 공부나 신문, TV, 일상 대화) 밖에서 누구한테 들은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이야기가 있다면서 들려주면 다시 누구한테 물어보거나 자료를 읽어 확인한 뒤 하나씩 기록해 두었죠. 저한테는 일종의 〈병행 지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수집하다 보니 잊어버릴지 모른다는 강박증이 생겼습니다. 저는 절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철저히 수집가의 자세로 임하기로 마음먹었죠. 기발한 농담이나 마술을 외워 두었다 나중에 써먹듯이 이 이야기들도 제대로 수집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사진과 만화를 오려 넣고,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충격적인 이미지를 붙여넣기도 하는 사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이야기들은 점점 늘어 갔습니다." 「프롤로그」를 통해 밝힌 저자의 말이다.



과학, 역사, 문학, 신화, 연금술, 처세와 게임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때로는 독자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가 하면 때로는 본질을 꼬집는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순수하게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어려지는 신기한 해파리(「작은보호탑해파리」), 인간은 왜 자신을 도와준 사람보다 자신이 도와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지(「페리숑 씨의 콤플렉스」), 죽은 후에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미라가 된 강도」), 검투사들은 왜 날렵하기보다는 대개 뚱보였는지(「검투사」), 돌고래가 어떻게 물속에서 잠자고 꿈을 꾸는지(「돌고래의 꿈」)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항목들이 가득하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북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폴리네시아 부족들의 놀라운 풍습과 오래된 지혜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주기도 한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사건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베르베르는 신화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해 원전과는 미세하게 다른, 하지만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되살려 놓는다.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식과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지대넓얕〉이나 〈알쓸신잡〉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여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상절지백〉이 있다. 이제 독자들은 그저 사전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어느 페이지를 보더라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베르베르의 몇 개 작품 설명을 여기에 추가한다. 아직 베르베르를 읽지 않은 독자일수록, 몇 권만 읽어본 독자들에게 좋은 추천이 될 것들이다. 『여행의 책』은 타고난 이야기꾼 베르베르가 선보인 철학적 잠언의 성격을 띤 책으로, 도교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던 그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뇌』에서는 연인의 품 안에서 황홀경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은 신경정신 의학자 '핀처' 박사의 사인을 추적하던 아름다운 여기자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이지도르'는 마약이나 섹스를 넘어서는 인간 쾌락의 절정, 그 비밀의 문을 향해 한발한발 접근해 들어간다.

『인간』은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30만 부 이상 팔린 작품으로,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 스타일의 소설이다. 우주의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경이와 서스펜스에 가득 찬 2인극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나 관습들을 유머러스하게 성찰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와 같은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제시하며 인간의 삶과 사회, 체계 등에 관한 포괄적인 인간 탐구를 시도한다.



이 책의 각 장마다 등장하는 에드몽 웰즈도 무척 흥미로운 인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설 속 인물로 생각했으나 이 책을 보면서 실제 인물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다. 에드몽 웰즈(프랑스어: Edmond Wells)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개미의 날』, 『개미 혁명』, 『뇌』, 『죽음』에 간접적으로, 『천사들의 제국』, 『신』, 『제3인류』 등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저자로 설정돼 있다. 에드몽 웰즈라는 창조된 인물의 어린 시절에 관한 정보가 『개미』 1부에 나타난다. 다음은 어린시절의 그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자료들이다.

『개미』 3부작에서 죽은 인물로 등장하는 에드몽 웰즈가 다음 소설 『천사들의 제국』에서 지도천사로 등장한다. 인간 영매 율리시스 파파도풀로스를 이용하여 살아있을 때 집필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다음 권(4권)을 천국에서 계속해서 집필해 나간다. 소설의 주인공인 수호천사 미카엘 팽송과 마더 테레사(실존 인물을 본따 만들어짐)의 지도천사로 설정되어 있으며, 라울 라조르박의 지도천사는 아니다. 수호천사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미카엘 팽송을 아에덴으로 대려다 주기위해 이동한다. 이 때, 다른 기들과는 달리 이번 18기 신후보생들을 많이 뽑아야 해서(총 144명) 지도천사인 에드몽 웰즈 역시 신 후보생이 된다. 천사시절에 잃었던 육신을 다시 가지게 됨으로써 아에덴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5권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4일 정도 신이 하는 일에 관한 기초적인 수업을 받은 후 18호 지구를 다스리는 신들의 게임인 Y게임을 시작하는데, 인간 시절 개미를 연구한 곤충학자였던 에드몽은 개미를 토템으로 한 민족 개미족의 신이 된다. 미카엘 팽송의 돌고래족이 내민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번성해나가는데, 이는 실제 지구 역사에서 페니키아인들과 히브리인들을 본따서 만들어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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