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
백건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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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카피, 끌리는 카피, 기억에 남는 카피, 중독성 있는 카피, 인생 카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됐다. 특히 카피라이터들이 ‘언어의 마술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이 책이 독자에게 준 비밀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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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
백건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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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를 '광고의 꽃' 혹은 '광고계의 시인'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의 언어 구사 능력을 두고 한 말일 것이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실제 카피라이터가 만들어낸 광고 문구는 한 시대의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음악이나 영상 등이 합쳐지면 영화가 소설이라면 광고(CF)는 가히 시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이 책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는 서적 분류상 자기계발 책이긴 하지만 광고 카피 작성 노력이나 창조적 문구 등을 보면 글쓰기에 관련된 책인 것처럼 인문학적 요소가 많다. 이 책은 100년 동안 검증된 카피라이팅 이론을 현대화한 것으로 ‘설득하는 언어’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카피라이팅 교육을 병행한 저자가 7년간 축적된 강의를 요약해 한 권으로 응축한 것으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강의 카피라이팅 텍스트로 불리울 만하다.

 


 

저자는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존 케이플즈와 로버트 콜리어를 멘토로 삼아 원서를 구해 읽으면서 카피라이팅을 연구했다고 한다. 존 케이플즈로부터는 헤드라인 쓰는 법을 배웠고, 로버트 콜리어로부터는 보디카피 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마케팅 심리학을 공부하고 직접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객을 즉시 결제시키는 여러 가지 기법을 익혔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합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현장에서 테스트하면서 완벽한 카피라이팅 공식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카피라이팅 책과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첫째, 원론적인 카피가 아니라 실전에서 살아남은 카피를 알려준다. 둘째, 옛날 외국에서만 통하는 카피가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에서 통하는 카피를 알려준다. 셋째, 남의 사례, 남의 카피가 아니라 주로 저자가 직접 쓴 카피를 예문으로 들고 있다. 넷째, 실전에서 써먹지 못하는 카피가 아니라 오늘 배우면 내일 바로 써먹는 카피를 알려준다. 다섯째, 읽고 남는 것이 없는 카피가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공식을 알려준다.

이 책은 명카피 예문 모음집이 아니라 직접 카피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카피 레시피'다. 어렵지 않고 쉽고 재미있을 수 있고, 읽기만 해도 카피 기법을 읽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따라하기만 해도 펜으로 펼치는 마법이 펼쳐진다.

 


 

독자는 광고업계에 종사해본 적이 없어서 '광고의 법칙'에 대해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당연히 창조적 업종이지만 업계에서는 당연히 '원칙'이나 '법칙'이 있는 것 같다. 특히 100년 동안 검증된 카피라이팅 불변의 법칙 '33가지'란 말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는 어떻게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국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8년간 재직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내 최고 광고기획사의 외주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신제품 카피라이팅에 참여했다.

저자에게는 두 명의 멘토와 하나의 공식이 있었다.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존 케이플즈와 로버트 콜리어를 멘토로 삼아 원서를 구해 읽으며 카피라이팅을 연구했고, 마케팅 심리학을 공부하고 직접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러가지 기법을 익혔다고 한다. 이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그런 노하우들을 하나로 합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현장에서 테스트하면서 그렇게 완벽한 카피라이팅 공식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 이 책은 '확 꽂히는 헤드라인을 쓰는 6가지 유형' '고객을 설득하는 8단계 Persuade 공식' '즉시 결제하게 하는 7가지 Closing 기법' 등을 담아 눈길을 끈다.

 


 

카피라이터나 광고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이 책의 구성에 원론적인 기초부터 쓰고 있다. 카피라이팅은 무엇인가.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의아해하고 궁금해 할 사항이다. 저자는 카피라이팅을 낚시와 같다고 말한다. 노련한 낚시꾼이 물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로 물고기를 유혹하듯 노련한 카피라이터 역시 타깃의 욕구를 자극하는 헤드라인으로 카피를 읽게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1장 첫머리부터 이 점을 강조한다. "카피라이팅은 신춘문예가 아니다. 철저히 타깃의 욕구를 분석해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는 이렇게 말했다고 인용한다. "광고는 광고인의 천재성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p.19)

저자에 따르면 카피라이팅은 같은 의미를 다르게 말함으로써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카피라이터는 카피를 통해 고객을 보게 하고, 믿게 하고, 사게 해야 한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카피라이티의 개념을 다루고 2장은 핵심가치를 찾는 방법을 다룬다. 3장은 고객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헤드라인을 쓰는 방법이 나오는데, 고객이 즉시 반응하는 헤드라인의 여섯 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모두 32개의 헤드라인 탬플릿을 제시해준다. 실제로 이 탬플릿만 봐도 확 꽂히는 카피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4장은 헤드라인에서 제안한 가치를 보디카피에서 입증하는 방법을 다루고, 5장은 헤드라인과 보디카피에서 설득된 고객이 즉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행동을 촉구하는 7가지 기법에 대하여 말한다. '좀 더 생각해볼게요'는 '안 사겠습니다'는 말과 같은데, 여기에서 언급한 7가지 기법을 완전히 익혀서 적용하면 어떤 상품이라도 그 자리에서 결제시킬 수 있다고 하니 잘 배워서 우리 일상에 적용할 일이 많을 것 같다. 6장은 카피라이팅의 근본을 이루는 12가지 설득 테크닉을 다루고, 마지막 7장은 종신보험 세일즈 카피라이팅 실제 예문을 통해 지금까지 배운 공식들을 적용, 총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마케팅 이론처럼 핵심가치를 찾고, 헤드라인으로 가치를 제안하고, 보디카피로 제안을 입증하고, 클로징 카피로 즉시 결제시키는 4단계를 담고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저자는 한눈에 요점을 파악할 수 있게 「정리」로 요약해 다시 한 번 중요 내용을 정리한다. 복습 겸 확신을 갖고 배우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저자가 직접 쓴 「칼럼」도 볼 수 있다. 이 칼럼들은 광고의 역사나 광고계의 획기적인 일 등을 담아 광고의 이해에 한몫을 톡톡히 한다. 특히 '사상 최강의 카피라이터'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대목(p.2020~208)은 흥미롭기도 하고 광고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성경의 조목조목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카피라이팅 기초자료 질문지'와 '카피라이팅 체크리스트'는 저자가 카피라이팅 의뢰를 받을 때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는 기초자료 질문지라고 한다. 이 질문지를 충실하게 작성하면 카피는 거의 80%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실제로 클라이언트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각각 물음에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카피를 응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독자는 믿는다.

 


 

독자의 시선이 헤드라인에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 0.3초라고 한다. 전체 카피에서 헤드라인이 차지하는 분량은 5% 미만이지만 중요성은 80% 이상이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헤드라인은 예선, 보디카피는 본선, 클로징카피는 결승전이다. 일단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과 결승전에 진출할 기회가 주어진다. 존케이플즈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헤드라인을 쓰는데 몇 시간을 소비하며 필요하다면 며칠도 생각한다. 좋은 헤드라인이 나오면 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안다.”

- 「3장 가치 제안 : 확 꽂히는 헤드라인을 쓰는 6가지 유형」 중에서

 

저자 : 백건필

 

아이디어셀러 대표다.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8년간 국어교사로 근무했다. 더 큰 꿈을 위해 퇴직한 후 1인 기업 ‘아이디어셀러’를 창업했다. 1,000편이 넘는 인터넷 강의를 찍으며 ‘강사들을 가르치는 강사’, ‘1인 기업가들의 멘토’로 거듭났다. (주)제일기획의 외주 카피라이터로서 삼성 노트북 펜S와 에어드레서 홍보에 참여했으며 트로트 가수 및 음반 제작자로도 활동 중이다. 앞으로는 초등 독서 예술 교육 브랜드 ‘아트리비움’을 통해 다음 세대의 창의력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한다. 대표 저서로는 《1인 창업을 위한 책쓰기 교과서》, 《퍼펙트 자소서》가 있고, 《30일 1등급 향상 절대 공부법》,《사하라로 간 세일즈맨》 외 다수의 책을 코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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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냉정과 열정사이』 이후 꽤 읽었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에쿠니 가오리의 섬세한 문체와 잔잔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소설가다. 그러나 많은 소설가가 그렇듯이 에세이도 가끔 내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찾아서 읽었다. 이 책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등장하는 인물들로 비춰볼 때 저자의 학창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이 소설집은 지난 2005년 출간되었다. 번역은 그때 맡았던 김난주 번역가가 그간 감정의 변화를 조금 손을 보아 뒷부분에 「역자 후기」에 적어 역자로서의 감회를 실었다. 독자로서는 역자의 소감이 소설의 깊이를 더해 준다.

저자는 이 소설집에서 열일곱 살 여고생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여섯 가지 단편에는 학생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겼다. 길이는 단편소설의 보통 길이만큼의 작품도 있고, 콩트보다 짧은 것도 있다. 각 작품 모두 섬세한 저자의 감성이 묻어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의미를 규정할 수 없는 순간들과 소소한 경험들 속에서 자라나는 열일곱 살의 성장통을, 특유의 일상적이면서도 세련된 화법으로 들려준다. 여고 시절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덜 자란 육체와 정신을 짓누르던 것들, 지금 돌아보면 치기 어린 열정 같은 감정들이다. 일상적이면서도 개인에게는 특별한 사연들을 가진 열일곱 살 학생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때로는 무덤덤하게 그려 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기억에서 사라질 현재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매장에서 간식을 사 먹고, 수업 시간에는 쪽지를 돌리기도 하는 학교생활.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으면 똑같아 보이고, 즐거워 보이지만 각각 자기만의 아프고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10대의 터널을 지나 20대를 통과하고 30대, 40대가 되면서 쌓이는 더 큰 경험들에 파묻힌 10대의 추억.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져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그러한 경험. 풋풋하면서도 아팠던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성장기를 떠올려 줄 것이다. 성장기를 지나 한 뼘 자란 어른의 시선에서는 낯설고 멋쩍기만 하다.

그 낯선 기억 속에서 독자들은 비로소 차가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자신이, 또는 독자들이 지나왔던 것처럼, 이 땅의 모든 십대들이 성장기란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기억에서 사라져 갈 현재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현재도 언젠가는 기억에서 희미해져 사라져 갈 것이라는 진실은 현재의 삶의 버거운 무게를 조금 가볍게도 하고, 명멸하는 불빛처럼 사라져 갈 것들에 대한 회한으로 조금 쓸쓸하게도 한다. 이 단편집은 여자 치한을 만나지만 아무런 느낌도 갖지 못해 불감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손가락」, 정신에 금이 간 단짝 친구 때문에 슬퍼하는 기억을 담은 「초록 고양이」, 비만인 몸에 대해 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몰래 일기에 독약을 처방하는 「사탕일기」 등이 있다.

각 단편들이 독립된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중간중간 겹쳐나오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이 6편의 단편은 여고생 시절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저자는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 시절을 소중한 시절이었다는 점을 넌지시 알려준다. 독자 역시 육체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정신은 다 성숙하지 못한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고등학생 시절을 지금 돌이켜보면 현재의 나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마음을 가졌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은 당시 친구의 회상을 통해 재발견하곤 한다.

 


 

저자가 전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 다른, 독특한 기억을 갖고 있다. 한번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자신이 불감증이라 생각하는 기코쿠,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고 엉뚱한 곳에서 멈춰버려 세상으로부터 단절을 고하는 에미, 그리고 그런 에미를 절대적인 친구로 여기는 모에코. 엄마와는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지만 남자친구에게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고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는 유즈. 비만 때문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고, 날마다 '사탕 일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독약 처방을 내리는 카나. 결혼하지 않은 이모와의 관계에서 성숙함과 어리숙함이 공존함을 배워가는 유코. 섹시한 피부와 앳된 얼굴로 남자를 혼란케 하는 미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기억은 독특하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경험이다.

「초록고양이」에 등장하는 에미는 신경이 예민하다. 같은 반의 여자아이들도 눈치채고 에미와 주인공 모에 주위에 선을 그었다. 에미는 반에서 외톨이였다. 모두들 에미를 피했고, 에미가 손을 댄 것은 만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에미의 책상과 교과서에 저질스런 낙서를 갈겨 놓기도 했다. ‘노이로제’니 ‘비정상’이니, ‘세균’이라고. 사실 이런 일은 학교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에미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고 마침내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사탕일기」에 등장하는 카나는 날씬한 남동생과 체형이 다르다. 의자에 앉을 때도 엉덩이가 끼어 불편할 때가 더러 있다. 아르바이트 가게의 아줌마는 카나가 성격도 명랑하고 일도 잘하니까, 결혼하면 잘 살 거라는 칭찬을 건넨다. 단골손님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런 날이면 나는 아줌마와 단골손님에게 검정 사탕을 잔뜩 선사한다.

사탕은 독약. 지금은 그저 수첩에다 달아 놓은 뿐이지만.

파란 사탕은 가벼운 독, 가벼운 벌을 주기 위한 것이니까 아마도 미미한 두통과 구역질 정도. 검정 사탕은 독한 독, 죽음에 이르는 독이다. 지금까지 사탕일기를 쓰면서 몇 명이나 독살했는지 모른다. 한 명을 몇 번이나 죽인 적도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p.159)

 


 

저자 :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3),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 『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좌안 1·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벌거숭이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개와 하모니카』, 『별사탕 내리는 밤』 등으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역자 : 김난주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홀리 가든』, 『좌안 1·2』, 『제비꽃 설탕 절임』,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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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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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폭력이 끊이지 않는 집에서 자랐다. 수없이 폭력으로 점철된 기억들 속에서 아빠에 대한 첫 기억마저도 폭력이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폭력을 휘두르는 엄마가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우울의 그림자는 드리워졌다. 그러나 불행한 기억들을 모아 저자의 치유 노력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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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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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느 공무원의 우울』은 부모의 폭력 속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다 자라지 못한 채 커 버린 지금의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하는 글이다. 나는 28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8년 차 공무원이다. '공무원'과 '우울증'과는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지만 치료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또 현직 공무원으로서 치료 과정에 쓴 글이라 '공무원'을 제목에 붙였을 뿐이다.

이 책은 자서전적 에세이로서 책 속의 '나'는 저자이다. 저자는 오랜 우울의 시작을 찾아, 끝내기 위해 기억 조각 모음을 해 보기로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기억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집에서는 늘 폭력이 난무했다고 한다. 아빠의 폭력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고, 엄마의 폭력은 나를 향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내 우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슬프게도(?) 나는 부모에게 이렇게 당하고도 아직 그들을 외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로부터 현재까지 하나의 글로 읽어 보고 끝내고 싶었다고 한다. 뭔가 글을 쓰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면, 상처받은 나를 위로해 주고 나면 마음이 나아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기억 조각들은 저자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나를 위로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까?

 


 

대개의 우울증 환자를 보면 어렸을 적 '폭력 트라우마'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이 시작된 건 언제부터였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유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져 엄마의 무르팍에 고개를 처박고 울었던 12살 때부터라고 짐작한다. 정말 그때부터였다면 28년 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괜찮다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터져 버렸다.

책에 따르면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는 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저자의 마음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채 곪아 터졌고, 그 평온한 날들과 마음의 괴리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 시도를 했다. 하지만 순간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뛰쳐나오게 만든 건 생존 본능이었을까 미련이었을까. 그제야 저자는 이 우울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는지 알고 싶어졌다. 왜 부모와의 절연보다 자살이 먼저였을까. 왜 부모와의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는 걸까. 그때부터 완전한 죽음을 위해, 오래된 우울의 시작을 찾아 끝내기 위해 기억 조각을 모아 맞추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기억을 하나씩 꺼내 보는 과정은 꽤 고생스러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잊었던 기억들을 되살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을 끄집어내고 기억을 헤집을수록 몸도 마음도 지쳐 갔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아 그 사실을 직시하게 되면 우울의 시작을 찾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울의 시작을 찾아 끝을 내면 과거의 자신을 놓아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자신이 엄마의 우울을 먹고 자랐고,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엄마의 불행은 폭력적이고 변변치 않은 아빠를 만나 시작되었고, 자신과 남동생을 뜻대로 키워 남편의 부재를 채워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결국 엄마는 한번 시작된 불행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엄마는 잘못된 방식의 과도한 사랑으로 엄마의 뜻대로 커야 했고, 엄마의 뜻대로 해야 했다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자식에게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행위는 자식에게 불안과 우울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그걸 안다면 자식에게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지만.

 


 

저자는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겪었던 일화들을 기억 가능한 것들은 모두 꺼낸다. 부모의 영향으로 자신이 성장하면서 정신병자가 아닐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하니 강렬한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 같다는 것은 독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저자의 아픈 기억들 중에는 부모에게 사랑받은 기억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부모는 자식을 분명 사랑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백했을 때도 부모는 가슴을 치며 자신들을 용서하라고 했다. 부모도 자식을 사랑했고 자식도 부모를 사랑했지만,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았다. 아빠는 자식이 원하는 사랑을 줄 능력이 없었고, 엄마의 사랑은 돈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방향마저도 아빠와 남동생이었다. 저자는 상처를 준 부모였지만 그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썼다. 언젠가는 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닿지 않는 사랑을, 응답 없는 외사랑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상처받았던 어린 저자를 위로하고 우울의 시작을 찾아 끝내기 위해 써 내려간 이 글은 부모를 향한 외사랑을 끝내기 위한 글이 되었다.

 


 

기억 조각 모음을 했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저자는 자해 충동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언제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다만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내가 현재의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그건 과거의 나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위로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주문처럼 외우는 이 위로로 언젠가 정말 괜찮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아픈 기억들을 지닌 채 성장한 저자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상처를 극복하는지 가만히 저자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부모 때문에 불우한 어린 아이가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자와 비슷한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글을 마치고 두어 달이 지났지만 저자는 아직도 자해 충동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털어놓는다. 아직 치료 중이지,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거나 흐느껴 울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정신과적인 증상에 대해 끝없는 치유 노력은 매일 그가 원하는 그곳에 가까이 다가섬을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치열한 그의 노력은 희망처럼 '강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내 과거가 담긴 찢긴 일기장과 그 외 몇 권의 일기장은 안 보기로 결정했다. 그건 과거의 나라는 걸 받아들였다. 이제 현재의 나를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살아가 보기로 다짐했다. 언제 상처 받은 어린 내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른다. 또 언젠가 다시 자살 충동이 슬며시 올라올 수도 있다. 그래도 내 옆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믿음직한 연인이 있다. 이제야 주변에 날 사랑해주는 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 그들에게 내가 응답할 차례다. 꾸준히 심리 상담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여느 보통 사람들처럼 사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때까지 버텨보려 한다. 점점 강해지는 나를 희망한다."(p.197)

 

저자 : 정유라

 

저는 하자 있는 인간입니다. 치유할 수 없는 하자죠.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깊은 흉터를 남깁니다. 흉터가 욱신거릴 때마다 저는 불안과 혼란에 빠집니다. 언젠가 아프지 않은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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