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일본문학 베스트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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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소설이다. 그는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로 불리운다. 그는 일본 쇼와(昭和) 시대의 소설가이다.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 첫 작품집 『만년』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본 낭만파의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기성 문학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무뢰파로 활동하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달려라 메로스』, 『쓰가루』, 『오토기조시』, 『사양』, 『인간실격』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문체가 뛰어난 단편 · 중편 소설을 발표하여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사소설풍의 소설을 많이 썼는데,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픽션이라 할 수 있다.

쇼와시대란 히로히토 일왕(쇼와 일왕)은 재위 기간(1926년~1989년)을 일컫는다. 1989년 히로히토 일왕의 죽음으로 쇼와시대는 막을 내렸으며, 이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하면서 헤이세이(平成)시대를 맞았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로 왕정을 유지하고 실제는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통치하지만 국가의 상징으로 '천황'을 중심으로 국가가 운영된다. 쇼와 일왕은 2차대전의 주범으로 일본 통치의 최정점에 있었지만 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 냈으나 일본 정부의 항복문서에는 쇼와를 그대로 둔다고 전해지고 있다. 독자가 이런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별도로 여기에 적는 이유는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이 꽃을 피우게 된 동기가 전쟁으로 인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앞서 언급한 데카당스데카당스(Decadenc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된 퇴폐적인 경향 또는 예술운동을 가리키는 용어다. 고전주의가 고대 그리스의 예술을 이상화하고 낭만주의가 중세를 동경했듯이, 데카당스는 로마 말기의 문화를 모델로 삼는다. 19세기 후반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일군의 유미주의자들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고전주의적 미의식을 거부하고, 융성기의 문화보다는 몰락기의 퇴폐적 문화에서 새로운 미의 기준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병적인 상태에 대한 탐닉, 기괴한 제재에 대한 흥미, 관능주의적 성향, 성적인 도착증, 과민한 자의식, 현실 사회에 대한 반감, 예술을 위한 예술의 강조, 자연미의 거부와 인공적 스타일의 추구 등은 데카당파 예술가들의 공통된 특징이 된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Les Fleurs du Mal)』과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은 이 유파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며, 그 외에도 고티에(Gautier), 랭보(Rimbaud) 베를렌느(Verlaine) 등 당대의 일급 시인ㆍ작가들이 데카당에 경도되었다.

역사적 예술운동으로서의 데카당스는 '세기말(fin de siecle)'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19세기 말의 20년 동안 절정에 달했다가 점차 쇠퇴해갔다. 그러나 데카당스적인 태도와 정신은 기존 체제가 몰락하고 새로운 질서가 미처 형성되지 않은 역사적 과도기마다 유형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비트(Beat) 세대의 등장이나 196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 등은 데카당스의 20세기적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학의 경우 1920년대 초반 『백조』, 『폐허』 등의 동인지 문학에서 이런 경향을 찾아볼 수 있지만, 내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구 데카당스의 일시적 모방에 그쳤을 뿐 지속성을 띤 예술운동으로 전개되지는 못했다.

 


 

다자이 오사무는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 첫 작품집 『만년』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본 낭만파의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기성 문학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무뢰파로 활동하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달려라 메로스』, 『쓰가루』, 『오토기조시』, 『사양』, 『인간실격』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문체가 뛰어난 단편 · 중편 소설을 발표하여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사소설풍의 소설을 많이 썼는데,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픽션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사양』은 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주인공 ‘가즈코’이다. 당당하고 꿋꿋한 이 여성 캐릭터를 통해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의 페미니즘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가즈코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여성의 심리묘사를 가장 탁월하게 그려낸 역작”이라고 평가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즈코는 전쟁을 진부하고 따분하다고 말하면서, 작업화를 신고 달구질했던 때만은 그리 진부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고되기는 했지만 그 달구질 덕분에 몸이 꽤 튼튼해져서, 앞으로 생활이 더 궁핍해지면 달구질을 해서 살아가야겠다고 할 정도다. 술과 약물에 의지하는 소설가나 남동생에 비하면, “나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거예요.”라고 하는 그녀의 씩씩함으로 멋져 보일 수밖에 없는 인물을 창조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손끝에서 탄생한 당시 여성의 이야기, 사랑과 혁명을 위해 살아가는 그 모습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양』은 얼마 전 출간한 『인간 실격』에 이어 ‘일본문학 베스트’ 시리즈 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현대적인 감각의 번역으로 읽기 쉽게 탄생한 이 책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매력에 새롭게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젊은 눈높이에 맞춰 강렬한 일러스트로 표지 작업을 한 것이 돋보인다. 일본에서 수천 회 연극으로 공연된 표제작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하여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모은 『달려라 메로스』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아아, 인간의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인간 생활에서 고작 1퍼센트만을 차지하는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사는 게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 들리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 저미도록 기다려도 결국 오지 않는 공허함.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너무나 비참해요. 다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이 현실. 그래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덧없이 무언가를 기다려요. 너무나 비참해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아아, 목숨을 인간을 세상을, 기쁘게 여기고 싶어요.(p.118)

 


 

천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 일본 젊은이들의 우상,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 그의 작품 못지않게 사람들은 그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독한 생애를 살다 갔기 때문이다. 그는 일생 동안 네 번 자살을 시도했고, 다섯 번째 자살 시도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는 사후 출간된 그의 최후의 작품 『인간 실격』이 더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사양』이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47년 출간된 『사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마지막 귀부인’인 어머니, 민중의 벗이 되기엔 나약해 마약중독자가 되어버린 남동생, 술에 빠져 사는 괴팍한 소설가, 그리고 그 소설가에게 마음을 주게 된 ‘나’…… 서로 다른 네 인물의 고뇌 가득한 삶 이야기는 패전 후 불안과 허무가 가득한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 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일본 사회에서 몰락하는 사람을 일컫는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달콤한 건데, 너무 좋은 것이어서,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속여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p.136)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린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거예요.(p.202)

 

저자 : 다자이 오사무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津?)』,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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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느와르 인 도쿄
이종학 지음 / 파람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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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그리고 AV, 그리고 섹스. 세 단어는 많이 들어 익숙하지만 막상 누리기에는 거부감이 든다. 선입견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나 문화에 쉽게 녹아들 것 같지 않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우리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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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느와르 인 도쿄
이종학 지음 / 파람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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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누아르(noir)'라는 단어가 나와 누아르에 대해 잠깐 백과사전의 지식을 빌려 쓴다. 누아르는 '검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소개된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B급 영화이자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ㆍ스릴러물들을 필름 누아르라고 불렀다. 1940~50년대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범죄와 폭력을 다룬 영화들에 대해 프랑스의 '까이에 드 시네마'의 비평가들이 붙인 이름에서 시작된 필름 누아르는 음산한 톤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영상이 특징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전후의 환멸감,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등장,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영향, 독일 영화인들의 망명으로 인한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존 휴스턴의 <말타의 매>(1941년), 오손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1948년)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빅 슬립>(1946년), <포스 오브 이글>(1948년), <건 크레이지>(1950년), <그들은 밤에 산다>(1948년), <선셋 대로>(1950년) 등을 전후의 필름 누아르 장르로 구분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는 프랑스 영화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3),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7년), <지하실의 멜로디>(1963년) 등이 있으며, 살인청부업자ㆍ사립탐정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비정하고 냉혹하게 범죄자들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1980년대 후반 범죄와 폭력세계를 다루며 국내에 큰 인기를 모았던 홍콩 영화를 가리켜 '홍콩 누아르'라 한다.(출처=두산백과)

 


 

이 책 제목에 나오는 또 다른 단어 '재즈'는 미국 흑인의 민속음악과 백인의 유럽음악의 결합으로 미국에서 생겨난 음악을 말한다. 재즈의 리듬ㆍ프레이징ㆍ사운드ㆍ블루스 하모니는 아프리카음악의 감각과 미국 흑인 특유의 음악감각에서 나온다. 재즈가 느와르가 쉽게 결합되는 것은 흑인들이 만들었고, 그들의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범죄의 냄새가 나는 느와르을 연상하게 하는 일부 재즈 폄훼자들의 모함이 아닐까 싶다. 재즈에서 사용되는 악기·멜로디·하모니는 유럽의 전통적인 수법이라는 점을 간과하거나 모른 척한 것이다.

재즈의 특색으로는 오프 비트의 리듬에서 나온 스윙감(感),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에 나타난 창조성과 활력, 연주자의 개성을 많이 살린 사운드와 프레이징의 3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것들이 유럽음악·클래식음악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할 수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흑인들의 B급 문화라는 점과 느와르를 연계시키는 것은 억지스럽다. 다만 재즈의 어원이 야비하고 외설스러운 뜻을 지닌 영국의 고어(古語) 재즈(jazz)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 19세기부터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사용한 성행위 등의 성적 의미와 열광이라든가 빠른 템포나 리듬을 뜻하는 속어 재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 드럼 연주자 찰스의 이름이 Charles → chas → Jass → Jazz로 전환된 것이라는 설 등이 있다. 어원으로 따진다면 세속적인 느낌이 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즈피아노 주자이며 작곡가인 제리 롤 모튼은 1902년 자기의 피아노 연주스타일을 재즈라 하고 재즈의 창시자로 자칭하기도 하였으나 모두 확실한 근거는 없다. 1917년에 녹음된 사상 최초의 재즈 레코드레이블에는 “…Jass Band”라고 인쇄되어 있으며 당시는 jazz가 아니라 jass 또는 jaz, jas 등이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특색을 지닌 흑인음악을 재즈라고 부르게 된 것은 1910년대에 들어서부터이며 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래그타임음악 또는 래그라고 불렀다. 재즈는 여러 가지 차별이나 기성개념에 반항하면서 퍼레이드의 행진음악에서 댄스음악 그리고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발전하여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대음악의 괄목할 만한 한 분야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내용ㆍ스타일이 창출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 『재즈 느와르 인 도쿄』는 재즈 칼럼니스트, 오디오 평론가로 유명한 작가 이종학의 추리소설이다. 배경은 일본 도쿄, 주인공은 남들만큼은 평범한 사고방식을 지닌 한국인으로, 직업은 일본 연구자다. 출장차 들른 도쿄에서 그는 우연히 바니걸 분장을 한 여성과 조우하게 된다. 한 여성에 대한 강렬한 영감에 이끌려 그녀를 따라간 곳에서는, 일본적 질서와 예의의 가면 안에 감춰진 암흑의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쇼윈도를 지나치고, 예쁜 가게가 나오면 슬쩍 둘러보고, 여기저기서 건네는 전단지를 받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걷다 보니, 확 분위기가 일변하는 지역이 나왔다. 환한 대낮인데도 뭔가 음습하고, 관능적인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여기저기서 전단을 돌렸고, ‘풍속’이니 ‘안마’니 하는 간판이 연달아 나타났다. 이 공간 자체에 갖가지 욕망이 얽혀 있었다. 아, 여기가 바로 가부키초구나, 느낌이 왔다.(p.37)

 


 

저자의 시선은 범죄를 둘러싼 등장인물의 복잡한 심리구조 못지않게 범죄가 일어나는 배경에도 충실히 머무른다. 일본 사회의 일탈과 환락, 음모와 배신이 그 어두운 그림자 안에서 춤추고 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르고 나면, 그 모든 세계는 두꺼운 가면을 걸치고, 모범적인 시민으로 변장한 채 거짓말처럼 거리를 배회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배경과 장면 표현이 구체적이고 뛰어나 독자들의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듯하다.

이 소설이 담아내는 것은 일본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성적 일탈과 파괴적 충동, 음습한 범죄만이 아니다. 문학평론계에 따르면 동서양이 어우러진 일본의 유니크한 문화적 배경, 일본인들의 배타적인 관습과 특유의 행동 패턴, 그리고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정치적 뒷이야기들이 풍부하게 소설을 채운다. 또한 스토리라인을 따라 흐르는 재즈의 선율이 소설의 매혹을 고조시킨다.

 

어느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노곤해졌다. 잠시 구석에 있는 돌멩이 위에 앉아 배꼽 정도에 수면을 맞추고 쉬는 사이, 돌연 안개를 뚫고 좌우 양편에서 여자가 한 명씩 나타났다.(p.265)

 


 

제목에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들어가 있지만 그렇다고 재즈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음모나 양심 불량과 미성숙하고 자신의 이익과 욕망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정치인들의 뒷모습을 어둡게 그리기 위한 저자의 장치가 아닐까도 추측케 한다. 추리소설 독자라면 그 디테일, 스타일, 일본 범죄물의 감각으로 다가오는 긴장과 전율, 반전의 롤러코스터를 만끽할 수 있는 신작 미스터리다. '사회파 미스터리' 문법과 문제의식을 공유한 이 추리극의 배경 또한 일본이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까지 일본인들은 아니며 대부분 평범해 보이는 한국인들이 등장하지만, 그 명과 암, 본심과 외양, 모범적인 꾸밈과 몽환적인 이면의 교차는 실로 일본적이라고 할 만하다.

주인공은 무던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일본 연구자로, 우연히 출장차 일본에 왔다가 암흑세계와 연이 닿은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계기로 그는 한발 한발 일본이라는 사회의 불편한 내면, 또는 불온한 진실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확실히 둘의 연주 스타일이 달랐다. 힘을 바탕으로 쩌렁쩌렁 공간을 올리는 흑인의 트럼펫도 짜릿했지만, 다소 느슨한 듯하면서, 노련하게 받아치는 일본인의 태너 색스도 내공이 만만치 않았다. 덩치라든가 파워만 놓고 보면 일본인은 흑인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상황. 하지만 막상 배틀이 시작되자, 그 대조적인 스타일이 오히려 묘한 앙상블을 엮어내고 있었다.(p.210)

 


 

사회파 미스터리의 미덕이라고 할 '세상에 대한 솔직함', 그리고 때로 로컬하면서도 결국은 보편성이 드러나는 인간사회의 세부적 디테일들을 잘 살린 소설이라는 것이 출판계의 중론이다. 작중의 지역이나 정경 표현은 그곳에 정통한 가이드의 설명을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작중에서 다채롭게 연결되는 한일관계의 박학다식한 정보들은, 등장인물들이 대학교수 역할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이다. 일본인들의 어떤 변태성, 성적 집착에 대한 오랜 역사와 성애에 대한 그들 나름의 독창성도 흥미롭다. 작가의 장기인, 사운드를 글로 옮기는 기교도 작품 안에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준다.

“재즈니까요. 재즈 연주자에겐 재즈가 전부예요. 살인이나 강도 빼곤 다 할 용의가 있다고요.”

작중 인물인 재즈 아티스트는 관례적 틀 안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재즈의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어쩌면 그렇게 주어진 틀 안에서 어렵게 여지를 추구해 보는 것이 지금 젊은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의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적 일탈을 테마로 한 이 추리소설의 미덕도 그것과 맞닿아 있다. 유토리, 사토리 세대, 이지메, 초식남, 히키코모리의 등장 등, 일본은 우리 사회보다 십 년쯤 더 앞서 그 특유의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긋는 사회적 배타성과 그로 인한 국가적 동맥경화에 따른 문제들을 겪어 왔다. 국민소득이나 경제 규모, 학문적 성과, 과거의 문화적 영광 같은 외피들로 그것들을 성공적으로 가리는 듯했지만, 그 이중성에 가려진 내면들은 언젠가 현실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범죄와 충동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디테일은, 일본의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침묵하는 침몰을 반복할지도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의외의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 「세계엔 다시 눈길도 주지 말라는 거예요.”

“….”

“세상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것을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죠. 쇼코가 그렇게 된 거예요.”(p.313)

 

저자 : 이종학

 

작가, 재즈 및 오디오 평론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추리소설로 《긴 이별의 미소》, 《블루 시크리트》, 《죽은 여인이 보낸 키스》, 영화 시나리오로 〈미스 코뿔소, 미스터 코란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제5의 사나이〉를 남겼다. 논픽션 작품으로는 수필 《이종학의 술과 장미의 나날〉, 재즈 비평서 《재즈 속으로》, 《나는 재즈가 좋다》, 《재즈 투데이》, 《불멸의 재즈 명반 102선》, 《길모퉁이 재즈 카페》, 근간 예정인 오디오 서적 《JBL 스토리》, 《매킨토시 스토리》, 《탄노이 스토리》 등이 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영화진흥공사 주최 영화소재 공모 당선작 〈처녀의 섬〉, 영화진흥공사 주최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먼 기다림의 소네트〉, 스포츠 서울 주최 신춘문예 추리 부문 당선작 〈쇼팽의 손〉, 그리고 청룡 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있다. 현재 《하이파이 클럽》, 《풀 레인지》, 《스테레오 사운드》, 《월간 오디오》 등에 오디오 평론을 연재 중이며,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 《이종학의 지식창고 KNOWLEDGE CARGO》

블로그 HTTP://BLOG.NAVER.COM/JOHNLOVE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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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인생명언 - 인생에서 이뤄야 할 행복, 사랑, 성공에 대한 한 줄의 통찰
성기철 지음 / MiraeBoo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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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은 처음 들을 때는 머릿속을 '쩡'하는 울림이 있다. 다시 곱씹어보면 쫄깃하고, 오래 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래서 명언은 복잡한 현대인의 머릿속을 맑고 개운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끌어내는 데에도 큰 몫을 한다. 그래서 한 번 들은 명언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한 사람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준다. 명언은 언어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말이 아니다. 삶과 삶의 이치를 오래도록 경험한 데서 우러나오고, 때로는 학문을 갈고 닦고 깊이 생각하고 연구해 얻어낸 말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건너가는 지혜의 디딤돌이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명언은 이렇게 늘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은 먼저 깨달은 사람이 뒷 사람에게 깨우침을 주는 말이어서 더욱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우리가 사는 동안 들어본 명언은 누가 헤아리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백과사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을 것이다. 독자도 매년 연말 때쯤 서점가에 가면 하나씩 사들고 오는 '명언집'이 집에 보관해둔 게 여러 권 있을 정도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들은 일년 중 아무 때나 읽어도 그 의미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들춰보곤 한다. 삶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문장가들의 좋은 말들로 꾸민 책들도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도 평생 명언을 가까이 해왔다고 밝힌 바가 있다. 좋은 표현을 음미하며 암기했다고도 전해질 만큼 늘 명언집, 명문장을 마음에 품었다. 짧은 한 줄의 문장에서 수많은 현인들의 깊은 통찰을 거저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인생명언』에는 그러한 성찰이 담긴 명언과 더불어 70개의 저자의 에세이를 엮었다. 에세이가 소제목으로 분류된 주제, 관련된 명언 3개와 함께 저자의 설명을 겸한 에세이가 묶여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후회 없는 인생을 준비하라」, 「힘들어도 툭툭 털고 일어서라」, 「마음껏 사랑하라」, 「멋쟁이가 돼라」, 「나만의 행복을 찾아라」 등 5개의 분야로 나눠 지혜를 전한다.

서로 다른 장(章)에 있다고 전혀 별개의 내용은 아니다. 책으로 묶다보니 편의상 분류한 것이다. 우리의 삶과 지혜를 가게에서 쇼핑하듯이 사오는 게 아니듯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다. 또 필요에 의해 찾을 때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류해 놓았을 뿐이다. 5개부에는 각자의 제목을 붙였지만 더 간단하게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사랑, 행복, 품격, 도전, 용기 등 간단하게 정리할 수도 있다. 다만 한 번 읽고 기억에 오래 남도록 저자가 일부로 풀어쓰며 독창성 있게 표현한 것이다. 독자들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읽고 머리나 가슴속에 집어넣고 명언대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지식이라도 쓰지 않으면 오히려 모르는 게 낫다. 좋은 방향을 제시받았다고 생각하면 일단 실천해보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좋을 것이다. 이 보석 같은 명언이 험난한 인생길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 사람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제한되어 있기에 우리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원하는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기에 책을 읽는다. 그러나 수억 권의 책을 읽을 수도 없기에 우리는 ‘한 줄에 담긴 통찰’ 명언을 찾는다.

 


 

2년 전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평범한 일상의 많은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마스크와 가림막, 화상전화 프로그램으로 기존에 누리던 생활의 대부분을 타협해야 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답답함, 무력함, 외로움과 같은 비슷한 감정의 폭발을 경험했을 것이다. 계속 되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켜주는 말 한마디가 아닐까? 저자는 그동안 독서를 꾸준히 실천하며 발견한 현인들의 주옥같은 명문장을, 되도록 이 시대의 청년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 『인생명언』이라는 책 속에 담았다. 누구나 후회 없는 인생, 조금은 더 행복한 인생,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담았다. 이 책이 헤매임, 절망, 고민, 시련 앞에 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작지만 답을 찾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저자에 따르면 명언이란 사리에 맞는 훌륭한 말을 가르킨다. 기나긴 역사의 풍파를 헤쳐 나온 명문장을 말한다. 주로 사상가, 작가, 예술가, 정치가, 종교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다. 그들의 사상과 인생관,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언은 현인들, 위인들의 깊은 사유와 성찰의 결과물이기에 하나같이 힘이 있다. 후세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현안한 인생의 길잡이가 되며, 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명언은 성공한 인생, 행복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도움이 된다. 자주, 그리고 많이 접하고 익힐수록좋다. 독서 결핍에 다른 교양 부족을 메우거나 글쓰기 아이디어 및 재료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 책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독자들의 편의와 독서 욕구를 위해 70개의 소제목 중 한 개를 골라 여기에 적는다. '01. 인생의 꿈은 자기 스스로 꾸어야 한다'는 제목이달려 있다. 그 밑에 꿈에 관한 명언이라고 3개의 명언을 써놓았다.

 

종착할 항구가 없는 사람은 그 어떤 바람도 도와줄 수 없다. - 미셸 드 몽테뉴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갖자. -체 게바라

너무 멀리 보는 것은 잘못이다. 운명의 사슬은 한 번에 한 고리씩만 다룰 수 있다. - 윈스턴 처칠

 

이후 글은 저자가 '꿈'과 여기에 있는 명언에 대한 사유, 혹은 경험 등을 얘기하듯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이해를 높이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일 터다. "헤세 보인도 어릴 적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했으며, 나이 들어서도 '나 아닌 어느 누구도 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즐겨 하고 다녔다"는 에피소드를 전한다. 저자는 또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앨범 '윙스'의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주체적 삶을 살라는 메시지에 전 세계 청년들이 열광할 만도 하다."고 썼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꿈이 아예 없다거나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청년이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저자가 왜 이 명언집을 냈는지 의도가 파악되는 대목이다.

 


 

'품격'관 관련된 명언도 많다. 독자들 중 한 번 말해보라 해도 술술 답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뜻과 명언의 배경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도 여러 권의 명언집을 읽었지만 명언의 발생 배경이나 정확한 뜻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44번째 '품격은 지적 노력을 해야 생긴다'는 제목이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 윌리암 셰익스피어

기품을 지키되 사치하지 말고 지성을 갖추되 자랑하지 말라. - 신사임당

품격은 우연이 아니다. 항상 지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 존 러스킨

 

요즘 품격이란 말이 대유행이다. 서점에 가보면 제목에 품격이 들어간 책이 참 많다. 인간의 품격, 행복의 품격, 삶의 품격, 말의 품격, 생각의 품격, 공부의 품격, 돈의 품격, 의심의 품격···. 수년 전엔 신사의 품격, 황후의 품격이란 TV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도 있다. 아마 품격이라는 낱말의 뜻이 좋아서일 것이다. 품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품성' 혹은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이다. 기품, 멋, 우아함, 운치 같은 낱말을 연상케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것도 가치 있는 행복을 찾는다. 세속적 행복을 넘어 가치 있는 행복을 원한다면 품격은 필수다. 사실은 품격을 갖춰야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기품을 겉모습이나 패션에 관련된 말이라 여기곤 한다. 그건 심각한 오해다. 기품이란 훌륭한 취향, 우아함, 균형과 조화의 동의어다."(파울로 코엘료)

"폐포파립을 걸치더라도 행운유수와 같으면 곧 멋이다. 멋은 허심하고 관대하며 여백의 미가 있다. 받는 것이 멋이 아니라 선뜻 내어주는 것이 멋이다."(피천득)

 

저자 : 성기철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사회변혁과 역사발전 과정에 자그마한 주춧돌이라도 놓겠다는 각오로 신문기자가 되어 오랫동안 일했다. 중앙언론사 논설위원 시절, 인생의 참된 의미와 행복의 실체를 찾아가는 이색 칼럼 ‘기자 성기철의 수다’를 연재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회와 여야 정당을 누비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 선거를 두루 취재했으며 ‘기자의 꽃’이라 불리는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정상회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등 각종 국제회의를 현장 취재했다. 이후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경영전략실장 등을 거치며 정치와 남북 및 외교문제에 관한 칼럼을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 에세이 『가장 행복한 나이』와 정치비화록 『김영삼의 사람들(제3권)』이 있다.

요즘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명함을 들고 다닌다. 언젠가 세네카의 『인생론』, 몽테뉴의 『수상록』,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같은 책을 써보는 것이 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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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지켜주는 말 - 1일 1페이지 일상의 쉼표
호다 코트비.제인 로렌치니 지음, 양소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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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은 처음 들을 때는 머릿속을 '쩡'하는 울림이 있다. 다시 곱씹어보면 쫄깃하고, 오래 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래서 명언은 복잡한 현대인의 머릿속을 맑고 개운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끌어내는 데에도 큰 몫을 한다. 그래서 한 번 들은 명언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한 사람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준다.

명언은 언어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말이 아니다. 삶과 삶의 이치를 오래도록 경험한 데서 우러나오고, 때로는 학문을 갈고 닦고 깊이 생각하고 연구해 얻어낸 말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건너가는 지혜의 디딤돌이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명언은 이렇게 늘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은 먼저 깨달은 사람이 뒷 사람에게 깨우침을 주는 말이어서 더욱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우리가 사는 동안 들어본 명언은 누가 헤아리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백과사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을 것이다. 독자도 매년 연말 때쯤 서점가에 가면 하나씩 사들고 오는 '명언집'이 집에 보관해둔 게 여러 권 있을 정도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들은 일년 중 아무 때나 읽어도 그 의미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들춰보곤 한다. 삶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문장가들의 좋은 말들로 꾸민 책들도 있다.

 


 

2년 전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평범한 일상의 많은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마스크와 가림막, 화상전화 프로그램으로 기존에 누리던 생활의 대부분을 타협해야 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답답함, 무력함, 외로움과 같은 비슷한 감정의 폭발을 경험했을 것이다. 계속 되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켜주는 말 한마디가 아닐까?

유명 방송인이자 기자, 그리고 200만 팔로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명언 수집러’ 호다 코트비는 좋은 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하루에 하나씩 모아온 문장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켰다. 부정적 감정에 빠져 스스로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면, 힘겨워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한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모은 365개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은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365쪽이나 되는 페이지 속 어딘가에 위로의 역할을 하거나 적어도 잠시나마 마음을 토닥일 문장 하나, 또는 이야기 몇 개 정도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호다 코트비는 수년간 매일 하루에 한 줄의 문장을 SNS에 공유하며 200만 팔로워들과 마음을 공유하던 ‘프로 문장 수집러’라고 한다. 지난 2019년 출간된 저자의 책 『오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말』은 그녀가 매일 아침 남겼던 명언 글을 읽고 위로와 감명을 받은 수백만 팔로워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침대 맡에 두고 일어나자마자 읽어야 할 책’, ‘나의 하루에 주는 선물’ 등의 찬사를 받으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후로도 SNS를 통해 꾸준히 좋은 문장을 공유하던 호다가 코로나 시대에 고통받고 있는 모두를 위한 문장집 『나의 하루를 지켜주는 말』을 출간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 모두가 어느 정도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답답하고 모니터 사이로 마주보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삭막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무료함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의 만남도 멀어지게 만들었고, 심지어는 생계까지 위협하며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호다는 이런 절망과 슬픔,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책에는 삶에 대한 저자 특유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인생관뿐만 아니라 철학자, 과학자, 심리학자, 연예인, 주변의 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뽑은 인생 문장들과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더욱 갈고 닦인 느낌의 명언집이다.

 


 

명언은 깊은 고통이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으로 불씨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그저 지나가는 전단지에 쓰여있는 평범한 문장처럼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간절히 듣고 싶었던 메시지가 담긴 문장이 때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힘을 발휘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 명언은 한 사람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 남긴 명언은 어느 때고 우리 곁에서 우리의 삶을 올바르고 아름다운 길로 향하도록 지침이 되기도 하고 결국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저자가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밝힌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우리가 가장 아끼는 명언을 즐기고, 조금이나마 자신을 치유할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커피나 와인 한 잔을 들고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하루에 단 몇 분만이라도 가만히 멈춰서 더는 피할 수 없는 삶의 고됨을 녹이기를 희망한다. 이렇게 계속하며 '습관'을 들인다면 이 책에 실린 명언이 우리의 1년을 평안과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의 명언 첫 페이지(1월 1일)에 한 해의 시작이니만큼 "일어나라, 다시 시작하라."는 브레네 브라운(미국의 대중심리학자의 말을 소개한다. 실패는 어떤 성공보다도 자신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몇 글자로 이루어진 이 문장은 우리에게 많을 용기를 줄 것이라 독자는 믿는다.

 


 

이 책에 담겨 있는 365개의 문장들과 호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가려져 있던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이 느껴질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특유의 위트와 따뜻함이 배어 있는 이 책을 통해 다시 인생에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되살려보기를 독자는 권한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는 법이다. 삶에 관한 불안한 진실은 이 여정이 만족과 역경을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라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인생은 절대 예상할 수 있게 순탄히 흘러가지 않는다. 매일같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힘이 되는 글과 명언을 간절히 원하는 게 틀림없다. ‘잘 될 것이다’라든지 ‘아직 늦지 않았다’라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다’와 같은, 짧고 부드럽게 우릴 상기시키는 말들을 통해 위로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할 수 없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미국의 스포츠인인 존 우든(John Wooden)의 말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스포츠인이 우리에게 감동의 선물을 안겨준 2016년 리우 올림픽 결승전에서 9대 13이라는 점수 차로 패배가 눈앞에 보이던 순간, 관중석에서 외친 “할 수 있다”라는 한 마디는 박상영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합에 집중할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다. 평상시에 들었다면 큰 감흥 없었을 그 평범한 문장은 그 순간 박상영 선수에게 그 어떤 말보다 꼭 필요한 문장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졌다고 생각한 순간 박상영 선수는 놀라운 역전승 드라마를 보여주었고, 이후 그를 상징하는 문장이 되었다.

 


 

모든 명언이 우리 대부분에게 깨달음을 주고, 인간 삶의 기본을 밝히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떤 명언에 따라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지는 각자 개인의 환경이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모든 명언들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말 중 몇 개만 사례문을 여기에 적는다. 다른 책과 달리 목차를 따로 정하지도 않은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말이 각자에게 힘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고, 어쩌면 모든 말을 다 소화해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1월 20일

"우리는 완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잘할 수 있습니다."

-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미국의 소설가)

5월 26일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해 새로운 결말을 맞을 수는 있다."

- 제임스 R. 셔먼James R. Sherman(미국의 작가)

6월 10일

“오, 우리가 남을 속이려고 하는 순간 얼마나 복잡한 거짓말의 그물을 짜게 되던가!”

- 월터 스콧Walter Scott(영국의 소설가·시인)

 


 

저자 : 호다 코트비

NBC 모닝 토크쇼 〈투데이〉의 공동진행자다. 1998년부터 NBC 〈데이트라인〉에서 기자로 활동해 온 그녀는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오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말》 《호다, 그리고 10년 뒤(HODA, AND TEN YEARS LATER)》와 아동 도서 《너는 내 행복이야(YOU ARE MY HAPPY)》 《나는 널 늘 사랑해왔어(I’VE LOVED YOU SINCE FOREVER)》를 출간했다. 호다는 네 번의 에미상 수상에 이어 2006년의 피바디 어워드, 2002년의 에드워드 R. 머로 어워드뿐 아니라 가장 최근인 2019년까지 수차례 그레이시 어워드를 수상했다. 그녀는 현재 뉴욕에서 남편 조엘과 두 딸 헤일리, 호프와 함께 거주 중이다.

 

저자 : 제인 로렌치니

2018년 10월, 소설 《비 내린 뒤(AFTER THE RAIN》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그전에는 13년간 TV 뉴스 앵커와 리포터로 활동해 온 그녀는 친구 호다와 《오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말》을 포함해 《호다, 그리고 10년 뒤(HODA, AND TEN YEARS LATER)》 《우리가 속한 곳(WHERE WE BELONG)》등 세 권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공동으로 펴냈다. 현재는 테네시주에 거주하며 데뷔작의 속편을 집필 중이다.

 

역자 : 양소하

언어가 좋아 대학에서 영문학과 일문학을 전공하고 도쿄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통번역지정인으로 통번역 일을 이어가고 있다. 글밥아카데미에서 영어 및 일본어 출판 번역 과정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책대로 해 봤습니다》 《그게, 가스라이팅이야》 《일본의 다섯 공주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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