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양 ㅣ 일본문학 베스트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이 작품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소설이다. 그는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로 불리운다. 그는 일본 쇼와(昭和) 시대의 소설가이다.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 첫 작품집 『만년』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본 낭만파의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기성 문학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무뢰파로 활동하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달려라 메로스』, 『쓰가루』, 『오토기조시』, 『사양』, 『인간실격』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문체가 뛰어난 단편 · 중편 소설을 발표하여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사소설풍의 소설을 많이 썼는데,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픽션이라 할 수 있다.
쇼와시대란 히로히토 일왕(쇼와 일왕)은 재위 기간(1926년~1989년)을 일컫는다. 1989년 히로히토 일왕의 죽음으로 쇼와시대는 막을 내렸으며, 이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하면서 헤이세이(平成)시대를 맞았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로 왕정을 유지하고 실제는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통치하지만 국가의 상징으로 '천황'을 중심으로 국가가 운영된다. 쇼와 일왕은 2차대전의 주범으로 일본 통치의 최정점에 있었지만 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 냈으나 일본 정부의 항복문서에는 쇼와를 그대로 둔다고 전해지고 있다. 독자가 이런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별도로 여기에 적는 이유는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이 꽃을 피우게 된 동기가 전쟁으로 인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앞서 언급한 데카당스데카당스(Decadenc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된 퇴폐적인 경향 또는 예술운동을 가리키는 용어다. 고전주의가 고대 그리스의 예술을 이상화하고 낭만주의가 중세를 동경했듯이, 데카당스는 로마 말기의 문화를 모델로 삼는다. 19세기 후반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일군의 유미주의자들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고전주의적 미의식을 거부하고, 융성기의 문화보다는 몰락기의 퇴폐적 문화에서 새로운 미의 기준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병적인 상태에 대한 탐닉, 기괴한 제재에 대한 흥미, 관능주의적 성향, 성적인 도착증, 과민한 자의식, 현실 사회에 대한 반감, 예술을 위한 예술의 강조, 자연미의 거부와 인공적 스타일의 추구 등은 데카당파 예술가들의 공통된 특징이 된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Les Fleurs du Mal)』과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은 이 유파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며, 그 외에도 고티에(Gautier), 랭보(Rimbaud) 베를렌느(Verlaine) 등 당대의 일급 시인ㆍ작가들이 데카당에 경도되었다.
역사적 예술운동으로서의 데카당스는 '세기말(fin de siecle)'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19세기 말의 20년 동안 절정에 달했다가 점차 쇠퇴해갔다. 그러나 데카당스적인 태도와 정신은 기존 체제가 몰락하고 새로운 질서가 미처 형성되지 않은 역사적 과도기마다 유형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비트(Beat) 세대의 등장이나 196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 등은 데카당스의 20세기적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학의 경우 1920년대 초반 『백조』, 『폐허』 등의 동인지 문학에서 이런 경향을 찾아볼 수 있지만, 내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구 데카당스의 일시적 모방에 그쳤을 뿐 지속성을 띤 예술운동으로 전개되지는 못했다.
다자이 오사무는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 첫 작품집 『만년』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본 낭만파의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기성 문학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무뢰파로 활동하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달려라 메로스』, 『쓰가루』, 『오토기조시』, 『사양』, 『인간실격』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문체가 뛰어난 단편 · 중편 소설을 발표하여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사소설풍의 소설을 많이 썼는데,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픽션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사양』은 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주인공 ‘가즈코’이다. 당당하고 꿋꿋한 이 여성 캐릭터를 통해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의 페미니즘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가즈코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여성의 심리묘사를 가장 탁월하게 그려낸 역작”이라고 평가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즈코는 전쟁을 진부하고 따분하다고 말하면서, 작업화를 신고 달구질했던 때만은 그리 진부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고되기는 했지만 그 달구질 덕분에 몸이 꽤 튼튼해져서, 앞으로 생활이 더 궁핍해지면 달구질을 해서 살아가야겠다고 할 정도다. 술과 약물에 의지하는 소설가나 남동생에 비하면, “나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거예요.”라고 하는 그녀의 씩씩함으로 멋져 보일 수밖에 없는 인물을 창조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손끝에서 탄생한 당시 여성의 이야기, 사랑과 혁명을 위해 살아가는 그 모습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양』은 얼마 전 출간한 『인간 실격』에 이어 ‘일본문학 베스트’ 시리즈 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현대적인 감각의 번역으로 읽기 쉽게 탄생한 이 책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매력에 새롭게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젊은 눈높이에 맞춰 강렬한 일러스트로 표지 작업을 한 것이 돋보인다. 일본에서 수천 회 연극으로 공연된 표제작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하여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모은 『달려라 메로스』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아아, 인간의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인간 생활에서 고작 1퍼센트만을 차지하는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사는 게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 들리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 저미도록 기다려도 결국 오지 않는 공허함.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너무나 비참해요. 다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이 현실. 그래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덧없이 무언가를 기다려요. 너무나 비참해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아아, 목숨을 인간을 세상을, 기쁘게 여기고 싶어요.(p.118)
천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 일본 젊은이들의 우상,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 그의 작품 못지않게 사람들은 그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독한 생애를 살다 갔기 때문이다. 그는 일생 동안 네 번 자살을 시도했고, 다섯 번째 자살 시도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는 사후 출간된 그의 최후의 작품 『인간 실격』이 더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사양』이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47년 출간된 『사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마지막 귀부인’인 어머니, 민중의 벗이 되기엔 나약해 마약중독자가 되어버린 남동생, 술에 빠져 사는 괴팍한 소설가, 그리고 그 소설가에게 마음을 주게 된 ‘나’…… 서로 다른 네 인물의 고뇌 가득한 삶 이야기는 패전 후 불안과 허무가 가득한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 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일본 사회에서 몰락하는 사람을 일컫는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달콤한 건데, 너무 좋은 것이어서,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속여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p.136)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린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거예요.(p.202)
저자 : 다자이 오사무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津?)』,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